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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885화 (885/1,498)

885화 우연일까?

반 시진이 지나고 진남은 연화를 전부 마쳤다.

그러나 심인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진남은 전신의 금동으로 살펴 심인이 살짝 풀어진 것을 발견했다.

다만 아직 만 분의 일도 되지 않았다.

"이거 꽤 어렵구나."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루에 열두 시진이 있는데 다섯 시진에 한 번씩 청성의 힘을 잡을 수 있다.

닷새면 열두 번밖에 잡을 수 없었다.

진남이 매번 손을 쓸 때마다 수단을 강화하고 위에 도광을 덮는다고 해도 한 번에 사백에서 오백 개의 청성의 힘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이 속도대로라면 심인을 열 수 없었다.

"칠품 청성의 위치로는 무리다. 구품에 갈 수 있다면 충분할 것 같은데……."

진남은 미간을 문질렀다.

그러나 구품으로 간다는 건 현실적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떠나 실력을 보여주고 임무를 완수해야 했다.

시간을 더 낭비하는 꼴이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칠품 청성 위치에서 잡을 수 있는 청성의 힘은 총 이천에서 삼천 개 사이다. 내가 이천 개의 청성의 힘을 잡을 수 있다면 문제없겠구나."

진남은 중얼거렸다.

한 번에 이천 개면 한 달이면 심인을 풀 수 있었다.

"무슨 방법을 사용해야 할까?"

진남은 고민에 빠졌다.

그는 시선을 무주궁도에 돌렸다.

도광만으로는 부족했다.

유일한 가능성이라면 육황석을 낚을 때처럼 무주궁도가 다시 손을 쓰게 하는 것이었다.

웅-!

무주궁도는 엄청난 영성이 있었다.

그것은 진남의 생각을 느끼고 신비한 빛을 반짝였다.

황갈색의 신비한 기운 백 개가 진남의 단전에 생겨났다.

"이건……."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생각만 했을 뿐인데 무주궁도가 반응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무주, 고맙다."

진남은 정신이 들자 미소를 짓고 감사의 인사를 했다.

무주궁도가 그의 생각을 실현해주면 어려울 것이 없었다.

"먼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수련을 하면서 다음 조석을 기다리자."

진남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평온을 찾았다.

이때, 무주궁도에 빛이 스쳤다.

살짝 교활한 느낌이 들었다.

* * *

칠품 청성의 여러 석실 안.

"허허, 시커멓고 청색 빛을 뿜는 손의 주인은 경지가 높은 것 같다. 백 분의 일이나 가져가다니. 다음에는 네 것을 빼앗겠어!"

이마에 흉터가 가득한 중년 사내는 두 눈에 흉악한 빛을 드러냈다.

그는 강한 무인들에게 절망을 안겨주기를 좋아했다.

"이번 칠품 청성에 강자들이 많이 왔구나. 그러나 내가 있으니 모두 빈손으로 돌아가게 생겼다."

도복을 입은 생김새가 수려한 청년이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엄청난 패기를 드러냈다.

남세선왕의 내문제자 서열 십 위인 그는 그럴만한 자격과 능력이 있었다.

* * *

시간은 조금씩 흘렀다.

첫 번째 청성조석이 끝나자 어떤 사람은 기뻐하고 어떤 사람은 우울해했다.

그러나 마지막에 다들 평온을 되찾고 폐관 수련을 하면서 다음번을 기약했다.

쿵-!

다섯 시진이 지나자 엄청난 소리가 다시 사람들 귓가에 울려 퍼졌다.

방대한 청성조석이 다시 솟구쳤다.

"청성 십품 무인들은 손을 쓰라!"

위엄 있는 목소리가 아까와 같은 말을 반복했다.

진남은 눈을 천천히 뜨고 아래를 살폈다.

십품, 구품, 팔품의 무인들이 나서서 쟁탈하는 것을 보며 진남은 많은 깨우침을 얻었다.

"음, 무주궁도의 힘을 백 개의 기운에 다 실을 필요는 없겠다. 먼저 하나에 융합시키고……."

진남은 문득 깨달음이 생겼다.

"청성 칠품 무인들은 손을 쓰라!"

진남에게서 신력이 순식간에 폭발했다.

동시에 황갈색의 신비한 기운이 그 속에 녹아들었다.

슉-! 슉-! 슉-!

