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914화 (914/1,498)

914화 절세흉지를 흔들다

천지가 조용해졌다.

진남은 유일한 존재가 되었다.

그의 육신과 식해 그리고 그의 몸 깊은 곳에 있던 전신의 혼이 동시에 반응을 일으켰다.

동시에 큰 변화를 일으키려는 것 같았다.

평범한 천신이 승선할 때면 하늘 가득한 선광이 나타났다.

개세천재가 승선할 때만 실질적인 이상이 일어났다.

진남은 천고법문화선 나무를 연화했다.

때문에, 선도지화(仙道之花)가 나타났다.

'도정!'

진남은 속으로 낮게 외쳤다.

그는 개세천재가 아니었다.

이미 도경대성을 이루어 인선 이상의 경지로 진급하면 절세천재라 부를 수 있었다.

그의 승선 이상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도정이 움직이는 순간 그의 뼈에 퍼졌던 전신도문에서 눈부신 도광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응?"

진남은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는 전에 열세 그루의 화선 나무를 만났을 때 승선에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천고법문화선 나무를 만난 후 그는 승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무조건 승선한다는 규칙이 나에게서 깨지는 건 아니겠지?'

휙-!

그러자 그의 생각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그의 뼈는 커다란 심연으로 변한 것처럼 대단한 흡입력을 폭발하여 완전히 선력으로 변하려는 깨끗한 힘을 빨아갔다.

그러자 힘은 신광을 뿜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거지?"

"왜 이상이 사라지기 시작했지?"

"저자가 뿜는 선의도 사라지기 시작했어!"

두 흰 두루마기를 입은 자들 그리고 용선과 고진일 등 무인들은 갑작스런 변화에 어리둥절했다.

그들은 이런 상황을 본 적 없었다.

고서에서도 읽은 적 없었다.

"헉, 뭐지? 대체 체내에 뭐가 있는 거지? 천고법문화선 나무의 무조건 승선한다는 규칙마저 깨다니?"

팔요마왕은 깜짝 놀랐다.

그는 진남이 이번에 승선에 성공하길 바랐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된 건지 몰랐다.

그러나 그는 이런 이상이 뭘 뜻하는지 잘 알았다.

"전부 빨아갔어!"

진남은 정신을 체내에 집중했다.

증제와 봉신의 어려움을 겪은 후에도 지금 이런 이변이 일어날 그는 예상치 못했다.

그러나 그는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침착했다.

그는 전신도문이 천고법문화선 나무가 그에게 주입한 힘을 빨아가서 뭘 하려는지 궁금했다.

쿵-!

그의 뼈는 힘을 다 흡수하더니 방대한 힘을 폭발해 그의 심장을 때렸다.

진남은 눈앞이 시커메지며 가슴이 아팠다.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허억……."

진남은 헛숨을 들이켰다.

아픔을 참으며 다시 바라봤다.

그의 심장에서 전신도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의 다른 장기들과 육부에도 전신도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심장에 도문이 다 퍼지자 다른 부위의 전신도문은 기운이 부족한 듯 천천히 멈추었다.

"진남, 나는 천서에서 봤어. 이건 한 가지 전도지법(傳道之法)이야. 전신이 너에게 그가 장악한 대도를 남긴 게 틀림없어."

이때, 구리거울의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어떠한 전승을 만나더라도 먼저 도문을 전부 연화해야 한다. 도문을 전부 연화한 후 승선하면 전신의 도를 배울 수 있다."

진남의 눈에 금색 화염이 이글거렸다.

그의 짐작이 맞았다.

전신의 육신과 융합되면 그는 전신지도를 얻을 수 있었다.

"고마습니다!"

진남은 신념을 전하고는 나무줄기를 바라봤다.

그의 체내에 들어온 나뭇잎들이 전신도문을 이 정도로 연화했다.

나무줄기를 연화하면 나머지 전신도문을 전부 연화하고도 많이 남을 것 같았다.

"쌍검봉창궁(雙劍封蒼穹)!"

이때, 많은 은백색 검광이 그의 머리 위에 나타나 그를 꽁꽁 감쌌다.

검으로 된 고치 같았다.

용선, 고진일이 동시에 보리의지와 극생의지를 뿜었다.

위력이 대단했다.

한천효와 많은 무인들도 반응하고 다시 공격을 펼쳤다.

"하마터면 저들을 잊을 뻔했구나!"

진남은 더는 일심이용하지 않았다.

그의 체내 전혈이 순식간에 최고로 끓어올랐다.

그러나 마음은 평온했다.

그는 법인을 만들며 동술을 움직였다.

