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화 부생선왕의 후계자?
대전은 조용해졌다.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것 같았다.
'진남이 남세선왕 아래 세력의 큰 적이라고?'
그들뿐만 아니라 무정진인, 조리점 등 무인들도 깜짝 놀랐다.
다른 무인들은 몰라도 그들은 잘 알았다.
망도석은 일 년에 한 번씩 움직였다.
이런 경우는 오십 년에 한 번 나타나기 어렵다.
파란색 빛이 내려온 건 진남과 그들 사이에 풀 수 없는 원한이 있을 거라는 뜻이었다.
또, 앞으로 진남이 그들에게 큰 위기를 가져올 거란 뜻이기도 했다.
'남세선왕도 이런 능력이 있어?'
진남은 소름이 돋았다.
전에 창람대륙에서 남천문이 이런 능력으로 그를 삼성 등급의 적으로 정했기에 그는 나중에 많은 추격을 당했다.
"우선 이곳을 떠나자."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신력을 최대로 움직여 보답천하를 드러냈다.
그의 지금의 경지로는 여기 계속 있어서는 안 되었다.
"어딜 가려고?"
무정진인은 반응하고 크게 외치며 손가락을 튕겼다.
방대한 선인의 빛이 바다처럼 쏟아져 내려 커다란 감옥으로 변해 진남을 가뒀다.
대전 전체는 이 순간 살아난 것처럼 수많은 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많은 진법이 전부 움직이며 모든 걸 가뒀다.
천선 강자가 손을 썼다 해도 짧은 시간에는 대전을 나가 도망갈 수 없었다.
"아차!"
진남은 안색이 무거워졌다.
'이 상황을 어떻게 뚫고 나가지?'
"무정진인, 무슨 뜻입니까?"
구홍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바로 걸어 나와 사납게 외쳤다.
"무슨 뜻이냐고?"
무정진인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자는 파란색 빛의 적이다. 즉, 지금 공격해야 한다. 그러니 너희들은 참견하지 말거라. 아님 너희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대전 안의 무인들은 옅은 기세를 뿜고 눈빛이 싸늘해졌다.
이들은 남세선왕 아래의 세력에서 무정진인과 사이가 좋은 장로들이었다.
그들은 경지가 인선이나 지선이었다.
무상도통의 인선 경지 장로들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구홍, 이 일은 우리와 상관없다. 그리고……."
그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구홍은 주먹을 쥐고 두려움 없이 말했다.'
"만약 내가 꼭 참견하겠다고 하면요?"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서선지는 가벼운 미소를 짓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무정 선배님, 고작 돌 하나 때문에 진남 도우를 공격하는 건 너무 경솔한 거 아니에요?"
남세선왕은 예전의 남천문이 아니었다.
상행천소선역 전체에서 가장 강한 존재가 되지 못했다.
망도석이 정한 파란색 빛의 큰 적, 심지어 보라색 빛의 큰 적을 남세선왕 아래의 세력들이 어떻게 대할까?
그리고 그들이 과연 가만히 있을까?
슉-! 슉-! 슉-!
이때 열 개의 형상이 대전 앞에 나타났다.
형상들은 놀라운 위압을 뿜었다.
무인들은 소름이 돋았다.
열 개의 형상은 모두 남세선왕 아래의 세력의 태상 장로들이었다.
경지가 천선 정상에 도달했다.
"자네들이 어떻게 왔어?"
무정진인은 어안이 벙벙했다.
파란색 빛의 큰 적이 나타난 건 큰일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태상 장로가 동시에 나타날 필요는 없었다.
"무정, 이번의 파란색 빛의 큰 적이 이자가 맞소?"
예쁜 여인이 진남을 힐끗 보더니, 의문스러운 듯 말했다.
"방금 선왕 대인께서 명령을 전해오셨소. 만약 진짜 이자가 맞으면 이자의 경지를 폐하고 누르고 만옥(萬獄)에 가두라고 하셨소."
그녀의 말에 여러 세력의 강자들과 다른 세력들은 깜짝 놀랐다.
무정진인 등 무인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파란색 빛의 큰 적이 나타났는데 남세선왕이 직접 명령을 내렸다고?'
진남은 당황했다.
'방금 남세선왕의 분신이 나타나더니 뭔가 느낀 건가?'
