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8화 진남만 내놓아라
궁우선산에서 많은 선광이 뿜어져 나왔다.
"누구냐?"
"간이 부었구나! 감히 궁우지계에 쳐들어오다니!"
화어 부장로, 풍화장사 그리고 패자들과 태상 장로들, 장로들은 순식간에 반응하고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를 바라보며 호통쳤다.
위압이 사방을 휩쓸었다.
"누군가 궁우지계에 쳐들어갔다고?"
다른 무상도통의 패자들과 거물들 그리고 무인들은 어리둥절했다.
무상도통의 종지에 쳐들어가는 건 그 무상도통과 싸움을 거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구천지존이라도 함부로 이런 행동을 하지 못했다.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는 도대체 뭐 하려는 거지?'
"진남, 죽어라!"?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는 바로 공격을 펼쳐 손에 든 검을 내리쳤다.
방원 몇십만 리의 천지가 혼란스러워졌다.
끝없는 검광이 사라졌다 나타났다 했다.
검은 하늘의 의지를 지닌 무상사자가 인간 세상에 온 것처럼 모든 걸 부술 것 같았다.
말일이 된 것 같았다.
무인들은 안색이 크게 변하거나 창백해졌다.
마치 천지간의 낙엽이나 하늘 가득 날리는 사막의 모래알이 된 것 같았다.
검의 신위뿐만 아니라 작은 검기라도 대단한 파도처럼 그들을 부술 것 같았다.
"구천지존?"
화어 부장로와 세 명의 장사, 그리고 패자들과 거물들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뭐, 뭐라고? 구, 구천지존?"
무인들은 저도 모르게 영혼이 떨렸다.
구천지존은 구천선역에서도 최고의 거물이었다.
무상도통을 만들 수 있는 존재, 그게 바로 구천지존이었다.
평소에는 구천지존이 나서는 걸 보는 건 물론 구천지존의 목소리를 듣거나 한 가닥의 의지를 보는 것조차 매우 어려웠다.
그런데 그런 구천지존이 왜 지금 직접 궁우지계로 찾아와 진남을 죽이려는 걸까?
"모든 천선 경지 이상의 무인들은 최선을 다해 공격해 산 정상을 지키거라!"
화어 부장로가 사납게 외치며 기세가 폭등했다.
부장로는 위엄을 드러내고 두 손에 만 개 정도의 법인을 만들었다.
"선산 내려오거라!"
화어 부장로는 허공을 찍었다.
몇만 장 되는 빛이 뿜어져 나와 위엄 있는 큰 산으로 변해 허공에 우뚝 섰다.
그뿐만 아니라 커다란 궁우선산도 깨어난 것처럼 하늘을 찌르는 빛을 뿜으며 큰 산속에 주입되었다.
사방에서 수많은 신마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함께 공격하자!"
패자들과 천선 경지의 거물들은 순식간에 반응을 일으켰다.
그들이 드러낸 여러 가지 선술, 법보, 부적은 몇천 개의 완전히 다른 빛으로 변해 산꼭대기를 덮었다.
우르릉-! 콰과과쾅-!
하늘을 흔드는 큰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위엄 있는 큰 산은 산산조각 났다.
몇십만 개의 방대한 강풍이 휘몰아치고 몇백만 리의 땅도 크게 흔들려 수많은 틈이 생겼다.
풉-!
화어 부장로는 태고의 충격을 받은 것처럼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향해 피를 토했다.
그의 몸은 산꼭대기에서 번쩍거리는 빛에 부딪혀 크게 흔들렸다.
도장에 있던 무인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들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경지가 좀 낮은 무인들은 신음을 흘렸다.
그들은 저도 모르게 부딪힌 대단한 기운에 깜짝 놀라 기절했다.
이것이 바로 구천지존의 힘이었다.
그는 손에 쥔 것이 선검이 아니라 나뭇잎 한 개, 꽃잎 한 개, 풀 한 포기라도 대단한 위력을 드러낼 수 있었다.
패자는 그에 비하면 반딧불과 휘황찬란한 밝은 달 같았다.
심지어 수단을 보니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는 정상기에는 구천지존 정도가 아니었을 것이었다.
"적이 쳐들어왔다! 적이 쳐들어왔어!"
"어서 모든 선진을 움직이거라!"
궁우선산에 대단한 부딪힘이 일어나 궁우지계 전체가 흔들렸다.
수많은 인선 경지 이상의 무인들은 여러 가지 법보, 진법, 금제를 불러일으켰다.
