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6화 구품 청성
"양 장로, 칠품 청성의 무인들이 항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자를 쫓아내달라고 합니다……."
청년 제자가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았다.
"내가 직접 가서 확인하겠다."
양 장로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칠품 청성의 무인들이 항의하는 것 때문에 나선 것이 아니었다.
'이자가 청성대공간에 계속 머물면서 매번 구 할의 힘을 가져가면 나중에 누가 감히 오려고 할까?'
또, 이 정도까지 힘을 끌어가는 걸 보면 그자는 청성의 힘을 이끄는 비밀을 장악한 게 분명했다.
* * *
진남은 청성 수정을 계속 연화하고 있었다.
앞의 네 번과는 다르게 이번에 청성 수정을 연화하자 역기지심이 살짝 흔들리며 역기지기를 적지 않게 풍겼다.
변화가 생겼다는 건 좋은 징조였다.
"다섯 번까지는 한 개의 황갈색 기운을 주입했다. 다음에는 두 개, 심지어 세 개를 넣으면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어……."
진남은 생각했다.
이때, 그는 무언가 발견하고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누구냐?"
진남은 오른팔이 흩어지며 단천도로 변하고 몸속의 신력이 최고로 모였다.
"대단하구나, 고작 지신 정상의 경지가 나를 발견하다니."
칭찬하는 소리가 들리고 양 장로가 석실에 나타났다.
그는 선위를 전혀 감추지 않았다.
부생선왕의 부하인 장로는 적어도 인선 경지였다.
청성대공간을 지키라고 보낸 걸 보면 실력은 보통 장로보다 대단했다.
인선 경지 정상은 되었을 것 같았다.
"누구십니까?"
진남은 몸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두 눈에 금빛을 드러냈다.
인선 경지의 강자는 살의를 보이지 않았지만, 선위만으로 커다란 바위처럼 진남의 마음을 무겁게 눌렀다.
'천신 경지와 인선 경지의 차이는 역시 크구나.'
"소개가 늦었구나. 나는 부생선왕의 부하 장로인데 성은 양, 이름은 룡이다."
양룡 장로는 뒷짐을 쥐고 서서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의 두 눈에 선인의 빛이 흘렀다.
그는 대놓고 진남을 훑어봤다.
진남을 속까지 뚫어보려는 것 같았다.
"양 장로시군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이곳 규칙상 그 누구의 신분도 노출해서는 안 되고 석실에 들어가서도 안 되는 게 아닙니까?"
진남은 티를 내지 않고 물었다.
"그런 규칙이 있다. 그러나 도우가 소동을 벌이는 바람에 규칙을 어기고 직접 올 수밖에 없었다."
양 장로는 미소를 거두었다.
그의 눈은 마치 절세의 신검이 된 것 같았다.
그는 진남을 노려보며 물었다.
"다른 말은 하지 않겠다. 대체 무슨 방법을 사용했기에 청성의 힘을 끌어온 거냐?"
양룡 장로는 문득 뭔가 생각난 듯이 말했다.
"물론, 도우가 방법을 알려주면 적지 않은 이득을 주겠다."
그는 손가락을 튕겼다.
진남의 앞에 한 장 높이에 청색 빛을 반짝이며 여러 요수 형상들이 있는 기이한 바위가 두 개 나타났다
진남은 살짝 놀랐다.
두 개의 바위가 풍기는 기운은 청성 수정과 비슷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다르기도 했다.
"양 장로, 통쾌하십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는 능력이라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진남은 진정하고 두 바위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양룡 장로는 눈빛이 흔들렸다.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불쾌해했다.
그는 자신이 그런 비밀을 알고 있어도 알려주지 않을 것이었지만 막상 거절을 당하자 무척이나 불쾌했다.
"불편하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럼 그만두자. 다만, 네 능력이 청성대공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쳤다. 도우, 바위 하나를 주마. 내 얼굴을 봐서 이곳을 떠나는 게 어떠냐?"
양룡 장로는 숨을 고르고 무심한 듯 말했다.
"상행천소선역에서 내력이 좀 있다고 해도 강자들의 미움을 사면 좋지 않다."
그의 뜻은 분명했다.
진남은 여전히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말투는 더 담담해졌다.
"죄송합니다. 아직 떠날 계획도 없습니다."
