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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893화 (893/1,498)

893화 간이 부었구나

"이상? 설마…… 선천 이상 선근인가?"

중년 사내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흥분한 나머지 신력이 꿈틀거리고 목소리가 매우 높았다.

그의 목소리가 궁전을 지나 도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뭐? 선천 이상 선근?"

도장의 무인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선천 이상 선근은 가장 최고급 선근이었다.

개세천재들도 그 정도 선근이 없었다.

'저 사내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내, 내가 일으킨 건가?"

우람한 사내는 믿을 수 없어 어리둥절했다.

"하하! 선천 이상 선근이 나타났다. 다른 성은 우리와 비교가 안 될 거다!"

중년 사내는 큰소리로 웃었다.

그러다 문득 뭔가 생각난 듯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다, 이 사내는 아직 금색 기둥에 닿지 못했다. 설마……."

옆에 있던 삼 장로가 말했다.

"좀 전의 그 청년이다. 금색 기둥이 반응을 일으키지 않은 건 이상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년 사내는 깜짝 놀랐다.

"좀 전의 그 사내라고요? 쫓아가서 그자를 우리 종문에 가입하라고……."

그는 놀라는 동시에 빨리 반응했다.

그들의 부주의로 선천 이상 선근을 가진 사람이 종문에 가입하지 않는다면 매우 후회할 것이었다.

"나도 가겠다."

삼 장로는 망설이지 않고 결정을 내렸다.

그는 신념을 전하고는 중년 사내를 잡고 사라졌다.

* * *

같은 시각, 조용한 성의 선학주루(仙鶴酒樓).

좀 전에 구홍이 이 주루의 독실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신념을 전해왔다.

진남은 독실 문을 열었다.

파란색 옷을 입은 여인과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예전과 달리 구홍의 기운은 더 깊어진 것 같았다.

진남은 바로 꿰뚫어 봤다.

구홍은 이미 천신 경지 일 단계에 도달했고 체내에 도의도 있었다.

'구홍은 사극지경에 들어간 것 같다. 그리고 도경의 문턱에 닿은 것 같아.'

진남은 아무 말 없이 미간을 찌푸리고 파란색 옷을 입은 여인을 힐끗 봤다.

그는 파란색 옷을 입은 여인을 처음 만났다.

그런데 무엇 때문인지 여인은 그에게 강렬한 적의가 있었다.

"진 형……."

구홍은 한참 말을 잃고 가만히 있더니 눈시울을 붉히며 자리에서 일어나 진남에게 무릎 꿇고 인사했다.

"이러지 말거라."

진남은 깜짝 놀랐다.

그는 서둘러 구홍을 일으켜 세우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이제 형제다. 이렇게 예를 차릴 필요 없다."

파란색 옷을 입은 여인은 입을 삐죽거렸다.

그녀가 진남에게 적의가 있는 건 전에 구홍이 진남 때문에 그녀를 싸늘하게 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차하계에서 온 진남을 깔보았다.

'형제라고? 저 녀석 뻔뻔하잖아?'

파란색 옷을 입은 여인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진 형 말이 맞습니다. 제가 너무 부담스럽게……."

구홍은 머리를 긁적였다.

전혀 개세천재 같지 않았다.

"진 형, 그럼 중요한 일부터 얘기합시다. 형님은 어느 경지에 도달했습니까?"

구홍은 빠르게 물었다.

"지신 정상의 경지다."

진남은 구홍에게는 숨기지 않았다.

"지신 정상의 경지요?"

구홍은 경악했다.

그는 진남이 도경에 들어갔고 내력이 범상치 않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경지가 이렇게 빨리 진급되었을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고작 지신 정상의 경지인데 뭘 이렇게 놀라는 거야?"

파란색 옷을 입은 여인은 퉁명스레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녀는 묻지 않았다.

그녀는 구홍이 다른 사람과 중요한 일을 얘기할 때 자신이 참견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진 형, 이번에……"

구홍은 뭔가 말하려 했다.

이때 독실의 문이 열리더니 중년 사내와 삼 장로가 함께 들어왔다.

"삼 장로?"

파란색 옷을 입은 여인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아직 외문제자라 장로를 존중해야 했다.

"삼 장로, 뭐 하는 겁니까?"

구홍은 안색이 싸늘해졌다.

