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6화 다시 불러라!
"우리 상행천소선역에서 감히 약한 자를 괴롭히다니. 우리를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냐?"
차가운 목소리가 구름 위에서 전해왔다.
부생선왕의 형상이 허공에서 걸어 나왔다.
패자의 위엄을 조금도 가리지 않고 방원 몇십만 리를 휩쓸었다.
땅 전체가 순식간에 크게 떨리기 시작했다.
"패…… 패자?"
고진일, 용선 등과 지선 등급의 존재들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자신들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패자가 진남을 보호해줄 줄 몰랐다.
무상도통에서는 진전 제 일위의 개세천재도 이런 대우를 받지 못했다.
"너희 무상도통의 사람들은 간이 부었구나. 내가 너희들을 찾아가지 않았는데 너희들이 스스로 왔구나."
차가운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지혼선왕과 홍금선왕이 동시에 걸어왔다.
커다란 천지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의지가 온 것이 아니라 본존이 왔다.
"세…… 세 명의 패자?"
고진일, 용선 등과 지선 경지의 무인들의 눈에 커다란 놀라움이 드러났다.
'한 패자가 세 명의 패자의 보호를 받다니! 대체 얼마나 대단한 신분이 있는 거지?'
"꺼져라!"
부생선왕은 차갑게 호통쳤다.
천지에 순식간에 커다란 선광 파도가 일었다.
파도는 고진일 등과 지선 경지의 무인들을 때렸다.
신음이 울려 퍼지더니 그들은 허공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부생선왕의 공격은 그들을 죽이지 않았다.
그러나 적지 않은 힘을 실었다. 그들은 중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컸다.
"선배님들 고맙습니다."
진남은 서둘러 공수했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도 조금 놀랐다.
세 선왕에게 전음한 후 세 분이 다 왔을 뿐만 아니라 본존이 올 줄 몰랐다.
부생선왕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를 차릴 필요 없다. 자식 잘했다."
지혼선왕도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이런 수단을 쓰다니."
"그만하시오."
홍금선왕은 눈을 흘기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진남, 나머지 선고는 망설이지 말고 최선을 다해 돌파하거라. 우리는 네가 승선할 때까지 계속 너를 따를 거다."
이번의 풍파로 그들도 신중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
진남은 선고에서 나온 후 바로 습격을 당하지 않았다.
만약 바로 공격을 당했고 그들이 때맞춰 도착하지 못하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들이 의지를 내려보낸다 해도 미처 대응하지 못할 것이다.
상행천소선역에서 패자의 의지는 구천지존의 의지와 달리 그렇게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그럼 선배님들 잘 부탁드립니다."
진남은 생각하더니 거절하지 않았다.
그가 두 번째 선고, 세 번째 선고에 들어가면 지금보다 더 번거로울 수 있었다.
지보를 얻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았다.
진남은 계속 앞으로 움직였다.
선왕들은 허공에 몸을 숨겨 평범한 사람들은 발견할 수 없었다.
"나무줄기를 연화하자!"
진남은 나무줄기를 꺼내더니 신력지화(神力之火)를 뿜어 태우기 시작했다.
세 선왕의 앞에서 그는 숨길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그의 체내의 전신도문을 그들은 느낄 수 없었다.
몇 시진 후 나무줄기는 완전히 연화되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방대한 힘으로 변해 진남의 몸에 들어갔다.
다른 부위에 퍼진 전신 도문은 다시 퍼지기 시작했다.
전에 심장에 새겨졌을 때와 마찬가지로 도문은 전부 덮이자 멈추었다.
얼마 안 돼 그의 체내의 모든 부위에 전신도문이 덮였다.
동시에 오래된 문자들이 뼈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도위(道威)가 진남의 체내에서 꿈틀거렸다.
그의 단전의 도정은 어떤 부름을 받은 것처럼 짙은 도광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진남은 문자의 현묘함을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이것이 전신의 도(道)라는 건 알았다.
"아직도 힘이 많이 남았다. 신력을 진급시키자."
진남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힘을 끌어내렸다.
얼마 후 그의 체내에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그의 기세가 다시 한번 높아졌다.
그의 신력은 맑고 투명할 뿐만 아니라 가끔씩 선의가 감도는 선광이 반짝거렸다.
