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8화 진남 대 정천기
소붕왕 만소와 고원선 그리고 무인들은 눈빛이 흥미진진해졌다.
만소는 고소해했다.
정천기가 도경의 문턱에 도달했고 전설 속의 절세천재가 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다들 잘 알았다.
소붕왕 만소도 진남이 도경의 문턱에 도달했다는 걸 알았다.
심지어 진남은 도경 초성의 정도에 도달했을 수 있었다.
경지가 매우 강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천기는 자신의 경지를 천신 삼 단계로 누른다고 했다.
그러면 지신 정상의 경지의 진남이 어찌 그의 상대가 될까?
정천기의 성격에 만약 진남이 싸움에 응한다면 싸움에서 질 뿐만 아니라 단전이 파괴될 것이다.
사실 단전이 파괴되는 건 큰일이 아니었다.
회복하기 쉬웠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세력의 장로들과 강자들이 왔는데 단전이 파괴된다면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무정진인은 정천기의 말이 조금 거슬렸다.
그러나 고개를 돌려 진남을 보며 말했다.
"도우, 너도 들었을 거다. 어떻게 할지는 네가 결정하거라."
이에 구홍은 안색이 어두워져 말했다.
"진 형……."
서선지도 전음했다.
"진남, 오늘은 물러서면 어때? 나중에 다시 방법을 생각하자."
그들은 진남이 지금 정천기와 싸우는 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대답하기 전에 너에게 한 가지 묻겠다. 어떻게 이 흑도를 얻었느냐?"
진남은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
"다른 무인에게서 샀어. 너 나와 싸울 거야 말 거야?"
정천기는 짜증이 났다.
그는 인내심이 강하지 않았다.
"너의 요구에 응하지."
진남은 한숨을 내쉬더니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청산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으니 아직 희망이 있었다.
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되려 좋았다.
그는 천재와 싸우는 것을 즐겼다.
"응하다니?"
강자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그들은 진남이 동의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진남, 너의 결말이 어떤지 보자."
소붕왕 만소와 고원선은 얼굴에 비열함이 드러났다.
그들은 천 개 셀 동안이 아니라 오백 개 셀 동안이면 진남은 단전이 파괴되고 체면이 구겨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구홍은 뭔가 말하려는 듯 입을 벌렸다.
그러나 진남의 표정을 보더니 침묵했다.
"진남, 너무 충동적이었어. 그러나 네가 나에게 뜻밖의 기쁨을 줄지도 모르지."
서선지는 진남을 바라보았다.
정과 의리를 중히 여기고 형제를 위해 이런 일을 하는 남자는 매우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싸움에서 지면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
"하하, 무정, 생일잔치가 이 정도는 되어야 재미있잖소. 딱딱하게 예의만 차린다면 무슨 재미있소?"
신응 장로는 큰소리로 웃었다.
천선 경지와 지선 경지의 강자들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두 개세천재의 싸움을 보는 건 매우 재미있었다.
무정진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맞소. 너희 둘 제대로 한번 싸워보거라."
그가 소맷자락을 휘젓자 방대한 선력이 솟아올랐다.
대전 앞에 방원 천 장 되는 선광 영역이 나타났다.
"규정을 하나 더 추가하겠다. 이 영역을 벗어나면 진 거다. 계속 싸울 수 없다."
그의 생일잔치였다.
그는 이들이 마음대로 싸우게 할 수 없었다.
정천기가 싸우다 진남을 죽이기라도 할까 봐 걱정되었다.
"진남! 싸우자!"
정천기는 눈에 생기가 돌았다.
그는 방대한 신의 빛을 뿜으며 허공을 밟고 영역 안으로 들어갔다.
"네 소원을 들어주마."
진남도 두 눈을 금화로 변화시키더니 기세를 폭발시키고 도기로 몸을 감싸며 영역 안으로 들어갔다.
그와 정천기의 기운은 매우 차이가 컸다.
지신과 천신은 신력부터 본질적인 차이가 있었다.
게다가 지신 정상과 천신 삼 단계였다.
정천기는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는 조금도 아까처럼 멍청하지 않았고 태고의 전왕으로 변한 것 같았다.
등 뒤에 몇십 마리의 신수의 형상이 나타났다.
그는 진남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는 신력이 강할 뿐만 아니라 육신도 평범하지 않았다.
지신 경지 팔 단계와 맞먹었다.
"붕멸지권!"
커다란 압력이 진남을 눌렀다.
진남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끝없는 붕멸의지를 끌어 올려 주먹을 날렸다.
