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6화 선물 같다
"극생파검살(極生破劍殺)!"
"태연무생진경!"
임청파, 정천기, 나염 등 개세천재들은 순식간에 대단한 수단을 드러내 수신량에게서 멀지 않은 곳으로 날아가 환신을 격파하려 했다.
"육환신(六幻神)!"
수신량이 법인을 바꾸자 열두 명의 환신은 순식간에 여섯 명으로 융합되었다.
환력 등이 점차 강해졌다.
그는 비아냥거리기 좋아하지만 미련하지 않았다.
이렇게 많은 개세천재들 앞에서 한꺼번에 열두 개의 수선도를 가져가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었다.
좀 전의 행동은 속임수였다.
그는 여섯 개만 가져가려 했다.
"아차!"
임청파 등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수신량의 수법은 변화가 너무 빨랐다.
막을 수 없었다.
'저자가 여섯 개를 가져가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하나?'
쿵-!
이때 열두 개의 힘이 뭉쳐 이루어진 금색 큰 손이 허공에서 뻗어 나와 수선도를 잡아갔다.
큰 손은 번개처럼 빨랐다.
"여러분, 이 그림들은 내가 가져가겠다."
진남은 붉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남?"
임청파, 수신량, 나염 등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진남이 드러내지 않은 수가 있을 줄 몰랐다.
또 비장의 수가 이렇게 강한 능력이 있을 줄도 몰랐다.
"진남, 너 간이 부었구나. 혼자 모든 수선도를 가지겠다고?"
정신을 차린 임청파는 안색이 싸늘해졌다.
거룡 같은 극생의지가 그의 주위를 감돌았다.
"진남, 감히 내 물건도 빼앗느냐?"
수신량은 화를 내며 말했다.
"여러분, 긴말하지 말고 연합하여 저자를 죽입시다!"
'너무하잖아. 나는 수선도를 여섯 개만 가져가려 했다. 그런데 한꺼번에 열두 개를 다 가져가려 하다니?'
"죽여라!"
정천기, 나염 등 개세천재들은 바로 공격을 펼쳤다.
하늘 가득한 선술이 수많은 용이 헤엄치는 것처럼 진남을 향해 포효하며 날아왔다.
일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그들은 숨기지 않고 자신의 전부의 실력을 드러냈다.
"대룡횡천!"
진남은 물러서지 않고 태고의 용으로 변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과천일격!"
진남은 다시 살초를 드러내 다른 곳을 공격해 개세천재들을 모두 격파하려 했다.
"진남, 너의 그 술법은 영원히 쓸 수 없을 거다."
위급한 상황에 임청파가 날아와 번개처럼 공격을 펼쳤다.
"극생대도, 유리팔묘탑(琉璃八妙塔)!"
몇만 개의 극생의지와 몇만 개의 옥광이 동시에 진남에게서 떠올라 고탑을 이루었다.
고탑은 크지 않고 투명하고 희미했다.
멀리서 보면 진남은 탑의(塔衣)를 걸치고 있는 것 같았다.
"응?"
진남은 의아했다.
이 고탑은 그에게 아무런 상처도 입히지 않았다.
또 그의 신력과 도광에 영향을 주지도 못했다.
그러나 무엇 때문인지 그는 과천일격을 펼쳐낼 수 없었다.
"구극명신(九極明神)!"
"멸선왕추(滅仙王錘)!"
"대파난법(大破亂法)!"
나염, 정천기 등 개세천재들은 순식간에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들이 배운 문도지법과 최강선술을 드러내 진남을 공격했다.
"붕멸전도!"
진남은 붉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더니, 천지를 뒤엎는 살기를 마주하고도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의지를 칼끝에 모아 허공을 내리쳤다.
"진남, 네가 졌다."
이때, 진남의 등 뒤 몇십 장 되는 곳에 수신량이 나타났다.
그는 몸집이 부풀어 올라 높이가 구백여 장 되는 환신으로 변해 진남을 내려다봤다.
화르륵-!
수신량은 큰 손을 뻗어 허공을 잡았다.
그리곤 허공에서 천하의 모든 신광을 모은 것 같은 창을 뽑아 진남을 찔렀다.
창은 위력이 놀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때가 매우 완벽했다.
진남이 아니라 인선 경지나 지선 경지의 무인이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미처 피하거나 막지 못했을 것이다.
펑-!
창이 떨어지면서 큰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수신량은 눈을 찌푸렸다.
