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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884화 (884/1,498)

884화 청성조석(淸聖潮汐)

"진남, 너 운이 좋구나. 매번 만나는 곳이 싸울 수 없는 곳이라니!"

명음 태자는 두 눈에 초록빛이 번뜩였다.

그는 입을 쩍 벌리고 진남을 삼키고 싶었다.

그는 진남에게 원래 호감이 없었다.

게다가 육황전장의 신비한 강자가 진남이라는 이름을 언급했기에 더욱 미웠다.

"너 같은 자도 청성대공간에 입장하는 영패를 얻었다니 의외구나. 어차피 삼, 사품 청성에 밖에 못 들어가겠지만 말이다."

소붕왕 만소도 표정이 살벌했다.

그는 최근 한 달 동안 진남 때문에 서선지에게 세 번이나 혼났다.

"흥! 만 형. 하찮은 놈 때문에 시간 낭비하지 마시오. 저놈이 청성천국에서 나가는 날이 제삿날이 될 거요."

명음 태자는 콧방귀를 뀌고 앞으로 걸어갔다.

"다음번에는 저번처럼 운이 좋지 못할 거다!"

소붕왕 만소는 진남을 노려보더니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

그들은 개세천재라 구품 청성의 영패를 얻었다.

때문에 줄을 설 필요도 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지난번처럼 운이 좋지 못할 거라고?"

진남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눈에 한기가 스쳤다.

'저놈들은 사람을 너무 업신여기는구나. 작은 갈등이 생겼다고 여러 번이나 나를 죽이려고 하다니. 내가 함부로 다뤄도 되는 만만한 사람으로 보이나? ……기회를 봐서 저 둘을 죽여야겠다!'

작은 풍파가 지나가고 곧 진남과 혈안천신의 순서가 되었다.

"영패를 꺼내시오!"

흑포를 입은 사람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진남과 혈안천신은 동시에 영패를 꺼냈다.

흑포를 입은 사람은 대충 살피다가 깜짝 놀랐다.

"둘 다 칠품 청성에 들어갈 수 있소. 수련 시간은 반년이오."

방금 벌어진 일을 그도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서 이들을 명음 태자의 말처럼 하찮은 놈들이라고 생각했다.

"선배님, 한 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어떻게 하면 더 높은 등급의 청성에 들어갈 수 있습니까? 개세천재의 실력을 보여주면 될까요?"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청성의 등급을 높일 수 있다면 그는 실력을 보여주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안 된다. 패자의 전령이 오면 모를까……."

흑포를 입은 사람은 다시 평소처럼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럼 필요 없습니다."

진남은 잠깐 생각하더니, 결국 구리거울에게 전음하지 않았다.

아직까지 구리거울의 답변을 받지 못한 진남은 그녀가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 중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 영패도 용린 두루마기를 입은 형상이 충분히 고민을 한 후에 줬을 것이다. 그럼 칠품 청성도 충분하다는 뜻이겠지.'

슉-!

진남과 혈안천신은 동시에 입구로 들어가 사라졌다.

"허허, 패자의 전음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말하네."

흑포를 입은 형상은 냉소를 지었다.

이렇게 작은 일에 패자가 직접 나설 리가 없었다.

* * *

진남은 다른 공간에서 나타났다.

그는 눈앞에 벌어진 경치에 이끌렸다.

그와 혈안천신은 수정궁전 앞에 서 있었다.

궁전 위쪽에는 청색 하늘이 끝없이 펼쳐졌고, 그 아래에 넓이가 만 장, 길이가 십만 장인 통천거주(通天巨柱, 하늘까지 솟은 커다란 기둥)가 우뚝 서 있었다.

기둥은 먹처럼 검고 위에 금색 무늬가 가득했다.

아래에 보이지 않는 진법이 움직여 무늬들이 빛을 내고 사방을 환하게 비추는 것 같았다.

위엄이 느껴졌다.

"두 도우는 청성대공간에 처음 왔겠구나."

듣기 좋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청초한 여인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비굴하지도 않고 거만하지도 않았다.

"나는 이곳의 제자이다. 청성대공간의 상황을 자세히 소개해주마."

여인은 달콤하게 웃으며 통천거주를 가리켰다.

"일품에서 십품은 모두 이 기둥에 있다. 다만 위치마다 대응되는 지역이 다를 뿐이다. 위치마다 흡수할 수 있는 힘도 조금 다르다."

그녀의 손끝에서 수막이 펼쳐졌다.

