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9화 승선 영패 쟁탈전
혈안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상천행에는 지신, 천신, 인선, 지선 강자들이 너무 많다. 심지어 천선 경지도 적지 않다.
성과를 이루려면 그럴싸한 신분이 있으면 좋지. 네가 만약 무상도통의 내문제자가 된다면 쓸데없는 시끄러움은 피할 수 있다. 물론 여제 대인의 진전제자가 되어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진남이 사극을 장악하고 지신 경지에 이르렀으며 선근을 가지고 있기에 무상도통의 내문제자가 되는 건 쉽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진전제자가 될 수도 있었다.
무상도통의 진전제자나 구천지존의 진전제자는 신분과 지위가 일반인들과 비교도 되지 않았다.
"그건 급하지 않습니다. 먼저 승선 영패를 가지고 다시 생각해보겠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혈안지신은 그 모습을 보자 더 권하지 않았다.
그는 진남에게 구천선역에서 벌어진 기이한 일들과 풍토인정을 소개했다.
그는 한마천신을 따라다니며 안목이 넓어졌다.
낙신교의 교주보다 훨씬 대단했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 닷새가 지났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도선지선은 엄청난 세계정벽을 뚫고 상행천소선역에 도착했다.
"응?"
진남은 웅장하고 순수한 선기가 사방에서 밀려와 그의 골격과 몸 안의 신력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느꼈다.
슉-!
불과 한 식경도 지나지 않아 그의 기운이 돌파했다.
그것도 커다란 돌파였다.
이번에는 지신 경지 삼 단계를 돌파했다.
"저, 저자가 비승자였어?"
배에 타고 있던 한 무인은 눈에 놀란 빛이 역력했다.
비승자는 과천도제에서 경지를 돌파하고 인신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
또 비승자만이 처음 구천선역에 왔을 때 선력의 세례를 받고 경지를 돌파할 수 있었다.
'비승자가 어떻게 지신 경지를 돌파했지?'
'야만적인 차하계에도 놀라운 기연이 있는 걸까?'
"역시 구천선역이야. 이곳의 모든 것들이 다른 세계와 비교도 되지 않아."
진남은 선기를 빨아들이고 저 멀리 새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다른 소세계에서 천신 경지를 돌파하려면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구천선역에서는 시간이 반으로 줄었다.
천지에 넘쳐나는 선기가 너무나 방대하기 때문이었다.
'공주, 강벽난, 전신, 나는 이미 모든 사람이 동경하는 구천에 와 있어.'
진남은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진정으로 구천선역에 발을 들여놓는 그 순간 느낌이 완전히 달라졌다.
감격도 있고 흥분도 있었다.
웅-!
진남 식해의 무주궁도가 격렬하게 떨리면서 수많은 빛을 뿜었다.
그는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부르고 있었다.
'구천에서는 이것의 비밀을 알 수 있겠구나.'
진남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선배님들, 상행천소선역에 도착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계종 제자 한 명이 나서서 공수했다.
그가 입을 열자 거대한 도선지선은 속도를 늦추어 환상적인 푸른빛을 띠는 성 한가운데로 날아들었다.
이 성의 이름은 접인성(接引城)이었다.
접인성의 역할은 중주의 성과 약간 유사했다.
그 안에는 여러 가지 전송진법이 있었는데, 진법을 통해 소선역과 대부분의 성으로 통할 수 있었다.
"그거 들었어? 올해 문란선왕(文瀾仙王)이 승선 영패를 서른 개나 발급한대!"
"문란선왕뿐 아니라 상진선왕(常震仙王), 그리고 그 외 여섯 선왕까지 적어도 스무 개는 발급한다고 했어!"
"아쉽게도 여제 어른께서 올해 내놓으신 승선 영패는 하나뿐이다."
"그래, 여제 어른의 승선 영패를 쟁취하기 위해 온갖 천재 강자들이 몰려와 이미 이틀 밤낮을 싸웠지!"
진남과 혈안지신은 배에서 내려 몇 걸음 옮기지도 않았는데 여러 의논 소리를 들었다.
선왕은 구천선역의 패자였다.
보통 패자는 선왕이라고 부르지만, 비월여제처럼 여전히 제호를 이름으로 쓰는 사람은 드물었다.
"벌써부터 쟁탈전이 시작되었다고? 마침 딱 맞춰왔구나."
진남은 걸음을 멈추었다.
구리거울을 그를 재촉했다.
"진남 도우 맞지? 창람고성에서 와 줄래? 진법 옆에서 기다릴게."
위엄에 찬 목소리가 그의 뇌리에 울려 퍼졌다.
'창람고성? 구리거울은 추억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인가 보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혈안지신은 진법을 찾아 사라졌다.
* * *
창람고성은 접인성과 달랐다.
