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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950화 (950/1,498)

950화 다시 만납시다!

진남이 정신을 차렸다.

체내의 모든 걸 확인한 진남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피범벅이 된 손바닥을 꽉 움켜쥐고 몸이 살짝 떨렸다.

"진남, 너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제일선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누군가 너를 나에게 맡겼다. 나더러 최선을 다해 너를 도와 위기를 해결해주라고 했다. 그런데……."

장소지존은 미안해하며 말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는 스승을 청해 미리 판을 짰을 것이다.

"선배님, 이건 선배님들과 상관없습니다.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가 저를 죽이려 했는데 선배님들이 나서서 최선을 다해 저를 보호하려고 하셨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저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진남은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러나 이건 그의 진심이었다.

장소지존은 한참 침묵하더니 저도 모르게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진남과 어울린 시간이 매우 짧았다.

하지만 그는 진남이 마음에 들었다.

진작부터 제일선싸움이 끝나면 진남을 자신의 후계자로 받아들이겠다고 결심했었다.

그런데 진남은 이미 절반이나 훼손되었다.

"풍화, 종문의 사람들에게 알리거라. 지금부터 진남은 궁우태황종의 핵심제자이고 나의 기명제자다."

장소지존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선배님, 그건……."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알겠습니다!"

풍화장사는 반응하고 공수하더니 영패를 꺼내 신념을 주입하여 궁우태황종의 사람들에게 전했다.

그도 지금 무척이나 미안했다.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가 나타난 걸 나는 막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진남이 이렇게 되었으니 절세여인에게 뭐라고 말하지?'

"이건 너의 신분영패다. 이것만 있다면 너는 바로 나를 찾아와도 된다."

장소지존은 붉은색 옥패를 꺼내더니 동시에 진남에게 신념을 전했다.

"진남, 나는 안에 세 개의 의지를 남겼다. 너를 도와 세 번의 위기를 해결해줄 거다."

말을 마친 그는 진남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돌아서 허공으로 들어갔다.

지금 같은 상황에 그가 진남을 도울 수 있는 건 이 정도뿐이었다.

그는 스승을 만나러 가려 했다.

또 이 일을 비월여제에게 알려 함께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의 진정한 신분을 알아보려 했다.

그는 커다란 의문이 들었다.

'방금 승선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대단한 살기를 불러온 걸까?'

"진남, 너……."

부생선왕 등과 구홍 등은 바로 진남을 에워쌌다.

그들의 눈빛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들은 할 말을 잃었다.

"진남! 아직도 사람들을 풀어주지 않을 거냐?"

이때, 무존천선, 설미천선 등 거물들이 사납게 외치며 일제히 날아와 진남을 에워쌌다.

"약속은 지킵니다."

진남은 가볍게 숨을 들이쉬더니 온몸의 힘을 써 가까스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손가락을 튕겨 무주궁도를 불러와 수신량, 임청파 등을 전부 내놓았다.

수신량, 임청파 등 개세천재들은 눈앞의 광경에 넋을 잃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었다.

"진남, 사람을 풀어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너는 우리의 진전제자들을 진압했다. 우리는 제대로 따져야겠다!"

무상도통의 패자들은 허공을 넘어 날아왔다.

표정이 어두웠다.

부생선왕 등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남세선왕과 용현령은 마음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무인들 대부분은 고개를 저으며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진남의 도기가 부서지지 않았다면 무상도통의 진전제자를 진압했다 해도 이들은 아무 말도 못 했을 것이다.

심지어 진남에게 잘 보이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달랐다.

진남은 방금 궁우태황종의 핵심제자가 되고 장소지존의 기명제자가 되었다.

그러나 궁우태황종이 어찌 한 명의 개세천재를 위해 이렇게 많은 무상도통의 미움을 살까?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너희들이 따지겠다면 내가 진남을 대신 제대로 따져주마."

