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7화 당청산의 흑도
"천허조교는 무정진인에게 화선단(化仙丹) 한 알을 선물하겠소. 무정진인이 오래오래 살고 대도를 이루고 지존에 오르길 바라오!"
신응 장로가 첫 번째로 선물했다.
많은 세력의 강자들과 천재들은 조금 놀랐다.
화선단은 매우 진귀한 단약이었다.
지선 경지의 무인들에게는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선력의 변화를 일으켜 하루빨리 천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신응 장로, 고맙소!"
무정 장로는 기뻤다.
이 선물이 그의 마음에 들었다는 건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삼청고교는 무정진인에게 만야화(萬夜花) 한 송이를 선물하오. 무정진인이 오래오래 살고 경지가 진급하여 지존으로 책봉되길 바라오."
"궁우태황종은 무정진인에게 대업천과(大業天果) 하나를 선물하오. 무정진인이 영원히 높은 지위에 있고 무상……."
다른 두 무상도통도 이어 선물을 전했다.
그들의 선물한 보물들은 화선단에는 비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진귀한 이보이고 가격이 비쌌다.
무인들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상행천소선역의 어떤 세력이든 삼대 무상도통과는 차이가 무척이나 컸다.
이는 선물에서도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삼수천선(三水天仙)입니다. 문라선왕(文瀾仙王)을 대신해 무정진인에게 고도를 선물합니다. 무정진인 오래오래 살고 영원히 높은 지위에 계십시오."
"사왕도인(四王道人)입니다. 경계선왕(荊棘仙王)을 대신해 무정진인에게 용황선목(龍凰仙木)을 선물합니다. 무정진인……."
"영화천선(尋火天仙)입니다. 늠동선왕(凜冬仙王)을 대신해 무정진인에게……."
이어 패자 등급의 세력의 차례가 되었다.
진남은 볼수록 놀라웠다.
이들이 선물한 보물들은 모두 매우 비범했다.
전부 그에게 준다면 그는 당장이라도 천신 정상의 경지에 도달하고 여러 가지 현묘한 수단을 장악하게 될 것이었다.
"생일잔치가 무척이나 성대하구나. 나중에 내가 천 살이 되면 한번 해야겠다."
진남은 중얼거렸다.
패자 등급의 세력의 차례도 끝났다.
명성이 자자한 무인들이 선물을 바쳤다.
삼대 무상도통이나 패자 등급의 세력과 달리 그들의 선물은 가격은 싸지만 매우 특이했다.
몇 가지 기이한 보물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무정진인도 손뼉을 치며 감탄했다.
"이제 선물도 거의 다 바친 것 같다. 남세선왕이 곧 나타날 것이다."
진남은 대전 안을 훑어보았다.
신력과 도정을 동시에 움직여 정상으로 끌어올렸다.
무정진인은 남세선왕 아래의 사람이었다.
그러나 남세선왕은 꼭 나타날 것이다.
진남의 예상대로 마지막 무인이 선물을 바치자 방대한 남색 선광이 시공을 넘은 것처럼 대전에 떨어졌다.
선광은 흔들며 끊임없이 한데 모이더니, 마지막에 희미한 형상을 이루었다.
형상은 대단한 위압을 뿜었다.
대전 전체가 조금씩 흔들렸다.
무인들은 천신 경지나 지신 경지나 모두 큰 돌에 눌린 것처럼 가슴이 답답했다.
이것이 패자의 위압이었다.
"남세 대인을 뵙습니다!"
무정진인, 조리점 그리고 남세선왕 아래의 장로 등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공수했다.
"무정, 오늘은 너의 생일이다. 인사하지 말거라."
희미한 형상은 손을 저으며 남색 빛을 뿜어 무정진인의 주먹을 풀었다.
"드디어 천 살이 되었구나. 게을리하지 말고 어서 패자가 되거라. 이 지존지기(至尊之器)를 너에게 주겠다."
희미한 형상이 손가락을 튕기자 길이가 삼 장 되고 투명한 거울이 나타났다.
거울에서 희미한 위압이 뿜어져 나왔다.
대전 안의 선의가 전부 굳었다.
"지, 지존지기?"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삼대 무상도통의 장로 등급의 인물들도 마찬가지였다.
지존지기는 패자들도 몇 개 없었다.
그런데 남세선왕이 이걸 무정진인에게 선물하다니.
'남세선왕의 실력은 비월여제 대인보다 조금 약할 거다.'