구홍과 서선지는 안색이 무거워졌다.
'남세선왕마저 명령을 내렸으면 우리가 어떻게 진남을 지키지?'
'하하하, 진남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업보다.'
고원선과 소붕왕 만소는 저도 모르게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들은 모든 것이 끝났고 진남이 큰 성과를 거두고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짧은 시간에 진남이 남세선왕 같은 거물의 눈에 들었을 줄 예상치 못했다.
이제 진남이 아무리 강해도 위기를 풀 수 없었다.
"그러나 이자는 개세천재요. 심지어 도경 소성도 이루었소."
무정진인은 망설이더니 전음했다.
그는 진남을 공격하려 했었다.
그러나 이렇게 큰 공격을 할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
도경 소성을 이룬 개세천재의 뒤에는 거물이 있을 것이었다.
"도경 소성을 이룬 개세천재라고?"
태상 장로들은 서로 마주보았다.
"선왕 대인께서는 이자의 신분이 평범하지 않으면 더욱더 망설이지 말고 공격해야 한다고 하셨소."
무정진인은 어리둥절했다.
'선왕 대인께선 진작이 이 모든걸 예상했었단 말인가?'
"긴말하지 마시오. 대인께서 명을 내리셨소. 지금 바로 이자를 없애버리겠소."
태상 장로들 중에서 중년 사내가 살기를 뿜기 시작했다. 혈광이 그의 몸에서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진남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대전 안의 분위기가 굳어졌다.
"진남은 끝났어."
"그의 배후의 거물도 그를 구할 수 없을 거야."
"도경에 들어간 개세천재가 이렇게 죽다니. 아쉽구나."
대전 안의 무인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천선들은 나설 생각이 없었다.
만약 다른 곳이라면 그들은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나 만장천역에서는 불가능했다.
"진남아, 나는 너를 가장 큰 적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네가 이렇게 빨리 죽을 줄이야."
소붕왕 만소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던 것도 마다하고 동정하는 눈빛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되었으니 그는 진남을 원망할 필요가 없었다.
"혈성주선대법(血聖誅仙大法)!"
중년 사내가 나섰다.
그는 개세대마처럼 손에 혈도를 들고 허공에 서서 사방을 위협했다.
"꿈 깨시오!"
구홍은 지체하지 않고 크게 소리치며 많은 부문을 드러내 오래된 형상을 만들었다.
그는 자신의 목숨은 진남이 준 것이라고 했었다.
그는 자신이 죽더라도 진남이 죽게 할 수 없었다.
"썩 꺼져라!"
중년 사내는 크게 소리치며 큰 손을 내리쳤다.
대단한 힘이 구홍의 부문을 부섰다.
구홍은 바로 튕겨나 먼 곳의 벽에 부딪혔다.
중년 사내도 구홍의 신분을 알기에 강한 공격을 하지 않았다.
"죽어라."
중년 사내는 진남의 앞으로 다가와 혈도를 들더니 진남을 내리쳤다.
혈색 빛이 대전 전체를 비췄다.
사람들은 모두 저도 모르게 숨을 멈추었다.
몸도 저도 모르게 굳었다.
이제 곧 죽을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도경에 발을 들인 개세천재였다.
"일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다른 방법이 없다!"
진남은 결심했다.
그의 몸에는 전신이 남긴 흔적이 있었다.
전신은 그에게 의지를 남겼다.
이 흔적을 움직이면 모든 위기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 흔적의 위력이 내가 상상하는 것보다 강했으면……."
진남은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만장천역 전체를 무너뜨리고 천선 강자들을 격파했으면 좋겠다.'
"멈추시오!"
위기의 순간에 외침이 우레처럼 터졌다.
대전 밖의 여러 가지 진법들이 대단한 충격을 받고 전부 깨졌다.
파란색을 띤 큰 손이 벼락 치듯 중년 사내를 내리쳤다.
"부숴라!"
중년 사내는 안색이 어두워져 커다란 압력을 느꼈다.
그는 모든 신력을 드러내 혈도에 주입하고 큰 손을 잘랐다.
"누구냐!"
무정진인과 다른 태상 장로 그리고 다른 장로들은 안색이 어두워져 기세를 뿜었다.
"누가 진남을 구하러 왔나?"