창끝은 천산에 부딪힌 것처럼 그가 아무리 신력을 움직여도 조금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
임청파, 나염 등 개세천재들도 어안이 벙벙했다.
'진남은 아무런 법보도 드러내지 않고 막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창이 허공에 멈춰 섰지?'
"내가 졌다고?"
진남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두 개의 의지가 그의 체내에서 용솟음쳐 사방을 흔들었다.
"대전은 방금 시작되었다."
궁우태황경, 극생문도진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 너 두 가지 문도법을 수련했어?"
임청파, 수신량, 나염 등 개세천재들은 경악했다.
무상도통은 엄청난 수단을 사용하여 자신들의 문도법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만들었다.
또, 진남은 차하계에서 비승한 무인이라 종문이나 문파에 소속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두 개의 문도법을 수련했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건 극생의지?"
임청파는 단번에 알아차리고 화가 나서 물었다.
"진남, 너 대체 누구냐? 어떻게 극생대도진경을 수련한 거냐?"
다른 궁우태황종의 개세천재도 놀라더니 금세 화를 내며 물었다.
"구홍이 문도법을 너에게 전수한 것이냐?"
그는 구홍과 진남 사이를 잘 알고 있었다.
"너희들은 궁금한 게 참 많구나."
진남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눈부신 도광이 번쩍이더니 궁우태황의지와 극생의지가 무형의 힘을 받은 것처럼 변화를 일으켰다.
크라아아-!
두 개의 용이 포효했다.
그리고 붉은색과 청색의 도룡형상이 나타나 진남의 어깨 위에 자리를 잡았다.
엄청난 위압감이 바람처럼 휘몰아쳤다.
보천정과 싸우는 중이었던 거수도 놀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사방천황(四方天荒), 극생도술(極生刀術)."
진남은 힘껏 공격했다.
달 모양의 도기가 하늘로 솟아올라 선술들을 부수고 사람들을 베었다.
문도법은 공법이라 선술과 달랐다.
공법은 진정한 대도가 되어야 살초로 사용할 수 있었다.
다만, 문도법의 대강만 수련했다면 절반을 익혔어도 의지를 선술에 보태 변화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즉, 진남처럼 극생의지를 천황도술에 융합하여 엄청난 파괴력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문도법을 가장 깊이 연마해 깨달음을 얻으면 스스로 묘법을 만들 수 있었다.
"극도천조."
임청파는 반응하고 금술을 사용했다.
수많은 극생의지가 용솟음치더니 웅장한 형상으로 변했다.
이 선술은 사용하는 자가 스스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임청파는 이제 수선도뿐만이 아니라 극생문을 위해 싸워야 했다.
진남은 주먹을 날렸다.
퍽-!
웅장한 형상은 신위를 펼쳐보지도 못하고 엄청난 힘에 맞아 산산조각이 났다.
임청파는 여파에 맞아 피를 왈칵 토했다.
가슴팍이 찢어진 그는 뒤로 날아가 부서진 허공에 부딪혔다.
역기지체를 수련한 진남은 힘이 두 배로 늘었다.
게다가 그는 두 개의 문도법을 수련한 덕분에 엄청나게 강해졌다.
이제 진남은 인선 경지 일 단계의 개세천재들을 쉽게 이길 수 있었다.
"극생붕멸인(極生崩滅印)."
진남은 살초를 멈추지 않았다.
그가 손을 내리치자 다섯 개의 시커멓고 파괴력이 강한 손 모양이 날아가 다섯 개세천재를 때렸다.
호되게 얻어맞은 개세천재들은 신음을 흘리더니 기운이 점차 쇠약해졌다.
또, 진남은 손가락을 튕겼다.
무주궁도가 다시 펼쳐지면서 흡입력을 뿜었다.
개세천재들은 이내 손으로 막았지만 결국 무주궁도에 빨려 들어갔다.
"진남! 네가 두 가지 문도법을 수련했다고 해도……!"
나염은 정신을 차리고 고함을 질렀다.
그는 정천기, 도복청원자, 고진일 등 다섯 개세천재와 다시 연합하여 엄청난 살기를 드러냈다.
두 개의 문도법에 그들은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개세천재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시끄럽다."
진남은 장도를 휘둘렀다.
방대한 도의가 나염 등을 감싸고 서서히 목을 조여왔다.
'극생지만공절살(極生之萬空?殺)!'
진남의 술법은 무척이나 기이했다.
