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8화 새 탈것
"너…… 도경소성을 장악했어?"
백복과 만소의 눈에 다시 놀라움이 드러났다.
'도경소성이다. 많은 패자들도 아직 도달하지 못한 무도경지다.'
"극생지부!"
백복은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선부를 부숴 이곳에서 도망가려 했다.
"움직일 수 있는지 한번 해보자."
진남은 결심했다.
무주궁도에서 대단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은 그의 식해에서 날아 나와 백복을 덮었다.
"어떻게……."
백복은 눈을 찌푸렸다.
그는 말을 끝내지도 못하고 방대한 힘에 끌려 도록(圖錄, 고기물(古器物)과 예술품의 사진 또는 그림의 집록)에 들어갔다.
대전은 조용해졌다.
무주궁도는 다시 진남의 식해에 돌아왔다.
진남은 바로 무주궁도를 봤다.
언제 열렸는지 무주궁도에는 수정과 백남지화 외에 팔괘 도안이 나타났다.
도안의 귀퉁이에 초상화가 나타났다.
백복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진남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백복은 초상화로 변했지만, 여전히 생기가 있었다.
그저 갇힌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무주궁도의 위력은 다른 무인들을 가두는 건가?'
그가 생각에 잠겼을 때 백복의 초상화의 주위에 많은 오래된 문자가 떠올랐다.
극생대도진경총강(極生大道眞經總綱)!
그뿐만 아니라 계속 새로운 오래된 문자가 안에서 날아 나왔다.
"극생대도진경총강? 이는 극생문의 문도지법이잖아? 설마……."
진남은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만약 진짜 그가 짐작한 것과 같다면 무주궁도의 위력은 너무 대단했다.
"만소, 너 문도지법을 수련했느냐?"
진남은 냉정을 되찾고 물었다.
지금은 그저 추측뿐이었다.
진짜인지 아닌지는 더 지켜봐야 했다.
"문도지법을 수련했냐고? 내가 문도지법을 수련했으면 이렇게 쉽게 너에게 졌겠느냐?"
만소는 입술을 깨물었다. 동시에 깃털을 천천히 펼쳤다.
그는 수단을 펼쳐 이곳을 떠날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련한 적 없다고?"
진남은 침묵하더니 말을 이었다.
"하지만 수련한 적 없다 해도 오늘은 너로 시험해볼 거다."
그는 다시 무주궁도를 드러냈다.
만소는 무주궁도 안으로 빨려 들어가 두 번째 초상화로 되었다.
진남은 만소의 초상화를 바라보았다.
초상화 옆에 부요구소선경(扶搖九?仙經)이라는 오래된 글자가 나타났다.
"무주궁도는 위력이 진짜 대단하구나."
진남은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지금의 상황으로 보아 무주궁도는 무인을 안에 가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인에게서 최강지법을 얻을 수 있었다.
무인이 문도지법을 수련한 적 있으면 문도지법을 얻을 수 있었다.
또, 한꺼번에 여러 명의 무인을 빨아들일 수 있었다.
"무주궁도로 여러 무상도통의 진전 제자들을 모두 빨아들이면 여러 가지 문도지법을 배울 수 있잖아?"
진남은 피가 들끓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를 발견했다.
'백복은 극생문의 진전 제자다. 극생대도진경의 대강밖에 배우지 못했다. 그럼 무주궁도도 대강밖에 빨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완정한 문도지법을 얻으려면 극생문에서 서열이 가장 높은 핵심제자를 안에 가둬야 한다.'
"문제가 있지만 여전히 대단하구나."
가장 중요한 건 무주궁도의 지금 상황에서의 위력이었다.
그가 경지가 강해지면 무주궁도는 아마 위력이 더 대단해질 것이다.
"수피화권이 이 그림을 신경 쓰는 이유가 있구나."
진남은 중얼거렸다.
"만소를 나오게 할 수 있는지 보자."
그는 무주궁도와 소통하기 시작했다.
만소가 변한 초상화는 찬란한 금빛으로 변해 그림에서 날아 나와 땅에 떨어지더니 원래의 모습으로 변했다.
"진남, 죽일 거면 죽여! 나는 개세천재다. 이런 기이한 수단으로 괴롭히지 말고!"
만소는 땅에 떨어지더니 바로 화를 냈다.
