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1화 대체 얼마나 재능이 뛰어났길래
"진남, 이제 너를 궁우태황종까지 호송했고 너도 참전 영패를 가졌으니 개세천재들을 풀어줄 수 있느냐?"
무존천선과 설미천선은 낮게 말했다.
무인들은 그제야 진남이 수단을 써서 여러 무상도통의 거물들을 꼼짝 못 하게 했다는 것을 눈치챘다.
"저는 원래 개세천재들을 풀어줄 계획이었습니다. 다만 방금 보시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제가 참전할 때 그때 풀어주겠습니다."
진남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무존천선, 설미천선 등은 어이가 없어서 잔월천선을 힘껏 노려봤다.
잔월천선은 표정이 굳었다.
그가 고개를 숙였는데도 진남이 자신을 노릴 줄은 몰랐다.
"진남, 시간 낭비하지 말고 우선 궁우지계로 들어가거라."
부생선왕 등의 귀띔에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거물들과 함께 성지에서 나와 운소고도를 지나 궁우지계에 들어섰다.
* * *
궁우지계.
궁우태황종의 두 경계 중 하나였다.
다른 경계인 태황지계(太荒之界)는 천지의 더 깊은 곳에 은밀하게 존재하고 오직 태상장로, 핵심 제자 등급만 들어갈 수 있었다.
설령 패자가 동술을 펼친다고 해도 궁우지계만 보일 뿐 태황지계는 발견할 수 없었다.
상행천소선역에는 궁우태황종에 세 번째 소세계가 있고 경천대비밀을 간직하고 있어 오직 종주와 구천지존만이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었다.
진위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진 형, 우리 궁우지계 안에 수화선산(水火仙山), 팔언현호(八言玄湖), 정명고성(正明古城)이라는 세 개의 선복도지가 있습니다. 잠시 후, 진 형이 갈 궁우선산은……."
궁우지계에 들어서자 구홍은 세세히 설명했다.
진남은 설명을 들으며 주변을 살피더니 두 눈에 빛이 돌았다.
눈이 닿는 모든 곳에 선기가 드리워져 있고 빛이 났다.
웅장한 고전들과 성이 우뚝 자리하고 있고 선산령해, 동천복지 등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수많은 종문들이 종지를 소세계에 세웠다.
그러나 소세계 내부를 전부 꾸민 종문은 처음이었다.
반천맹도 칠요비선검의 자아공간에 있었지만 진짜 종지는 백여 개밖에 없고 방원 몇만 리밖에 되지 않았다.
'궁우지계가 이 정도면 태황지계는 대체 어떨까? 이게 무상도통이구나. 실력이나 저력을 쉽게 볼 수 없다.'
진남은 이제 패자가 왜 무상도통 앞에서는 하찮은 존재가 되는지 알 것 같았다.
잠시 후, 그들은 궁우선산을 찾았다.
궁우선산은 수만 년 전 구천지존이 만든 것이라 끝없는 현묘함과 끝없는 선력을 갖추고 기세가 대단했다.
천선 경지 거물도 이 앞에서는 작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이 산은 궁우지계 내에서 다른 세 개의 선도복지보다 훨씬 훌륭했다.
제일선 싸움은 이 산꼭대기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무상도통과 패자, 그리고 이번에 참전할 인선 경지들도 잠시 산 아래와 산 중턱의 선궁에 머물게 되었다.
"저게 진남인가?"
"내가 봤을 때는 별로인 것 같은데?"
진남 일행이 나타나자 많은 사람들이 시선을 돌렸다.
시선이 그들에게 쏠리고 여러 소리들이 들렸다.
진남은 그들을 알은체하지 않고 세 패자와 구홍, 서선지 등에게 인사를 하고 자신의 궁전으로 들어갔다.
그가 머무는 궁전은 몇백 개의 선진이 있고 선기가 짙었다.
선천옥(仙天玉) 침대에는 상처를 치료하는 성약들과 선주, 선차가 있었다.
진남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전신의 금동을 움직였다.
그는 선궁을 자세히 알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강한 힘에 막히자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생각을 접었다.
그는 심신을 보천정으로 가라앉혔다.
지난번에 대략적으로 연화를 했는데 보천정의 비밀과 거수 등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갔다.
진남이 삼대 패자와 십이 대 무상도통의 사람들의 호송을 받고 참전 영패를 가진 일은 만상선령에 쫙 소문이 나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
많은 무인들은 구경을 하고 싶어서 궁우태황종에 몰려들었다.