그는 한 발을 인선 경지에 들인 거나 마찬가지였다.
허공 속의 세 패자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전에 그들이 승선할 때도 온갖 고난을 겪었다.
진남은 체내의 이보가 '융합'되었다.
* * *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하루가 지난 후, 개세천재들과 천신, 지신, 인신 경지의 강자들이 연달아 여러 선고에 들어가 싸우고 있을 때.
진남은 드디어 걸음을 멈추었다.
그와 멀지 않은 곳에 구룡신경의 땅이 나타났다.
많은 선경 중에 구룡신경이 존재한 시간이 가장 길었다.
그것이 나타난 건 이상했다.
구룡신경에 대해 말이 많았는데, 가장 잘 알려진 건 두 가지였다.
한 가지는 이 땅은 상고용족이 인간족의 천재들을 이해하고 죽이기 위해 짠 대단한 음모라는 것이었다.
다른 한 가지는 몇 만 년 전에 아홉 마리의 용선이 구천지존을 건드려 죽임을 당했는데, 그것들의 시체가 땅에 떨어진 후 대도와 어우러져 현묘한 변화를 일으켜 비경을 이루었다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두 번째 견해가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구룡신경에 용선전승이 있다고 생각했다.
누구든지 이 전승을 얻으면 승선에 성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홉 명의 용선의 의발(衣鉢)을 얻을 수 있고 심지어 이미 사라진 상고용족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진남, 구룡신경은 두 시진 전에 이미 열렸다. 전에 이곳에 모였던 무인들은 전부 안에 들어갔을 것이다."
부생선왕은 문득 전음했다.
진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구룡신경의 입구는 커다란 용 모양 아치형 문이었다.
앞에 세 개의 위엄 있고 기세가 높은 오래된 성이 있었다.
그는 성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까지 다가갔다.
성안은 시끌벅적했다.
소리만 들어도 세 개의 성안에 무인들이 적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구궁금선종의 사람들이 저기서 도박판을 벌인 것 같구나."
진남은 빛으로 변해 용 모양 아치형 문 안으로 날아갔다.
"방금 그자는 쇠신 진남이다!"
"쇠신 진남도 왔다고? 어서 장로께 통보해!"
"좋아. 대단한 개세천재가 또 한 명 왔구나. 오늘은 판이 더 커질 거야!"
진남이 성지를 날아 지날 때 성 모퉁이에서 몇 명이 수군거렸다.
진남은 잠시 후 세 선왕의 보호를 받으며 그는 구룡신경에 날아 들어갔다.
"응?"
안에 들어오자 그는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발밑에는 방원 삼백여 장의 오래된 도장이 있었다.
도장 주위는 별다른 기이한 점이 없고 넓은 땅이었다.
땅에는 골짜기가 가득하고 시골이 수도 없이 많았다.
많은 싸움이 있었던 게 틀림없었다.
진남은 도장의 주위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덮여 있는 걸 느꼈다.
장벽의 기운은 매우 대단했다.
천신 경지를 훨씬 초월했다.
그의 경지로도 깨지 못할 것 같았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갇힌 것이었다.
크롸아아아-!
이때 용 울음소리가 도장 위쪽에 울려 퍼졌다.
금색을 띤 용 모양 형상이 순식간에 진남의 식해에 주입되었다.
진남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대단한 위엄을 띤 목소리가 그의 식해에서 터졌다.
"용선들이 서식하는 곳은 요족과 인연이 없는 사람은 깊은 곳으로 들어가 용선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너에게 초룡선술(招龍仙術, 용을 부르는 선술)을 가르치겠다. 네가 요족과 인연이 있으면 그것을 최대로 발휘해…….
만약 불러오지 못하면……."
위엄 있는 목소리가 멎자 수많은 용 모양의 글자들이 진남의 머릿속에서 한데 뭉쳐 공법으로 변했다.
진남은 의문이 모두 사라졌다.
구룡신경은 다른 선고와 달랐다.
안에 들어가기 전에 초룡선술을 수련해야 했다.
선술은 어렵지 않고 아주 쉽게 수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술자(施術者)가 다르면 뿜어져 나오는 위력도 달랐다.
