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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903화 (903/1,498)

903화 잘못 보지 않았구나!

"도선지수(刀仙之樹)요. 연화하면 무상도의를 깨달을 수 있는 선수요!"

지혼선왕의 흥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혼선왕은 도선지수 하나에 이렇게 흥분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흥분한 이유는 자신의 예상이 맞았기 때문이었다.

'진남이 가진 이보가 정말로 이변을 일으키다니!'

"흥분하지 마시오. 도선지수가 나타난 건 우연일 수 있……."

부생선왕은 침착하게 말했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백 개의 꽃잎을 가진 꽃, 기린과 신룡 형상이 새겨진 비석 그리고 귀신 형상의 진법 등이 강에서 솟아올랐다.

아래의 전장과 산 등에서 선광들이 각각 번쩍였다.

"진짜 이변을 일으켰소!"

부생선왕도 깜짝 놀랐다.

"하지만 지존동부의 중부는 아무런 반응이 없어요."

홍금선왕은 의아했다.

"중부에도 변화가 조금 일어나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녀의 말에 부생선왕과 지혼선왕은 미간을 찌푸렸다.

진남은 부생천경에서 전체 선도복지에 이변을 일으켰다.

"며칠 더 기다려봅시다. 시간이 아직 부족했을 수도 있소."

부생선왕은 말했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여드레가 지났다.

그들이 볼 수 있는 지존동부의 외부엔 이미 선광이 가득했고, 전승들이 연신 나타났다.

숨어있던 금제와 흉수 등도 깨어났다.

그러나 중부는 여전히 잠잠했다.

"보아하니 진남의 힘은 지존동부의 제압을 받아 영향을 줄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된 것 같소."

부생선왕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중부나 더 깊은 곳에 이변을 일으키려면 우리가 진남을 데리고 들어가야 할 것 같소."

두 선왕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존동부는 선복도지와 달리 어떤 패자의 세력보다도 훨씬 컸다.

깊은 곳에는 선도복지나 문도지 혹은 지존전승이 여럿 있을지도 몰랐다.

진남의 힘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면 오히려 이상했다.

"중부에 들어선 후 우리 셋이 연합을 해서 보호한다고 해도 진남의 지금 경지로는 실체화가 된 지존의 위압을 감당할 수 없소."

지혼선왕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진남이 천신 정상의 경지로 진급하기를 기다려야 하오. 인선 경지까지 진급하면 더욱 좋고."

부생선왕은 잠깐 고민하더니 말했다.

"그럼 우리는 진남이 승선하기를 기다립시다. 다른 소선역에 선고가 나타난 걸로 알고 있소. 곧 다른 선고들도 나타날 거요."

그는 이어서 말했다.

"진남의 경지로 승선하는 건 문제없소. 그리고 성공하지 못한다고 해도 천신 정상의 경지잖소.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일 년 정도 더 기다린다고 문제 될 것도 없지 않소?"

지혼선왕과 홍금선왕은 한참을 침묵하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

"진남, 논의할 일이 있다."

부생선왕은 말했다.

진남의 몸에선 신광이 반짝이고 신력도 사라졌다 나타났다 했다.

곧 천신 경지를 돌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선배님, 무슨 일이십니까?"

진남은 천천히 눈을 뜨고 물었다.

홍금선왕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이변이 이미 시작되었다. 그러나 완벽한 이변을 일으키려면 아직 시간이 좀 걸린다. 그러니 이곳을 잠시 떠나자꾸나."

부생선왕과 지혼선왕도 영패를 건넸다.

"선고에 참가하거라. 선고가 끝나면 우리가 다시 너를 이곳에 데려오마."

"이 영패를 가지고 있다가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 전음하거라."

그들은 엄청난 정력을 들이고 대가를 지불하여 영패에 삼 할의 의지를 남겼다.

진남이 위험할 때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지존동부의 전승을 얻기 전에 그들은 누군가 진남을 죽이게 할 수 없었다.

"선배님들, 고맙습니다."

진남은 바로 알아차리고 인사를 했다.

세 선왕의 행동은 거래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진남에게 영패 등은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럼 우리는 이만 가보겠다. 명심하거라. 네 실력으로 이곳에서 함부로 움직였다가 반드시 죽는다."

부생선왕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선왕들의 의지는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역시 선왕들은 잠깐 자리를 비우는구나."