펑-!
방대한 힘이 사방을 휩쓸었다.
주위의 선광이 흔들렸다.
둘은 허공에 멈췄다.
체내에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정면으로 부딪혔지만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육신이 매우 강하구나. 더 흥분되는데!"
정천기의 눈에 흥분이 드러났다.
그는 두 손으로 법인을 만들어 무상살술을 펼치려 했다.
"진남은 육신이 매우 강하구나. 육신을 잘 움직이고 보법도 강하다면 육백 개 셀 동안을 버티는 건 문제 없을 것 같다."
천선 등급의 거물이 수염을 만지며 중얼거렸다.
무정진인과 다른 강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진남의 실력으로 보아 천 개 셀 동안을 버티는 건 매우 어려웠다.
전혀 희망이 없었다.
"과천일격!"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진남은 놀라운 행동을 했다.
그는 방어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공격을 펼쳤다.
그는 정천기의 머리 위로 날아가 손을 칼로 변화시켜 내리쳤다.
"진남이 먼저 공격하다니?"
무인들은 저도 모르게 똑바로 앉았다.
그들은 진남이 물러서서 방어하며 시간을 끌 줄 알았다.
"응?"
무정진인과 천선 경지 강자들은 진남이 드러낸 술법이 기이하다는 걸 느꼈다.
그들이 본 선술들은 이 정도에 도달하지 못할 것 같았다.
"잘 왔다!"
정천기는 크게 외쳤다.
그의 머리 위에 오래된 법인이 나타났다.
오래된 법인이 큰 산처럼 진남의 칼을 막았다.
그의 뼈에는 법문들이 가득했다.
그가 갑작스런 공격을 받으면 법문들이 스스로 움직여 공격을 막았다.
그를 습격하거나 암살하는 실력이 강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었다.
"붕멸전권!"
진남은 멈추지 않고 힘을 전부 주먹에 모아 공격을 펼쳤다.
방대한 힘이 파도처럼 사방을 휩쓸었다.
슉-!
정천기는 몸을 날려 공격을 피했다.
선광 영역에 백서른일곱 개의 형상이 많아졌다.
"환영? 아니다. 이건 분신이다. 분신마다 신력이 있어 선술을 드러낼 수 있다."
진남은 금동으로 훑어봤다.
그는 마음이 서늘해져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보답천하를 펼쳤다.
지금 그의 실력으로 이 신비한 술수를 쓰자 그림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동력과 감지력이 어느 정도 되지 않으면 그가 사라졌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속도가 진짜 빠르구나. 나와 비슷하다. 그러나 내 앞에서는 아무리 속도가 빨라도 소용없다!"
몇백 명의 정천기는 눈에 빛이 반짝거리더니 동시에 소리쳤다.
"진선추(震仙錘)!"
몇백 개의 눈부신 빛이 정천기의 형상들에서 뿜어져 나왔다.
정천기의 형상들의 앞에 모양이 흐릿하고 놀라운 패기가 있는 망치가 나타났다.
쿵-! 쿵-! 쿵-!
망치들은 순식간에 허공을 쳤다.
몇백 개의 번개가 동시에 터진 것처럼 끝없는 망치의 힘이 선광 영역 전체에 퍼졌다.
정천기가 있는 곳을 빼고 어디나 망치의 힘이 퍼졌다.
신법이 아무리 강해도 피할 곳이 없었다.
"일도천황!"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신도합일하여 천황으로 변했다.
천황이 망치의 힘을 부수고 정천기 앞으로 날아갔다.
"대액반천수(大厄?天手)!"
정천기는 오래 기다렸다는 듯 대단한 선술을 드러냈다.
두 개의 거대한 손이 진남의 위에 나타나더니 세게 내리쳤다.
위력이 엄청났다.
화르륵-!
진남의 두 눈에 금화가 치솟아 올랐다.
그는 대단한 동력으로 두 개의 금빛이 반짝이는 창을 만들어 손을 꿰뚫었다.
펑-! 펑-! 펑-!
연이은 폭발음이 북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둘은 두 마리 개세신룡처럼 부딪히며 싸웠다.
싸움은 매우 치열했다.
무정진인이 선광영역을 치지 않았다면 대전 등은 전부 무너졌을 것이다.
"어떻게 진남이 명음 태자를 죽였나 했어. 진남은 실력이 진짜 놀랍다."
대전 안의 무인들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천선 강자들도 마음이 흔들렸다.