나염 등은 빠르게 반응했지만 결국 중상을 입었다.
그들이 숨을 돌릴 새도 없이 도록이 그들 위로 날아왔다.
나염, 정천기 등도 무주궁도에 빨려 들어갔다.
"궁우전권(穹宇戰拳)!"
진남은 임청파 위쪽으로 날아갔다.
임청파가 선술을 사용하자마자 진남의 권의가 다시 쏟아졌다.
엄청난 권의에 허공도 부서졌다.
천지칠자인 임청파는 수많은 비장의 수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권의에 두 번 맞으니 온몸에 피를 흘리고 기세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허허, 고작 두 개의 문도법을 수련하고 건방지게 구느냐? 네가 만환대전(萬幻大典)을 연마했어도 나는 너를 쉽게 죽일 수 있……."
수신량과 두 개세천재는 솜털이 곤두서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고질병이 도진 수신량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빈정거렸다.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그는 말없이 허공으로 날아올라 수신량 등에게 주먹을 몇만 번 휘둘렀다.
셋을 상대하는 데 주먹 세 방이면 충분했다.
진남은 수신량이 일부러 비아냥거린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화가 났다.
"진남, 네 이놈……!"
수신량은 만환대전을 펼쳤다.
옆에 있던 두 개세천재는 기가 찼다.
그들은 수신량 때문에 매를 더 맞았다.
"아악-!"
수신량의 욕설은 곧 비명으로 바뀌었다.
그는 허공에서 보천정 입구까지 떨어지며 얻어맞은 뒤 무주궁도로 사라졌다.
보천정과 싸우던 거수는 그 모습을 보자 후련했다.
진남은 기운이 점차 평온해졌다.
짧은 시간 동안 그는 임청파 등을 전부 무주궁도에 넣었다.
무주궁도에는 이제 서른여덟 명의 개세천재가 있었다.
승선 싸움에 참가하려고 온 무인들 절반이 무주궁도에 갇혔다.
"보천정, 네가 영성이 있다는 것을 안다. 내 실력도 확인했지? 나를 이길 자는 없다. 또 백서른 개의 종주지부도 얻었다. 이제 그만 나에게 연화되지 않겠느냐?"
진남은 물었다.
백 개의 종주지부를 얻고 한 시진 동안 지켜내야 제일종을 결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할 수 있다면 진남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저자라면 괜찮을 것 같다."
거수는 진남을 잠깐 살피더니 여유롭게 말했다.
거수는 기운을 거두고 보천정과 싸우지 않았다.
웅-!
방대한 보천정은 다시 진동했다.
마치 진남의 말에 동의하는 것 같았다.
"걱정 말거라. 나에게 연화되면 절대 네 이름에 먹칠하지 않으마."
진남은 공수를 했다.
그리고 손가락을 튕겨 그의 의지가 담긴 정혈을 보천정에 주입했다.
엄청난 위압감이 다시 하늘을 휩쓸었다.
수많은 이상들이 하나둘 사라졌다.
"진남, 죽어라!"
이때 갑자기 외침이 울려 퍼졌다.
멀리서 다섯 개의 빛이 빠르게 날아왔다.
외침을 친 사람은 사인선이었다.
그는 선부(仙符)를 사용하여 사라진 후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진남은 여러 개세천재들과 싸우느라 지금쯤 힘을 다 뺐을 것이다. 진남의 경지가 아무리 강해도 지금 공격하면 우리를 막을 수 없다.'
사인선을 제외한 네 사람들 중 한 명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그는 기운이 방대하고 아름답게 생겼으며 피부가 하얀 것이 여인 같았다.
그는 맹구궁의 승선방에서 서열 이 위를 차지한 화간도였다.
화간도는 몸을 숨기고 있었는데 우연히 사인선에게 발견되어 둘은 손을 잡고 연합하기로 했다.
"응? 임청파 일행은 어디로 갔어?
사인선과 화간도는 가까이 다가오고야 뒤늦게 눈치채곤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곳은 이상하다. 빨리 자리를 뜨자!"
화간도는 반응이 빨랐다.
그는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바로 최강둔술을 펼쳤다.
"가려고? 이미 늦었다!"
진남의 기세가 다시 폭발했다.
그는 순식간에 다섯 사람 앞에 나타났다.
이들 다섯은 마치 선물 같았다.
무주궁도에 서른몇 명의 개세천재가 잡혔지만, 천허조교와 윤회종 사람은 아직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