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3화 육황석을 주겠다
진남과 혈안지신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그러나 패자 등급의 세력의 제자와 삼대 도통의 제자들을 포함한 몇백 명의 무인들의 눈에 동시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어떻게 된 거야!"
"오늘의 육황석 백 개를 전부 낚았나?"
"반 시진 전까지만 해도 열세 개를 낚았으니 아직 여든일곱 개나 남았었는데?"
그들뿐만 아니라 부근의 성안에 있던 무인들도 이 광경에 시선이 끌렸다.
그들도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육황천하에서는 매일 육황석을 백 개만 낚을 수 있었다.
백 개를 다 낚으면 육황천하에는 백 장 높이의 파도가 일고 여러 가지 이상이 일어났다.
몇천 년 동안 이러했다.
'그런데 반 시진 사이에 여든일곱 개의 육황석을 낚았다고?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알아보거라. 누가 여든일곱 개의 육황석을 낚았는지 보자!"
삼대 무상도통의 내문제자들은 정신을 차리곤 소리쳤다.
정상적이 아니면 반드시 뭔가 이유가 있었다.
그들은 이번에 육황천하에 들어가기 위해 왔다.
그런데 육황석을 한 개도 얻지 못했으니 대체 어떻게 된 건지 알아야 했다.
진남과 혈안지신은 이곳의 상황을 전혀 몰랐다.
그들은 육황전장으로 가려 했다.
육황천하에서 전장까지 가려 해도 시간이 꽤 걸렸다.
"네가 바로 창람대륙에서 온 진남이냐?"
이때, 위엄 있는 목소리가 진남 등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응?"
둘은 눈빛이 사나워졌다.
그들과 멀지 않은 곳에 담비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신의 빛이 감돌고 엄청난 살기를 뿜는 대머리 사내가 있었다.
그자는 천신 정상 경지의 강자였다.
그의 뒤에는 여섯 개의 형상이 있었다.
형상들은 모두 천신 경지였다.
"누구냐?"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암암리에 신력을 움직였다.
"맞는지 아닌지만 대답하면 된다."
대머리 사내는 싸늘하게 말했다.
그의 말은 우레처럼 진남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대머리 사내는 선술을 사용했다.
그의 말은 위협을 줄 수 있었다.
그러나 진남은 도경을 장악하고 전신의 몸과 융합되었다.
그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다른 지신이라면 심신이 흩어지고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맞으면 어쩔 건데?"
진남은 안색이 싸늘해졌다.
"제법인데? 고작 지신 경지가 나의 진혼선음을 막다니!"
대머리 사내의 눈에 묘한 빛이 스쳤다.
그는 냉소를 지었다.
"그러나 너는 간이 부었구나. 감히 만 공자의 미움을 사다니!"
그의 말에 진남과 혈안지신은 순식간에 깨달았다.
만 공자는 바로 소붕왕 만소였다.
창람고성을 떠난 후 만소가 암암리에 손을 쓴 게 분명했다.
그리고 마침 지금 진남을 찾아서 온 것이었다.
"저자는 여살천신(?煞天神)이잖아? 뭐 하려는 거지?"
무인들의 시선이 여살천신에게 쏠렸다.
대머리 사내는 명성이 자자한 천신이었다.
육황천하 부근에서 여러 번 나타난 적 있었다.
여살천신은 계속 말했다.
"기회를 주겠다. 승선 영패를 내놓으면 오늘 너를 살려주겠다."
그의 말이 끝나자 뒤에 있던 여섯 명의 천신 강자들이 앞으로 다가와 진남 일행을 둘러쌌다.
보이지 않는 엄숙한 기분이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혈안지신은 방대한 압력을 느끼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천신 강자와 여섯 명의 천신이다.
그와 진남의 경지로는 그들의 공격을 한 방도 막을 수 없었다.
"어떻게 하지?"
진남도 긴장됐다.
승선 영패는 절대 내줄 수 없었다.
그리고 설사 영패를 줬다 해도 여살천신이 그들을 순순히 놔줄 리 없었다.
'이 위기를 어떻게 모면하지? 전신이 남긴 수단을 써야 하나? 아니, 그 수단은 한번 밖에 쓸 수 없다. 위험한 상황을 넘길 수 있지만 절대 섣불리 써서는 안 된다. 고작 몇 명의 천신 때문에 전신의 수단을 쓴다면 너무 낭비다.'
진남의 머릿속에 영광이 스쳤다.
