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909화 (909/1,498)

909화 팔요마왕(八曜魔王)

진남은 바로 알아차렸다.

"선배님, 죄송하지만 저는 믿지 않습니다. 그럼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진남은 대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진압되어 있는 마영이었기에 그도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마영에게 그를 죽일 능력이 있으면 벌써 공격했을 것이다.

이곳은 살기가 가득했다.

또, 인선 경지 아래만 들어올 수 있는 선고에 진압되어 있는 마영이라니 이상했다.

"네가 감히! 나는 팔요마왕(八曜魔王)이다. 너……."

마영은 이런 상황이 벌어질 거라 상상도 하지 못했다.

화가 난 그는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진남은 대전에서 나가버렸다.

그는 당황했다.

'저놈이? 진짜 갔어?'

"자, 잠깐만! 도우, 잠깐만!"

팔요마왕은 마음이 급해졌다.

그는 기세가 완전히 사라져서 애타게 진남을 불렀다.

그는 몇천 년 동안 이곳에 갇혀있었다.

몇백 년이 더 지나면 진산삼도에 진압되어 죽을 수도 있었다.

원래는 대전이 열리지도 않고 그는 무인들을 만날 기회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무슨 변고가 생겼는지 대전이 스스로 열렸고 우연히 진남을 만난 것이었다.

이번 기회를 잃어버리면 대전은 다시 열릴지 모르고 열린다고 해도 무인을 만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이번은 유일한 기회였다.

진남은 아무 말도 못 들은 것처럼 계속 대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팔요마왕은 화가 났다.

그는 온 힘을 다해서 외쳤다.

"도우, 가지 말거라! 제발 가지 마! 네가 나를 도와준다면 살신지의 여러 비범한 전승지에 데려가서 전승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마!"

그의 목소리가 대전에서 메아리쳤다.

하지만 진남은 이미 모습을 감추었다.

"나쁜 놈, 내가 나가기만 하면 너를 산산조각 내고 용양지호가 있는……."

팔요마왕은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그는 구천 선역 최고의 패자 중 한 명이었다.

거의 지존에 오를 뻔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언제 이런 대우를 당해봤겠는가?

"저를 욕하셨습니까?"

진남의 목소리가 대전 밖에서 울려 퍼졌다.

진남은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돌, 돌아왔느냐?"

팔요마왕은 기뻐서 얼른 말했다.

"오해다, 오해. 다 오해다. 내가 욕한 건 네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다."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선배님,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저를 살신지의 여러 전승지에 데려갈 수 있습니까?"

진남은 살신지의 전승지에 데려다주겠다는 말에 다시 돌아온 것이었다.

백남지화가 살신지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변을 기다리려면 언제가 될지 몰랐다.

미리 갈 수 있으면 더 좋았다.

"물론이다."

팔요마왕은 서둘러 말했다.

"나는 패자 정상이었다. 그리고 도경소성 경지를 이루었지. 도경대성을 이루고 도정을 만들려고 역천수단을 사용하여 살신고지를 연화하려고 했다."

진남은 깜짝 놀랐다.

뻔뻔하기 그지없는 팔요마왕이 실제론 엄청난 경지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리도 놀라운 행동을 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선고를 연화하려고 했다니!'

한 번도 벌어진 적이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보다시피 연화에 실패해서 육신은 사라지고 영혼이 이곳에 제압당해 고통을 받는 중이다."

팔요마왕은 말했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살고지의 여러 전승지에 대해 잘 알고 빠르게 갈 수 있다."

사실 그는 이곳에 제압당해서 살신지의 여러 전승을 잘 아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제압당하기 전에 이미 살지의 모든 것에 익숙했다.

'아니면 감히 선고를 연화할 생각을 했겠어?'

"제 경지로 선배님을 구할 수 있습니까?"

진남은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물론이지."

팔요마왕은 얼른 말했다.

"신선삼도는 영혼을 제압하지 무인을 제압할 수 없다. 그러니 신력을 사용하여 이것을 움직이면 된다."

진남은 그 말을 듣고 바로 대답했다.

"선배님, 그럼 선마도세를 하시면 구해주겠습니다."

팔요마왕은 화가 나서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금세 허허 웃었다.

"미리 고맙다고 인사하마. 이제부터 선마도세를 하겠다. 나는……."

진남은 그의 말에 허점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바로 손을 썼다.

