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1화 아쉬움이 남다
"진남이다."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그는 상행천소선역에 온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이미 소붕왕과 용현령의 미움을 샀다.
몇 명의 미움을 더 산다 해도 두렵지 않았다.
"……진남?"
자호, 명음 태자, 무흔검신과 다른 무인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진남이란 이름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그는 소붕왕 만소의 미움을 샀을 뿐만 아니라 도장에서 무상도통의 내문제자와 분쟁이 있었다.
명음 태자와도 갈등이 있었다.
"하하하, 너는 우리가 바보인 줄 아느냐?"
정신을 차린 명음 태자는 큰소리로 웃으며 믿지 못한다는 듯 말했다.
그는 진남이 이런 실력이 있다는 걸 믿지 않았다.
진남이 이 정도 실력이 있다면 소붕왕이 아무리 간이 부었다 해도 진남을 죽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진남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진실을 말했다.
그러나 이들이 믿지 않는데 그라고 무슨 방법이 있을까?
"말하고 싶지 않으면 우리도 강요하지 않겠다. 허나, 모두들 기연을 얻으려고 왔다. 너는 강하지만 우리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러니 나중에 나를 원망하지 말거라."
자호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녀는 긴말하지 않고 신법선술을 드러내 큰 산 위로 날아갔다.
"도우들, 연합하는 건 어때?"
자호는 눈빛이 맑고 고혹적이었다.
만약 그녀의 진면모를 봤다면 경지가 낮으면 매혹되어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
"나도 연합하려 했다!"
명음 태자와 무흔검신은 동시에 허공에 날아올라 입가의 피를 닦았다.
전의가 솟아올랐다.
사극지경을 장악한 자들은 성격이 거만하든 음흉하든 아니면 온화하든 모두 공통점이 있었다.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자신보다 훨씬 강한 강자를 만났다 해도 마지막 순간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상대방의 경지가 높을수록 그들의 투지는 오히려 더 높아졌다.
쿵-!
세 개세천재는 긴말하지 않고 바로 공격했다.
그들은 서로를 잘 몰랐다.
또 소통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호흡이 잘 맞았다.
서로 협조하여 선술의 기운이 더 강해졌다.
"잘 왔다!"
진남의 전혈은 봉신한 후로 처음 최고로 들끓었다.
적금색 전갑도 빛을 반짝였다.
"세 개세천재가 연합하여 무인 한 명을 상대한다고?"
사방의 무인들은 눈앞의 광경에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이번 기연은 크다.
그러나 승선기연은 아니다.
한데, 세 명의 개세천재가 연합하여 싸우다니.
개세천재들이 와서 싸우는 건 매우 보기 드문 일이었다.
그런데 무려 네 명이었다.
이런 일은 진짜 보기 어려웠다.
'세 명의 개세천재가 연합하여 저 신비한 자를 격파할 수 있을까?'
잠시 후 무인들은 동시에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앞을 주시했다.
그들은 싸움에 푹 빠졌다.
쿵-! 쿵-! 쿵-!
싸움이 일어나는 순간 방원 십몇 리의 천지가 흔들렸다.
네 가지 완전히 다른 신의 빛이 허공에 퍼지더니 끊임없이 부딪혔다.
이번에는 형세가 지난번과 완전히 달랐다.
자호가 합세한 후 진남의 살초는 연거푸 뚫렸다.
그들의 공격은 더 강해졌다.
자호는 매혹술에 능숙할 뿐만 아니라 기이한 수단도 잘 썼다.
천지의 힘을 움직여 허수아비를 만들어 허공의 번개를 끌어왔다.
진남의 신력은 무도경지에 도달하고 셋을 훨씬 초월했다.
그러나 바로 셋에게 눌렸다.
"도우들, 아직도 우두커니 서서 뭐 해? 시간이 절반 넘게 지났어. 이번의 기연을 얻고 싶으면 어서 함께 공격해!"
자호는 부문을 드러내더니 동시에 입을 살짝 벌렸다.
목소리는 봄바람이나 맑은 샘물처럼 무인들의 마음에 흘러들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강한 선술이 들어있었다.
"함께 공격하자."
무인들은 바로 깨달았다.
세 명의 개세천재가 연합하여 싸우는 건 매우 보기 드문 일이지만 기연을 얻는 것이 그것보다 더 중요했다.
슉-! 슉-! 슉-!
무인들은 신의 빛을 뿜으며 하늘을 가르고 날아왔다.