넓은 세상에 방대한 선광이 순식간에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오래된 요수가 하늘에 똬리를 틀기도 하고 위엄 있는 형상이 허공을 넘어 다가왔다.
또 여러 가지 진법에서 오래된 이상이 나타났다.
그것들은 모두 상상할 수 없는 위력이 있었다.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는 이 모든 걸 무시했다.
그의 낮은 목소리가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나는 진남만을 죽이려고 한다. 그러나 너희들이 나를 막으면 너희들도 모두 죽어야 한다."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는 다시 검을 내리쳤다.
천지 간의 모든 빛이 한데 뭉친 것처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검광으로 변했다.
화어 부장로는 소름이 돋았다.
그는 반보지존이었다.
전에 구천지존과 싸운 적 있었다.
그러나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가 내리친 검은 위력이 너무 강했다.
그가 모든 수단을 드러내 막는다 해도 죽을 게 뻔했다.
"간이 부었구나! 궁우태황종이 네가 멋대로 건방지게 굴 수 있는 곳인 줄 아느냐?"
이때, 외침이 천뇌처럼 궁우지계 전체에 울려 퍼졌다.
머나먼 곳에서 하늘을 가릴 것 같은 투명한 큰 손이 날아와 검광을 잡았다.
수염을 기르고 얼굴에 위엄이 드러나고 흰색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이 허공에서 걸어왔다.
노인은 궁우태황종의 장로 장소지존이었다.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는 여전히 옅은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 없이 선검을 휘둘렀다.
검에 순백색 화염이 타올랐다.
그는 뒤로 물러서며 장소지존의 머리를 내리쳤다.
"화도선염(化道仙焰)? 주선제구인……?"
장소지존은 깜짝 놀랐다.
그는 서둘러 반응하고 법인을 만들었다.
수많은 방대한 보이지 않는 힘이 궁우지계의 각 모퉁이에서 용솟음쳐 올라 그의 체내에 주입되었다.
쿠쿠쿠쿵-!
둘이 부딪치자 천지는 끊임없이 무너졌다.
두 명의 무인이 싸우는 것이 아니라 마치 두 개의 대단한 재난이 부딪히는 것 같았다.
"화어, 이곳은 위험하오. 우선 진남을 데리고 무명계(無名界)로 들어가시오!"
장소지존은 바로 신념을 전했다.
무명계는 외부에 소문난 궁우태황종의 세 번째 소세계였다.
"알겠습니다!"
화어 부장로는 반응하고 몸을 날려 도장 위 하늘로 날아갔다.
"화어 부장로, 도대체 무슨……."
"화어 부장로, 이건……."
풍화장사, 융왕장사, 월절장사, 그리고 여러 패자들은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고 의문이 들었다.
'왜 구천지존이 느닷없이 진남을 죽이려는 거지? 또 저 구천지존은 여기 있는 여러 무상도통의 사람도 아니다.'
"나중에 다시 얘기합시다!"
화어 부장로는 손을 젓고는 두 눈을 감고 허공에 떠 있는 진남을 바라보았다.
진남은 방금 승선에 성공하여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돌파하고 계속 느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
만약 강제로 방해한다면 진남에게 매우 큰 상처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걸 신경 쓸 수 없었다.
"진남, 어서 깨어나거라!"
화어 부장로는 비법을 움직였다.
목소리가 구소신뇌처럼 진남의 식해, 마음, 영혼에서 울려 퍼졌다.
진남은 몸을 떨었다.
앞에 있는 아무도 없는 세상과 하늘 가득한 별들과 밤하늘 끝의 왕좌에 앉아있는 형상이 부서졌다 회복되었다.
"누구냐? 왜 나를……."
진남은 안색이 어두워져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그는 왕좌에 앉아있는 형상은 살아있는 무인이나 의지이고 그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모든 비밀이나 문제가 그 신비한 형상이 입만 열면 분명해질 것 같았다.
"진남, 나와 함께 가자!"
화어 부장로는 몸을 날려 진남의 어깨를 잡았다.
진남이 상황을 이해할 겨를도 주지 않고 그를 데리고 무명계에 들어가려 했다.
"너희들이 내 사냥감을 건드리겠다고?"
이때,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흰색 화염이 뭉쳐 이루어진 검기가 허공에서 나타나 공격했다.
커다란 산꼭대기는 빙설지국으로 변한 것처럼 무인들은 뼈를 에이는 한기를 느꼈다.
"궁우지도(穹宇之道)!"
화어 부장로는 안색이 크게 변하더니 정혈을 뿜어 법인을 만들었다.