커다란 무신의 빛으로 된 큰 손이 나타나 신선삼도를 잡았다.

웅-!

신선삼도는 찬란한 선광을 뿜었다.

그러나 신선삼도는 반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단천도를 향해 흔들거리더니 세 개의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하하, 드디어 해방이다!"

귀청이 찢어질 듯한 소리가 대전에 울려 퍼졌다.

마기가 빠르게 늘어나더니 덩치가 크고 머리에 악마의 뿔이 달린 청년 사내가 나타났다.

엄청난 위압감이 휘몰아쳤다.

팔요마왕은 여전히 허약했다.

그러나 제압이 사라지자 영혼이 천지와 교류할 수 있어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선배님, 이제 약속을 지키십시오."

진남은 말했다.

그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가 팔요마왕을 구한 것은 이득 때문이기도 했지만, 전신의 혼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팔요마왕이 영혼 상태로 공격한다면 그는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않을 것이었다.

"너. 그거 알아? 패자가 된 자들도 나에게 그런 태도를 보이지 못한다."

팔요마왕은 진남을 내려다보며 음흉하게 웃었다.

"너는 고작 천신 경지이면서 어디서 나온 배짱이냐?"

그 말에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팔요마왕은 시뻘건 혀를 날름거리며 말했다.

"너를 괴롭혀주려고 했지만 어쨌든 나를 풀어준 자이니 그러지 않겠다. 마침 육신이 필요한데 네가 적당하겠구나!"

말을 마친 팔요마왕의 영혼은 한 장 높이의 마도화염 여덟 개로 변해 진남을 덮었다.

"선마도세를 하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저를 공격하는 겁니까?"

진남은 그의 행동에 화가 나기보다, 의아했다.

"하하하! 참 무지하구나."

팔요마왕은 으쓱해서 웃었다.

"나는 육신이 없고 도광도 없다. 영혼도 곧 사라질 상태이지. 이런 상태에서 선마도세를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다음 생에는 잊지 않기를 바란다!"

말을 마친 그는 크게 기뻐했다.

그는 진남의 육신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개세천재일 수도 있었다.

'게다가 가진 칼도 신비하고 비범해!'

"오, 그렇습니까?"

진남은 시선이 차갑게 변했다.

이번에 그는 방심했다.

"하지만 저를 탈사하는 건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전신의 혼!"

진남의 뒤로 청색 빛이 떠올랐다.

엄청난 위압감이 바다처럼 대전을 덮쳤다.

팔요마왕도 이런 위압을 받자 엄청 작아졌다.

"이건 뭐야? 왜 이렇게 강한 위압감을 풍기지?"

팔요마왕은 깜짝 놀랐다.

그러나 더욱 기뻐했다.

"하하하! 네 내력이 이렇게 비범할 줄은 몰랐다. 이번에는 내가 큰 이득을 봤구나!"

그는 여덟 개의 마염으로 변해 그대로 진남을 덮고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반응이 없어?"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내가 잘못 생각했나? 전신의 혼이 이 영혼을 제압하지 않다니?'

팔요마왕은 진남의 몸을 느끼곤 깜짝 놀랐다.

"뭐야? 도정을 가지고 도경대성을 이루었어?"

도경대성은 대단했다.

팔요마왕은 도정을 연마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살신지를 연화하려다가 이 모양이 되었다.

그런데 천신 경지인 진남은 승선을 하지도 않았는데 도정을 가지고 있었다.

"어, 어? 이게 뭐야?"

그는 전신의 도문이 촘촘히 박힌 뼈를 보자 몸을 흠칫 떨었다.

그의 식견으로도 이런 것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어떻게 도문이 골격 위에 덮여 있는 거지?'

정상급 패자인 그는 위험지에도 많이 다녔다.

그는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

그가 이번에 연화하려고 한 것은 비범한 개세천재일뿐만 아니라 엄청난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는 큰 시끄러움을 자초하기 싫었다.

"물러서자!"

절호의 기회가 그의 눈앞에 닥쳤지만,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바로 영혼둔법(靈魂遁法)을 사용했다.

쿵-!

이때, 진남의 몸속에 퍼져있던 전신의 도문이 더없이 무서운 힘을 폭발하더니 여덟 개의 마염을 힘껏 때렸다.

위기를 느낀 팔요마왕은 둔법을 최고로 돌리며 진남의 육신에서 도망쳤다.

