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892화 (892/1,498)

892화 선근 검사

"있어."

차가운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방법이 있다고요?"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물론이지. 세상의 모든 건 사람의 힘으로 다 가능하다. 선고를 여는 것도 마찬가지다."

비월여제는 천천히 말했다.

"내가 두 번째로 승선할 때 처음에는 선고가 아홉 개밖에 열리지 않았다. 수단을 썼더니 열네 개가 열렸다. 다만 방법은 말해줄 수 없다. 말해준다 해도 너는 지금은 할 수 없다. 대신 네가 나의 명령을 한 번 듣는다고 약속하면 나는 이번에 나타나는 선고가 열네 개보다 많게 할 수 있다."

그녀는 매우 신중했다.

마지막에 드디어 자신의 목적을 말했다.

"진짜 선고를 열네 개보다 많이 열리게 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진남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비월여제는 그에게 좋은 소식을 줬다.

또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도무지 기운이 나지 않았다.

지금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게다가 비월여제는 아무 답도 하지 않고 다시 입을 닫았다.

'대략적인 시간도 말해주지 않았으니 기다릴 수밖에 없겠다.'

진남은 한참 후에야 평온을 되찾았다.

고개를 저으며 신념으로 만도선령을 훑어봤다.

선고가 곧 열리는 것 때문인지 어떻게 경지를 진급하는가에 관한 소식이 많아졌다.

조용하던 패자 등급의 세력도 여러 가지 조건을 걸고 사람들을 선복도지에 가 수련하도록 끌었다.

"됐다. 궁우태황종에 가보자."

진남은 신념을 거두고 결심을 내렸다.

궁우태황종은 상행천소선역의 삼대 무상도통 중 하나였다.

삼대 무상도통의 우두머리가 될 조짐이 보였다.

구리거울은 모든 세력의 초청을 거절하고 마지막에 이 세력에서 명예 장로가 되었다.

구홍이라는 개세천재도 이 세력에 있었다.

일부 규칙대로라면 그는 궁우태황종에서 연마하고 경지를 진급할 기회가 매우 많았다.

그는 이번 기회에 무상도통의 천재들을 만날 수 있었다.

* * *

시간이 조금씩 흘러 이틀이 지났다.

이틀 사이에 명음 태자가 진남이라는 개세천재를 초월한 자에게 죽은 소식이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그러나 이 소식은 너무 큰 파문을 일으키지 못했다.

사람들의 시선은 곧 열리는 선고에 쏠렸다.

상행천소선역은 예전의 창람대륙과 달랐다.

제방이나 신방이 없고 소식을 전하는 세력도 없었다.

개세천재가 죽은 소식을 모든 이들이 알 수 없었다.

진남은 이틀 동안 밤을 새우며 움직였다.

궁우태황종은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

"응?"

진남은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봤다.

좀 전에 그는 기이한 파동을 느꼈다.

"설마 용현령 그들이 쫓아왔나?"

진남은 긴장했다.

신력을 움직여 언제든 폭발할 준비를 했다.

촤르륵-!

잠시 후, 자금색 화염이 진남의 앞에서 타올랐다.

화염에는 부드러운 옥빛을 뿜는 옥간이 있었다.

"이건 뭐지?"

진남은 의문이 들었다.

생각하더니 손을 뻗어 옥간을 잡았다.

옥간에 있는 금제를 풀고 신념을 안에 주입했다.

"진남 형님, 저는 구홍입니다."

조금 흥분한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저는 형님을 찾으러 가려 했습니다. 형님의 기운을 느끼고 옥간을 전했습니다."

진남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는 크게 놀랐다.

그는 성과 이름이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구홍이 전에 그의 영혼이 육신을 차지했던 그 구홍일 줄은 전혀 몰랐다.

구홍이 수피화권과 눈썹이 흰 노인, 그리고 그때 벌어진 일들을 말하지 않았다면 그는 믿지 않았을 것이다.

예전의 구홍은 생기를 잃었었다.

"구홍은 공주와 달리 육신이 썩지 않았다. 나는 그의 몸을 빌려 도경에 들어갔다. 그러나……."

진남은 마음을 진정할 수 없었다.

수피화권의 능력은 그의 상상을 초월했다.

