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5화 개세천재였다니
한참 동안 조리점을 살피던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눈길을 거두었다.
조리점은 어떤 힘이 주입되었는지 기운이 희미했다.
그가 아무리 꿰뚫어 보려 해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조리점이 공격을 펼쳐야만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구홍아, 한 달이나 지났다. 너는 왜 경지가 조금도 진보가 없느냐?"
이때, 괴상야릇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과 무인들은 소리 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선의를 입고 이마에 기이한 부문이 가득한 청년이 열몇 명의 무인들에게 둘러싸여 걸어 들어왔다.
구홍을 보는 눈빛에 살기가 가득했다.
그는 전에 구홍과 한 가지 물건을 쟁탈하기 위해 싸웠다.
구홍은 그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를 음해했다.
그는 이를 줄곧 잊을 수 없었다.
"천허조교의 고원선(高?仙)이 왔구나!"
무인들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고원선은 개세천재가 아니었다.
삼극을 장악하고 천신 경지에 도달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천허조교의 패자였다.
그의 아버지는 남세선왕보다 더 먼저 이름을 날렸다.
상행천소선역 전체에서 명성이 자자했다.
"고 도우군. 너는 무도삼극에 도달한 지 십몇 년은 되었지? 근데 왜 아직도 사극지경을 장악하지 못했느냐?"
구홍이 바로 반격했다.
"구 도우, 고 형은 아직 어리다. 몇 년 후에 사극지경에 들어가는 건 전혀 어렵지 않을 거다."
조리점이 옆에서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고원선과 사이가 좋았기에 고원선의 편을 들었다.
다른 무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개세천재들 사이의 싸움에 그들은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면 봉변을 당할 수도 있었다.
"조 오라버니, 오랜만입니다."
듣기 좋은 목소리가 대전 밖에서 들려왔다.
진남과 일면식이 있는 서선지가 흰색 치마를 입고 가벼운 걸음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람들은 속으로 감탄했다.
"사극지경에 들어갔어?"
진남은 놀랐다.
광유선체는 역시나 명실상부하구나.
서선지는 천신으로 진급한 후 개세천재가 되었다.
"선지, 왔구나!"
고원선은 기쁨을 감추지 않고 성큼성큼 서선지에게로 걸어갔다.
그는 소붕왕 만소처럼 오래전부터 서선지를 좋아했다.
"응. 어? 진남 도우, 너도 여기 있네?"
고원선을 본 서선지의 눈에 싫은 빛이 스쳤다.
반면 진남을 보자 눈을 반짝거리며 다가왔다.
향풍이 진남을 스쳤다.
그녀는 사극지경에 들어간 후 더 예뻐졌을 뿐만 아니라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도 좋아졌다.
고원선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진남을 바라보았다.
조리점과 무인들도 이상한 눈길로 진남을 바라봤다.
'명성이 자자한 서선지가 먼저 다가가다니. 구홍을 따라온 저자가 대단한 인물인가?'
"이번에 구홍과 함께 왔어."
진남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서선지는 간사한 눈빛으로 입술을 진남의 귓가에 대고 낮은 소리로 전음했다.
"너 잘 숨겼던데? 명음 태자도 죽이다니."
명음 태자가 죽었단 소식을 듣고 그녀는 소붕왕 만소에게 물었었다.
만소가 이상할 정도로 침묵하자 그녀는 자신이 아는 진남일 거라는 짐작이 갔다.
"진남 도우라고? 도우는 어느 세력이고, 스승님은 누구냐?"
서선지의 행동에 고원선은 저도 모르게 화가 났다.
무덤덤하게 물었다.
그는 서선지와 알고 지낸 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서선지는 단 한 번도 이런 태도로 그를 대한 적 없었다.
그는 갑자기 튀어나온 진남이란 자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지 궁금했다.
"고원선, 눈치 있게 행동하거라. 감히 형님을 건드리면 가만있지 않겠다."
구홍은 안색이 싸늘해졌다.
고원선이 그와 맞선다면 그는 화를 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진남을 건드리면 그는 참을 수 없었다.
진남은 경지나 신분이나 배경 등이 모두 그보다 훨씬 강했다.
하지만 그는 누구든 진남을 건드리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이건 그가 참을 수 없는 한계였다.