법인을 만들어 선술을 드러내어 사방에서 진남을 공격했다.
하지만 진남과 세 개세천재의 싸움에서 생긴 힘은 매우 놀라웠다.
그들은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서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
"과천일격!"
진남은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세 개세천재를 넘어 단천도를 들어 무상일격을 펼치려 했다.
"자수령룡지술(紫水玲瓏之術)!"
"구액사슬(九厄枷鎖)!"
"무영……!"
자호와 명음 태자는 예상했던 것처럼 동시에 손뼉을 쳤다.
자호는 자수로 변해 진남을 감쌌다.
명음 태자는 구액의 기운이 든 사슬을 드러내 진남을 묶었다.
무흔검신은 보이지 않는 검기로 변해 진남 주위의 허공과 진남을 가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진남은 갇혀 움직일 수 없었다.
"얼마 버티지 못한다! 얼른 최강 선술들을 사용하여 저놈을 한 방에 무너뜨리자!"
명음 태자가 드러낸 사슬에서 고함이 들렸다.
진남을 묶어두고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그들은 본체를 움직여 선술을 사용했다.
아니면 잠시 동안도 묶어둘 수 없었다.
"보왕여신(普王黎神)의 주먹!"
"귀하참선검(鬼河斬仙劍)!"
"능봉(凌峰)……."
다른 무인들은 그 말을 듣자 바로 법인을 만들고 최강의 선술을 사용했다.
쿵-!
수많은 신의 빛들이 하늘로 솟아오르고 살초들이 신룡처럼 진남에게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스물여덟의 무인들이 연합한 공격은 지신 경지 사 단계라도 감히 정면으로 대항할 수 없었다.
"적금색 전갑, 몸을 보호하라!"
진남의 두 눈에는 두려운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는 모든 신력을 갑옷에 주입했다.
갑옷은 살아난 것처럼 선문들이 생겨나고 수많은 진법들이 반짝거렸다.
"엄청난 갑옷이다. 저것도 선기겠지! 그러나 선기로 몸을 보호한다고 해도 소용없다!"
명음 태자는 냉소를 지었다.
쿠쿵-!
하늘에 거대한 신의 빛이 꿈틀거리고 몇십 가지의 서로 다른 선술 의지들이 부딪혔다.
그 파동에 허공이 커다랗게 무너졌다.
명음 태자, 무흔검신, 자호의 본체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뒤로 밀려나고 온몸에 피가 흥건했다.
진남이 마지막에 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들은 일부의 공격을 몸으로 받았고 작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아직 살아있어!"
한 무인이 놀라서 고함을 질렀다.
진남은 커다란 신의 빛에서 아래로 떨어졌다.
그는 온몸에 피를 가득 뒤집어써서 마치 혈인 같았다.
몸에 성한 곳이 없었다.
진남의 적금색 전갑은 금이 가지 않았지만 영광이 사라져 어둡고 고요했다.
그의 기운과 생기는 언제든지 사라질 것처럼 미약했다.
"이런 공격을 받고 살아있는 걸 보니 도경의 문턱에 닿은 것 같구나."
무흔검신은 저도 몰래 감탄했다.
"도경의 문턱에 닿았든 아니든 저자는 이미 패배했다. 지금 저자를 죽이겠다!"
명음 태자의 눈에서 초록색 빛이 환하게 빛났다.
막는 자의 실력이 엄청난 걸 보니 내력이 비범할 것 같았다.
명음 태자는 한 가지 금술을 장악했는데 강자의 피를 흡수하면 더 강해질 수 있었다.
막는 자는 절세천재일 가능성도 있었기에 명음 태자는 마음이 흔들렸다.
'일을 해결하고 이곳에 있었던 사람들을 다 죽이면 그만이야.'
슉-!
중상을 입은 진남은 손을 들고 결인을 만들었다.
보이지 않는 파동이 방원 몇십 리를 휩쓸었다.
몇십 리의 천지엔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마기가 가득해서 마역(魔域)처럼 느껴졌다.
허공에서 기다란 칼 형상들이 떨어지며 서늘한 도광을 뿜었다.
"응?"
세 개세천재들과 다른 무인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그들은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했다.
진남에게서 엄청난 생기가 용솟음치더니 상처가 절반 이상 나았다.
진남의 기운도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기세가 하늘로 솟구쳐서 패자 같았다.