'이런 죽었다 살아나는 수단은 구천지존이라도 할 수 없잖아?'

"진남 형님, 형님이 경지를 진급하여 승선을 위해 준비 중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에 임무를 받았습니다. 좋은 점이 매우 많습니다. 형님 저와 함께 갑시다. 형님이 제 말을 믿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선마도세를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저는 절대……."

마지막 말을 들은 진남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구홍이 선마도세를 해서가 아니라 커다란 선역에서 잘 아는 사람을 만나는 건 매우 어려웠다.

그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와 구홍의 관계는 평범하지 않았다.

형제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용한 성을 찾아가 나를 기다리거라. 나는 하루 뒤 도착한다."

진남은 신념을 전한 후 옥간을 소멸시켰다.

그는 기운을 거두고 멀리로 날아갔다.

그의 몸에는 천지각인이 있어 보이지 않는 살기를 뿜을 수 있었다.

평소에는 이 살기로 나쁜 놈들을 위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무상도통이 있는 곳에 도착했으니 그럴 필요 없었다.

* * *

시간이 흘러 하루 후 진남은 약속대로 도착했다.

앞쪽 하늘에 빛을 뿜는 큰 성이 떠 있었다.

많은 성 가운데서 매우 눈에 띄었다.

높이가 만 구천 여장 되고 빛을 뿜는 돌로 만들어지고 기운이 웅장했다.

이 성이 바로 조용한 고성이었다.

궁우태황종의 스물세 개 고성 중 하나이고 누구든 들어갈 수 있었다.

진남은 눈길을 위로 움직여 성들의 뒤를 바라봤다.

그의 눈길이 닿을 수 있는 천지의 끝에는 빛이 반짝거리고 바다 같은 선의가 가득했다.

마치 비현실적이고 어렴풋한 큰 문처럼 안에 들어가면 새로운 세상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세상'이 바로 궁우태황종이었다.

무상도통은 패자 아래의 세력이나 다른 세력과 달랐다.

그것들의 종지와 모든 것들은 천지 깊은 곳에 있었다.

조용한 고성과 달리 외부에서 온 무인들은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거나 일정한 대가를 치러야만 안으로 들어가 그것의 진면모를 볼 수 있었다.

"만도선령에 따르면 이 궁우태황종에는 열아홉 개의 선복도지와 두 개의 문도지가 있다고 했다."

진남의 눈에 빛이 스쳤다.

그는 이런 문도지와 문도지법에 큰 관심이 있었다.

"나중에 구홍에게 물어봐야겠다."

진남은 중얼거리며 몸을 날려 조용한 고성에 들어갔다.

도성에 들어서자 옅은 담정목 향기가 코를 찔렀다.

오가는 무인들이 많고 여러 가지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러나 그는 마음이 평온했다.

"이곳에는 강자들이 적지 않구나."

진남은 걸으며 주위를 살폈다.

이 성안의 무인들은 지신 경지나 천신 경지였다.

인선 경지도 적지 않았다.

성 깊은 곳에는 두 개의 대단한 기운이 있었다.

이곳을 지키는 지선 같았다.

"십대 진전제자!"

"궁우태황종의 외문제자 심사!"

"선석 만 개면 어떻게 외문제자가 되는 줄 말해줄 수 있어!"

길 양옆의 노점상들은 누구나 궁우태황종과 연관 있었다.

"저들은 뭐 하는 거지?"

한참 후 진남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눈에 호기심이 드러났다.

앞에 육 층짜리 궁전이 있었다.

궁전 문 앞에는 방원 천여 장 되는 도장이 있었다.

도장에는 삼백여 명의 무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경지가 모두 달랐다.

가장 앞에는 높이가 열 장 되고 선문이 가득한 금색 기둥이 있었다.

인신 경지의 무인이 손을 금색 기둥에 올리자 이마에 식은땀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후천하품선근."

금색 기둥의 양옆에는 흰색 두루마기를 입은 제자 두 명이 서 있었다.

그중 한 명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인신 경지의 무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뒤에 있던 사람들 중에서 지신 경지의 무인이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조금 긴장한 것 같았다.

"지금 선근을 검사하는 건가? 나도 한번 해보자."

진남은 중얼거리며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다.

구홍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는 마침 자신의 체내의 선근이 어느 정도에 도달했는지 알 수 있었다.