진남은 혼잣말을 하고 바로 전신의 혼을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엄청난 위압감이 휘몰아쳤다.

그의 등 뒤에 솟아오른 청색 빛은 지존동부에서도 여전히 눈부셨다.

아무런 제압을 받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진남의 신력은 이미 최고로 모였다.

다만 그는 평범하게 진급하고 싶지 않았고 전신의 힘을 융합하고 싶었다.

때문에, 진남은 줄곧 세 선왕이 자리를 뜨기만을 기다렸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 열닷새가 지났다.

상행소천역은 변화가 많이 일어났다.

매일 큰 사건이 벌어졌다.

그중 가장 큰 사건은 상행천소선역의 선고 황마산(皇魔山)에 반응이 생긴 것이었다.

선고가 열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 * *

진남은 전신의 힘을 적지 않게 모았다.

"이제 진급할 때이다!"

진남은 두 눈을 번쩍 뜨고 낮게 외쳤다.

몸속 신력이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새로운 기운이 그의 몸에서 미친 듯이 용솟음쳤다.

천신 경지 일 단계!

천신 경지 이 단계!

천신 경지 삼 단계!

신력은 천신 경지 오 단계가 되어서야 멈추었다.

전신의 금동과 단천도도 변화를 시작했다.

그것들이 풍기는 기운은 점점 강해졌다.

특히, 단천도는 이제 선광을 뿜기 시작했다.

이어 진남의 육신에서도 엄청난 힘이 솟구쳤다.

육신의 강도는 이제 천신 경지 사 단계와 맞먹었다.

"인선 경지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진남은 기쁜 숨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다.

이때, 그의 몸에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둥-!

어둠 속에서 종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의 몸은 마치 거대하고 깊은 연못 같았다.

그는 엄청난 흡입력을 발휘해 금색 구름에 남아 있던 방대한 힘을 전부 빨아들였다.

순식간에 금색 구름의 힘이 전부 흡수됐다.

진남의 뼈에도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보라색 무늬가 뼈에 새겨지고 도광이 반짝였다.

"……도문?"

진남은 깜짝 놀랐다.

도경에 들어서야 도광을 장악하고 도문이 생길 수 있었다.

진남은 도경대성을 이루었지만, 몸에는 도문이 생기지 않았다.

"아니. 아니야. 도문에 전신의 의지가 있는 걸 보니 전신의 도문이구나!"

진남은 비밀을 발견하고 마음이 흔들렸다.

전신의 육신과 하나로 융합이 되었기에 진남의 육신도 본질적인 변화가 생겼다.

지난번에 궁우태황진경을 수련할 때 전신의 의지가 방해를 했다.

'지금 전신의 도문이 생겨난 걸 보니 내 추측처럼 전신이 대도를 남긴 걸까? 그럼 전신의 도?'

"구 할의 가능성이 있어!"

진남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의 두 눈에 금색 불이 활활 타올랐다.

추측이 맞는다면 엄청나게 좋은 일이었다.

대도들은 등급 구분이 없고 각자 특색이 있고 신비한 구석이 있어서 등급을 가르기 어렵다.

그러나 전신의 도는 일반 대도보다 강했다.

진남은 곧 차분해졌다.

아직 기뻐하기에는 시기상조였다.

"모르겠다, 우선 육신을 시험해보자."

진남은 생각이 정해지자 주먹을 휘둘렀다.

엄청난 힘이 솟아올라 먼 곳의 구름층을 부쉈다.

그러나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 전신의 도문은 마치 봉인을 당한 것처럼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진남이 휘두른 주먹은 천신 경지 사 단계의 힘을 발휘했다.

"승선한 후에야 힘을 발휘할 수 있겠군."

진남은 깨달음이 떠올라 주먹을 꽉 쥐었다.

수련하는 도중에 어려움도 많고 넘기 힘든 문턱도 많았다.

지금 진남에게 닥친 가장 큰 어려움은 승선하는 일이었다.

웅-

진남의 식해에서 무주궁도가 다시 떨렸다.

"무슨 일이지?"

진남은 어안이 벙벙해서 눈을 감고 자세히 살폈다.

잠시 후, 그는 고개를 들고 구름층의 끝을 바라보았다.

진남의 표정엔 의혹이 가득했다.