몇천 개의 선술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응?"

진남은 살기가 강한 선술이 그에게 달려드는 것을 바로 발견했다.

또, 대여섯 개의 선술들이 어떤 변신을 하는 것 같았다.

"나를 노린 거야? 그럼 싸워주지!"

진남의 두 눈에 금빛이 반짝거렸다.

그는 붕멸전수를 다시 만들려고 했다.

진남은 어리둥절해졌다.

붕멸전수가 나타나지 않고 높이가 세 장이 되고 기세가 평범한 황토벽이 생겨났다.

'이게 뭐야? 설마 그 기운을 융합한 것 때문인가?'

"어라, 왜 이리 술법이 약하지? 설마 커다란 손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진 거야? 에잇, 어찌 되었든 먼저 없애고 보자!"

이마에 흉터가 가득한 중년 사내는 살기가 솟구쳤다.

그는 선술로 염혈지검을 만들었다.

검은 영지가 있는 것처럼 주인의 명을 듣자 강력한 혈광으로 변해 황토벽을 베었다.

통신혈검술(通玄神血劍術)은 술법을 사용한 후 신념으로 혈검을 세 번 조종할 수 있었다.

"안 돼……!"

진남은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는 이제 두 번째 공격을 할 수 없었다.

펑-!

진남과 중년 사내는 동시에 어안이 벙벙했다.

강한 혈검의 공격에 황토벽은 아무렇지 않았다.

오히려 혈검에 커다란 금이 갔다.

"기운도 특별할 것이 없는데 이렇게 강한 방어력을 가졌다니……."

중년 사내는 믿을 수 없었다.

이어서 벌어진 일에 그는 넋이 나갔다.

황토벽에 대지의 빛이 반짝이더니 방대한 청성조석은 부름을 받은 것처럼 격렬하게 진동했다.

삼천여 명의 무인들은 여러 술법들을 펼치며 쟁탈하던 청성의 힘은 빠르게 황토벽으로 날아가 진남에게 향했다.

칠품 청성에 속한 청성의 힘 중 구 할을 진남이 가져갔다.

"이게 무슨 일이야?"

중년 사내뿐만 아니라 거만하던 남세선왕의 내문제자와 칠품 청성 중의 다른 무인들은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믿을 수 없었다.

다른 등급의 무인들도 경악했다.

그들은 대부분 청성대공간에 여러 번 와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기괴한 장면은 처음이었다.

"불가능해. 방금 어떤 이변이 일어나서 그렇게 된 거야!"

중년 사내와 내문제자 그리고 칠품 청성의 무인들은 정신이 들자 냉정하게 생각했다.

칠품 청성에는 삼천여 명의 무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신력을 지신 정상의 경지로 봉인했다.

개세천재가 와서 엄청난 수단을 펼친다고 해도 이 지경까지 할 수 없었다.

그러니 방금 벌어진 일은 우연이고 두 번 다시 벌어지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들의 생각을 진남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는 오로지 이천팔백 개의 청성 수정에 집중했다.

"역시 무주궁도야. 비범하구나. 이대로라면 한 달이면 역기지심을 열 수 있겠다."

진남은 기뻤다.

그는 바로 연화할 준비를 했다.

슉-!

이때, 그의 식해에서 무주궁도가 찬란한 빛을 뿜었다.

빛은 커다란 손으로 변해 청성 수정을 그림 속으로 가져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진남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삼, 삼켰어?"

진남은 황당했다.

그는 한참 후 정신을 차렸다.

기분이 나빴다.

그는 이제야 무주궁도가 왜 적극적으로 자신을 도와줬는지 눈치챘다.

무주궁도가 청성 수정을 노렸던 것이었다.

"그래, 이렇게 많이 가졌으니 됐어."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주궁도가 없었더라면 기껏해야 삼백 개밖에 가져올 수 없었다.

진남은 청성 수정을 전부 연화하고 얌전히 다음번을 기다렸다.

다섯 시진은 빠르게 지났다.

방대한 청성조석이 다시 솟아올랐다.

십품 청성, 구품 청성 등이 연거푸 청성의 힘을 가져갔다.

"칠품 청성 무인들은 손을 쓰거라!"

진남은 빠르게 움직였다

그가 손바닥을 바위에 부딪히자 신력이 용솟음쳤다.

아까와 달리 이번에는 황토벽이 아니라 황갈색 커다란 손이 만들어졌다.