순식간에 몇백 개의 주먹만 하고 흐릿한 빛무리가 그의 앞에 떠올랐다.
빛무리들은 평범해 보였지만 소세계의 초기형태였다.
충분한 영기가 있으면 궁우지계와 비슷한 존재로 변할 수 있었다.
쿵-!
빛무리가 부서지고 검기가 부서졌다.
화어 부장로는 부딪히면서 생긴 방대한 강기에 맞아 튕겨 나가면서 커다란 도장을 산산조각 내고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부서진 검기는 눈 깜짝할 사이에 몇십만 개의 검의로 변했다.
천지를 뒤엎는 검우가 산꼭대기에 쏟아지는 것 같았다.
신비한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는 산꼭대기에 있는 무인들을 전부 죽이려 했다.
"아차!"
풍화장사, 융왕장사, 월절장사 등 패자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하늘 가득한 검기는 벼락같았다.
그들은 대단한 위험을 느꼈다.
쿠쿠쿠쿵-!
생사가 걸린 중요한 순간이라 그들도 길게 생각할 수 없었다.
그들은 최선을 다해 선술, 법보, 부적을 드러내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와 싸웠다.
"구천지존이 나를 죽이려 한다고?"
혼란 속에서 진남은 정신을 차렸다.
눈앞에 벌어진 광경을 본 그는 어떻게 된 건지 짐작하고 눈꺼풀이 파들거렸다.
살선고지에서 조심하라는 단어를 보고 구리거울이 당부했을 때 그는 진작부터 그가 승선하면 큰 변고를 당할 거라는 걸 짐작했었다.
'구천지존이 왜 나를 노리는 걸까? 혼자 궁우지계에 쳐들어와 나를 죽이려 하다니?'
"진남!"
갑자기 외침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진남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쳐들었다.
신비한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가 산꼭대기 위로 날아왔다.
얇은 천을 쓰고 있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천 속의 두 눈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자네가 누구든 오늘 진남을 건드릴 생각 하지 마시오! 이대로 물러가면 오늘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하겠소."
장소지존이 다가왔다.
그의 등 뒤에 낡은 선국이 나타나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위세가 뿜어져 나왔다.
"자네가 나를 막겠다고?"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는 낮은 소리로 조롱하듯 말했다.
"여기서 시간을 끌 필요 없소. 자네가 암암리에 드러낸 수단을 내가 느끼지 못한 줄 아시오? 자네는 화도선염을 장악했소. 나는 자네의 상대가 아니오. 그러나 궁우태황종에는 나 혼자가 아니오."
장소지존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는 순간 높이가 오백여 장 되고 수많은 현뇌가 뭉쳐 이루어진 것 같은 위엄 있는 형상이 천궁 위쪽에 강림했다.
주위의 대도는 순식간에 끓는 물처럼 들끓기 시작했다.
"태황뢰도술(太荒雷道術)!"
위엄 있는 형상은 바로 큰 손을 내리쳤다.
선뇌로 이루어진 황량한 소세계가 순식간에 천지에 떠올랐다.
대단한 요수가 시뻘건 입을 벌리고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를 삼키려는 것 같았다.
위엄 있는 형상은 궁우태황종의 다른 한 명의 구천지존 황뢰지존이었다.
그는 경지와 전력이 장소지존보다 조금 약했다.
"궁우지계는 내 명령을 듣거라. 팔방계룡(八方界龍)은 하늘을 가리고 도를 막아라!"
장소지존은 법인을 변화시켰다.
그의 등 뒤의 선국들은 순식간에 궁우지계의 사방에 들어갔다.
여덟 개의 용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어 궁우지계의 사방의 끝에서 길이가 삼십만 장 되고 온몸에 수정 같은 비늘이 덮인 대단한 거룡이 하늘로 솟아올라 헤엄쳐왔다.
회포을 중심으로 방원 삼십만 리가 쇠사슬에 갇힌 것처럼 커다란 구간이 봉쇄되었다.
대도의 힘도 안에 갇혔다.
진남이 제일선싸움에 참가하러 올 때 비월여제는 자신이 올 수 없어 미리 풍화장사에게 연락했다.
풍화장사더러 진남을 위해 어려움을 해결해주라고 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그녀는 장소지존에게도 연락했었다.
때문에 장소지존은 제일선싸움에서 진남에게 상품을 줬던 것이었다.
다만 장소지존은 궁금했다.
'비월여제가 이 청년을 이토록 중시하다니, 도대체 얼마나 대단할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