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8화 바로 네 녀석이구나!
진남은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고 당청산이 말하는 것을 얌전히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상황을 전부 이해하게 되었다.
당청산은 그와 달리 구천 선역에 오자 바로 현평선역으로 갔다.
그는 금지에서 엄청난 보물을 얻었고, 아까 청년들이 이를 노린 것이었다.
그리고 도망가는 도중에 흑도는 그를 보호하려다가 잃어버렸다.
그는 흑도를 찾기 위해 상행천소선역에 왔고, 느낌을 따라 살선지에 왔는데 또 그 무리 사람들을 만난 것이다.
"그렇군요."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무언가 생각나서 물었다.
"아, 사형. 일곱 개의 산봉우리는 음모일 수도 있습니다. 얼른 이곳을 떠납시다."
당청산의 일을 처리하느라 하마터면 잊을 뻔했다.
"음모?"
당청산은 미간을 찌푸렸다.
"전에……."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둘은 밟고 있는 산봉우리가 세차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진남은 마음이 서늘해졌다.
그는 신력을 최고로 움직여 당청산을 데리고 먼 곳으로 날아갔다.
쿵-!
잠시 후, 그들이 서 있던 곳과 다른 곳의 대지에서 엄청난 도의가 폭발했다.
도의는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세 번째 산 외에 다른 여섯 개의 산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절세의 도객이 나타난 것 같았다.
"엄청난 도의다. 인선 경지도 쉽게 죽일 수 있겠어!"
진남은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는 적금색 전갑으로 당청산의 앞을 막았다.
수많은 도의는 이제 시작이었다.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몰랐다.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많은 도의가 나타난 거지?"
"도도대전승(刀道大傳承)이 나타났어?"
산에 있던 무인들과 산으로 오는 중이던 무인들은 의아했다.
많은 사람들은 정신이 번쩍 들어 흥분하기 시작했다.
슉-! 슉-! 슉-!
이때, 몇천 개의 강한 도의가 빠르게 사방으로 날아가며 무작위로 베기 시작했다.
허공, 산꼭대기 등뿐만 아니라 무인들까지도 베이기 시작헀다.
"안……."
무인들은 두 눈이 가늘어졌다.
하지만 그들은 말을 모두하기도 전에 도의에 묻혔다.
"보답천하!"
진남은 솜털이 곤두섰다.
진남과 당청산은 운이 더 나빴다.
연속 세 번이나 도의가 그들에게 날아왔다.
다만, 미리 준비하고 있었기에 둘은 빛으로 변해 날아갔다.
펑-!
빠르게 움직였지만, 진남은 도의에 등을 맞았다.
그는 커다란 망치에 얻어맞은 것처럼 살이 터져 나갔고, 피를 토했다.
"진남, 괜찮아?"
당청산은 안색이 변했다.
"괜찮습니다. 작은 상처일 뿐입니다."
진남은 역기지체를 움직여 상처를 회복했다.
그는 고개를 들고 앞을 바라보았다.
진남은 헛숨을 들이켰다.
비명도 들리지 않았지만, 커다란 허공은 이미 피바다가 되었다.
시뻘건 피가 뚝뚝 떨어져 바닥을 적셨다.
커다란 '살(殺)' 자가 나타나 두려움에 떨게 했다.
"이, 이……."
살아남은 무인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이건 전승지가 아니라 절살지야!"
그들은 빠르게 법인을 만들고 신광으로 변해 하늘로 사라졌다.
하지만 많은 무인들은 차분하게 상황을 살피고 눈을 반짝이더니 자리를 뜨지 않았다.
복과 재난은 같이 나타나는 법이다.
그들은 일곱 개의 산이 단순히 절살지가 아니라 엄청난 전승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형, 이제 시작인 것 같습니다. 뒤에 더 강한 살기가 나타날 것 같으니 이곳을 떠납시다."
진남은 시선을 거두고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진남, 먼저 떠나거라."
당청산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에게 아직 말하지 않은 게 있다. 아까 느낌을 따라 왔다고 했는데, 사실 나는 살선지에 와서 보물을 얻고 이상한 반응이 생겼다. 그것 때문에 세 번째 봉우리로 오게 된 것이다."
말을 마친 당청산은 납계에서 손바닥만 한 크기에 붉은색을 띠며 엄청난 살기를 품은 석인을 꺼냈다.
석인에는 '복과 화는 연결되어 있다.'라는 문장이 있었다.
"복과 화는 연결되어 있다?"
진남은 읽어보더니 말했다.