양룡 장로가 좋은 태도로 말했으면 진남은 고민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 말에 진남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는 이미 두 개세천재의 미움을 받고 있었다.
인선 경지 강자 한 명에게 더 미움을 받는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었다.
게다가 진남은 양룡 장로라는 사람도 청성공간이나 청성천국에서 공격을 하거나 제압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눈치챘다.
양룡 장로는 안색이 변했다.
그는 이자가 자신의 미움을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알았다고 할 줄 알았다.
그런데 거절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골치 아픈데.'
진남은 양룡 장로가 장로 이름으로 청성대공간을 지키고 있지만 이는 돌발 상황을 위해 파견한 것이지 실제론 자신을 처벌할 권력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함부로 다른 무인을 처벌하지 못했다.
양룡 장로는 머릿속에 생각이 스쳤다.
'안 돼, 이자를 이대로 두면 안 좋은 영향을 일으킬 테고 내가 그 결과를 책임져야 할 거야……."
그는 대응책을 생각하던 와중에 한 가지 계략이 떠올랐다.
"허허, 도우가 떠나기 싫다고 하니 강요하지 않겠다. 그러나 내 생각에 도우 실력으로 칠품 청성에 있을 필요가 없겠구나."
양룡 장로는 활짝 웃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내 권력이 크지 않지만 도우가 구품 청성에서 이 개월 머물게 해줄 수 있다. 도우의 수단도 계속 펼칠 수 있고 엄청난 이득이 아니냐?"
양룡 장로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은근히 도발했다.
"근데 도우에게 그럴 만한 배짱이 있는지 모르겠네?"
이게 양룡 장로가 생각해낸 음모였다.
그는 진남을 도발을 해서 구품 청성에 넣으려고 했다.
구품 청성에는 세 명의 개세천재와 네 명의 무상도통의 내문제자 그리고 열몇 명의 인선 강자들이 있었다.
고작 지신 정상의 경지인 진남이 아무리 수단이 대단해도 그 속에선 결국 아무런 수확도 못 거두거나 제압을 당할 게 뻔했다.
양룡 장로는 살짝 불안하기도 했다.
그의 음모는 너무 뻔해서 매우 멍청한 자가 아니면 쉽게 꿍꿍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진남은 성숙하고 듬직한 사람일 수도 있었다.
오만하고 목표가 큰 열혈 청년이 아니라면 그를 거절할 가능성이 컸다.
"나더러 구품 청성에 들어가라고요?"
진남은 두 눈에 빛이 돌았다.
양룡 장로의 꿍꿍이를 그는 단번에 눈치챘다.
하지만 진남은 양룡 장로가 그에게 깜짝 선물을 안겨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진작에 구품 청성에 가고 싶었다.
무주궁도가 뿜는 기운은 인선 경지 강자들을 상대해도 적지 않은 청성의 힘을 잡을 수 있었다.
'양룡 장로는 인선 자리에 오래 있었던 사람이라 오랫동안 싸운 경험이 없을 거야. 그래서 마음에도 변화가 생겼겠지.
처음에 나에게 이득을 좀 주고 좋은 말로 구슬리면 내가 떠났을 거야. 그런데 하필 그렇게 하지 않고 스스로 무덤을 파다니…….'
진남은 내심 그를 비웃었다.
동시에, 자신의 생각에 더욱 확신을 가졌다.
당분간 그는 어떤 세력에도 가입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야 수시로 닥치는 위험을 통해 자신을 단련할 수 있었다.
아니면 부생선왕의 보호를 받으며 오만과 질투 등으로 얼룩진 양룡 장로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그럼 양룡 장로께 고맙다고 해야겠습니다. 진작부터 구품 청성에 가서 다른 무인들과 겨뤄보고 싶었거든요."
진남은 공수했다.
문 앞까지 찾아온 좋은 일을 거절할 리 없었다.
"하하, 역시 영웅은 영웅이구나! 소년 중에서 나온다고 배짱이 있고 박력이 있다!"
양룡 장로는 기뻐서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진남의 마음이 바뀔세라 말했다.
"지금 당장 영패를 바꿔주마!"
말을 마친 그는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는 진남이 주제 파악을 못 하고, 개세천재의 실력과 인선 경지의 수단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빨리 진남을 구품 청성에 보내 힘의 차이와 절망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소붕왕, 명음 태자, 우리의 인연이 깊은 것 같구나."