수막에는 커다란 기둥이 나타났다.

아홉 개의 보라색 선이 열 개 부분으로 나눴다.

여인은 미소를 짓고 이어서 말했다.

"일품 위치에는 몇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 너희가 가게 될 칠품 청성은 삼천여 명의 무인들을 수용할 수 있다. 그리고 어느 품 위치에 있던지 모두 신분 같은 것들은 비밀에 부친다. 천선 경지 강자나 패자라도 상대방의 신분을 알 수 없다. 때문에, 수련하는 동안 다른 것들은 생각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싸우면 된다."

진남은 기민하게 중점을 포착하고 궁금해서 물었다.

"최선을 다해서 싸우라는 말이냐?"

여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다섯 시진마다 기둥 아래에서 청성조석(淸聖潮汐)이 폭발한다. 각 등급의 위치에서 얼마나 많은 힘을 빼앗을 수 있는지는 온전히 자신의 능력에 달렸다.

쉽게 말하면 일품 위치에는 십만 개의 청성의 힘이 있고 오만 명 무인들이 있다. 그러나 무인들이 쟁취할 수 있는 양은 조금씩 다르다. 어떻게 쟁탈해야 하는지는 그때 가면 알게 될 거다."

진남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순수하게 폐관 수련을 한다면 재미없었다.

그런데 말을 들어보니 재미있을 것 같았다.

"다른 말은 할 필요가 없다. 우리를 안으로 데려가거라."

진남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여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두 진법을 만들었다.

두 사람은 진법을 통해 두 개의 서로 다른 석실로 보내졌다.

석실은 크지 않았다.

서른여 장이 되었다.

장식은 간단했다.

좌선하는 데 필요한 신목 부들방석이 하나 있었다.

"어라?"

진남은 석실 앞쪽에 세워진 파란색 바위에 시선을 빼앗겼다.

파란색 바위는 높이가 일 장이었고 각진 곳이 없이 둥그스름했으며, 신의 빛을 반짝였다.

겉으로 보기에 특이하지 않았다.

그러나 안에는 신력이 합해졌다 흩어졌다 하면서 신비한 순환을 이루었다.

"옥간이 있구나."

진남은 구석에 있는 금색 옥간을 발견하고 신념으로 살폈다.

그는 그제야 깨달았다.

바위의 이름은 통현석(通玄石)이었다.

청성조석이 폭발할 때 무인들은 바위에 신력을 주입하여 여러 술법으로 변화시킨 후 힘을 끌어들였다.

청성조석이 폭발할 때마다 무인들은 한 번의 기회밖에 없었다.

또, 칠품청성에서는 신력이 지신 정상의 경지로 눌렸다.

어떤 정도에서 공정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럼 조석이 폭발하기를 기다리자."

진남은 두 눈에 금빛이 번쩍였다.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기운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 * *

시간은 조금씩 흘러갔다.

청성대공간 밖에 무인들이 계속 들어와 철저히 준비를 마치고 대기했다.

* * *

시간이 한참 흐른 뒤, 구품 청성 위치의 한 방 안.

"승덕(承德) 장로, 이번에 우리를 도와 일을 성사시키면 삼룡삼호단을 반드시 가져오겠습니다."

소붕왕 만소는 신념을 전하고 눈빛이 싸늘해졌다.

다른 방에 있던 명음 태자도 같은 행동을 했다.

청성천국에서 그들은 진남을 상대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진남의 행적을 추적할 순 있었다.

진남이 이곳을 떠나면 그들은 바로 소식을 받고 포위작전을 펼쳐 죽일 수 있었다.

"어? 조석이 온다!"

소붕왕 만소와 명음 태자는 동시에 알아차리고 몸속 신력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진남을 죽이는 건 개미를 죽이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상처를 회복하고 경지를 돌파하는 것이었다.

* * *

그 시각, 칠품 청성 위치에 있던 진남도 알아차리고 눈을 번쩍 떴다.

그는 전신의 금동을 움직여 아래를 살폈다.

쿵-!

엄청난 소리가 통천거주에 울려 퍼졌다.

마치 하늘에 거인이 부딪혀서 무너지는 것처럼 소리가 우렁찼다.

기둥에 있는 일품부터 십품 청성의 모든 무인들은 동시에 아래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진남도 심신이 흔들렸다.

통천거주의 아래가 바다처럼 청색 조석이 일렁이더니 느린 속도로 위로 밀려왔다.