'앞에서 신비한 것이 무주궁도를 부르는 것 같은데?'

"무주궁도를 부를 수 있는 것이라면 평범하지 않을 거다. 부생 선배님은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고 경고를 했어. 이유를 잘 알지만……."

진남은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생각이 정리되기 전에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신력과 전신의 눈을 사용하며 앞으로 걸었다.

두려움이 많으면 큰 조화를 얻을 수 없었다.

구름층은 온화하고 기운도 평온했다.

그러나 진남은 긴장을 풀 수 없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거의 끝이 보인다!"

반 시진 후, 진남은 앞을 바라보며 살짝 안도했다.

걸어오는 동안 정신을 고도로 집중하느라 동급의 무인 몇 명과 싸운 것보다 더 힘이 들었다.

그는 계속 앞으로 걸었다.

진남이 마지막 구름에 올랐을 때 이변이 일어났다.

구름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진남은 아래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신력으로 몸을 잡으려는데, 어둠 속에서 큰 손이 나타나 진남을 아래로 확 잡아당겼다.

펑-!

진남은 귓가에 빠르게 스치는 소리를 자세히 들을 새도 없이 단단한 것에 부딪혔다.

커다란 반동력에 진남은 피를 토했다.

"붕멸의지!"

진남은 아픔을 참으며 술법을 펼쳤다.

정신을 차려보니 위험한 상황은 없었다.

"잠시 동안은 안전한 것 같다……."

주변을 살피던 진남은 눈을 찌푸렸다.

진남이 서 있는 곳은 짙은 붉은색의 도장이었다.

도장은 크지 않았다.

방원 천 리밖에 되지 않았는데, 부서져서 수많은 돌 조각으로 나뉘어 있었다.

조각에는 각각 세, 네 구의 해골이 있었다.

만 년이 지났지만, 해골들은 여전히 가슴 떨릴 정도로 차가운 기운을 풍겼다.

특히, 몇몇 해골들 옆에는 손바닥 절반 크기의 둥글둥글하고 모서리가 없는 빛을 잃은 정석이 있었다.

만 년이 지났지만, 정석의 청색 빛은 여전했고 옅은 도의를 느낄 수 있었다.

"네 해골의 옆에 도정이 있다. 저들은 살아있을 때 어떤 경지였고 어떤 지위를 누렸을까? 또, 도정을 가진 사람들과 싸울 정도면 다른 해골들은 생전에……."

진남은 가슴이 서늘해지고 솜털이 곤두섰다.

'이 작은 도장에서 대체 얼마나 치열한 싸움이 있었던 거지?'

"이곳은 법외참지(法外慘地)이다."

쉰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

진남은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한참을 살펴서야 바위가 말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석 장 높이가 되는 바위는 도장의 끝에 서 있었다.

바위는 짙은 붉은색이었고, 그 위에는 검흔이 가득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려웠다.

"법외참지? 법외참지가 무엇이냐? 너는 또 누구야? 네가 나를 불렀어?"

진남은 긴장하고 연거푸 질문했다.

"잘못 보지 않았다! 내가 잘못 보지 않았어! 너에게서 주선의 기운이 느껴지는구나."

이상한 바위는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 주선의 기운이구나!"

이상한 바위는 크게 웃더니 광대한 선광을 뿜으며 빠르게 먼 하늘로 사라졌다.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이상한 바위는 대체 뭐지? 어떻게 전신의 기운을 알아차린 걸까?'

"너무 빨리 가버렸어. 주선이 무엇인지 물어봐야 하는데."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빛을 잃은 도정을 힐끗 쳐다봤다.

"저것들을 연화할 수 있을까?"

진남은 마음이 흔들려 바로 손을 쓰려고 했다.

도정은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

구천 선역의 수많은 무인들 중 도정을 가진 사람은 매우 적었다.

쿵-!

이때 갑자기 먼 곳에서 강한 선광이 반짝거렸다.

머리와 손 하나, 발 하나를 잃은 해골이 당돌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어디서 난 건지 모를 녹이 슨 칼을 들고 있었다.

"죽어라!"

엄청난 살의가 진남에게 향했다.

해골은 그림자로 변해 진남의 위쪽으로 날아왔다.

그가 들고 있던 칼이 아래로 떨어지며 엄청난 기운을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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