"사형, 그럼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당청산의 지금 경지는 강하지 않았다.
신비한 살기석인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위험을 만나면 죽을 수 있었다.
당청산은 무언가 말하려고 하다가 진남의 시선을 보고 잠깐 침묵했다.
잠시 후, 그는 입을 열었다.
"그럼 사양하지 않겠다."
진남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어서 갑시다."
둘은 수림 깊은 곳으로 날아갔다.
* * *
도기가 폭발한 뒤, 일곱 개의 산은 더 이상 엄청난 전승이 있는 것처럼 선광이 흐르지 않았다.
오히려 음침했고, 위엄한 도의가 마구잡이로 날아다녔다.
천당이었다가 한순간에 지옥이 된 것 같았다.
수시로 절세의 악마가 나타날 것 같았다.
원래는 몇만 명이 산에 오르려고 했는데, 이제는 고작 몇백 명밖에 남지 않았다.
어느덧 반 시진이 지났다.
주변은 어두워지고 강압적인 분위기는 점점 짙어졌다.
아무것도 없던 수림에 해골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해골들은 기운이 없었고 건드리면 그냥 부서졌다.
그러나 목격했을 때는 왠지 모를 두려움이 들게 했다.
웅-
잠잠하던 살기석인이 드디어 반응을 보였다.
석인은 떨리더니, '복'과 '화' 두 글자에 붉은빛을 드러냈다.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습니다."
진남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그는 신광으로 당청산에게 신의(神衣)를 입혔다.
당청산은 주변을 살폈다.
그는 전신의 금동과 같은 수단이 없었지만, 주변의 조그마한 이상이라도 민첩하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저기! 저기에 비석이 있습니다!"
진남은 말을 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잠시 후, 그들은 비석을 찾았다.
비석은 열 장 높이에 쥐 죽은 듯 고요했다.
비석 가운데에 수많은 무늬들이 모여 힘 있는 글자를 이루었다.
"절……세……흉지?"
당청산은 자세히 살펴보더니 당황했다.
'비석 앞쪽에 절세흉지가 있다고? 그런데 왜 일부러 비석을 세워서 알려주는 거지?'
"제가 가보겠습니다."
진남은 비석의 뒤쪽으로 날아갔다.
눈앞에 벌어진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안정되자 진남은 깜짝 놀랐다.
비석의 뒤쪽은 커다란 산골짜기였다.
산골짜기에는 끝없는 살의가 가득한 게 마치 살신국도(殺神國度) 같았다.
전신의 왼쪽 눈으로 살필 수 있는 것은 아주 작은 일부였다.
대신 진남의 신식은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산골짜기 바닥에 적어도 몇백 개의 서로 다른 강한 위력을 가진 금제들과 원고대진 그리고 알 수 없는 위험들이 있었다.
이런 곳은 그들이 아니라 지선 경지의 강자들도 살아서 나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곳이었다.
절살흉지라 불리는 것도 과장이 아니었다.
슉-!
이때, 당청산이 들고 있던 살기석인에서 열아홉 개의 눈부신 빛이 뿜어져 흉지로 들어갔다.
피에 물든 마상(魔像)과 창백한 고목의 가지, 그리고 사람 얼굴 모양의 남루한 대문 등 열아홉 개의 공포스러운 물건이 동시에 떠올랐다.
쿵-!
무형의 기세가 천룡처럼 사방으로 흘렀다.
진남의 적금색 전갑이 자극을 받은 것처럼 눈부신 적금색 빛을 번쩍거렸다.
"열아홉 개의 흉물 중 경세전승이 있을 것 같습니다."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다만, 지금은 어느 게 전승이고 어느 게 위험인지 알 수 없습니다."
당청산도 미간을 찌푸렸다.
잠시 후, 그는 미간을 펴며 말했다.
"마상에 들어가 보자."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어떻게 알아본 겁니까?"
"알아볼 필요가 있느냐?"
당청산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사제인 너는 지금 나를 훨씬 초월했다. 사형인 내가 진보하지 않으면 우스워지지 않겠느냐?
물론 지금은 알아보지 못해서 아무거나 고른 거긴 하다. 하지만 십 년 후에도 내 이름이 들리지 않으면 무덤을 만들어다오."
말을 마친 그는 신광으로 변해 피로 물든 마상으로 사라졌다.
열아홉 개의 흉물은 웅 소리와 함께 아래로 가라앉더니 사라졌다.
절세흉지는 금세 잠잠해졌다.
당청산은 천신 경지나 인선 경지가 되는 게 별 의미가 없었다.