이내 그는 생각이 떠올랐다.
"나를 죽이지 않겠다고? 이 승선 영패는 너희들에게 줄 수 없다. 그럼 너희들이 어떻게 나를 죽이는지 보고 싶구나!"
진남은 싸늘하게 말했다.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진남……"
혈안지신은 뭔가 말하려 했다. 그러나 진남의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여섯 명의 천신과 대드는 것은 상대할 방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너를 어떻게 죽이냐고?"
여살천신은 어리둥절했다.
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진짜 간이 부었구나! 같이 공격하거라, 저자를 죽여라!"
살기가 들끓던 다른 여섯 명의 천신들은 말이 끝나자 바로 강한 기세를 뿜으며 살초를 드러내려 했다.
"잠깐!"
진남이 외쳤다.
"이제야 두렵느냐?"
여살천신은 비웃었다.
"내가 두려워한다고?"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먼 곳에 있는 몇백 명의 무인들을 바라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천둥 같은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누구든 나를 도와 저자들을 막으면 육황석을 주겠다!"
말을 마치자 그는 육황석을 한 개 꺼냈다.
"응?"
사방의 무인들은 그의 외침에 고개를 돌렸다.
진남 일행과 여살천신 등을 보자 어떻게 된 건지 깨달았다.
그러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육황석은 가격이 비쌌다.
하지만 여섯 명의 천신 강자의 미움을 사는 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았다.
"하하하! 너 그런 방법으로 우리와 싸울 생각이냐? 진짜 순진하구나!"
여살천신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진남을 보는 눈에 경멸이 드러났다.
'천신의 위엄이 애들 장난인가?'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다시 말했다.
"한 개로 부족하면 열 개를 주겠다."
그의 손에 육황석이 아홉 개나 더 많아졌다.
"뭐? 열 개의 육황석?"
시선을 거두려던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열 개의 육황석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열 개의 육황석이다. 선기보다 더 비싸다.'
"재미있구나. 너희들은 저 여섯 명을 막거라."
삼대 무상도통의 제자들 중의 내문제자들이 마음이 바뀌어 신념을 전했다.
그들의 신분으로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는 건 매우 쉬웠다.
"열 개의 육황석이라고……?"
무인들 중에서 천신 정상의 강자들은 마음이 흔들려 기운을 뿜었다.
"너……!"
여살천신은 놀라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설마 열 개의 육황석을 내놓을 줄 몰랐다.
"도우들, 우리는 소붕왕 만소의 명을 받고 이 자를 상대하러 왔다. 만약 여러분이 참견한다면 소붕왕의 적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잘 생각해 보거라!"
여살천신은 빠르게 진정하고는 외쳤다.
"소붕왕 만소?"
만소의 이름을 듣자 손을 쓰려던 천신 강자들은 모두 안색이 어두워졌다.
삼대 무상도통의 내문제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소붕왕 만소는 개세천재였다.
이런 일로 만소의 미움을 사면 손실이 컸다.
"놈, 수단이 좋구나. 그러나 오늘은 도망갈……."
여살천신은 한숨을 쉬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
여섯 명의 천신에게 공격하라고 명령을 내리려 했다.
동시에 그는 진남을 죽인 후 열 개의 육황석을 챙기겠다고 결심했다.
"저들을 막으면 육황석 스무 개를 주겠다."
진남은 안색이 변하지 않고 육황석을 열 개 더 꺼냈다.
"스무 개?"
무인들은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그들은 진남에게 육황석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소붕왕 만소'
이 다섯 글자는 대단한 선산처럼 그들의 마음을 눌렀다.
그들은 조금도 경솔히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스무 개로 부족하면 서른 개 주겠다."
진남의 말은 놀라웠다.
그러나 한참 후에도 아무도 대답이 없자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오십 개의 육황석을 주겠다. 우리를 육황전장까지 보호해줘라. 하지만 아직도 나서는 자가 없으면 더 이상은 기회가 없다."
오십 개의 육황석이 진남의 손에서 반짝거렸다.
매우 눈부셨다.
"오, 오십 개?"
무인들은 목소리가 떨렸다.
천신 강자나 삼대 무상도통의 내문제자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오십 개의 육황석이다.
그들은 한 가지 일이 생각났다.
좀 전에 반 시진 내에 여든일곱 개의 육황석을 낚았다.
'설마…… 저자가 낚았나? 아니면 어떻게 오십 개의 육황석을 갖고 있지?'
사람들은 헛숨을 들이켰다.
