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5화 규칙을 어기다니
"이게, 이게 뭐야?"
"도경대성? 도경대성이야?"
"그럴 리 없다. 진남이 도경대성을 이루었다고?"
무인들과 개세천재들 그리고 거물들과 패자들까지 큰 충격을 받았다.
경지가 낮거나 견식이 짧은 무인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었다.
그들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는데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인선 경지가 되기 전에 무도 사극지경을 장악하면 개세천재라고 불렀다.
패자가 되기 전에 도경대성을 이루면 절세천재라 불렀다.
절세천재는 구천선역에서 무상도통의 핵심제자거나 구천지존의 후계자 또는 원고대족의 제일천재만이 이룰 수 있는 등급이었다.
매우 드물고 귀한, 그런 등급이었다.
개세천재들이란 개세의 실력을 가지고 나중에 패자가 될 수 있는 자들이었다.
절세천재는 만고일절이라고 해서 성장하면 반드시 구천지존이 될 수 있었다.
"방금 인선 경지가 되었는데 도경대성을 이루었다고?"
풍화장사, 융왕장사, 월절장사 그리고 맹구궁은 견식이 넓고 수많은 풍파를 겪었지만, 똑같이 충격을 받았다.
구천선역의 삼대 소선역에 자리한 엄청난 세력들에도 이런 성과를 이룬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였군."
풍화장사는 정신을 차리고 두 눈에 빛을 드러냈다.
그의 의혹이 사라졌다.
그는 절세여인에게 천여 년 동안 구애를 했기에 그녀의 성격을 잘 알았다.
그녀가 진남을 잘 돌봐달라고 명령을 전하기에 그는 의혹을 품었다.
그녀는 진남이 같은 곳에서 왔다는 이유로 먼저 나서서 도와줄 사람이 아니었다.
이제 풍화장사는 상황을 파악했다.
진남은 그녀와 같은 곳에서 와서 동계지의를 가지고 있고 또, 예전의 그녀처럼 만고일절의 실력을 갖추었다.
"허허,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실제론 내가 큰 선물을 받은 거나 마찬가지였구나."
풍화장사는 두 눈이 이글거렸다.
예전에 그녀가 제일선으로 봉해질 때도 도경대성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진남은 도경대성을 이루었다.
진남이 이번 싸움에서 이기면 명실상부 제일선이 되어 구천을 흔들 수 있었다.
오천 년 전에 여제가 나타나고 세상에 제일선은 없었다라는 말이 이제는 옛말이 되어 사라질 것이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진남은 소속이 없었다.
궁우태황종에 그를 끌어들인다면 엄청 좋은 일이었다.
종주가 이례적으로 전음하고 상품을 더한 것도 진남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 * *
"오회생, 도전할 용기가 없어졌느냐?"
진남은 천둥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에 충격을 받은 오회생, 조괄, 황보후, 연경연, 사마심북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하하! 진남, 오늘 싸우다 죽어도 후회가 없다."
오회생은 크게 웃었다.
그는 가슴에서 열정이 솟아오르고 피가 전에 없이 들끓었다.
조괄, 황보후, 연경연, 사마심북도 마찬가지로 들떴다.
"죽어라."
열아홉 개의 그림자가 달려들고 선술들이 날아왔다.
그들은 성격이 서로 다르고 진남을 공격하는 이유들도 달랐지만 개세천재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진남의 강한 경지는 처음 보는 선산처럼 그들 앞을 막았다.
그들은 진남과 실력 차이를 느끼고 자신이 작아 보였다.
그러나 강렬한 의지가 생겨나기도 했다.
이번 싸움에서 그들은 물러설 수 없었다.
결국 지더라도 그들은 진남과 싸우고 싶었다.
그리고 먼 훗날 그들도 진남처럼 되고 싶었다.
"잘 왔다."
진남의 몸속에서 전단이 진동하고 의지가 최고조로 솟구쳤다.
진남의 힘은 개세천재들을 훨씬 초월했다.
그러나 진남은 혼자 마흔 명의 개세천재들을 상대해야 했기에 압력이 컸다.
하지만 상황이 안 좋을수록 진남은 더 후련했다.
"전황붕멸도술."
진남은 칼을 휘둘렀다.