무인들은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남세선왕은 진짜 남천문 배후의 그 패자구나!"
진남의 눈 깊은 곳에 차가운 살기가 떠올랐다.
좀 전까지 그는 짐작만 했었다.
그런데 남세선왕의 의지가 파란색 빛을 뿜는 걸 보자 확신이 들었다.
힘의 본질이나 기운 등은 남천문과 똑같았다. 조금도 차이가 없었다.
"남세 대인, 이건……."
무정진인은 남세선왕이 이렇게 큰 선물을 할 줄 몰랐다.
"긴말할 필요 없다. 나는 생일잔치에 참가하지 않겠다. 너는 도우들을 잘 접대하거라."
희미한 형상은 담담하게 웃더니 형상이 흩어졌다.
그는 무심코 사람들을 훑어봤다.
그러다 진남을 보자 그의 눈길이 멈췄다.
"응?"
희미한 형상은 뭔가 느꼈다.
그러나 그가 강한 동술을 움직이기도 전에 형상이 완전히 사라졌다.
대전 안에 가득 찼던 위압도 모두 사라졌다.
"조리점, 두 번째 의식을 진행하거라."
무정진인은 정신을 차리더니 지존지기를 주머니에 넣고 웃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조리점은 정신을 차리고 사람들에게 공수하고 말했다.
"도우들 먼 곳에서 스승님의 생일잔치에 참가하러 와주셔 고맙습니다. 우리는……."
두 번째 의식은 이름이 없었다.
간단하게 말해 좋은 점을 내놓아 무인들에게 주는 것이었다.
"저는 아직 선물을 드리지 않았습니다."
이때, 천둥 같은 소리가 사람들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혼자 앉아있던 정천기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천기?"
사람들은 경악했다.
정천기에게서 있었던 일을 그들은 모두 잘 알았다.
'예전의 그의 행동을 보면 그는 처신할 줄 모른다. 한데 오늘은 왜 생일 선물을 하려는 거지?'
'정천기의 정신이 점차 회복되기 시작했나?'
조리점은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정천기는 정신이 손상된 후 남세선왕 아래의 세력에서 전에 없는 보살핌을 받았다.
정천기의 정신이 회복되는 건 조리점에게는 좋은 일이 아니었다.
조리점이 정천기를 말리려는데 첫 상에 앉아있던 무정진인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 천기. 나에게 무슨 선물을 준비했느냐?"
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궁금해했다.
정천기는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야수처럼 앞으로 걸어가 흑도를 꺼내며 말했다.
"무정 장로, 이 흑도는 좋습니다. 장로께 드리겠습니다."
그는 칼을 건넸다.
조금도 예의가 없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제멋대로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는 것 같았다.
생일을 축하한다는 인사말도 없었다.
조리점은 그 모습을 보곤 내심 기뻐했다.
그러나 어두운 표정으로 소리쳤다.
"정천기, 어서 칼을 거둬라. 이렇게 평범한 칼……."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저었다.
흑도는 기운이 조금도 특이하지 않고 재질도 평범했다.
신기라고도 할 수 없고 강한 제기 정도였다.
"응? 저 칼은……?"
진남은 눈을 찌푸렸다.
"잠깐, 이 흑도는 조금 기이하다."
조리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정진인이 입을 열었다.
그는 자세히 관찰하더니 손가락을 튕겨 선의를 주입했다.
웅-!
검은 칼은 순식간에 살아난 것처럼 찬란한 빛을 뿜었다.
빛은 살기가 대단했다.
동시에, 대전 바닥에 얇은 서리가 끼었다.
"이 칼에는 영혼이 있고 대단한 의지가 있다. 잘 연화하면 범상치 않은 선기가 될 것이다. 좋다, 좋아."
무정진인은 만족스러웠다.
이 정도의 선기는 그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천기가 물건을 내놓은 걸로 이미 충분했다.
반면, 조리점과 다른 무인들은 칼에 그런 특별한 점이 있을 줄 몰랐다.
다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눈빛만 반짝거렸다.
"천기야, 네 자리로 돌아가거라. 이제 두 번째……"
무정진인은 말했다.
"무정 선배님, 부탁이 있습니다."
이때,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조리점과 다른 무인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누가 사리 분별을 못 하고 생일잔치의 진행을 막는 거지?'
고개를 돌려 말한 사람을 본 그들은 모두 어리둥절했다.
말한 사람은 바로 진남이었다.
"진 형……?"
구홍은 순간 당황했다.