방금 그는 고통스러운 구속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머릿속이 하얘졌다.
또, 신비한 힘이 자신의 체내에서 뭔가 가져가는 걸 느꼈다.
이런 느낌은 매우 불편했다.
"사람을 다시 밖으로 나오게 할 수 있구나. 또 공법을 빨아간 것도 모르는구나."
진남은 눈을 반짝거렸다.
'내가 여러 무상도통의 문도지법을 흡수했다 해도 그들은 느끼지 못하겠다. 그럼 번거로움을 많이 덜겠다.'
"만소, 개미도 어떻게든 살려고 애쓰는데 너는 그렇게 죽고 싶어? 내가 전에 했던 말을 기억해? 나의 탈것이 되면 살려줄게."
진남은 앞에 있는 금시대붕을 그는 오랫동안 노렸다.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아직도 나더러 너의 탈것이 되라고? 꿈 깨!"
만소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것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지금의 나의 경지로 충분히 강제로 너를 나의 탈것으로 만들 수 있다."
진남은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너 잘 생각해보거라. 멀지 않아 나는 제일선이 되어 구천선역에 이름을 날릴 것이다. 그런 나의 탈것이 되는 것이 창피한 일이냐?"
만소는 그 말에 잠깐 멈칫했다.
하지만 바로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제일선? 네가? 너는 경지가 강하고 도경소성에 발을 들였어. 그러나 구천선역의 천재들을 만만하게 보지 말거라."
그는 이번 싸움에 참가하기 전에 제대로 알아봤었다.
도경의 문턱에 닿은 천재가 몇 명이나 되었다.
도경을 문턱에 닿은 건 도경소성과 비교가 안 되었다.
그러나 차이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만약 내가 제일선이 되지 못하면 무릎 꿇고 너에게 사죄할게. 그럼 너도 창피하지 않을 거다."
진남은 뒷짐을 짚고 서서 만소를 곁눈질하여 보며 말했다.
"하지만 만약 내가 제일선이 되면 십 년 동안 나의 탈것이 되거라. 어때?"
만소는 경멸하듯 말했다.
"진남, 이런 어줍잖은 격장지계를 쓰다니. 내가 너의 속내를 모를 것 같으냐?
그러나……."
그는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
"제안을 받아들이지."
그는 진남은 절대 제일선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진남이 자신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게 하기 위해 응한 것이었다.
"좋아."
진남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일선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너도 조만간 나의 탈것이 될 것이다. 그럼 미리 탈것이 되어 보는 게 어떠냐?"
만소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는 만소의 등을 내리쳤다.
많은 법문이 만소의 요구(妖軀)에 퍼졌다.
진남은 몸을 날려 그의 등 뒤에 떨어졌다.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이 생겨났다.
"좋다!"
진남은 감탄했다.
벅찬 싸움을 치른 것 같았다.
"진남, 너……"
정신을 차린 만소는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
'미리 탈 것이 되라고? 이 자식! 도경소성에 발을 들인 개세천재라는 자가 어떻게 이런 파렴치한 짓을 할 수 있지!'
"미리 나의 탈것이 되거라. 나는 저를 푸대접하지 않을 거다. 이 요상을 줄게."
진남은 두 개의 요상을 가져가고 하나는 만소에게 주었다.
세 개의 요상은 세 마리의 요선이 변한 것이었다.
안에 방대한 선의와 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요족술도 많았다.
"그러니 더는 화내지 말고 반항하려고도 하지 말거라. 아무 의미 없다."
진남은 정색하고 말했다.
"너……!"
만소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뺨을 때리더니 좋은 점을 주고는 또 위협하다니. 이 자식이 진짜 나를 자신의 하인 취급하나?'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금은 죽기 살기로 반항해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진남은 이미 그에게 법문을 썼다.
그가 어떤 수단을 써도 지금은 진남에게 조종될 수밖에 없었다.
"진남, 미리 너의 탈것이 되어도 좋다. 그러나 명심하거라. 다른 사람에게 나의 신분을 알려줘서는 안 된다."
만소는 억지로 분노를 참으며 말했다.
"나중에 너 제일선이 되지 못하면 반드시 사람들 앞에서 나에게 절을 열 번 해야 한다. 아니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들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소만, 지체하지 말자. 우리 지금 바로 구룡신경의 깊은 곳으로 가자."