'반 시진 내에 오십 개 이상의 육황석을 낚다니. 대체 운이 얼마나 좋길래?'
"자식, 육황석을 오십 개나 내놓다니. 내가 너를 도와주겠다."
말소리와 함께 요상한 남색 두루마기를 입고 모습이 끊임없이 바뀌어 진면모를 알아볼 수 없는 곱사등 노인이 멀리서 걸어왔다.
노인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허공에 보이지 않는 힘이 꿈틀거리며 사방으로 퍼졌다.
사람들은 긴장됐다.
노인은 경지가 천신 정상이었다.
그러나 그의 체내의 신력은 변화를 겪어 평범한 천신 정상의 경지를 훨씬 초월했다.
반보인선이란 칭호가 딱 맞았다.
"도우, 혼자서 일곱 명의 천신을 상대하려면 힘들지 않을까? 나는 육황석 열 개면 된다. 나도 저들을 막겠다."
이때, 묵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면을 쓴 중년 사내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사람 형상의 흉수 같았다.
그도 천신 정상의 경지였다.
"나도 참가하겠다. 나는 다섯 개면 된다."
"나는 세 개면 된다."
얼마 안 돼 또 두 명의 천신 정상의 강자가 멀리서 걸어왔다.
천하의 중생들은 모두 이익을 중요시했다.
충분한 조건만 제시하면 천신 강자가 아니라 패자도 요청할 수 있었다.
소붕왕 만소는 매우 강한 적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번 일이 끝난 후 상행천소선역을 떠나거나 형상을 바꿀 수 있었다.
개세천재는 상행천소선역을 쥐락펴락할 수 없었다.
그들뿐만 아니라 삼대 무상도통의 내문제자들도 마음이 흔들렸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들의 신분을 잘 알았다.
숨길 수 없었다.
때문에, 강제로 참을 수밖에 없었다.
"너희들……."
여살천신은 좀 전의 기세가 등등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기세도 한풀 꺾였다.
앞에 있는 네 명이 뿜는 기운에서 그는 확실히 깨달았다.
진짜 싸우면 그들은 죽음을 면하기 어려웠다.
"너희들? 아직도 상황 판단이 안 되는가 보구나. 어서 썩 꺼지거라! 아니면 나는 너의 살을 한 점 한 점 도려내겠다."
괴이한 노인은 엄숙하게 말했다.
그의 두 손은 차갑고 예리한 발톱으로 변했다.
발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피가 있었다.
이자는 마도대수였다.
다른 세 천신도 냉소를 짓더니 살기가 폭발해 사방을 휩쓸었다.
"가, 가겠다……. 지금 당장 가겠다!"
여살천신 등은 소름이 돋았다.
감히 계속 있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소붕왕이 화를 낼 거라는 걸 신경 쓸 겨를 없이 선술을 펼쳐 빠르게 떠나갔다.
소붕왕의 이름도 이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들은 이들이 바로 손을 쓸 거라는 걸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도우들,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선배님들 선도맹세(仙道盟誓)를 해주십시오. 육황석 여덟 개를 더 추가하겠습니다."
진남은 이 광경이 예외가 아니라는 듯 또 여덟 개를 꺼냈다.
"여덟 개를 더 추가한다고?"
주위의 무인들은 눈꺼풀이 떨렸다.
괴이한 노인 그리고 세 천신도 진남이 드러낸 호기에 눌렸다.
"녀석, 통이 크구나. 나도 너를 죽이고 육황석을 빼앗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됐다. 지금 바로 맹세하겠다."
괴이한 노인은 웃더니 다른 세 명과 함께 선도맹세를 했다.
그들은 진남을 공격하고 빼앗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진남도 육황석을 부술 수 있었다.
그러면 아무 의미도 없었다.
그들의 경지는 순식간에 진남을 죽여 진남이 육황석을 부수지 못하도록 할 정도로 강하지 못했다.
"선배님들 육황석입니다. 잘 받으십시오."
진남은 통쾌하게 손가락을 튕겼다.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에게는 아직도 스물아홉 개의 육황석이 있었다.
다른 데 쓰기에 충분했다.
"선배님들, 우리 지금 바로 육황전장으로 갑시다."
진남은 바로 말했다.
이곳은 오래 머무를 수 없었다.
아니면 만소 소붕왕이 직접 공격하거나 다른 인선에게 도움을 청해 데려올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그가 갖고 있는 육황석으로 위기를 넘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