"후천선근, 상품!"

"선천선근, 중품!"

"선근이 없……."

외침이 울려 퍼졌다.

무인들은 검사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 진남도 선근에 대해 점차 깨달았다.

선근은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으로 나뉘었다.

후천적인 것이 더 낮았다. 또 이상, 극품, 상품, 중품, 하품으로 나뉘었다.

선근은 창람대륙의 무혼과 달랐다.

그러나 선근의 품질이 높을수록 승선할 때 얻는 선력이 더 많았다.

그뿐만 아니라 선천적인 선근이 있으면 특이한 선술을 수련하여 공격하는 수단으로 쓸 수 있었다.

* * *

같은 시각.

뒤쪽 궁전의 여섯 번째 층 안.

백발의 중년 사내가 두 눈에 신의 빛을 번쩍거리며 이 광경을 보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지금까지도 선천 상품이 한 명도 나타나지 않다니. 삼 장로 이번에 우리는 다른 성에 질 것 같습니다."

다른 스물두 개의 성에서도 선근을 시험하고 있었다.

꽤 괜찮은 선근을 발견하면 그들은 전례를 깨고 외문제자로 받아들였다.

중년 사내의 옆에는 주름이 가득한 노인이 서 있었다.

바로, 삼 장로였다.

그는 눈을 감고 담담하게 말했다.

"급할 것 없다. 아직 하루가 있다. 그리고 설령 진다고 해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중년 사내는 그 말을 듣자 씁쓸하게 말했다.

"그렇긴 하지만……. 응? 이 무인은 기운이 좀 특이합니다."

아래의 도장에서 마침 진남이 시험을 시작할 차례가 되었다.

중년 사내는 깜짝 놀랐다.

천신 정상의 경지인 그는 동술을 움직였지만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삼 장로가 왼쪽 눈을 뜨자 선인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힐끗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 녀석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선천 상품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의 경지는 인선 정상이었다.

그러나 진남을 꿰뚫어 볼 수 없었다.

중년 사내는 기대하듯 곧게 앉았다.

그때 진남이 손바닥을 금색 기둥에 올렸다.

하지만 한참이 지났음에도, 금색 기둥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빛도 나타나지 않았다.

"뭐야? 후천적 선근도 없다고?"

중년 사내는 어리둥절하더니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선근이 없으면서 왜 시험하러 왔지? 시간을 낭비하는 거잖아?"

삼 장로는 고개를 젓더니 왼쪽 눈을 다시 감았다.

* * *

"나에게는 선근이 있다. 금색 기둥은 왜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거지? 전신이 변한 선근이기 때문인가?"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긴말하지 않고 떠났다.

그는 자신의 선근 등급이 궁금했었다.

그러나 전신과 연관되자 그는 폭로될까 봐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했다.

"선근이 없다. 다음!"

심사를 책임진 제자는 싸늘하게 진남의 뒷모습을 힐끗 보더니 소리쳤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선근이 있었다. 선천 상품에 도달할 수 있을 거다."

우람한 사내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는 자신 있게 손을 내밀었다.

"선천 상품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뒤편의 무인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들은 부러운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선천 상품의 선근은 매우 훌륭했다.

궁전 여섯 번째 층 안의 중년 사내도 이 사내의 자신감에 눈에 기대가 가득했다.

그때였다.

사내의 손이 금색 기둥 위에 닿을 무렵 이변이 일어났다.

웅-!

보이지 않는 힘이 폭발하며 무인의 손을 막았다.

사내의 손은 허공에 막혀 앞으로 움직일 수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

사내는 어리둥절했다.

그뿐만 아니라 아래의 무인들 그리고 여섯 번째 층 안의 중년 사내도 어리둥절했다.

이 금색 기둥은 매우 현묘하고 선력이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움직일 수 없었으며, 시험만 할 수 있고 아무런 위력을 드러낼 수 없었다.

'설마 금색 기둥이 고장 났나?'

"응? 이건 설마……?"

삼 장로는 두 눈을 번쩍 떴다.

금색 기둥을 보더니 뭐가 생각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쿵-!

금색 기둥에서 찬란한 선광이 뿜어져 나왔다.

선광은 끊임없이 퍼져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