"……구홍 사제?"

중년 사내와 삼 장로는 어안이 벙벙했다.

"구홍 사제도 여기 있었구나."

삼 장로는 빠르게 정신을 차리더니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중요한 일로 이자를 찾고 있었다. 너무 급한 마음에 그만……. 미안하게 됐다."

진남은 그 말에 어리둥절했다.

구홍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이분은 저의 형님입니다. 무슨 일로 형님을 찾는 겁니까?"

그들은 진남의 신분이 이렇게 대단할 줄 몰랐다.

구홍의 형님이라니.

"하하, 이자가 선천 이상 선근을 가진 것이 궁금했는데. 이제 알았다. 너의 형님이었구나."

삼 장로는 큰소리로 웃었다.

"뭐라고요? 선천 이상 선근이요? 이자가 선천 이상……?"

파란색 옷을 입은 여인은 경악했다.

'차하계에서 비승한 무인이 어떻게 이렇게 강한 천부가 있지? 구홍도 겨우 선천 상품이잖아.'

구홍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선천 이상이 없다면 더 놀랐을 것이다.

"선천 이상이라고요?"

진남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도우, 중요한 일부터 얘기하겠다. 너는 천부가 높으니 응당 우리 종문에 가입해야 한다. 네가 원하면 나는 너를 외……."

여기까지 말한 삼 장로는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아니다, 전례를 깨고 너를 내문제자로 받아주겠다."

옆에 있던 파란색 옷을 입은 여인은 이 말을 듣자 입이 떡 벌어졌다.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바로 내문제자가 될 수 있다고?'

패자 세력의 내문제자가 아니라 무상도통의 내문제자다.

입문에 성공한다면 상행천소선역 전체에서 어느 정도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설사 무도삼극을 장악하고 선근이 있는 무인이라도 내문제자가 되려면 여러 번 심사를 거쳐야 하고 매우 어려웠다.

그녀는 연거푸 세 번 심사에 참가했지만 계속 실패했다.

'구홍 오라버니 덕분일 거야. 선천 이상 선근이 있다 해도 기껏해야 외문제자가 되고 비교적 많은 수련자원을 얻을 뿐이다.'

파란색 옷을 입은 여인은 정신을 차리고 중요한 걸 깨달았다.

그녀는 진남을 존경하기는커녕 오히려 원망했다.

그녀가 구홍에게 접근한 건 전례를 깨고 내문제자가 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였다.

그런데 지금 진남이 먼저 내문제자가 되게 되었다.

"장로, 미안합니다. 저는 아직은 어느 세력에도 가입하고 싶지 않습니다."

진남은 생각도 하지 않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가입하지 않겠다고?"

삼 장로, 중년 사내 그리고 파란색 옷을 입은 여인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잘못들은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이렇게 좋은 기회가 생겼는데 거절하다니?'

"도우, 너 잘 생각하거라. 기회는 놓치면 다시 오지 않는다."

삼 장로는 말투가 싸늘해졌다.

파란색 옷을 입은 여인의 짐작대로 그가 전례를 깨고 진남을 내문에 들이려고 한 건 진남이 구홍의 형님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제자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구홍에게 신세를 지게 하려는 것이었다.

일석이조였다.

그러나 진남의 태도에 그는 기분이 나빴다.

'구홍 때문이 아니라면 어찌 이렇게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 있을까? 그런데 감히 거절하다니? 네가 구홍의 형님이라 해도 이렇게 호의를 모르다니.'

구홍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그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삼 장로, 긴말하지 마십시오. 진전제자라 해도 진 형은 응하지 않을 겁니다. 형님은 이미 도…… 사극지경에 도달했습니다."

지신 경지로 이미 도경에 도달했다고 하면 경악할 일이었다.

함부로 말하는 건 좋지 않았다.

"사, 사극지경?"

삼 장로, 중년 사내 그리고 파란색 옷을 입은 여인이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들은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진남이 개세천재일 줄 생각지 못했다.

"도우의 실력이 이렇게 강한 줄 몰랐다. 내가 몰라봤구나."

삼 장로는 싸늘함과 불쾌감은 깨끗이 사라지고 난감해했다.

개세천재는 어느 무상도통에든 내문제자는 물론 전례를 깨고 진전제자도 될 수 있었다.