멀지 않은 곳의 서선지도 얼떨떨한 표정으로 진남을 보았다.
"너는 누구냐?"
무정진인은 무표정하게 물었다.
생일잔치가 중단되어 그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만약 지금 생일잔치를 진행하던 중이 아니고 사방에서 몇천 명의 무인들이 오지 않았다면 이미 공격했을 것이다.
옆에 있던 조리점은 바로 진남에 대해 알고 있는 내용을 전부 무정진인에게 전음했다.
"진남 도우구나. 무슨 일이냐? 말하거라."
무정진인은 안색이 부드러워졌다.
그라도 개세천재에겐 인내심을 가질 수 있었다.
"무정 선배님, 선배님께서 그 칼을 저에게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진남은 정중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 칼은 저와 사이가 좋은 형제가 쓰던 겁니다. 한 번도 그와 떨어졌던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칼이 여기서 나타났으니 무슨 일이 발생한 게 틀림없습니다. 선배님께서 그 칼을 저에게 주신다면 저는 이 정을 마음에 새기고 나중에 열 배로 보답하겠습니다."
정천기가 흑도를 꺼낼 때부터 그는 그 칼이 그의 사형 당청산이 사용하던 흑도라는 걸 발견했다.
흑도는 당청산이 사랑하는 사람이 변한 것이었다.
때문에 그는 바로 나선 것이었다.
정천기가 어떻게 이 칼을 얻었는지는 칼을 얻은 후 자세히 알아볼 생각이었다.
"이 칼을 너에게 달라고?"
무정진인의 부드러워진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무인들은 서로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남, 이렇게 미련한 행동을 할 줄 몰랐다!'
멀리 있던 소붕왕 만소와 고원선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조리점도 눈빛이 반짝거렸다.
지금은 무정진인의 천 살 생일잔치가 진행 중이었다.
흑도는 정천기가 무정진인에게 선물한 생일 선물이었다.
'이렇게 대놓고 생일선물을 달라고 하다니?'
진남의 행동은 무정진인의 미움을 살 수 있었다.
무정진인은 평범한 천선이 아니었다.
사극지경을 장악했고 천선 정상의 경지에 도달하면 패자가 될 인물이었다.
신분이나 지위만 해도 진남보다 몇 배나 높았다.
"무정 선배님, 진 형이 칼을 보자 마음이 급했던 것 같습니다. 화를 내지 마십시오. 선배님께서 진 형을 도와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구홍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정 선배님, 이런 행동은 매우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진남 도우가 정과 의리를 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무정 선배님께서 청을 들어주신다면 공덕을 쌓으신 겁니다. 아름다운 이야기로 길이 전해질 겁니다."
서선지는 눈을 반짝거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다."
진남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는 자신의 행동이 무모했다는 걸 잘 알았다.
그들이 나서준 건 그에게 큰 도움을 준 것이었다.
"세 명의 개세천재다!"
무인들은 흥미진진하게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결과가 어떨지 궁금했다.
"선지가 무정진인의 미움을 살 위험도 무릅쓰고 저 자식을 도와주려 하다니!"
소붕왕 만소와 고원선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스승님, 어떻게 할까요?"
조리점은 낮은 소리로 물었다.
무정진인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그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진남 외에 구홍과 서선지도 진남을 위해 청을 들었다. 내가 거절한다면 영향이 좋지 않을 게 뻔하다. 세 명의 개세천재다. 이들의 체면을 봐줘야 한다. 또 이건 그저 평범한 흑도일 뿐이다. 내가 이 칼을 진남에게 준다면 다른 무인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천기야, 이 칼은 네가 나에게 선물한 것이다. 너는 이 칼을 진남에게 줘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무정진인은 물었다.
한마디로 그는 이 일에서 벗어났다.
주고 주지 않고는 이제 그와 아무 관계가 없었다.
진남, 구홍, 서선지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이 정천기에게 쏠렸다.
모두들 그가 어떤 결정을 할지 궁금했다.
정천기는 흐리멍덩한 눈으로 진남을 보더니 말했다.
"이건 내가 무정 장로께 선물한 거다. 어떻게 너에게 주겠느냐? 그러나……."
반쯤 말한 그는 문득 말을 돌렸다.
갑자기 그의 얼굴에 대단한 전의가 드러났다.
"너는 경지가 매우 강하다고 들었다. 내가 경지를 천신 삼 단계로 누른 후 네가 나와 싸워 천 개 셀 동안에 지지 않으면 이 칼을 너에게 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