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0화 그때 풀어주겠습니다
진남이 있는 곳에서 궁우태황종까지 가려면 닷새가 걸렸다.
그때가 되면 여러 무상도통의 문도법도 거의 연화가 될 것이었다.
'저자는 역시 비범하다. 열두 개의 무상도통을 마주하고도 패기가 넘치는구나.'
맹구궁은 두 눈에 빛이 스치고 마음속에 의혹이 생겼다.
'왜 진남은 개세천재들을 풀어주지 않는 걸까? 그냥 그들을 미끼로 열두 개의 무상도통에 보복을 하는 걸까?'
"진남, 네가 한 짓이 있는데 우리보고 널 호송해달라고?"
무존천선, 설미천선 등 거물들은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진남, 방금 한 말을 취소하고 개세천재들도 계속 진압할 필요가 없으니 저들에게 돌려주거라. 아니면 무상도통들에게 전부 미움을 받을 수 있다."
부생선왕 등은 진남이 강하게 나오자 신념을 전했다.
"선배님들, 저는 풀어주지 않을 겁니다. 지존동부의 깊은 곳에서 벌어지는 이변에 아직은 그들이 필요합니다."
진남의 말에 부생선왕 일행은 침묵했다.
진남의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떠나 그들은 계속 입을 열 수 없었다.
"다섯을 셀 동안 고민하십시오. 제 요구를 승낙하지 않으시면 승낙할 때까지 개세천재들을 죽이겠습니다. 하나, 둘, 셋……."
진남은 여전히 차가운 말투였다.
"좋다. 네 요구를 들어주마."
무존천선, 설미천선 등 거물들은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그들은 이 도박을 할 수 없었다.
진남이 진짜로 손을 쓴다면 그들도 엮여서 엄벌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 선마도세를 하십시오."
진남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결국 거물들은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맹세를 했다.
"진남 도우,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어?"
서선지는 씁쓸하게 웃었다.
구홍, 만소, 혈안인선 등은 그녀와 같은 생각이었다.
진남은 여러 개세천재들이 승선을 할 수 없게 했지만 결국 개세천재들이 실력이 부족한 탓이 컸다.
여러 무상도통들은 기분이 상해도 진남을 죽이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이 이 지경까지 되면 제일선 싸움이 끝나고 여러 무상도통에서 진남을 죽이려고 달려들 것이다.
"걱정 말거라. 다 이유가 있어서 이러는 거니."
진남은 진지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는 여러 거물들에게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무존천선, 설미천선 등 거물들은 콧방귀를 뀌더니 날아갔다.
"너희들은 유월도성의 일을 처리하거라. 그리고 구궁금선종은 진남을 공격할 필요가 없다. 내가 직접 하겠다."
맹구궁은 신념을 전하고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그는 진남의 경지가 대체 어느 정도길래 이렇게 엄청난 일을 벌였는지 알고 싶었다.
* * *
같은 시각, 만상선령.
한 소식이 구천선역의 반을 휩쓸었다.
"뭐라? 쇠신 진남이 혼사서 마흔여 명의 개세천재들이 승선할 수 없게 했다고?"
"와, 진짜야?"
"허, 그놈 참 위험하구나."
"유월도성에서 도박에 참가한 무인들은 모두 네 배의 배상금을 받았어?"
"이 지경까지 하려면 엄청난 수단을 사용했을 거다. 경지만으로 불가능한 일이야."
"어떤 수단을 사용하고 어떤 법보를 사용했던지 결국은 개세천재 마흔여 명을 진압했어."
무인들은 충격을 받았다.
패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양계의 싸움에서 진남의 명성은 엄청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
천지칠자들의 명성보다 훨씬 높았다.
그는 상고의 '액운지체'이고 차하계에서 비승한 자라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전부 알려졌다.
"진남."
이미 승선한 개세천재들과 남세선왕 등 거물들은 두 눈에 전의가 떠오르거나 살기가 떠올랐으며 일부는 살기를 풍기기도 했다.