"아닙니다."

진남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저었다.

"그럼 우리는 이만 돌아가겠다."

삼 장로와 중년 사내는 어색하게 웃더니 오래 머무르지 않고 빠르게 떠나갔다.

"진, 진 오라버니, 안녕하세요."

파란색 옷을 입은 여인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인사를 했다.

그녀는 자신이 방금 했던 생각을 떠올리자 긴장됐다.

진남은 그녀를 힐끗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구홍, 너는 이번에 어떤 임무를 받았느냐?"

구홍은 바로 답했다.

"진 형, 이번에는 임무가 세 개 있습니다. 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형님이 한번 확인해보십시오."

말을 마친 구홍은 손가락을 튕겨 신념을 진남의 머릿속에 주입했다.

"남세선왕 아래의 태상 장로 무정진인이 천 살 생일잔치를 연다. 축하하러 가서 무례를 범하지 말거라. 천신단(天神丹) 두 알을 상품으로 주겠다."

"천허조교 용현령이 지선으로 진급하고 사극지경을 장악하고 패자를 스승으로 모신다. 스승으로 모시는 연회를 연다. 연회에 참석하면 황태 영패를 한 개 주겠다."

"삼천소세계 중 무성계(無聖界)에서 계전(界戰)이 일어났다. 가서……."

이 세 개 임무는 구홍이 엄선한 것이었다.

임무를 완수하면 좋은 점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지를 진급하고 상행천소선역이나 다른 소선역의 개세천재들과 장로 등을 알게 될 수 있었다.

"용현령? 대단한데!"

두 번째 임무를 본 진남의 눈에 살기가 번뜩거렸다.

그는 용현령이 이렇게 빨리 지선에 들어가 사극지경을 장악할 줄 몰랐다.

천선 경지로 진급하면 패자로 불릴 수 있었다.

"첫 번째 임무를 선택하자."

진남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첫 번째 임무를 하면서 그는 마침 남세선왕이 남천문의 배후의 그 패자가 맞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임무를 받지 않은 건 그는 경지가 아직 너무 낮았다.

지금 가면 양이 호랑이 입으로 들어간 격으로 그냥 죽으러 가는 것이었다.

"진 형, 이 임무를 하려면 저는 사흘을 준비해야 합니다. 여기서 기다려주십시오."

말을 마친 구홍은 낮은 소리로 전음했다.

"저는 이번에 궁우태황종에 가입하여 문도지법의 첫 번째 편을 얻었습니다. 수단을 써서 형님에게만 전해줄 수 있습니다. 진 형이 관심 있으면 수련하십시오."

그는 진남이 말하기도 전에 옥간을 건네주고는 파란색 옷을 입은 여인과 함께 독실을 떠났다.

"문도지법? 구홍 이 녀석. 간이 부었구나."

진남은 놀랐다.

동시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문도지법이나 문도지는 무상도통의 핵심이었다.

선복도지도 핵심이라 할 수 없었다.

때문에, 무상도통들은 많은 수단을 써 제자들이 외부에 전하지 못하게 했다.

또, 외부에 전하는 걸 매우 꺼렸다.

발견되면 종문을 배반한 것보다 죄가 더 컸다.

구홍이 어떤 방법으로 문도지법을 그에게 전달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얼마나 큰 위험을 무릅쓴 건지는 생각하지 않아도 뻔했다.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치명적인 재난을 입을 수 있었다.

"다음번에는 경고해야겠다. 계속 이렇게 하면 안 되지."

진남은 중얼거리며 법인을 만들어 독실 안에 금제를 쳤다.

그는 신념으로 옥간을 훑어봤다.

그는 지금은 수련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어떤 건지 보고 싶었다.

문도지법이 진짜 그에게 큰 작용이 있으면 그는 무상도통에 가입하여 스스로 얻으려 했다.

둥-!

그가 옥간에 신념을 주입하는 순간 몇만 년 전의 시대에서 전해온 듯한 웅장한 종소리가 그의 머릿속에서 천천히 울려 퍼졌다.

그의 신력은 꿈틀거렸다.

도정은 부름을 받은 것처럼 빛을 반짝거리더니 도의가 흘러나왔다.

"진짜 신기한 문도지법이구나."

진남은 조금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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