"난 그저 이름 없는 무인이다."
진남은 구홍을 향해 고개를 젓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가만있지 않겠다고? 기다리고 있으마."
고원선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진남을 돌아봤다.
진남을 보는 눈에 하찮음이 드러났다.
그는 진남이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아니면 명성이 자자했을 것이다.
진남이 술자리에 참가한 것도 구홍 덕일 것이었다.
"선지, 지난번에 헤어지고 한 달 넘게 보지 못했다. 우리 저기 가서 술이나 마실까?"
고원선은 웃으며 자리를 안내했다.
"고 오라버니, 우리는 이미 잘 아는 사이입니다. 회포를 푸는 건 사양하겠습니다. 저는 진남 도우와 오래 만나지 못했습니다. 저는 여기서 진남 도우와 얘기를 나누겠습니다."
서선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눈에 묘한 빛이 반짝거렸다.
그녀는 진남에게 궁금한 것이 많았다.
차하계의 무인이 사극지경에 들어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난번에 진남은 전례를 깨고 비월여제의 두 번째 승선 영패를 얻었다.
그녀는 이것도 작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진남이 비월여제의 후계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만약 진짜 비월여제의 후계자라면 상행천소선역 전체를 흔들 것이다.
심지어 구천선역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저자와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고원선은 표정이 굳었다.
"진남, 서선지 같은 여인은 너 같은 평범한 사람이 넘볼 수 없다. 이따 핑계를 대고 떠나거라. 아니면 구홍의 형님이라 해도 가만두지 않겠다."
고원선은 진남에게 신념을 전했다.
진남을 바라보는 눈빛이 싸늘해졌다.
'나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진남은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원선과 소붕왕 만소는 한통속이고 포악했다.
작은 일로도 사람을 위협했다.
"진남 도우, 나 때문에 시끄러워진 거 아니야?"
서선지는 묘한 분위기를 느끼고 장난기 섞인 말투로 물었다.
"이런 일은 너를 탓할 수 없다. 저들이 나를 만만하게 본 거다."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고원산을 바라봤다.
"꺼져라."
그는 긴말하고 싶지 않았다.
이자가 계속 건드리면 공격할 생각이었다.
"너……, 나보고 꺼지라고?"
고원선은 눈을 찌푸렸다.
믿을 수 없었다.
그는 패자의 아들이라 사람들 모두가 그를 정중하게 대했다.
천선도 예외가 아니었다.
구홍도 그와 사이가 좋지 않지만 그보고 꺼지라고는 하지 않았다.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고원선은 화가 났다.
그는 천신의 힘을 움직여 대단한 살초를 펼치려 했다.
"고 형, 일 있으면 말로 하시오."
급박한 순간에 손바닥이 고원선의 어깨를 눌렀다.
보이지 않는 힘이 고원선의 기운을 가라앉혔다.
조리점이었다.
평소라면 만장천역에서는 아무도 무력을 사용할 수 없었다.
이제 생일잔치가 곧 열리기에 더욱더 무력을 쓰면 안 되었다.
진짜 공격한다면 고원선은 손해를 보고도 하소연할 데가 없을 것이다.
"조 형, 이자는 너무 건방지오. 방금 나는……."
고원선은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방금 벌어진 일을 낱낱이 조리점에게 말했다.
"자네에게 꺼지라고 했다고? 이 일은 나에게 맡기시오."
조리점의 눈에 싸늘한 빛이 스쳤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옥으로 만든 술잔이 나타났다.
"구홍 도우의 형님이었군. 실례했소. 이렇게 알게 됐으니 앞으로 종종 연락합시다. 이 잔은 내가 권하는 거요."
조리점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들었다.
그 언행엔 빈틈이 없었다.
"응?"
서선지와 먼 곳의 흑포를 입은 여인 그리고 대전 안의 많은 강자들은 조리점이 술잔에 강한 힘을 주입했다는 걸 느꼈다.
잔을 부딪히기만 하면 순식간에 힘이 폭발해 조용히 진남의 체내에 들어갈 것이다.
"조리점, 너……."
멀지 않은 곳의 구홍의 눈에 빛이 솟아올랐다.
