952화 나를 데려가거라
"진남, 영혼을 다시 만드는 방법은 수정 안에 있지 않다. 알고 싶으면 지존동부의 깊은 곳으로 오거라. 거기서 너를 기다리겠다."
갑자기 어렴풋한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이 목소리가 귀에 익었다.
신비한 수피화권이었다.
"수정 안에 없다고?"
진남은 반응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수정 안에 없다면 왜 수피화권은 승선해야만 묘묘 공주와 강벽난의 영혼을 다시 만들 수 있다고 했을까?'
"모르겠다. 지존동부의 깊은 곳에 들어가면 다 알게 되겠지."
진남은 더 생각하고 싶지 않아 고개를 저었다.
* * *
시간이 흘러 이틀 후.
구천선역에서 진남에 대해 얘기하는 자들이 점차 적어졌다.
그들은 매우 아쉬웠다.
그러나 상황은 이미 결정되었다.
고작 개세천재인 진남은 구천선역 최고급 등급에 들어갈 수 없었다.
* * *
같은 시각, 진남 등은 다시 황량한 사막에 도착했다.
지존동부에 들어가 예전의 그 구름 속으로 들어갔다.
구홍은 가장 먼저 절대 이곳을 발설하지 않는다는 선마도세를 하더니 진남에게 낮은 소리로 전음했다.
"진 형, 어떻게 된 겁니까?"
진남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거라. 지존동부의 절세전승이 나타나면 우리는 연합하여 깊은 곳으로 들어갈 수 있다. 뭔가 얻을 수 있는지 보자."
오는 길에 진남은 이미 부생선왕 등과 상의했었다.
지존동부에 이변이 일어나면 진남과 구홍도 가장 깊은 곳에 들어갈 수 있었다.
무엇을 얻든 진남 스스로의 능력에 달렸다.
"진남, 너 자신 있느냐?"
홍금선왕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부생선왕과 지혼선왕도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지존동부 때문에 얼마나 많은 심혈을 기울였는지 모른다.
또 진남을 위해 여러 무상도통 사람의 노여움을 사기도 했다.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들은 손실이 컸다.
"괜찮을 겁니다."
진남은 그들에게 안심하라고 눈짓하고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신념으로 무주궁도의 아래쪽에 있는 백남지화를 품고 있는 흑백의 수정을 움직였다.
웅-!
백남지화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희미한 의지가 진남의 마음속에서 천천히 퍼졌다.
진남은 바로 깨닫고 눈에 이색이 스쳤다.
전에는 여러 금지와 선복도지 등의 이변을 일으키려면 묵묵히 기다려야 했다.
이제 그는 선력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백남지화는 무주궁도와 비슷한 신비한 이보인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진남은 선력 전부를 움직여 흑백수정에 주입했다.
그러자 백남지화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무형의 힘이 파도처럼 그를 중심으로 사방을 휩쓸더니 신비한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슈슈슉-!
방대한 선광이 절세지검처럼 아래에서 폭발하더니 구름을 전부 꿰뚫었다.
"방금 시작했는데 지존동부의 중부에 반응이 일어났어?"
세 명의 선왕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들은 구홍과 함께 구름 아래쪽을 내려다봤다.
찢어진 작은 공간, 전장, 분노, 큰 산속에 하늘을 찌를 듯한 큰 나무나 오래된 지보들이 떠올라 보는 이들을 어지럽게 했다.
세 명의 선왕들은 지난번과 달리 중부에 묻혀있던 상고지선이나 천선이 남긴 전승이 하나둘 깨어나는 걸 예리하게 느꼈다.
"맞혔어!"
세 명의 선왕의 눈에 기쁨이 스쳤다.
이대로라면 지존동부 깊은 곳의 이변을 일으키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차!"
진남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이번에 도기가 잘리고 선혼이 상처를 입어 지선 경지 삼 단계의 선력이 인선 경지 팔 단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는 인선 경지 팔 단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백남지화는 심연처럼 짧은 동안에 그의 선력을 전부 빨아갔다.
더 중요한 건 그의 신념이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이었다.
백남지화가 계속 빨아간다면 그는 말라 죽을 수도 있었다.