빠르게 피했지만, 그는 여파에 맞아 온몸이 어둡게 변하고 신음을 흘렸다.

"너, 너무 위험해!"

팔요마왕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진남을 바라보는 시선에 더는 기쁨이 없었다.

그는 이제 두려움만이 남았다.

방금 반응이 조금이라도 느렸더라면 그는 이미 이 세상에서 사라졌을 것이었다.

"팔요, 죽기 직전인데 배짱도 크구나."

이때 갑자기 냉랭한 목소리가 대전에서 울려 퍼졌다.

"누구냐? 어떤 놈이야?"

팔요마왕은 깜짝 놀랐다.

솜털이 곤두서서 주변을 살피던 그는 문득 알아차리고 진남의 손목에 있는 붉은 끈을 확인했다.

그의 눈동자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비월……여제?"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방금 엄청난 힘을 확인했을 때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남들은 모르지만, 그는 잊을 수 없었다.

그는 비월여제의 미모가 마음에 들어 여러 번 다가갔다가 지독한 교육을 받았다.

"응?"

구리거울은 팔요마왕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진남의 몸속 기괴한 모습을 발견하고 경이로움을 터뜨렸다.

그녀의 신념은 그 속으로 빠져들었다.

대전 전체가 정적에 휩싸였다.

"너, 너……. 도대체 네놈 정체가 뭐야?"

팔요마왕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한때 내력 있는 인물들을 많이 만났지만, 진남과 같은 인물은 본 적이 없었다.

"저도 모릅니다."

진남은 두 눈에 불꽃이 튀었다.

그는 차갑게 말했다.

"선배님, 약속을 어겼으니 사정을 봐주지 않겠습니다."

팔요마왕은 강한 공격을 받고 영혼이 더없이 허약해졌다.

진남의 전력에 단천도를 휘두른다면 그는 죽은 목숨이었다.

"잠깐……! 잠깐만!"

팔요마왕은 덜컥 겁이 났다.

"오해다 오해. 절대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거라, 도우. 혈혼대세(血魂大誓)를 하겠다. 이번에는 반드시 너를 전승지에 데려가마!"

진남은 냉소를 지었다.

"제가 또 당할 것 같습니까?"

팔요마왕은 몸서리를 쳤다.

그는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로 급히 말했다.

"도우, 혈혼대세는 신마도세와 다르다. 영혼에 대해 속박할 수 있다. 네 몸에 엄청난 것이 있다. 너나 비월여제가 나에게 아무리 큰 용기를 준다고 해도 이제 너를 건드리지 못한다.

그, 그리고 전승지에 열세 개의 화선(化仙) 나무가 있다!"

진남은 처음 듣는 단어를 듣고는 되물었다.

"화선 나무?"

팔요마왕은 기회가 오자 정신을 차리고 허허 웃었다.

"너 모르는구나. 화선 나무는 승선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나무다. 평범한 개세천재라도 열세 개의 화선 나무를 연화하면 충분히 승선할 수 있다. 그리고 화선 나무 옆에는 세 개의 강한 전승이 있다."

말을 마친 그는 마음이 아팠다.

본래 그는 진남을 연화하고 전승과 화선 나무를 전부 차지하려고 했다.

이제 그는 희망이 없어졌다.

"화선 나무와 세 곳의 강한 전승이라구요?"

진남의 눈에 한 줄기 빛이 스쳤다.

"좋습니다. 그럼 맹세를 하십시오. 이번에는 넘어가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다음에 또 이런 행동을 한다면 사정을 봐주지 않겠습니다."

팔요마왕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혈혼대세를 했다.

"아! 이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진남은 손가락을 튕겼다.

도광과 붕멸의지로 만들어진 부적이 팔요마왕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이 부적이 있으면 팔요마왕이 다른 계략을 써도 쉽게 마왕을 처리할 수 있다.

"이런 수법도 쓸 줄 알아? 네가 나를 풀어준 게 멍청해서가 아니었구나……. 이미 수단이 있어서 두려운 게 없었던 거였어. 평생을 머리를 굴렸는데, 이번에 큰 실수를 했구나……."

팔요마왕은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는 우울해졌다.

"가자, 너를 그곳에 데려가마."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와 함께 대전을 나섰다.

그들이 떠나가고 낮은 목소리가 대전에 울려 퍼졌다.

"저 청색 빛……. 내가 잘못 느낀 건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