신력을 최고로 끌어올려 살술을 펼치려 했다.
"됐다. 내가 상대하겠다."
진남은 한마디 전음하고는 술잔을 들더니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조 도우, 너무 예의를 따지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자주 연락합시다."
그는 조리점이 어떤 선술을 수련했는지 궁금했다.
조리점이 먼저 찾아온 건 그가 바라던 바였다.
"흥! 네가 어떻게 죽나 보자."
고원선은 콧방귀를 뀌었다.
"진남, 소……."
서선지는 진남이 경지가 대단하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그가 싸우는 걸 본 적 없어 저도 모르게 귀띔했다.
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 개의 옥으로 만든 술잔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가볍게 부딪혔다.
쿵-!
진남의 깊은 곳에서 대단한 힘이 폭발했다.
힘이 흉수처럼 오장육부를 찢으려 했다.
그러나 힘은 폭발하기도 전에 대단한 힘에 눌렸다.
조리점은 경지가 천신 삼 단계였다.
이런 작은 수단은 신력만 움직여도 쉽게 대응할 수 있었다.
"네 차례다!"
진남은 손가락을 움직였다.
조리점의 웃는 얼굴이 굳었다.
그는 주선도(誅仙刀)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 같았다.
대단한 도기에 그는 솜털이 곤두섰다.
위기감이 들었다.
"눌러라!"
갑작스런 변수에 조리점은 다른 걸 신경 쓸 새도 없이 낮게 소리쳤다.
방대한 힘을 움직여 법진을 이루어 힘을 막았다.
펑-! 펑-! 펑-!
그에게서 연이은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그는 뒤로 네발 밀려나서야 멈췄다.
"눌렀어?"
대전 안의 강자들은 깜짝 놀랐다.
신비한 흑포를 입은 여인도 고개를 살짝 쳐들고 진남을 바라봤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고원선은 믿을 수 없었다.
'조리점은 개세천재다. 그리고 저자는 지신 정상의 경지인데 어떻게 조리점을 눌렀지?'
"조 도우, 고 도우, 소개하는 걸 잊었어. 진 형은 사극지경을 장악했어."
구홍은 콧방귀를 뀌었다.
'조리점의 경지로 스스로 진남에게 술을 권하다니, 화를 자초하는 거잖아?'
"저자가 사극지경을 장악했다고?"
대전 안의 강자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보잘것없는 청년이 개세천재일 줄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개…… 개세천재?"
고원선은 몸을 떨었다.
그는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좀 전에 그가 진남을 공격했다면 규칙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진남에게 혼났을 것이다.
"진 도우도 개세천재였다니, 내가 눈이 삐어서 알아보지 못했소."
조리점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그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나는 진 형과 제대로 한잔 마셔야겠소."
진남의 신분은 그의 예상을 초월했다.
그러나 그가 거리낌을 느끼거나 두려워할 정도는 아니었다.
방금 그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진남에게 밀려났다.
그러니 반드시 다시 공격해 진남을 물리쳐야 했다.
아니면 소문이 퍼져 창피를 당할 수도 있었다.
"고원선, 지난번에 너를 제대로 혼내지 못한 것 같구나. 감히 또 선지를 괴롭히다니!"
이때,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붕왕 만소와 인신 정상의 경지의 노인 두 명이 대문 밖에서 걸어 들어왔다.
만소는 표정이 싸늘했다.
지난번에 하마터면 진남의 탈것이 될 뻔한 후 그는 줄곧 기분이 나빴다.
이번에 오는 길에 다른 무인들한테서 고원선이 왔단 얘기를 들었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그는 진작에 고원선에게 서선지의 방원 백 장 이내에 나타나면 안 된다고 경고했었다.
"만소 도우!"
"만소 도우……."
조리점은 순식간에 기세를 거두었다.
웃는 얼굴로 대전 안의 다른 강자들과 함께 마중하러 나갔다.
고원선은 만소를 보자 안색이 어두워졌다.
금시붕왕은 그의 아버지만큼 대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약하지도 않았다.
모두 패자였다.
그리고 만소는 개세천재이기도 했다.
간단하게 말해 그는 구홍에게 트집을 잡을 담은 있지만 만소에게 시비를 걸 배짱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