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4화 속으면 안 돼
"아차!"
진남을 공격했던 무인들과 세 명의 개세천재는 안색이 크게 변했다.
개세천재들은 망설이지 않고 멀리 날아갔다.
화르륵-!
진남은 구멍에서 날아 나와 백 개의 도기를 드러냈다.
비명이 울려 퍼지며 무인들이 연달아 죽었다.
"너희들은 이 다섯 개의 진도를 동시에 느끼거라."
진남은 손가락을 튕겨 다섯 개의 진도의 현묘함을 몇백 명의 무인들의 머릿속에 주입했다.
"종주, 감사합니다!"
무인들은 정신이 들고 기세가 높아졌다.
"저자의 종문 제자들을 잊고 있었어."
콧방귀를 뀌던 무인들과 개세천재들은 이 광경을 보자 마음이 무겁고 무력해지기 시작했다.
'진남은 경지가 대단하다. 게다가 낙하종의 제자들 그리고 만소와 그의 제자들이 도와준다. 어떻게 막지? 임청파, 수신량 등이면 몰라도 우리는 아무 희망이 없다.'
휙-!
그들이 생각에 잠겼을 때 진남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신출귀몰하며 매번 전승이나 기연의 대부분을 주머니에 넣었다.
무인들이나 개세천재들이 어떤 진법을 치고 어떤 대책을 세워도 진남의 걸음을 막지 못했다.
"흥, 사인선을 격파시켰을 뿐인데 설마 자신이 무적이라고 생각하고 전승과 기연을 전부 혼자 가지려는 건가?"
수신량은 차가운 눈빛으로 진남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그의 휘하의 제자들이 얻을 뻔했던 몇 개의 전승이나 기연을 진남이 모두 빼앗아갔다.
그는 불만이 생겼다.
그뿐만 아니라 정천기와 나염도 줄곧 진남을 주시하고 있었다.
정천기는 진남과 제대로 싸워 우열을 가리고 싶었다.
나염은 처음부터 진남을 아니꼽게 생각했다.
다만 함부로 손을 쓰지 못했다.
"진남,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 나중에 모든 개세천재들의 분노를 일으킬 거야."
만소는 날아와 겁먹은 듯 말했다.
그의 말대로 나중에 진남이 막지 못하면 그까지 봉변을 당할 수 있었다.
이에 진남이 말하려는데 이변이 일어났다.
우르릉-!
방대한 첩혈성지에 길이가 삼만여 장 되고 넓이가 삼천여 장 되는 커다란 틈이 생겼다.
틈에서 수많은 강기가 뿜어져 나왔다.
"어떻게 된 거지?"
진남, 임청파, 수신량 등 개세천재들과 몇십만 명의 무인들은 어안이 벙벙하여 저도 모르게 바라봤다.
오랜 기운이 가득한 방대한 선광이 틈에서 반짝거리며 뿜어져 나왔다.
태고 우주에서 온 것 같은 오래된 흑정(黑鼎)이 선광과 함께 조금씩 솟아올라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오래된 흑정은 매우 컸다.
위에 신마의 형상이 새겨져 있었다.
신마의 형상은 살아있는 것처럼 차가운 눈으로 모두를 바라봤다.
흑정에서 뿜어져 나온 위압은 첩혈성지 전체를 덮었다.
무인들이나 개세천재들이나 뼈를 에는 듯한 한기를 느끼고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설마 보천정?"
"보천정? 보천정이 어떻게 앞당겨 나타났지?"
개세천재들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얼굴에 의문이 드러났다.
보천정은 이번 양계에서 가장 큰 기연이었다.
백종대전에서 제일종이 된 종주만이 보천정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도리대로라면 보천정은 응당 백종대전이 끝난 후에야 나타나야 했다.
"설마 백남지화 때문인가?"
진남은 바로 눈치챘다.
백남지화의 보이지 않는 힘은 어디든 존재했다.
여러 가지 규칙이 정해진 양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보천정은 여전히 천천히 솟아올랐다.
하늘 끝에 도착해서야 멈췄다.
커다란 첩혈성지에도 이변이 또 일어났다.
선광과 이상이 연달아 나타나기 시작했다.
선광과 이상들은 모두 첩혈성지가 갖고 있던 전승과 기연들이었다.