조석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십품 청성 무인들은 손을 써라!"

위엄 있는 목소리가 사람들 귓가에 울려 퍼졌다.

목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사람들은 통천거주의 가장 밑부분에서 스물세 개의 찬란한 선인의 빛이 번쩍이는 것을 보았다.

어떤 빛은 큰 손으로 변했고, 어떤 빛은 그림자로 변했으며 또 선검이나 보탑 등등 서로 다른 형상으로 변해 조석에 뛰어들었다.

푸확-!

선술들은 조석에서 청성의 힘을 건졌다.

어떤 자들은 많이 건졌고 어떤 자들은 적게 건졌다.

각자 달랐다.

그들이 청성의 힘을 건져내자 청성조석은 오 분의 일이 적어졌다.

"구품 청성 무인들은 손을 쓰거라!"

위엄 있는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여전히 방대한 청성조석이 한층 높아졌다.

신의 빛과 선인의 빛들이 동시에 번쩍였다.

빛은 일흔여 개나 되었다.

십품 보다 세 배는 더 많았다.

다만 그들이 건져 올린 청성의 힘은 십품 청성 위치보다 훨씬 적었다.

"부생선왕은 기발한 생각을 했구나. 이런 방법을 생각해내다니."

진남은 두 눈에 빛이 나고 몸속 전혈이 살짝 들끓었다.

이런 방식은 그의 전의를 자극했다.

구품 청성 무인들이 끝나고 팔품 청성 무인들도 끝이 났다.

곧 진남이 속한 칠품 청성 무인들 차례가 되었다.

이제 방대하던 조석은 반이나 사라졌다.

"보아하니 좋은 위치를 찾아야겠구나……."

진남은 중얼거렸다.

위엄 있는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자 진남은 기세를 폭발시켰다.

석실이 흔들렸다.

슉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커다란 손이 통현석에 닿았다.

체내의 신력이 하나도 남김이 없이 전부 폭발했다.

시커멓지만 청색 빛이 반짝이는 손이 만들어졌다.

사방에서 삼천여 개의 눈부신 신의 빛이 빛나며 선술로 변해 날아갔다.

슉-! 슉-! 슉-!

삼천여 개의 서로 다른 선술들은 굶주린 늑대처럼 청성조석에 달려들어 청성의 힘을 가져갔다.

일부 선술들은 어찌나 포악한지 다른 선술들을 박살 내기도 했다.

또, 일부 선술들은 기괴했다.

도술이었다가 갑자기 커다란 그물로 변해 뒤덮었다.

심지어 청성의 힘을 건질 때 위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여러 이상으로 변해 쥐도 새도 모르게 청성의 힘을 빼앗아가는 선술도 있었다.

청성조석은 어느새 무인들의 싸움으로 변했다.

"수단이 대단하구나!"

진남도 일부 선술에 감탄했다.

물론, 그는 이런 상황을 예상했기에 미리 방어를 했다.

다른 선술들은 붕멸전수를 흔들 수 없었기에 진남은 청성의 힘을 일부 얻을 수 있었다.

청성의 힘은 누군가의 인도를 받은 것처럼 그의 석실로 날아왔다.

석실에 들어서는 순간 청성의 힘은 어떤 변화를 마치고 청성 수정들로 변해 반짝였다.

진남이 얻은 청성의 힘은 칠품 청성의 무인들 전체가 얻은 것 중 백 분의 일 정도였다.

모두 이백아홉 개 청성 수정이었다.

"먼저 연화하자."

진남은 기운을 가라앉혔다.

그는 위쪽에서 벌어지는 더 격렬한 싸움을 구경하지 않고 청성 수정을 연화하기 시작했다.

맑고 깨끗한 강물 같은 힘이 그의 사지와 뼈에 스며들었다.

진남은 온 이 따뜻해지고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신력도 살짝 반응이 있었다. 마치 환호하는 것 같았다.

"역시 현묘하고 비범하구나."

진남은 기뻤다.

그는 청성의 힘을 식해의 깊은 곳에 있는 역기지심으로 인도했다.

웅-

역기지심은 살짝 떨렸다.

시커멓기 그지없는 수많은 구천의 독사들로 만들어진 것 같은 진법이 은은하게 나타났다.

이 진법이 심인이었다.

충분한 청성의 힘이 있다면 심인을 풀고 역기지체로 변신할 수 있었다.

"이백여 개의 청성 수정이 심인을 어디까지 풀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진남은 계속해서 연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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