"선배님들 깨끗한 선력을 저의 몸에 주입하십시오."
진남은 낮게 외쳤다.
"좋다!"
세 명의 선왕은 반응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세 개의 법진이 동시에 진남의 머리 위에 모였다.
방대하고 깨끗한 선력이 끊임없이 진남의 체내에 들어갔다.
진남은 몸을 떨더니 길게 고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선력을 움직였다.
무형의 힘은 순식간에 몇십 배가 폭등해 한 개씩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세 시진이 지난 후에야 멈췄다.
백남지화의 빛도 평온해졌다.
"응? 왜 멈췄지? 백남지화는 이제 하루에 한 번밖에 움직이지 못하나? 이번에는 좀 힘들었다. 소모한 선력이 천선 정상의 경지의……."
진남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앞으로 다시 이변을 일으키려면 미리 철저한 준비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우르릉-! 쾅-!
이때, 귀청을 찢는 큰소리가 구름층 아래에서 울려 퍼졌다.
하늘을 무너뜨릴 것 같은 권영이 화가 나 공격하는 것 같았다.
진남과 구홍은 귓가에 웅웅 소리가 났다.
세 명의 선왕도 폭발음의 충격으로 머리가 어지러웠다.
잠시 후 그들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들은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끝없이 넓고 조각이 난 작은 공간, 묘지, 산과 강 등이 가득한 땅에 구만구천구백아흔아홉 개의 넓이가 몇십만 리 되고 길이가 몇백만 리 되는 대단한 틈이 생겼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마치 용선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것 같았다.
땅에 난 틈으로 새로운 소세계가 보였다.
제대로 볼 수 없지만 옅은 지존의지는 유난히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지존동부의 깊은 곳이 열렸다.
"하하! 진남, 이번에 큰 도움이 되었다."
세 명의 선왕들은 반응하고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의 눈에 흥분이 드러났다.
그들이 깊은 곳에 있는 지존전승을 얻는다면 구천지존지위에 오를 가능성이 컸다.
"선배님들 과찬이십니다. 줄곧 여러분께서 저를 보살펴주신 덕분입니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세 명의 선왕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의 이번 승선하는 길은 몇십 배는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는 너에게 빚을 졌다."
부생선왕은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먼저 들어가겠다. 너희들은 중부에서 움직이고 깊은 곳으로 들어가지 말거라."
말을 마치자 셋은 무지갯빛으로 변해 땅에 난 틈의 속으로 들어갔다.
평소라면 지존동부가 열리면 그들은 누구든 계속 안에 머무는 걸 절대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진남과 구홍은 방금 승선했고 진남은 도기가 부서졌기에 동부의 깊은 곳에 들어가면 죽을 게 뻔했다.
때문에, 그들은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중부의 전승이나 기연을 진남 일행이 얼마를 가져가도 괜찮았다.
"진 형, 내려갑시다!"
구홍은 중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대단한 선광을 보며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궁우태황종의 진전제자인 그도 이렇게 많은 전승이나 기연을 본 적 없었다.
그가 들어간 몇 개의 선고도 비교가 안 되었다.
"너는 중부로 가거라. 나는 안으로 들어가겠다."
진남은 말하며 전신선동을 움직여 아래에 난 틈을 훑어봤다.
방금 수피화권이 그에게 깊은 곳까지 바로 갈 수 있는 신념지도를 보내왔다.
아니면 진남의 지금의 경지로 안에 들어가는 건 죽으러 가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뭐라고요? 형님은 안에 들어가려고요? 그런데……."
구홍은 깜짝 놀랐다.
그러나 그는 말을 채 다 하지도 못하고 진남의 확고한 표정을 보더니 입을 다물고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진남이 생명의 위험을 신경 쓰지 않는 건 깊은 곳에 들어가 대단한 기연을 얻어 도경에 다시 들어갈 수 있을지 해보려는 거라고 생각했다.
"제가 형님과 함께……."
구홍은 입술을 깨물었다.
앞에 엄청난 파도가 친다 해도 그는 진남을 혼자 가게 할 수 없었다.
"괜찮으니 나를 기다리거라!"
진남은 구홍의 어깨를 치더니 몸을 날려 사라졌다.