큰 산 주위의 산기슭에 무인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방금 그가 승선할 뻔한 일로 많은 무인들이 생각이 변했다.

가장 중요한 나무줄기가 아직 연화되지 않았다.

'나무줄기는 나뭇잎과 다르다. 스스로 날아오지 않을 거다. 내가 연화하려면 손을 쓸 수밖에 없다.

만약 내가 저들과 싸운다면……? 아니. 나는 이 나무의 의지를 굴복시켰다. 내가 격파되기 전에 저들은 절대 내전을 하지 않을 것이다.'

진남은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이제 그에겐 두 가지밖에 선택할 것이 없었다.

무인들과 싸우다 죽거나 아니면 나무줄기를 포기하고 떠나는 것이다.

그는 문득 뭔가 생각난 듯 열세 개의 가늠할 수 없는 동굴을 바라봤다.

이 절세흉지는 아직 움직이기 시작하지 않았기에 아무런 살기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열세 개의 동굴 안에는 이곳에서 가장 대단한 존재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건드리면 흉지 전체가 깨어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진남은 무인들의 추격을 벗어날 수 있었다.

또, 나무줄기를 가지고 무사히 떠날 수 있을 희망도 조금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죽을 가능성이 더 컸다.

"험준한 상황에서 승리를 이루고, 죽을 상황에서 살아났다. 나는 대단한 기연을 얻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갈 수 없는 길을 가야 한다. 어찌 이대로 손을 놓고 싸우지 않는단 말인가?"

진남은 결심했다.

"도우, 아직도 거기서 힘들게 버티는 거야? 네가 계속 고집을 부리면 나중에 내가 봐주지 않는다고 탓하지 말거라!"

고진일이 사납게 외쳤다.

그는 진남이 계속 싸우는 건 의미가 없고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고 체내의 신력을 낭비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도우 여러분, 나는 절대 이 나무줄기를 포기하지 않을 거다. 그러니 지금 전부 물러가거라. 계속 고집을 부리며 빼앗으려 하면 나는 절세흉지를 흔들 것이다."

진남은 엄숙한 표정으로 몸을 날렸다.

"너…… 우리더러 전부 물러가라고?"

고진일, 용선, 두 흰 두루마기를 입은 자들 그리고 모든 무인들은 어리둥절했다.

그들은 저도 모르게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지금 절대적인 우세를 차지했다. 그런데 이 자가 무슨 배짱으로 우리를 떠나라는 거지?'

'절세흉지를 흔든다고? 이곳에는 이미 열세 그루의 화선 나무와 세 개의 비범한 전승이 나타났다. 이곳은 절세흉지가 아니라 절세보물지잖아!'

"고작 몇 마디 말로 우리를 돌려보내려고? 우리가 바보인 줄 아느냐? 이건 네가 스스로 결정한 거다. 나도 너와 긴말하고 싶지 않다!"

고진일은 화를 내며 신력을 드러내 극생지인을 만들어 공격하려 했다.

다른 무인들도 냉소를 지었다.

'고진일의 말대로 우리가 바보인 줄 아나?'

"진남, 뭐라고? 절세흉지를 흔들겠다고? 너 미쳤구나! 잠깐! 흔들려면 내가 떠난 후에……."

먼 곳으로 도망간 팔요마왕은 깜짝 놀랐다. 목소리에도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남은 눈빛이 확고해졌다.

이제 다른 방법이 없었다!

순식간에 그는 과천일격을 드러내 선술들을 피하고 칼을 휘둘렀다.

열세 개의 도기가 동굴에 들어갔다.

"진남, 너!"

팔요마왕은 화가 나 소리쳤다.

다른 걸 신경 쓸 새 없이 금술을 펼쳐 가장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장단을 맞추는 자도 있어? 동굴에 도기를 주입했을 뿐이잖아.'

고진일은 하찮게 생각했다.

'나는 극생문의 개세천재다. 어떤 금지도 다 보았다. 이곳이 진짜 절세흉지라 해도 도기 한 방으로는 절대 흔들지 못할 것이다.'

그러던 그는 문득 뭔가 느끼고 눈을 찌푸렸다.

그뿐만 아니라 용선과 두 흰 두루마기를 입은 자들은 안색이 확 변했다.

그들은 빠르게 뒤로 물러갔다.

쿵-! 쿵-! 쿵-!

순식간에 몇백 개의 선뇌(仙雷)가 내리치는 것처럼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열세 개의 검은 동굴에서 길이가 삼백여 장 되는 혈색마수가 뻗어 나와 산을 내리쳤다.