다른 세력의 무인들은 어리둥절했다.
도리대로라면 진남의 배후에 패자가 있다 해도 절대 이렇게 빨리 만장천역에 도착할 가능성이 없었다.
진남도 놀랐다.
'설마 구리거울인가?'
"허허, 너희들은 보통 포악한 게 아니구나. 대놓고 남에게 죄를 정하고 죽이려 하다니."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세 개의 형상이 대전 밖에서 걸어왔다.
그중 두 명은 흰색 두루마기를 입고 흰색 면사포를 쓰고 있었다.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가장 앞에 선 사람은 백금색 두루마기를 입고 등에 네 개의 검을 메고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보이지 않는 압박감과 위압감에 다른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부생선왕의 수하 백일검군?"
"설마 진남이 부생선왕의 진전제자인가?"
다른 세력의 강자들 일부는 온 사람의 신분을 순식간에 알아챘다.
백일검군은 신분, 지위나 명성 등이 상행천소선역 전체에서 무정진인보다 약하지 않았다.
오히려 좀 더 강했다.
백일검군은 사극지경을 장악했을 뿐만 아니라 천선 경지에 도달했다.
천선 정상의 경지에 도달하면 패자로 불릴 수 있었다.
"너는 부생선왕의 후계자구나. 내 짐작이 틀렸구나."
서선지는 진남을 보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상상했던 것과 차이가 있었다.
그렇지만 부생선왕도 상행천소선역에서 오래된 선왕 중 한 명이었다.
"나는 그의 후계자가 아니야."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의 후계자가 아니라고?"
서선지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럼 백일검군이 왜 너를 구하려는 거지?"
진남도 그녀와 같은 의문이 들었다.
진남이 물을 새도 없이 무정진인이 안색이 싸늘해지더니 물었다.
"백일, 뭐 하는 거요? 설마 이 자식 때문에 우리와 적이 되려는 거요?"
백일검군은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
"적이 되고 말고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오. 그러나 오늘 나는 이자를 데려가야겠소."
말을 마친 백일검군은 무정진인을 신경 쓰지 않고 감옥을 부수고 진남을 데려가려 했다.
"꿈 깨시오!"
무정진인과 다른 아홉 명의 태상 장로들은 두말없이 대단한 선술을 드러냈다.
선술들은 살초로 변해 떨어졌다.
"싸우고 싶으면 기꺼이 상대해주겠소."
백일검군은 몸을 날렸다.
그의 등 뒤의 네 개의 검이 칼집에서 나와 몇백 개의 검기대진을 이루어 열 명을 눌렀다.
백일검군 옆의 두 천선 정상 경지의 강자들은 사나운 눈빛으로 법인을 만들었다.
몇천 마리의 청색 용이 나타났고 대전이 흔들렸다.
"싸우려는 건가?"
다른 세력의 무인들과 강자들은 긴장했다.
"백일검군, 잘 생각하시오. 자네들은 지금 만장천역에 있소! 진짜 싸우면 자네들은 이곳을 떠날 생각하지 마시오."
무정진인은 가까스로 화를 참으며 낮은 소리로 외쳤다.
"자신만만하군. 무정, 너는 아직 진정한 패자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큰소리치는 거냐?"
이때, 담담한 목소리가 하늘 깊은 곳에서 천천히 들려왔다.
대전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소리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보이지 않는 위압이 이곳의 모든 걸 눌렀다.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이 목소리가 매우 익숙했다.
'어떻게 이분도 오셨지?'
휙-!
한 청년이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청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아무런 위력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안색이 확 변했다.
"부생…… 선왕?"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행천소선역의 패자가 직접 이곳에 올 줄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의지이긴 했지만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제길!'
고원선과 소붕왕 만소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만소는 좀 전까지도 진남을 불쌍하게 생각했다.
'내가 왜 불쌍하게 생각했던 거지?'
'부생선왕이 왔으니 설사 남세선왕이 이미 명령을 내렸다 해도 진남은 오늘은 죽지 않을 것이다.'
"부생 선배님, 선배님도 만장천역에 오실 줄 몰랐습니다."
무정진인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부생선왕의 말대로 그는 아직 패자가 되지 못했다.
진정한 패자를 만나면 자세를 낮춰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