진남은 무언가 떠올라서 두 눈에 빛이 스쳤다.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마음을 가라앉혔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여섯 번째 청성조석이 시작되었다.
양룡 장로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진남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는 손을 쓰지 않고 기다렸다.
"어찌 된 일일까?"
칠품 청성의 무인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죽을 각오로 싸우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신비한 무인이 나서지 않았다.
"우리의 항의가 효과를 본 건가?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에잇, 모르겠다. 그자가 더 이상 손을 쓰지 않으면 된 거지."
칠품 청성의 무인들은 안도했다.
그들은 이 위치의 영패를 얻느라고 적지 않은 대가를 치렀다.
그런데 청성의 힘을 얻지 못한다면 큰 손해였다.
* * *
"아쉽다. 그자는 왜 계속 손을 쓰지 않는 거지?"
구품 청성에서 소붕왕 만소와 명음 태자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신비한 무인이 계속 청성의 힘을 가져가면 진남은 청성공간에 온 것이 의미가 없었다.
그럼 그는 엄청 우울할 것이다.
진남이 우울하면 그들은 기뻤다.
"도우, 나를 따라 구품 청성으로 가자."
이때, 양룡 장로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손에는 패자의 기운을 풍기는 영패가 있었다.
"고맙습니다. 장로."
진남은 몸을 일으켰다.
슉-!
양룡 장로는 손을 내밀어 진남의 어깨를 잡고 제자리에서 사라져 다른 곳으로 향했다.
구품 청성과 칠품 청성은 달랐다.
구품 청성은 석실이 아닌 호화로운 방이었다.
선목 부들방석과 통현석 외에 많은 술도 있고 목향도 태우고 있어 기분이 상쾌했다.
"도우, 먼저 가겠다. 너의 좋은 소식을 기대하마."
양룡 장로는 신념을 전하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진남의 어깨를 토닥거리기까지 하고 방에서 떠났다.
그는 진짜 진남에게 엄청 기대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진남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얌전히 기다렸다.
쿵-!
다섯 시진이 지나고 일곱 번째 청성조석이 폭발했다.
십품 청성에 있던 무인들은 번개처럼 달려들어 청성의 힘을 가져갔다.
"구품 청성 무인들은 손을 쓰거라!"
위엄 있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은 기세를 최고로 폭발시켰다.
그는 몸속의 신력을 황갈색 기운과 융합시키고 통현석에 주입했다.
구품 청성에서 가져갈 수 있는 청성의 힘은 칠품 청성보다 훨씬 많았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진남은 기이한 기운들을 더 많이 사용했다.
슉-! 슉-! 슉-!
여러 선술들이 반짝였다.
선술들마다 엄청난 기운을 풍기고 위력이 대단했다.
진남의 황갈색 큰 손은 기운 등 여러 면에서 칠십여 개의 선술들과 비교했을 때 한참 부족했다.
황갈색 큰 손이 나타나자 구품 청성의 다른 무인들은 모두 시선을 빼앗겼다.
"저 큰 손은……? 설마 칠품 청성의 신비한 무인이 설마 구품 청성에 들어왔어?"
무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장면을 지켜봤다.
"아까 손을 쓰지 않은 게……."
칠품 청성의 중년 사내와 내문제자는 중얼거리더니 냉소를 지었다.
구품 청성은 힘을 인선 경지 일 단계로 제한했다.
개세천재가 구품 청성에 들어와도 경지가 높지 않으면 이득을 보지 못했다.
신비한 무인의 황갈색 큰 손은 기운이 전보다 강해졌지만 천신 경지 삼 단계밖에 되지 않았다.
아무 선인이 공격해도 황갈색 손을 부술 수 있었다.
황갈색 큰 손은 엄청난 능력이 있지만 결국 사라질 운명이었다.
"칠품 청성에 잘 있을 일이지 감히 구품 청성에 오다니 정말 주제 파악을 못 하는구나. 내가 단단히 혼내주마!"
소붕왕 만소와 명음 태자는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들은 법인을 만들고 선술을 사용하여 황갈색 큰 손을 공격했다.
그들은 신비한 무인에게 악의가 없었다.
그러나 신비한 무인이 칠품 청성에서 '진남'을 혼내주지 않고 이곳에 온 것에 대해 불쾌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