삼대 개세천재들의 표적이 되자 진남은 불길한 상황을 눈치채고 결사의 각오로 최선을 다해 방어했다.
숨이 조금만 남아있어도 상처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긴장을 늦추면 살초를 펼쳐 상황을 뒤집을 수 있었다.
"이런! 저자가 갖고 있는 어떤 물건이 상처를 절반 이상이나 낫게 했어……!"
자호는 처음으로 표정이 변했다.
그녀는 서둘러 손을 들고 결인을 만들 준비를 했다.
"늦었다!"
허공의 기다란 칼 형상들은 마치 도신이 잡고 휘두르는 것처럼 엄청난 도기를 폭발했다.
도기는 무인들에게 날아갔다.
"으아악!"
무인들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칼에 맞아 죽거나 중상을 입거나 혹은 땅에 떨어졌다.
세 개세천재는 비장의 수를 사용했다.
그들은 법보와 부적을 꺼내 진남의 살초를 막았다.
더 싸울 수 있는 무인은 이제 얼마 되지 않았다.
진남이 펼친 수법은 한마병과선술이었다.
이 술법은 다른 것들에 비해 조금 약했지만 많은 무인들을 상대하는 데 작용이 컸다.
"이제 너희들 차례다!"
진남은 발끝을 차고 날아올랐다.
그는 방원 몇십 리의 마기를 전부 단천도에 모아 개세마도로 변화시킨 후 날려 보냈다.
쿵-! 쿵-! 쿵-!
엄청난 싸움이 다시 시작되었다.
쌍방은 실력이 비슷해서 승부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싸움이 진행될수록 진남의 전의는 점점 더 강해졌다.
과천일격, 만공절살 등 살술들도 깨어나고 위력이 더 강해졌다.
"녀석은 괴물이야!"
자호는 충격을 받았다.
그녀의 감지 능력은 명음 태자나 무흔검신보다 높았다.
이런 무형의 변화를 더 제대로 감지했다.
"더 싸우면 이길 수 없다. 오늘 죽지 않더라도 상할 것이다……."
명음 태자는 눈을 반짝거리며 술법을 사용하여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
그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한 쌍의 금색 눈동자가 앞에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허무은(虛無隱)!"
명음 태자는 고함을 질렀다.
수많은 검은색 부문이 그에게 붙어 그를 제자리에서 사라질 수 있게 했다.
"붕멸전도!"
진남은 미리 눈치채고 최강일격을 펼쳤다.
"안 돼……."
명음 태자는 안색이 변했다.
이 정도의 속도와 위력은 피할 수 없었다.
한 방이라도 맞으면 죽지 않아도 구액귀신체에 큰 충격을 입을 수 있었다.
회복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력을 소비할지 몰랐다.
위기의 순간에 우렁찬 목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한 시진이 다 되었다. 막는 자가 운수지옥을 지켜냈기에 전승 기연은 그의 것이다."
말이 끝나자 작은 공간에 있던 무인들의 발밑에 진법들이 떠올라 그들을 이곳에서 내보냈다.
진남의 발밑에도 진법이 떠올랐다.
"한 시진이 이렇게 빨리 지날 줄이야."
투지가 사라진 진남의 얼굴엔 아쉬움이 남았다.
그는 세 개세천재와 싸움이 이제 시작이라고 느꼈다.
그들은 분명 더 강한 수가 있었다.
슉-!
진남은 곧 다른 곳으로 보내졌다.
"이건……."
발이 땅에 닿자 진남은 주변의 경치에 눈길을 빼앗겼다.
그는 대전에 서 있었다.
대전은 태고 옥석으로 만들었는데 신념으로 안을 살필 수 없었다.
겉은 부드럽고 윤이 났다.
대전의 주변에는 몇백 개의 조각상이 있었다.
조각상들은 사내도 있고 여인도 있었다.
각자 다른 모습이었는데 진짜 사람처럼 생생했다.
조각상들은 살아있는 것처럼 엄청난 기운을 뿜었다.
진남의 신력도 흔들렸다.
"조각상 중 일부는 역기문의 선배들이고 일부는 다른 세력의 무인들이다. 그들을 이곳에 둔 것은 예전에 태고금기와 싸웠기 때문이다."
위엄 있는 목소리가 대전에 울려 퍼졌다.
높이가 다섯 장이 되고 용린(龍鱗) 두루마기를 걸친 형상이 깊숙한 곳에서 나왔다.
형상은 기세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진남은 엄청난 기운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