보천정이 나타나자 그것들도 앞당겨 나타난 것이었다.
"전승과 기연이 진짜 많구나!"
"적어도 몇천 개는 될 것 같아."
"장로, 우두커니 서서 뭐 합니까? 어서 손을 쓰십시오!"
십만 명의 무인들은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빠르게 반응했다.
그들은 정신이 번쩍 들고 투지가 격앙되어 동시에 보천정으로 날아갔다.
장면이 매우 성대했다.
왜 이상이 나타났는지 그들은 전혀 관심 없었다.
그들은 전승과 기연을 얻으면 신에서 선으로 진급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밖에 몰랐다.
"만소, 여러분 함께 공격하거라. 명심하거라. 어느 개세천재와도 싸우지 말고 위험을 느끼면 바로 철수하거라."
진남은 바로 신념을 전했다.
만소는 깨닫고 고개를 쳐들고 길게 소리치더니 제자들과 함께 날아갔다.
잠시 후, 가장 웅장한 대전이 펼쳐졌다.
전에 여러 종문과 무인들은 첩혈성지의 끝에서 싸움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한곳에 모였다.
다들 종문의 표식이 있고 서로 다른 종복을 입었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누가 적이고 누가 같은 편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여러 개세천재들도 대전에 참가했다.
다른 무인들과 달리 그들은 가끔씩 전승이나 기연을 쟁탈할 때 개세천재가 아닌 종주를 주시했다.
이미 보천정이 나타났다.
백 개의 종주지부를 얻고 한 시진만 버티면 보천정을 얻을 수 있었다.
보천정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으로 봐 가치가 도기보다 더 대단할 것이었다.
보천정을 얻으면 승선하는 건 말할 나위 없었다.
"과천일격!"
진남은 하늘에서 내려와 몇 개의 전승을 챙겼다.
동시에, 도기를 뿜어 세 명의 종주 등급의 무인을 죽이고 종주지부를 가져갔다.
임청파, 수신량, 정천기, 나염 등 개세천재들도 그와 마찬가지로 한 명 한 명의 종주를 격파했다.
예전 같은 상황이라면 그들이 다른 종주지부를 얻는 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같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많이 쉬웠다.
종주들은 고작 천신 정상의 경지였다.
몇백 명의 제자들을 모으지 못하면 공격을 당해낼 수 없었다.
쿠쿠쿠쿵-!
대전이 폭발한 지 얼마 안 돼 대단한 기세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커다란 뇌운(雷雲)이 연달아 날아왔다.
전승이나 기연을 얻은 무인들은 이미 승선하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낙하종의 제자들도 적지 않았다.
낙하종의 무인들이 도와줬기에 진남은 전승과 기연을 얻을 때 크게 애를 먹지 않았다.
때문에, 그는 인색하지 않고 그들에게 사례를 했다.
이득을 얻었으면 대가를 치러야 했다.
진남은 이미 종주지부를 열다섯 개 모았다.
천신 정상의 경지의 종주들도 개세천재들의 공격에 격파되거나 죽었다.
"붕멸지권!"
진남은 몸을 날려 서열이 낮은 두 개세천재의 뒤로 와 주먹을 날렸다.
둘은 안색이 크게 변하더니 서둘러 막았다.
그들은 막을 수 없었다.
그들은 진남의 주먹 힘에 중상을 입고 종주지부를 빼앗기고 무주궁도에 갇혔다.
임청파, 수신량, 나염 등도 마찬가지로 서열이 낮은 개세천재를 공격했다.
선이 신을 누르고 신이 제를 누르고 제가 조를 눌렀다.
이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법칙이었다.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면 선과 선이 싸우는 일은 거의 없었다.
시간이 흘러 또 백 개 셀 동안이 지났다.
점점 많은 무인들이 승선했다.
기연과 전승도 백 개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대전은 점점 더 치열해졌다.
진남은 종주지부를 마흔세 개 모았다.
그에게 찍힌 개세천재들은 한 명도 도망가지 못했다.
"진남, 지난번에 만장천역에서 싸우지 못했지. 오늘은 제대로 싸우자!"
정천기는 참지 못하고 기세를 폭발했다.
두 손에 든 망치가 인파를 넘어 진남을 공격했다.