진남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잠깐 기다려. 모습을 바꿀 거야."
만소의 커다란 요구에서 신광이 반짝거리기 시작하더니 깃털이 펼쳐지며 길어지기 시작했다.
금빛에 보라색이 조금 섞여 있었다.
멀리서 보면 금시대붕 같지 않고 자금신조 같았다.
"그리고 절대 나를 소만이라고 부르지 마!"
만소는 입술을 깨물더니 날개를 펴고 강풍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동굴을 날아 나갔다.
* * *
호수 위에는 용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다른 동굴들도 싸움이 끝나고 무인들이 날아 나왔다.
자금신조를 본 그들은 저도 모르게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이건 네가 불러온 일곱 마리 전룡이야?"
만소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서둘러 말을 걸었다.
진남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것은 일곱 개의 살기를 느끼고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고 바라봤다.
일곱 마리의 전룡이 그것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요수인 만소는 순식간에 깨달았다.
'일곱 마리의 전룡들은 진남이 나를 타고 자신들을 타지 않았다고 나에게 불만을 표시하는 거구나.'
만소는 입꼬리가 비틀렸다.
'강제로 잡혀 탈것이 되었는데 전룡들의 미움까지 받아야 한다고? 대체 이게 뭐야?'
만소는 고개를 젓더니 서둘러 날개를 움직여 앞으로 날아갔다.
일곱 마리의 전룡이 있으니 그것이 불러온 전룡은 필요하지 않았다.
* * *
시간이 흘러, 세 시진 후 진남 일행은 깊은 곳에 도착했다.
외부나 중간과 달리 깊은 곳의 허공에는 용기와 위압이 퍼져 있었다.
아무것도 볼 수 없지만 이 땅의 끝에 아홉 개의 대단한 존재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크롸라라라-!
일곱 마리의 전룡들은 다시 한번 소리쳤다.
열네 개의 장면이 진남의 앞에 펼쳐졌다.
"깊은 곳에 비범한 곳이 고작 열네 개만 나타났다고?"
진남과 만소는 동시에 미간을 찌푸렸다.
도리대로라면 깊이 들어갈수록 전승이 더 많아야 했다.
진남은 바로 깨달았다.
'아! 전룡의 등급이 높지 않아 깊은 곳에 도착한 후 느낄 수 있는 비범한 곳이 한계가 있는 것 같구나.'
"진남, 말해줄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칠조신룡(七爪神龍) 심지어 십조선룡(十爪仙龍)을 불러냈어."
만소는 기회를 놓칠세라 핀잔을 줬다.
"높은 등급의 용족이 안내하니 그들은 아마 진작에 더 좋은 비범한 전승지에 들어갔을 것이다."
"너 빨리 가지 않으면 기회가 없을 거다."
사실 이런 상황은 그 자신에게도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진남이 승선하지 못하는 걸 보는 것이 더 기뻤다.
"괜찮아. 이곳으로 가자."
진남은 한 장면을 가리켰다.
백남지화의 힘이 이미 구룡신경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오래되지 않아 비범 전승이 앞당겨 열리고 이상이 나타날 것이다.
전룡이 안내하지 않아도 위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휙-!
이때, 먼 앞쪽에서 대단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찬란한 검은 빛이 구름 속으로 날아 들어갔다.
"응? 설마 대단한 전승이 나타났나?"
만소는 깜짝 놀랐다.
'방금 핀잔을 주었는데 바로 전승이 나타났다고?'
다음 순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구름 속으로 들어간 검은 빛은 큰 재난처럼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퍼지는 속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금세 구룡신경의 깊은 곳은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하늘은 어두컴컴해졌다.
마치 암흑세상에 들어온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용기(龍氣)와 위압은 전부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일곱 마리의 전룡들은 불안한 듯 소리치며 꼬리를 흔들었다.
진남과 만소는 마치 묵직한 큰 돌이 내리누르는 것같이 몸이 무거워졌다.
저도 모르게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런 변화는 좋지 않은 징조였다.
그들은 문득 구룡신경의 존재는 인간족 천재를 이해하거나 죽이기 위한 상고용족의 음모라는 상고전설이 생각났다.
그들의 생각을 증명이라도 하듯 칼처럼 차가운 강풍이 멀리서 휘몰아쳤다.
커다란 땅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살벌한 기운이 허공에서 떨어져 가슴이 서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