시술자에 따라 홍룡, 금룡, 자룡, 전룡, 칠조전룡, 칠조신룡, 십조선룡을 불러올 수 있었다.
칠조전룡 이상을 불러와야만 전룡의 안내를 받아 구룡신경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 전승을 쟁취할 수 있었다.
만약 불러오지 못하면 중간이나 외부에서 전승을 쟁취해야 했다.
불러온 용족의 등급이 높을수록 깊은 곳에 들어가 많은 보이지 않는 좋은 점을 얻을 수 있었다.
"재미있구나."
진남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중얼거렸다.
'초룡선술을 수련하는 동안 백남지화도 움직이기 시작하겠지. 그럼 수련이 끝나면 구룡신경에도 이변이 일어날 거다.'
그는 더 생각하지 않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 한 시진이 지났다.
진남은 눈을 천천히 뜨고 손에 법인을 만들었다.
백서른세 마리의 용 모양 형상이 그의 주위에 나타났다.
"초룡선술!"
진남은 법인을 움직여 백 서른세 마리의 용 모양 형상을 전부 손가락 끝에 모아 허공에 튕겼다.
방대한 용위가 멀리서 전해왔다.
얼마 안 돼 하늘의 구름은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길이가 천칠백 장 되는 보라색 용 두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천천히 날아왔다.
"보라색 용 두 마리밖에 불러오지 못했네? 나와 상고용족의 인연이 이렇게 없다고?"
진남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바로 도정을 움직여 손바닥에 도광을 모으며 소리쳤다.
"다시 불러라!"
보이지 않는 힘이 뿜어져 나왔다.
헤엄쳐 나왔던 두 마리의 보라색 용은 흩어지고 하늘에 보라색 빛이 가득 퍼졌다.
전의가 강처럼 사방으로 흘러갔다.
길이가 이천 장 되고 대단한 전의가 꿈틀거리는 커다란 용 일곱 마리가 천천히 진남에게로 날아왔다.
방금 나타났던 두 마리의 보라색 용과 달리 그것들은 진남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살펴보는 것 같았다.
이것들은 영성이 있었다.
"도정을 움직였는데 전룡 일곱 마리밖에 불러오지 못했다고? 모르겠다. 우선 깊은 곳에 들어가 보자. 용족의 등급이 중요하면 나중에 다른 사람의 것을 거두어들이자."
진남은 바로 빛으로 변해 장벽을 뚫고 한 전룡의 머리 위에 올라섰다.
"가자, 나를 깊은 곳으로 데려다줘."
진남이 올라탄 전룡과 다른 여섯 마리의 전룡들은 화를 냈다.
'이 자식이 감히 우리 머리 위에 올라타다니.'
그러나 그것들은 화를 낼 새도 없이 바다처럼 방대하고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전의를 느꼈다.
눈에 드러난 노기도 전부 사라졌다.
눈에는 기쁨이 스쳤다.
전룡은 싸우기 위해 태어난다.
전도(戰道) 천재를 만나면 그것들은 탈 것이 되어도 달가웠다.
크롸아아아-!
일곱 마리의 전룡들은 바로 고개를 쳐들고 포효했다.
사방의 허공을 흔들며 놀라운 속도로 앞으로 헤엄쳐갔다.
얼마 안 가 진남은 큰 용들이 보였다.
용들의 위에는 무인들이 서 있었다.
아직은 외곽이라 무인들은 경지가 높지 않고 전룡 이하의 용족이었다.
그러나 많은 용들이 하늘에 날아다니는 광경은 굉장하고 한번 보기 어려웠다.
살선지의 광경은 이곳과 비하면 천지 차이었다.
'구룡신경이 일찍 열린 것이 아쉽구나. 마지막에 열렸다면 장면이 몇십 배는 더 굉장할 것이다.'
진남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시간이 흘러 용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하자 무인들도 싸우기 시작했다.
진남은 싸움에 참여하지 않고 전룡을 타고 계속 앞으로 움직였다.
무인들은 일곱 마리의 전룡을 보자 욕심이 생기고 마음이 흔들렸다.
그러나 아무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초룡선술이 어떻게 용족의 등급을 결정하는지 몰랐다.
그러나 비범한 사람들만 전룡이나 그 이상의 용족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