풍화장사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러 패자들은 서로 마주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상황이 되었는데 풍화장사가 진남의 편을 들 줄 몰랐다.

"됐습니다. 이 일은 없던 거로 하겠습니다."

패자들은 손을 저으며 임청파 등에게 시선을 돌렸다.

진남은 방금 궁우태황종에서 도기가 잘렸다.

그들이 궁우태황종에서 진남을 혼내주려는 건 실로 옳지 않았다.

게다가 진남을 상대할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사숙! 진남은 우리 극생문의 문도지법을 남몰래 배웠습니다."

"맞습니다. 저자는 궁우태황종의 궁우태황경도 남몰래 배웠습니다!"

임청파, 나염 등 개세천재들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뭐라고?"

여러 패자들은 일제히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만약 진남이 남몰래 문도지법을 배웠다면 큰일이었다.

"환술을 조금 썼을 뿐인데 진짜라고 믿은 거야? 나는 구천선역으로 올라온 후 한 번도 극생문과 궁우태황종에 간 적 없다. 나의 종적을 너희들은 알아볼 수 있다."

진남은 안색이 변하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

"이번 승선대전에서 나는 처음으로 너희들 무상도통의 사람들을 만났다."

임청파, 나염 등 개세천재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진남의 말이 맞았다.

'저자는 우리의 마음을 흔들기 위해 진짜 환술을 썼나?'

"흥, 진남. 나는 진작에 네가 환술을 쓴 걸 알았다. 나와 다시 겨뤄보겠느냐? 지난번에는 조심하지 않아 너에게 졌다. 이번에는 너를 제대로 혼내줄 거다."

수신량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그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

그러나 자신에게 큰 수모를 주고 자신을 승선하지 못하게 한 자식을 만나자 본능적으로 허풍을 불었다.

"진짜 환술을 썼구나."

환선도종(幻仙道宗)의 제일 진전제자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속의 마지막 의문도 완전히 사라졌다.

"진남, 너 왜 아무 말 없어? 두려워? 말해줄게. 나는 한 손으로도……."

수신량은 호기롭게 말했다.

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환선도종의 패자가 어두운 표정으로 그를 끌고 갔다.

수신량이 계속 말한다면 무척 창피를 당할 것 같았다.

진남은 도기가 잘렸지만, 여전히 무도사극이었다.

게다가 그의 경지와 수단까지 하면 모든 개세천재들 중에서 아무도 그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도우들, 이번 제일선싸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점 여러분에게 사과하겠다."

풍화장사는 무인들을 향해 담담하게 말했다.

"이번 제일선싸움은 이로써 끝났다. 진남이 제일선이 되었다. 이의 있느냐?"

제일선은 이름뿐이었다.

무인들은 이의가 없었다.

또 진남 외에 제일선의 자격이 되는 사람도 없었다.

아니면 제일선은 영광이 아니라 수치였다.

선전이 끝나자 모두들 떠나갔다.

"진남 도우, 우리 이제 곧 다시 만날 거다."

용현령은 의미심장하게 피식 웃고는 떠나갔다.

남세선왕은 진남을 뚫어지게 보더니 긴말하지 않았다.

"진남, 너는 궁우태황종에 남거라. 우선 상처를 회복하며 위험을 피하거라."

풍화장사는 용현령과 남세선왕의 뒷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선배님, 괜찮습니다. 저는 세 명의 선왕에게 약속했습니다.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말을 마친 그는 마른기침을 하더니 피를 세 방울 토했다.

장소지존은 그의 육신의 상처를 회복시켰다.

그러나 그의 선혼이 받은 상처는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너……."

풍화장사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이어 한숨을 내쉬더니 진남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긴말하지 않겠다. 무슨 일 있으면 영패를 통해 나를 찾거라."

말을 마친 그는 다른 일을 처리하러 떠나갔다.