쿠쿠쿵-!
귀를 울리는 폭발음이 울려 퍼지고 수많은 강기가 폭풍이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커다란 도장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진남은 오회생 등 개세천재들을 왼팔로 막고 오른팔로 스물한 명의 개세천재들이 만들어낸 대문 형상을 받쳤다.
그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칼을 휘두르는 모습은 천하무적 같았다.
이때, 시공이 조용해졌다.
진남의 단전의 선력들 중 유난히 눈에 띄는 신력이 용처럼 날아오르더니 신비하고 놀라운 변신을 시작했다.
웅장한 궁우선산의 위쪽에 수많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사방이 어두워졌다.
"이게 어찌 된 일이야?"
"누가 승선하려는 거야?"
"궁우선산 위에서? 불가능해!"
궁우지계를 지키던 수많은 태상장로들과 폐관수련 중이던 지선, 천선 강자들이 이상 현상에 깜짝 놀랐다.
많은 사람들은 찬란한 선광을 드러내며 앞으로 날아가 상황을 살폈다.
승선을 하려면 성대한 장면이 필요하고 역천기연이 필요했다.
궁우선산에서 제일선 싸움이 진행되는 중이라 장면은 성대했지만 역천기연은 없었다.
또, 제일선 싸움은 인선 경지들만 참가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당돌하게 승선하는 무인이 있을 수 있다니?
* * *
궁우선산의 산꼭대기.
"이, 이럴 수가."
도장의 개세천재들과 무인들, 거물들과 패자들은 경악했다.
맹구궁, 풍화장사, 융왕장사, 월절장사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들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이럴 수가?'
'진남이 승선에 성공한 게 아니었어?'
"장사들께 아룁니다. 진남은 이번 싸움에 참가하기 전에 신력이 조금 남아있어 제대로 승선하지 못했습니다. 승선하려면 이 싸움에 참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생선왕은 기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공수하고 말했다.
"진남이 일부러 세 분을 속이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승선하는 일이 너무 중요했기에 이런 하책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인들과 개세천재들 그리고 거물들, 패자들과 세 장사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들은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제일선 싸움에서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그래서 도박을 언급하며 선도복지를 두 개 선택하라고 했을 때 얼버무렸구나!"
맹구궁은 그제야 알아차리고 이를 갈았다.
'진남이 이리 오래 속이다니!'
"승선에 성공하지 못하고 이 정도 경지에 이르렀으니 승선을 한다면……."
천선 경지의 무인은 중얼거리다가 헛숨을 들이켰다.
그의 말에 말에 다른 무인들도 소름이 돋았다.
승선에 성공하면 진남은 인선 경지가 아니라 지선 경지에 이를 수도 있었다.
'진남의 진정한 실력은 대체 어느 단계일까?'
"이놈! 간이 부었구나. 규칙을 무시하다니! 어떤 사연이 있던 규칙은 규칙이니 어기면 안 된다. 장사, 영을 내려 저놈을 죽여야 합니다!"
남세선왕은 반응하고 호통쳤다.
"남세선왕의 말이 맞소. 장사 대인, 진남은 반드시 목을 쳐야 합니다. 아니면 천하 사람들이 비웃을 것입니다."
용현령도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했다.
"맞습니다. 목을 베야 합니다."
"진남은 무법천지입니다. 반드시 죽여야 마땅합니다."
"장사 대인들, 오늘 진남을 죽이지 않으면 사람들을 설득할 수 없습니다."
무상도통의 패자들과 무존천선, 설미천선 등 거물들은 정신을 차리고 살기를 드러냈다.
제일선 싸움에는 선고에서 승선한 무인만 참가할 수 있다는 규칙이 있었다.
진남이 조금의 신력만 선력으로 바뀌지 않았다고 하지만 승선에 성공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제일선 싸움에 참가한 것은 엄연히 규칙 위반이었다.
사실 규칙을 어긴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진남의 재능과 실력은 엄청났다.
남세서왕과 용현령 그리고 무상도통의 패자들은 두려움을 느꼈다.
오늘 진남을 제거하지 않으면 나중에 그들에게 위협이 될 게 분명했다.
부생선왕 일행은 그 모습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그들은 이 상황을 이미 예상했기에 가볍게 숨을 쉬고 자신들이 준비한 수단을 사용하여 위기를 풀어가려고 했다.