구천금선종은 이번에도 운라고성에서 도박판을 진행했다.
이번에는 맹구궁이 직접 판을 조직했다.
그는 사람들이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진남의 배율을 일 대 일점오로 조정했다.
많은 무인들이 판돈을 걸었다.
전에 아무도 쳐다보지 않을 때와 다른 세상이었다.
진남은 알아보던 도중에 식해가 격렬하게 흔들리고 무주궁도가 눈부신 빛을 뿜었다.
색깔이 다른 돌이 가운데서 떠올라 도의를 풍겼는데 이상하리만치 아름다웠다.
"드디어 나왔구나."
진남은 기뻐서 신념으로 살폈다.
공법의 이름들을 확인한 진남은 흥분되었다.
태연무생묘법진경총강(太衍無生妙法眞經總綱), 제불보제진경총강(諸佛菩提眞經總綱), 십욕도경총강(十欲道經總綱), 천허문묘고경총강(天虛問妙古經總綱), 삼청일기현결총강(三淸一氣玄訣總綱), 주도대법총강(誅道大法總綱), 윤회도전총강(輪回道典總綱), 승천비문총강(承天碑文總綱).
도합 아홉 개의 문도법 총강이었다.
구천선역에서 수많은 무인들이 꿈에도 그리는 무상지법이었다.
이재 아홉 개의 문도법의 총강을 다 연마하면 구궁금선종과 벽천고교의 문도법만이 남았다.
한 사람이 열한 개의 무상도통의 문도법을 연마했다고 소문이 나면 마흔여 명의 개세천재를 진압한 것보다 더 크게 난리가 날 것이었다.
"후, 벌써 하루가 지났다. 아직 나흘이 남았으니 빨리 연마하자. 대전이 시작되기 전에 많이 할수록 좋다."
진남은 두 눈에 불이 튕겼다.
그는 자신의 의지를 최대로 사용하여 일심사용했다.
먼저 전도선전, 태연무생묘법진경총강, 제불보제진경총강, 십욕도경총강을 연마했다.
진남은 방금 승선한 무인들에 비해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있어 이렇게 많은 문도법을 연마하지 않아도 제일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싸움은 그에게 무척이나 중요했다.
어떤 의외의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용납할 수 없었다.
진남은 제한된 시간에 최선을 다해 자신의 실력을 강화해야 했다.
진남은 전도선전이야말로 기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전도선전은 완벽한 대도였다.
다른 문도법은 그저 총강일 뿐이었다.
쿵-!
몇 시진이 지나고 진남은 문도법을 점점 깨달았다.
그의 몸에서 네 개의 기운이 솟구치고 네 개의 빛이 어두워졌다 꺼졌다 했다.
커다란 궁전에 폭풍이 휘몰아치며 윙윙 소리를 냈다.
방음선진과 단절선진을 쳤으니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거물들을 놀라게 할 뻔했다.
* * *
닷새 후.
진남은 온몸에 태연무생의지, 제불보제의지, 십욕의지 등이 흘렀다.
마치 세 마리의 절세신룡이 위아래가 없이 싸우는 것 같았다.
사흘 전, 진남은 세 문도법의 총강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 뒤로 사흘 동안 진남은 비범한 재능으로 온 힘을 다해 전도선전을 연구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진리도 느끼지 못했다.
"전인성(戰印成), 역도행(逆道行)."
진남은 눈을 번쩍 뜨고 양손으로 만법인을 만들었다.
그의 뼈와 영혼에서 엄청난 전의가 전도의지로 변했다.
진남은 마치 대도의 천적이 된 것 같았다.
그가 하는 모든 일과 말들이 허무한 대도를 부수기 위한 것 같았다.
쿵-!
어둠 속에서 커다란 틈이 벌어졌다.
실체를 이룬 전도의지가 내려와 진남의 몸속으로 들어가더니 단전에서 융합되었다.
마지막에 전도의지는 손바닥만 한 전단이 되었다.
전단이 모이는 순간 진남의 몸에서 풍기던 세 개의 도의는 어떤 진압을 받은 것처럼 빛을 잃었다.
진남의 몸과 전신의 금동 그리고 단천도는 사슬이 풀린 것처럼 새롭고 강한 힘을 풍겼다.
전신은 주선제오인이었다.