그는 이미 살도에 들어섰기에 사방에 이름을 날리거나 흙이 되는 것.
이 두 가지 결말밖에 없었다.
"사형의 무덤을 만들어 줄 순 없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는 당청산이 구천 선역에서 이름을 날릴 수 있다고 믿었다.
당청산이 사형이라서가 맹목적으로 믿는 게 아니었다.
당청산은 그럴 만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어디로 가지?"
진남은 생각을 거두고 상황을 살폈다.
서선지, 용선, 고진일 등 개세천재들은 신수형상이변지(神獸形狀異變地)로 갔을 것이다.
일곱 개의 산에서 살기를 드러냈으니 대부분의 무인들은 노선을 그쪽으로 바꿨을 게 분명했다.
진남이 지금 간다고 해도 적어도 두 시진이 걸렸다.
진남이 그곳에 도착을 했을 때라면 이상지의 전승은 이미 여러 개세천재들이 가져갔을 테니, 진남에겐 기회가 없을 것이었다.
"산의 깊은 곳에 가보자!"
진남은 두 눈에 금색 불꽃이 튀었다.
산들은 모두 비범했다.
그러니 전승도 한 곳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다음 이변이 일어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있었다.
* * *
슉-! 슉-! 슉-!
엄청난 뜨거움이 전해졌다.
주변의 어둠이 불빛에 환해졌다.
진남은 고개를 들고 살폈다.
손바닥 크기의 화염비가 빠르게 떨어졌다.
화염비가 떨어진 땅은 활활 타올랐다.
이상한 것은 나뭇가지 등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것은 무인들을 태우는 불꽃이었다.
불꽃 하나도 인선 경지 강자를 태워 죽일 수 있었다.
진남이 예감한 두 번째 도살이 시작되었다.
"앞쪽은 영향을 받지 않았구나."
진남은 살펴보다가 앞으로 사라졌다.
"으아아악!"
얼마 가지 않았는데 비명들이 먼 곳에서 울려 퍼졌다.
연거푸 들리는 비명에 바깥쪽은 얼마나 처참한 상황인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피했어!"
진남은 숨을 내쉬고 속도를 늦추었다.
짧은 시간에 진남은 어딘지 모를 곳에 도착했다.
앞쪽은 어두컴컴했는데 동력으로 열 장밖에 살필 수 없었다.
엄청난 화염비도 이곳을 비추지 못했다.
"응?"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앞으로 갈수록 차갑고 적막하던 땅이 변하기 시작했다.
선의들이 흘렀다.
길 양쪽에는 엄청난 영기를 뿜는 화초와 나무들이 나타났다.
천지보물들은 선약은 아니었지만, 수량이 많아서 선약과 비슷한 효과였다.
"설마 내가 보물지에 들어선 건가?"
진남은 그것들을 취하지 않고 오히려 더 경계했다.
"긍고마수(?古魔手)!"
이때, 쉰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다.
시커먼 손이 엄청난 기세를 풍기며 진남을 잡으려고 했다.
진남은 안색이 변해서 과천일격을 사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마수가 너무 빨라서 진남은 신력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잡혔다.
마수는 그를 뒤로 잡아당겼다.
진남은 돌 궁전에 끌려 들어갔다.
그러자 마수는 스스로 흩어졌다.
"누구냐?"
진남은 주변을 살폈다.
돌 궁전은 방원 만 장 정도 크기였다.
돌로 된 벽에는 그림들이 걸려있었다.
그중에는 장엄한 표정의 보살도 있고 화가 잔뜩 난 선인도 있었다.
매우 기괴했다.
대전의 깊은 곳에는 서른 장이 되고 차가운 기운을 풍기며 엄청난 위력을 가진 고도 세 개가 바닥에 교차되어 꽂혀 있었다.
칼이 꽂힌 곳에는 시커먼 마영이 움직이며 눈이 없는 얼굴 형상을 만들었다.
"너는 누구냐?"
진남은 신력을 움직이고 오른팔을 단천도로 변화시켰다.
단천도가 나타나자 세 개의 고도는 살짝 흔들렸다.
고도의 차가운 빛은 어두워졌다.
"허허, 신기한 칼을 가지고 있구나. 신선삼도가 제압을 당하다니! 내가 기다린 사람이 바로 네 녀석이구나!"
마영은 껄껄 이상한 소리를 내며 웃었다.
"넌 이 말을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있다. 예전에 어떤 패자가 예언을 했다. 네가 나를 구할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