정천기가 신력이 강하고 실력 차이가 이렇게 큰데 진남은 조금만 밀렸다.
이는 평범한 개세천재들이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에 그들은 고개를 저었다.
진남은 천 개 셀 동안을 버티지 못하고 정천기에게 단전이 파괴되고 체면이 구겨질 거라고 생각했다.
"이미 육백 개 셀 시간이 지났다."
구홍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만공절살!"
이때, 선광 영역 안의 진남은 위로 날아오르더니 손바닥으로 아래를 눌렀다.
많은 도기가 정천기의 몸을 눌렀다.
정천기는 모든 법문을 드러내 도기를 막았다.
"이건 무슨 술법이지?"
정천기는 깜짝 놀랐다.
이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를 다치게 할 순 없다."
"과천일격!"
이때, 진남이 정천기의 머리 위에 나타나 방대한 도기로 법문을 부수고 정천기의 등을 내리쳤다.
그러자 정천기는 신음을 흘리며 몇 발자국 밀려났다.
"하하하, 좋다! 지신 정상의 경지가 나를 다치게 하다니!"
정천기는 화를 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큰소리로 웃으며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았다.
그는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대단한 기운이 그의 체내에서 꿈틀거렸다.
"그럼 나도 제대로 한번 공격하겠다!"
말이 끝나자 두 개의 커다란 망치가 그의 손을 벗어나 눈부신 빛을 뿜으며 진남의 머리 위로 날아왔다.
"진짜 빠르구나!"
진남은 소름이 끼쳐 긴장했다.
그리고선 다른 술법을 움직일 새도 없이 두 손으로 가슴을 막았다.
쿵-!
그는 큰 충격을 받아 뼈가 부서지고 피가 꿈틀거렸다.
몸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튕겨 나갔다.
"역기!"
진남은 아픔을 참으며 낮게 소리쳤다.
신비한 힘이 그의 몸을 스치자 상처들이 전부 회복되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가 튕겨날 때 정천기는 그의 코앞까지 날아왔다.
그는 재판을 내리는 신처럼 두 손에 망치를 들고 무표정하게 진남을 내려다봤다.
"동렬산하(動裂山河)!"
망치의 형상이 하늘에서 내려다 진남을 삼켰다.
선광 영역은 기운이 혼란스러워졌다.
허공에 몇만 개의 틈이 생겼다.
'진남이 졌다!'
무정진인이나 다른 천선 강자들이나 무인들은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대단한 망치의 공격이라면 아무리 진남이 스스로 상처를 회복할 수 있다 해도 반항할 힘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놀라지 않았다.
진남이 정천기 앞에서 칠백 개 셀 동안을 버틴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진 형!"
구홍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서선지도 입술을 깨물었다.
"하하하, 진남, 너 벌 받는 거다!"
소붕왕 만소와 고원선은 저도 모르게 큰소리로 웃었다.
그들은 매우 통쾌했다.
조리점도 기분이 좋았다.
처음으로 정천기가 마음에 들었다.
"너의 육신이 이 정도로 강할 줄 몰랐다. 스스로 상처를 회복할 수 있다니! 그러나 모든 것이 끝났다!"
정천기는 망치를 들었다.
그러자 몇만 개의 추영(錘影, 망치의 그림자)이 나타나더니 순식간에 망치에 들어갔다. 그는 마치 무상의 힘을 모은 것처럼 진남을 내리쳤다.
펑-!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정천기는 표정이 굳었다.
피범벅이 된 손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
그는 힘이 강했지만 망치를 내리칠 수 없었다.
"그래?"
담담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강한 기세가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무인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어떻게 된 거지? 진남이 버틸 수 있다고?"
무정진인이나 다른 천선 강자들이나 모두 믿을 수 없었다.
방금 정천기가 펼친 공격은 평범한 수단이 아니었다.
천신 경지 삼 단계의 무인이라도 버틸 수 없을 공격이었다.
한데 진남은 경지가 고작 지신 정상이었다.
"네 상처는 어떻게 순식간에 회복되었느냐?"
정천기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진남과 겨루었기에 더 잘 알았다.
방금 진남의 육신은 큰 상처를 입었다.
역천선약을 먹었다 해도 순식간에 회복될 수 없었다.
"과천일격!"
진남은 대답하지 않고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천신처럼 내려와 칼을 휘둘렀다.
기세가 대단했다.
"네가 상처가 회복되었으면 뭐 해? 한 번은 회복할 수 있어도 두 번은 회복하지 못할거다!"
정천기는 크게 외치며 하늘 가득 추영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