그의 몸과 융합이 되었으니 진남이 얻을 수 있는 것이 훨씬 많아야 했다.
그러나 진남의 경지가 낮고 단계가 낮아 몸 안의 잠재력을 깨울 수 없었다.
전도선전의 출현은 열쇠 같았다.
진남이 깊이 느낄수록 몸 안의 힘이 더 많이 열렸다.
즉, 진남이 전도선전의 총강을 깨달았으니 그의 전력은 더 강하게 탈바꿈이 되었다.
"전도선전은 역시 광세(曠世)의 도이다. 다른 문도법은 총강을 장악한다고 해서 실제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는데 전도선전은 내 몸에 전단을 만들었다."
진남은 예전의 전신에 대해 그는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대체 얼마나 재능이 넘쳐났기에 이런 문도법을 창조할 수 있었던 걸까?'
둥-!
이때, 무거운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늘에서 전해지는 것처럼 궁우지계 전체에 울려 퍼지고 무인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사람들은 저도 몰래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제일선 싸움이 정식으로 시작되었다. 싸움에 참가할 무인들은 참전 영패를 들고 선산 꼭대기의 궁우도장으로 모이거라. 구경하실 분들도 영패를 가지고 자리에 앉으시길 바랍니다."
"운라고성의 도우들, 얼른 궁우지계로 오너라. 세 시진 후에는 입장이 불가하다."
위엄 있는 목소리가 어디선가 울려 퍼졌다.
진남은 두 눈에 불꽃이 튀었다.
그는 기세를 거두고 정원에서 나왔다.
밖에는 구홍, 만소, 서선지, 혈안인선 등이 이미 와 있었다.
부생선왕 등 패자들은 귀빈이라 이미 입장했다.
무존천선, 설미천선 등은 진남에게 와서 개세천재들을 구하려고 했지만 반드시 입장해야 했기에 오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열흘 넘어 기다렸기에 하루 정도는 더 기다릴 수 있었다.
* * *
진남 일행 다섯은 무인들과 함께 산꼭대기에 이르렀다.
우선 그들의 눈에 띄는 것은 방원 이십만 장이 되는 커다란 도장이었다.
도장은 궁우선석으로 만들었는데 인선 정상의 경지인 무인들도 그곳에 흔적을 남길 수 없을 정도로 단단했다.
만일의 경우 부서지기라도 하면 그 아래에 몇백 개의 선도 대진이 엄청나게 순수한 힘으로 회복시킬 수 있었다.
도장의 양옆에는 선룡자(仙龍紫) 의자와 금룡옥(金龍玉) 의자, 청룡목(靑龍木) 의자, 백옥(白玉) 의자가 순서대로 있었다.
백옥 의자와 청룡 의자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금룡옥 의자와 선룡자 의자에는 이미 절반 정도 자리했다.
무존천선, 설매천선 등은 금룡옥 의자에 앉아있었다.
"이렇게 많은 거물과 패자들이 모였어?"
진남은 고개를 들고 살피더니 깜짝 놀랐다.
부생선왕 등 옆에 패자들이 적어도 서른 명은 와 있었다.
그들은 아무런 기세를 풍기지 않았지만 진남은 그들의 엄청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무존천선 등급의 거물들은 더 많았는데 거의 백 명이 되었다.
십삼대 무상도통 외에도 패자 세력의 천선들과 수많은 무인들 그리고 다른 세력의 사람들도 있었다.
"저 청년이 진남인가?"
패자들은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진남을 힐끗 살폈다.
여러 세력의 장로들도 신념을 전달했다.
"네, 저자가 진남입니다. 전에 상행소선역에서 이름을 좀 날렸습니다. 그 뒤로……"
장로들은 알고 있는 정보를 전부 전달했다.
"진남, 우리도 가서 앉자."
만소는 재촉하며 뭔가 찔리는 듯 위를 힐끔 살폈다.
패자들 중 호탕하게 웃는 눈썹이 진한 사내가 그의 아버지인 금시붕왕 이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두 개의 한의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패자들 중에서 남세선왕이 무표정하게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또 거물들 중에 본적이 없는 중년 사내가 웃음기 가득해서 진남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중년 사내는 줄곧 진남을 죽이려고 했던 용현령이 분명했다.
진남은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로 갔다.
그의 자리는 청룡목 의자 백팔십구 번이었다.
사방에서 빛이 날아와 자리를 채웠다.
성대한 광경이 점점 형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