진남의 옆에는 세 명의 선왕이 있고 진남은 절세여인이 보호하려는 사람이니 안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진 형, 저도 형님과 함께 가겠습니다."

구홍은 확고하게 말했다.

이런 때일수록 그는 진남의 옆에 있고 싶었다.

진남은 아무 말 없이 세 명의 선왕을 힐끗 봤다.

선왕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동의했다.

"그게, 진남……."

이때, 만소가 걸어왔다.

그는 난감한 표정으로 망설였다.

"우리의 내기를 물리려는 거냐?"

진남은 만소의 속내를 알아채기라도 한 듯 담담하게 물었다.

"그게……. 맞아…… 아버지께서 나를 돌아오라고 부르셨어. 내가 너의 탈것이 된다면 아버지는 틀림없이……."

만소는 미안했다.

개세천재가 스스로 약속을 어겼다는 것이 소문나면 체면이 깎였다.

그러나 그는 처음부터 진남의 탈것이 되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게다가 진남은 이제 도기가 부서졌고 무도사극을 장악한 개세천재일 뿐이었다.

"괜찮다. 가거라. 우리의 내기는 물리자."

진남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진짜야?"

만소는 기뻐하며 서둘러 말했다.

"걱정하지 말거라. 나중에 꼭 너에게 보상해주겠다. 네가 전에 선고에서 나를 도와준 것까지 해서……."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남이 말을 잘랐다.

"됐다. 선배님들 갑시다."

부생선왕 등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을 튕겼다.

선광이 강림해 진남과 구홍, 혈안인선을 덮었다.

"진남 도우."

문득 듣기 좋은 목소리가 멀리서 전해왔다.

긴 치마를 입은 서선지가 삼청고교의 패자 옆에 서서 허공을 넘어 그를 향해 눈을 깜박거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나는 너를 믿는다. 너는 다시 정상에 오를 거다."

동시에, 호통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맞아! 진남, 우리는 싸우겠다고 약속한 적 있다. 나를 잊지 말거라!"

오회생이었다.

"진남, 먼저 가겠다!"

연경연, 조궐, 황보후, 사마심북 등 개세천재들은 멀리서 진남을 향해 공수했다.

이번 싸움으로 그들은 진남에게 진심으로 탄복했다.

그들은 진남이 오늘의 영광을 재현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흥, 진남. 너 전에 나를 속였어. 이 영패를 받거라. 다음에 만날 때 우리 다시 내기를 하자."

맹구궁은 불쾌한 듯 영패를 던졌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해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잠시 후, 그는 저도 모르게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여러분, 다시 만납시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남 등은 먼 하늘로 날아가 사라졌다.

* * *

소문들이 우후죽순처럼 만상선령에 나타났다.

구천선역의 많은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헉! 이게 진짜야?"

"승선하자 바로 지선 경지 삼 단계에 도달했고 도경대성이라고?"

"후, 진남은 스스로의 힘으로 육십 명의 개세천재들을 눌렀어! 너무 과장되었잖아?"

"과장이라고? 전혀 과장되지 않았다. 절세천재는 절세의 모습이 있어. 같은 경지에서 누가 감히 막을 수 있을까?"

"아쉽다! 아쉬워! 한 신비한 구천지존이 진남의 도기를 부쉈다."

"그러게 말이다. 아니면 그의 미래는 상상할 수 없을 텐데!"

"걸출한 인재는 사람들이 견제하는 대상이 된다. 이건 영원히 변하지 않는 도리다. 진남은 너무 대단하다. 예전의 비월여제도 진남보다 좀 약할 거다!"

"진남이 여전히 제일선이라고? 아쉽다. 이번의 제일선은 아쉬움만 남는 영예이구나."

늙은 존재들과 패자들은 연달아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절세천재가 되려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았다.

결과가 어떻든 진남의 이름은 구천선역 전체에 널리 알려졌다.

수많은 무인들의 마음속에 짧은 시간에는 지울 수 없는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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