구홍은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안색이 몇 번 변했다.
그는 마음을 굳게 먹고 커다란 틈 속으로 날아 들어갔다.
* * *
시간이 흘러, 백 개 셀 시간이 지난 후.
진남은 지도에 따라 한 틈 안으로 들어갔다.
눈앞의 광경이 순식간에 휘어졌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선산 속에 도착한 후였다.
고개를 들어보니 선광만 보이고 산꼭대기가 보이지 않았다.
진남은 한 바퀴 둘러봤다.
위험이 느껴지지 않자 앞으로 날아갔다.
백 장 정도 날아갔을 때 그는 눈을 찌푸렸다.
마음속에 놀라운 한기가 생겼다.
그는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인류? 왜 고작 지선 경지 삼 단계이지? 나는 오랫동안 인혈(人血, 사람 피)를 마시지 못했다."
뇌정 같은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아무것도 없던 산, 강 등에서 사납고 커다란 머리뼈와 커다란 형상들이 계속 떠올랐다.
색깔이 다른 눈동자들이 진남에게 쏠렸다.
조롱하는 듯 뜨거운 시선들이었다.
진남은 순식간에 헛숨을 들이켰다.
그의 시선에 이미 백 개 정도의 상고요수(上古妖獸)가 나타났다.
요수들은 경지가 천선 정상에 도달했다.
이곳에는 큰 산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었다.
숨어있는 요수들은 백 마리도 넘었다.
어마어마한 요굴이었다.
그가 아니라 세 명의 선왕이 이곳에 왔다 해도 놀라 도망쳤을 것이다.
'수피화권은 뭐 하려는 거지? 요수의 손을 빌려 나를 죽이려는 건가? 그것이 드러낸 힘으로…….'
진남은 생각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 자식은 야위긴 하지만 술안주로 하기는 괜찮겠다."
싸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곤 길이가 이백여 장 되고 시커먼 비늘이 덮이고 눈동자가 파란 뱀이 몇백 리 밖의 나무에서 날아오며 시뻘건 입을 벌리고 진남을 물려 했다.
진남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시커먼 뱀은 경지가 천선 오 단계에 도달했다.
그가 어떤 술법을 쓴다 해도 도망칠 수 없었다.
'어떻게 하지? 전신각인을 움직일까?'
그 순간 옅은 빛이 허공에서 진남에게 떨어졌다.
그러자 진남에게서 대단한 위압이 뿜어져 나왔다.
"악-!"
시커먼 뱀은 매우 대단한 물건을 본 것처럼 순식간에 비명을 지르더니 미친 듯이 고개를 돌려 도망쳤다.
모습은 매우 처량했다.
크라아아아-!
사방에 있던 몇백 마리의 대요들은 큰 충격을 받고 하늘을 향해 포효하며 뒤로 물러섰다.
눈빛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것들은 고작 지선 경지의 무인이 이렇게 대단한 존재와 연관이 있을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응?"
진남은 어리둥절하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할 것도 없이 수피화권의 수법이었다.
위험이 없어지자 진남은 계속 앞으로 날아갔다.
반쯤 날아간 그는 뭔가 생각난 듯 손을 뻗어 가리키며 말했다.
"너! 와서 나를 데려가거라."
번개에 맞은 것처럼 털이 곱슬곱슬한 커다란 원숭이는 답답해졌다.
'천선 경지 팔 단계인 나 명뢰선원(明雷仙猿)이 인간의 탈것이 돼야 하다니.'
그러나 그것은 거절할 수 없었다.
고분고분 다가와 진남이 자신의 어깨 위에 서게 했다.
잠시 후, 절세요굴 같은 산맥에 지선 경지의 무인이 천선 경지의 원숭이를 타고 대요들의 무서운 눈빛 속에서 앞으로 움직였다.
아쉽게도 부생선왕 등 존재들은 이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없었다.
"도착했느냐?"
시간이 꽤 지난 뒤, 진남은 앞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와 천 장도 되지 않는 곳에 넓이가 팔 장 되고 굳게 닫힌 청동거문(靑銅巨門)이 우뚝 서 있었다.
주위의 광경도 왠지 시커메져 제대로 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