"하하, 제일선 싸움이 재미있어지겠구나."
많은 무인들과 거물들은 곧 열릴 제일선 싸움에 기대를 하게 되었다.
* * *
같은 시각, 음양소세계의 양계.
얼마 전까지 첩혈성지의 전장엔 커다란 싸움이 벌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없이 적막하고 바닥에는 잔해와 혈흔이 남았다.
슉-!
남루한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신비한 사람이 나타나 앞을 살폈다.
그는 머리카락이 온통 흰색이고 등이 굽었다.
그의 동공은 이상했는데 때로는 꽃 모양이 되고 때로는 나무 모양이 되었다.
"선배님을 뵙습니다. 무슨 분부가 있으셔서 이곳에 오셨습니까?
남자와 여자가 나타나 포권하고 인사를 올렸다.
그들은 두 눈에 두려움과 의혹을 드러냈다.
그들은 양계와 음계의 영들이었다.
진남 등 무인들이 들은 위엄 있는 목소리는 바로 양계의 영이었다.
"진남의 모든 일들을 나에게 알려다오."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게 선배님……. 우리가 알려주기 싫은 게 아니라 처음에 저희는 선고에서 벌어진 모든 것을 발설하지 않기로 규칙을 세웠습니다."
양계의 영은 쓴웃음을 지었다.
동시에 그는 의혹이 짙어졌다.
그는 진남이 마음에 들었기에 순조롭게 보천정을 가져가게 했다.
이제 진남이 강해지면 그는 진남에게 두 가지 일을 부탁할 생각이었다.
'금방 승선한 진남이 어떻게 강제로 선고에 뛰어든 이 강자와 엮인 걸까?'
"너에게 열 개를 셀 동안 고민할 시간을 주마. 만약 답하지 않는다면 후과는 스스로 감당하거라."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는 여전히 무덤덤한 말투였다.
"선배님, 죄송합니다. 돌아가십시오."
음계의 영과 양계의 영은 안색이 살짝 차갑게 변했다.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의 속내를 그들은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선고의 영인 그들은 경지가 패자와 비슷하고 수많은 상고의 비밀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한 번도 이렇게 위협당한 적이 없었다.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는 둘을 힐끗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마르고 큰 손을 뻗어 잡았다.
엄청난 기세에 음양소세계가 흔들렸다.
"……!"
음계의 영과 양계의 영은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들은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가 이렇게 강할 줄 몰랐다.
그들이 반응하기 전에 마르고 큰 손에 잡혀 머리가 하얗게 되고 영지가 사라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는 손에 힘을 풀었다.
양계의 영과 음계의 영은 시체처럼 바닥에 축 늘어졌다.
"전신, 네가 끝내 찾아냈구나……."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는 중얼거리더니 이상한 웃음소리를 냈다.
그의 두 눈에 나무 모양의 허영이 점점 빠르게 변하더니 그는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 * *
시간은 흘러 닷새 후 운라고성(雲羅古城).
이 성은 궁우태황종의 스물세 개의 고성 중 가장 컸다.
운라고성은 상고천선지기이고 도기 바로 아래 단계였다.
보통은 궁우태황종의 제자여야 이곳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궁우지계와 가장 가까운 탓에 제일선 싸움이 진행되는 동안은 다른 무인들도 들어올 수 있었다.
제일선 싸움은 여러 무상도통의 패자들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구경하러 와서 성대하게 진행이 되었다.
커다란 성안에는 수많은 무인들이 모여있었다.
내력이 신비하고 경지가 대단한 거물들도 있었다.
* * *
"이번 제일선 싸움에 모여든 무인들은 예전보다 훨씬 많아. 과연 진남이 제일선이라는 이름을 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신기가 가득한 주루에서 백발의 무인이 의문을 표했다.
많은 무인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절세여인이 나타난 후로 오천 년이 지나고 엄청난 개세천재들이 나타났지만, 감히 제일선이라는 이름을 달지 못했다.
구천선역에서 인정하지도 않았다.