이때, 융왕장사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은 글자마다 천둥처럼 떨어졌다.
"진남, 무엄하다. 감히 승선에 성공하지 못하고 제일선 싸움에 참가하다니! 내 오늘 천허조교의 이름을 걸고 너를 죽여 구천선역의 무인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주겠다."
엄청난 살기가 용솟음쳤다.
산꼭대기 전체가 얼음에 빠진 것 같았다.
하늘 깊은 곳의 뇌겁 먹구름도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천허조교는 용현령과 줄곧 사이가 좋았다.
용현령에서 진남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릴 때 융왕장사에게도 신념을 전했기에 그는 직접 나섰다.
진남은 규칙을 먼저 위반했고 무상도통들도 그를 죽이려고 하니 융왕장사는 마침 분위기를 따라 그들에게 인심을 썼다.
부생선왕은 안색이 확 바뀌었다.
그는 장사가 직접 나서서 진남을 죽이겠다고 할 줄 생각지도 못했다.
무인들과 개세천재들 그리고 거물들도 진남이 순식간에 엄청난 적을 만들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융왕장사, 성격이 왜 이렇게 난폭하시오?"
위기의 순간에 풍화장사가 살짝 웃으며 은근히 주변에 가득한 살기를 없앴다.
"풍화, 자네 무슨 뜻이오? 저놈 편을 들어줄 거요?"
융왕장사는 엄한 목소리로 물었다.
예전에 풍화장사 때문에 그는 주목을 받지 못했기에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저놈을 편들어주다니? 자네는 무슨 말을 그리 듣기 싫게 하시오?"
풍화 장사는 고개를 저으며 살짝 웃었다.
"진남이 제대로 승선하지 못했지만, 인선 경지 구 단계요. 그리고 혼자서 마흔 명의 개세천재들을 상대했기에 제일선이라는 칭호는 그에게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오.
규칙은 사람이 만든 게 아니오? 융통성을 발휘할 줄 알아야지.
제일선이라는 게 무엇이오? 젊은이들 중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잖소. 이번 싸움에서 진남이 없으면 이 자리에 있는 개세천재들도 제일선이라는 칭호를 얻는 걸 부끄러워할 거요. 그러니 진남에게 죄가 있다고 하면 안 되오."
그의 말은 일리도 있었기에 무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풍화장사의 말에 동의하오."
줄곧 말을 아끼던 월절장사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풍화장사, 월절장사 어떻게……."
무상도통의 패자들과 거물들은 안색이 변했다.
"풍화, 자네는 뱀처럼 혀를 잘 굴리니 내가 말싸움에서 이길 순 없소. 하지만 규칙은 규칙이요. 난 오늘 반드시 진남을 죽일 거요."
융왕장사는 월절장사도 고개를 끄덕이자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는 아까보다 더 짙은 살기를 풍겼다.
"융왕, 진남을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궁우태황종에 선전포고하는 거나 마찬가지요."
풍화장사는 웃음을 거두고 기세를 확 바꾸었다.
온화하고 다정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패기가 하늘을 찌르고 맹수가 깨어난 것 같았다.
"풍화, 자네……."
융왕장사는 순식간에 안색이 굳었다.
무상도통의 패자와 거물들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남세선왕과 용현령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들은 풍화장사가 이토록 진남을 보호하려고 애쓸 줄은 몰랐다.
반면, 부생선왕 등과 구홍 등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풍화장사가 이 정도로 말했으니 융왕장사나 무상도통의 패자들이라 해도 여기서 진남을 죽이는 건 불가능했다.
이곳은 궁우태황종이었다.
풍화장사의 말은 어떤 의미에서 궁우태황종의 태도나 다름없었다.
"풍화, 좋소!"
융왕장사는 가까스로 마음속의 분노를 누르고 차갑게 말했다.
"오늘 발생한 일을 나는 사실대로 보고드릴 거요. 나중에도 자네가 계속 우기는지 보겠소."
다른 무상도통의 패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 비낀 분노가 그들의 속마음을 충분히 설명했다.
풍화장사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보고드리겠다고? 진남이 절세여제가 보호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면 누구라도 찍소리 못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