산은 금이 가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심연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한 것 같았다.

안에서 대단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커다란 흉지 전체를 휩쓸었다.

사람들은 찬물을 뒤집어쓴 것 같았다.

"어, 어떻게 된 거지?"

이 가장 높은 산의 무인들뿐만 아니라 다른 세 개의 비범한 전승의 무인들도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들은 고개를 들고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화르륵-!

역천검광이 하늘을 찢었다.

허공에 길이가 이천여 장 되는 큰 틈이 생겼다.

짧은 순간에 대단한 틈은 팔십여 개나 되었다.

틈은 얼기설기 엉켜 용이 똬리를 튼 것 같았다.

무인들은 소름이 돋았다.

낡고 부서진 성, 많은 피가 묻은 스산한 제단, 해골들을 가득 단 금색 성검 등 몇백 개의 대단한 물건들이 틈에서 떨어졌다.

땅은 큰 공격을 받은 것처럼 크게 흔들렸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골짜기가 많이 생겼다.

대단한 도기와 방대한 검의 등이 꽃들이 만발하듯 천지에 떠올랐다.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무인들이 절세보물지라고 생각하는 곳에 천지를 뒤엎는 변화가 일어나 혼란스러워졌다.

지금까지 아무도 죽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위험을 제대로 느꼈다.

무인들은 모두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건 그저 시작일 뿐이다!'

'얼마 안 돼 진정한 폭풍우가 휘몰아칠 것이다!'

"갑시다. 이곳을 떠납시다!"

일곱 개 산에서 뿜어져 나온 살기를 경험한 무인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소리치며 멀리 날아갔다.

그러자 시뻘게진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살기가 보이지 않는 기이한 꽃처럼 무인들에게서 뿜어져 나와 그들의 육신을 산산조각 냈다.

"크아아악!"

처절한 비명이 허공에 울려 퍼졌다. 혼란 속에서도 유난히 잘 들렸다.

무인들은 모두 사라지고 바닥은 피범벅이 되었다.

짙은 피비린내가 모든 걸 일으키는 도화선이 된 것 같았다.

오래된 성, 음산한 제단 등의 위의 허공에 커다란 눈동자가 수도 없이 나타나더니 하나둘 눈을 뜨기 시작했다.

하늘에 난무하던 도기와 검의 등은 높이가 삼십여 장 되는 사나운 악귀로 변해 고개를 쳐들고 소리쳤다.

하늘이 흔들고 땅이 꺼졌다.

산, 수림, 강에서 대단한 살기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진남 등이 있는 가장 큰 산에는 가장 잔혹하고 시뻘건 눈이 각 동굴의 입구에 나타났다.

절세흉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차!"

"어서 이곳을 떠나자!"

"세 분, 우리 연합합시다!"

무인들은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큰소리로 외치며 법인을 만들었다.

순식간에 천지는 전에 없이 혼란스러워졌다.

기이한 흰 눈동자 앞에서 수많은 신광들이 빠른 속도로 대단한 살기를 뚫고 이곳을 벗어나려 했다.

"으아아아악!"

천신 정상의 경지의 강자도 피하지 못하고 악귀에 머리가 잡혀 피범벅이 되었다.

수림에 들어간 열아홉 명의 무인들은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목이 잘려 싸늘한 시체로 변했다.

또, 아홉 명의 내력을 알 수 없는 천신 정상의 강자들은 연합하여 오래된 대진을 펼쳐 이곳을 떠나려 했다.

그러나 땅 밑에서 솟아오른 피범벅이 된 손에 잡혔다.

이곳을 떠나려던 무인들은 우후죽순처럼 땅에 울려 퍼지는 처절한 비명을 제대로 들을 수 있었다.

고진일, 용선 등 무인들도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그들은 진남의 말이 진짜일 줄 몰랐다.

절세보물지는 절세흉지였다.

"동검서래(東劍西來), 극생천강(極生天?)!"

고진일은 커다란 위험을 느꼈다.

그는 강한 수단을 드러내 천지에서 검을 뽑았다.

"나는 보리다!"

용선은 불장을 펼쳤다.

그는 순식간에 높이가 백 장 되는 보리수로 변해 불광을 번쩍이며 땅에 뿌리를 박고 위험을 막았다.

흰 두루마기를 입은 자들은 은색 거인으로 변해 살기를 눌렀다.

진남은 사람들의 협공을 받지 않자 보답천하를 드러내 악귀 사이를 누볐다.

그는 위쪽의 성 등을 훑어봤다.

'구사일생이라고 일 할의 살아날 기회가 분명 어딘가에 숨어있을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