"기대하지 말거라. 진남이 음양소세계의 비밀을 이용하여 마흔여 명의 개세천재를 진압했기에 이번에 참가하러 온 것일 수도 있다."
온 얼굴에 상처가 있고 악기가 가득한 노인이 차갑게 웃었다.
사람들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한 방에 마흔여 명의 개세천재를 진압한 일이 천하를 떠들썩하게 했지만, 진남은 열한 개의 무상도통과 구궁금선종의 미움을 받았다.
진남은 차하계에서 온 무인인데 이렇게 큰 사고를 누가 해결해주겠는가?
"오늘이 참전 영패를 얻을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진남이 아직도 못 온다면 희망이 없다."
한 무인이 늘어져서 담담하게 말했다.
사람들은 시선이 날카롭게 변했다.
천지칠자들 중 여섯이 모두 참가해서 볼거리가 가득했다.
그러나 이번에 멀리서 달려온 무인들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진남이 어떤 경지인지 궁금했다.
"진남이다! 진남이 왔어!"
이때, 놀란 목소리가 거리에 울려 퍼졌다.
천선 경지의 무인은 앞서 유월도성에서 진남 때문에 크게 벌었다.
덕분에 그는 진남에게 고마웠고, 그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뭐? 진남이 왔다고?"
"십이 대 도통에서 그를 가만히 뒀어?"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의혹이 가득해서 쳐다봤다.
성문 위쪽에 붉은색 머리카락의 청년이 천천히 걸어왔다.
수많은 시선에도 그는 안색이 그대로였다.
"진남, 배짱이 크구나! 감히 운라고성의 위쪽에서 날다니. 네가 궁우태황종을 안중에 두지……."
호통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잔월천선이 성의 끝에서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는 겉으로는 화를 냈지만 몰래 비웃었다.
유월도성에서 진남 때문에 그는 체면이 바닥을 쳤던 일을 마음에 담고 있었다.
이제 진남은 십이 대 무상도통의 미움을 샀으니 잔월천선은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그는 시비를 걸어 진남을 단단히 혼내주려고 했다.
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그는 안색이 확 바뀌었다.
진남의 뒤에 부생선왕 등이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무상도통의 거물들도 있었다.
모두가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부생선왕 일행이나 무상도통의 거물들 모두가 진남이 순조롭게 제일선 싸움에 참가하기를 바랐다.
그들은 다른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랐다.
"세 패자?"
"저건 여러 무상도통의 거물들이잖아?"
"저자는 맹구궁이잖아? 왜 진남을 따라온 거지?"
성안의 무인들은 엄청난 장면을 보자 헛숨을 들이켰다.
이런 결과는 그들의 예상을 확 뒤집었다.
일부 신비한 자들과 강한 무인들은 상황을 파악하고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진남은 위험을 풀어내는 능력이 보통이 아니구나.'
"잔월, 멍하니 서서 뭐 하시오? 빨리 제일선 싸움의 규칙을 진남에게 알려주고 참전영패를 주시오."
진남의 뒤에서 홍우태황종의 태상장로가 호통쳤다.
"네? 아! 네, 네."
잔월천선은 대답하고 낡은 영패를 건넸다.
진남은 힐끗 보더니 영패를 받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잔월 장로, 아직도 저를 미워하시는가 봅니다? 닷새 동안 나를 공격하지 않겠지요?"
동시에, 부생선왕과 여러 무상도통의 거물들은 시선이 더 차갑게 변했다.
잔월천선은 몸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많은 거물들의 시선에 그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
"그, 그럴 리가 있느냐?"
잔월천선은 억지로 웃었다.
그는 천선 경지 거물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럼 됐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영패를 받았다.
구홍, 서선지, 혈안인선 등은 제일선 싸움에 참가할 생각이 없었다.
진남의 실력을 가장 잘 아는 자들이라 싸움에 참가해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만소는 처음에는 한 번 해보겠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결국 감히 신청하지 못했다.
그가 탈것이 된 사실을 아버지가 안다면 산 채로 껍질을 벗겨버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