"응?"

진남은 눈을 가늘게 떴다.

사십여 개의 강한 선술이 엄청난 위력을 풍기며 그의 황갈색 손으로 날아왔다.

중년 사내와 내문제자는 냉소를 지었다.

그들은 이 상황을 예상했다.

아까 진남이 이득을 너무 많이 챙겼기에 다른 무인들의 불만을 샀다.

우연이었다고 해도 무인들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그를 공격한 것이다.

슉-!

황갈색 손은 형태가 없는 것처럼 사십여 개의 선술을 지나쳐 청성의 힘에 닿았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청성의 힘을 잡고 돌아갔다.

아까와 똑같았다.

칠품 청성 위치에 속한 청성의 힘 중 구 할을 가져갔다.

"이런……."

중년 사내와 내문제자 그리고 다른 무인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우연이 아니었어?'

'왜 두 번째도 똑같지?'

칠품 청성의 무인들 외에 구품, 십품 청성의 무인들도 고개를 들고 살피다가 눈썹을 추켜세웠다.

"두 번째도 절대적으로 우연이다. 매번 이렇게 한다는 건 불가능해! 세 번째에는 분명 구 할을 가져가지 못할 거야!"

중년 사내와 내문제자 그리고 다른 무인들은 표정이 구겨졌다.

많은 무인들은 진남이 있는 곳을 노려보았다.

그들은 같은 생각을 했다.

세 번째 청성조석이 오면 진남을 공격하려고 마음먹었다.

"이 기운은 융합하니 다른 선술의 공격도 무시할 수 있구나. 그럼 더 걱정할 것도 없겠어."

진남은 혼잣말을 했다.

그리고 무주궁도가 또 청성 수정 천 개를 가져가는 것을 보며 또 화를 냈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어느덧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청성조석이 일어났다.

다섯 번째 조석이 일어나자 중년 사내와 내문제자 그리고 칠품 청성의 무인들은 전부 넋이 나갔다.

세 번째 무인들이 동시에 공격했을 때도 황갈색 손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들은 황색 손이 또 구 할의 청성의 힘을 가져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여전히 우연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네 번째, 다섯 번째에도 황갈색 손을 막지 못했다.

황갈색 손은 쉽게 청성의 힘을 가져갔다.

그들은 그제야 패배를 인정했다.

'이게 우연일까?'

'연속 다섯 번이나 우연일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대체 어떤 분이기에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는 거야!"

일품에서 육품 청성에 있는 무인들은 놀라서 믿기지 않았다.

"칠품 청성에 재미있는 인물이 나타났구나."

구품, 십품 청성에는 상행천소선역에서 유명한 존재들이 많았다.

그들은 눈을 반짝거렸다.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진남, 이번에는 네가 재수가 없구나."

구품 청성에 있던 소붕왕 만소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저런 실력자가 칠품 청성에 있으면 진남은 청성의 힘을 가져갈 수 없을 것이다.'

"허허, 너도 운이 안 좋을 때가 있구나."

명음 태자도 기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눈에서 초록빛이 흔들렸다.

그는 진남이 청성의 힘을 얻지 못하고 표정이 구겨진 모습을 상상하니 살짝 흥분되었다.

* * *

같은 시각.

청성대공간 하늘 깊은 곳에 떠 있는 옛 궁전.

"보고합니다!"

다급한 목소리가 조용함을 깨뜨렸다.

긴 두루마기를 입은 청년 제자가 당황한 표정으로 뛰어왔다.

"몇 번이나 말했느냐? 무슨 일이 생겨도 침착하라고! 저 허둥지둥 뛰어오는 꼴을 좀 보거라!"

궁전 위쪽에서 담담한 목소리가 들리고 선의가 퍼졌다.

"양, 양 장로. 청성조석에서 기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장로께서 직접 옥간을 살피십시오."

청년 제자는 얼른 옥간을 건넸다.

양 장로라고 불리는 무인은 대수롭지 않게 옥간을 훑어보았다.

"응? 이건 어떻게 한 거지?"

그리고는 깜짝 놀랐다.

그는 청성대공간에 온 지 백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기괴한 일은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었다.

예전에 강한 무인들과 신비한 무인들이 엄청난 수단을 사용해도 이런 경우는 없었다.

많아 봤자 삼, 사 할의 힘만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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