처음부터 그는 진남과 싸우려 했다.
"진남, 말해줄게, 너의 전력이 아무리 강해도 오늘은 죽어야 한다!"
멀리 있던 나염은 콧방귀를 뀌며 법인을 만들더니 선술을 드러냈다.
"너 같은 하찮은 건 진작에 죽었어야 해!"
수신량도 비아냥거리며 공격을 시작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임청파 그리고 서열이 높은 개세천재들은 진남을 향해 암암리에 선술을 드러냈다.
그들은 진남이 강하다는 걸 잘 알았다.
누군가 먼저 공격을 펼치면 그들은 공정 따윈 신경 쓰지 않고 바로 손을 쓸 생각이었다.
죽이면 강적이 한 명 적어진 셈이었다
"연합하여 보라색 신조를 없애고 진남 휘하의 제자들을 막자!"
서열이 높은 네 개세천재는 만소를 눈독 들였다.
그들은 휘하의 제자들을 보내 낙하종의 무인들을 막았다.
앞서 진남이 그들이 갖고 있던 대단한 전승을 빼앗아갔다.
때문에, 그들은 기분이 나빴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그들은 진남의 날개를 꺾어 진남이 상황을 뒤집을 기회가 없도록 할 생각이었다.
만소는 답답해 피를 토할 뻔했다.
그는 처음부터 걱정했었다.
그러나 진남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그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그는 이미 몇 개의 전승을 빼앗아 승선과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네 명의 강한 개세천재가 그를 노렸으니 그는 승선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유일한 비장의 수를 드러내야 목숨을 지킬 것 같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진남과 거리를 둘 걸……."
만소는 중얼거리며 푸념했다.
푸념이 끝나기도 전에 신념이 그의 머릿속에 주입되었다.
"만소, 기회가 왔다. 이 전승들을 가지거라. 연화하면서 네 명의 개세천재와 싸우면 승선할 수 있을 거다."
만소는 어리둥절했다.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힘이 대단한 속도로 그의 체내에 주입되었다.
힘에는 서른여 개의 괜찮은 전승과 기연이 있었다.
"진남……."
진남은 이미 정천기 등과 싸우기 시작했다.
만소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안색이 복잡해졌다.
그는 진남이 큰 위험에 부딪혀서도 그를 생각하고 그에게 이렇게 많은 전승과 기연을 줄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안 돼, 안 돼. 이 자식에게 속으면 안 돼. 나를 감동시켜 나를 자기에게 굴복한 탈것이 되게 하려는 걸 거야."
만소는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감동하면 안 돼. 내가 승선한 후 진남을 도와 위기를 해결해주면 되지."
"자, 싸우자!"
만소는 네 명의 개세천재를 향해 소리쳤다. 눈에 전의가 격앙되었다.
* * *
진남과 정천기, 나염 등 개세천재들의 대전이 시작되었다.
여러 가지 선술이 일제히 드러났다.
진남은 육신이나 신력 등이 매우 대단한 정도에 도달했다.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살초를 마주하고도 그는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그들은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역기지체!"
잠시 후, 진남이 몸을 날리자 기세가 폭등했다.
"배나 높아졌어?"
정천기 외에 나염 등 개세천재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과천일격!"
진남은 다시 살초를 드러냈다.
그는 정천기, 나염 등을 공격하지 않고 서열 십오 위, 십팔 위, 이십삼 위의 세 개세천재 뒤에 강림했다.
"태연무생묘법진경(太衍無生妙法眞經)!"
"십선진허지술(十仙鎭虛之術)!"
"패주강림술(覇主降臨術)!"
세 개세천재는 순식간에 반응하고 뒤로 물러가 살초를 드러냈다.
"대룡횡천!"
진남은 태고의 거룡으로 변한 것처럼 무상의 힘을 가진 용발로 문도지법의 도의와 나머지 두 개의 선술을 부쉈다.
이어 용꼬리로 셋에게 중상을 입혔다.
그는 손가락을 튕겨 무주궁도를 드러내 셋을 끌어들였다.
그들이 수련한 문도지법은 그가 전에 굴복시킨 개세천재와 충돌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을 죽이기보다 도록의 현묘함을 이용해 그들을 진압하는 편이 나았다.
나중에 그가 승선에 성공하면 제대로 착취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