여제가 직접 끝없는 얼음 벌판에 세운 원고의 얼음 성이었다.
진남은 도착하자마자 무형의 위압을 느끼고 몸을 긴장했다.
"이 고성에는 적어도 서른 명의 선인이 있구나."
진남은 전신의 금동으로 훑어보았다.
엄청난 기운이 보였는데, 진남도 그 안을 살필 수 없었다.
"진남 도우, 따라오너라."
흰 두루마기를 입은 백옥 같은 얼굴의 청년이 곧 그의 앞에 나타나 청하는 손짓을 한 뒤 곧장 앞으로 나아갔다.
"여제 대인의 수하 선장들 중 한 명인 것 같다."
혈안지신은 혀를 찼다.
한마천신도 상행천선역에서 선장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셋은 이내 성 가운데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도장이 떠 있고 사방에 무인들이 가득했다.
쾅-! 쾅-! 쾅-!
도장 위에서는 귀청을 찢는 듯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강한 기운을 가진 자들이 격렬하게 싸웠다.
지신 경지의 두 청년이 싸웠는데, 둘 다 삼극지경을 장악했다.
"승선 영패 쟁탈전이 거의 끝난다. 너희들은 이곳에서 기다리거라."
흰 두루마기를 입은 선장은 그 한마디를 남기고 사라졌다.
시종일관 한 글자도 더 말하지 않고 태도가 미적지근했다.
"쟁탈전이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구리거울은 뭘 하려는 거지?"
진남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더 이상 추측하지 않고 도장을 살폈다.
그는 깜짝 놀랐다.
많은 무인들 중에서 적어도 사십여 명의 천신 강자가 있었다.
나머지 천재 청년들은 대부분 지신 경지로 삼극을 장악했다.
그중에 세 명의 청년은 진 경지 오 단계였다.
그뿐 아니라 그들의 몸속에는 오래된 봉인이 있는 듯 무서운 힘이 깔려 있다.
"저건 문란선왕의 내문제자인 나천비(羅天飛)잖아? 그리고 구계선왕(究界仙王)의 내문제자……."
혈안지신은 헛숨을 들이켰다.
그도 여제의 승선 영패에 이렇게 많은 청년과 강자들이 몰릴 줄 몰랐다.
"신마공탄곡(神魔共歎曲)!"
도장 위에서 한 청년이 하늘을 우러러 길게 울부짖고 법인을 만들자 신과 마가 함께 나타나 탄식하며 절곡을 연주했다.
펑-!
맞은편 청년은 더 이상 막아 내지 못하고 날아가 중상을 입었다.
"십삼 번 승리, 사십이 번 패배!"
이때, 담담한 소리가 그 허공 깊은 곳에서부터 울리기 시작했다.
"십삼 번, 십구 번, 이십칠 번, 이십팔 번, 삼십사 번 모두 강하다!"
"올해는 누가 승선 영패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
무인들이 입을 열었다.
정서도 대전이 임박하면서 고조됐다.
이처럼 수일째 계속되는 천재 강자의 경쟁은 평소에도 흔치 않은 일이었다.
"이제 최후의 일전의 규칙을 선포하겠다. 십삼 번, 십구 번, 이십칠 번, 이십팔 번, 삼십사 번이 공동으로 이 번을 상대한다!"
위엄 있는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만약 전자가 승리를 한다면 마지막까지 도장에 서 있는 자가 이번 싸움에서 이긴 것이다."
이 말이 나오자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승선 영패 쟁탈전에서 매번 이 번이 내정되어 있다.
이 번은 바로 결승전에 참가할 수 있었다.
이 번은 보통 실력이 강한 천재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번이 혼자서 다섯 천재를 상대할 줄 몰랐다.
이런 일은 거의 수백 년 동안 한 번도 없었다.
"설마……."
나이가 비교적 많은 천신 강자들이 있는데, 문득 아주 오래된 일을 생각을 해냈다.
그들은 눈동자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다섯 명이나 연합하라고? 이 번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한번 보자꾸나."
승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십삼 번의 눈에 차가운 빛이 번쩍였다.
다른 네 명도 차례차례 도장에 발을 들어섰다. 그들도 기운을 드러냈다.
그들은 패주 세력에서 뛰어난 자들이라 오만했다.
그들은 연합하여 다른 사람을 상대하는 게 수치스러웠다.
"시간이 없으니 너희들 다섯은 빨리 공격하거라."
무덤덤한 목소리가 모두의 귓전에 울려 퍼졌다.
흰 두루마기에 긴 머리를 어깨에 늘어뜨리고 검 같은 눈을 한 청년이 느긋하게 다가왔다.
그의 등 뒤로 선인의 빛이 번쩍거렸다.
마치 선익(仙翼)으로 모여 천지에 펄럭거릴 것 같았다.
"사극지경?"
진남의 눈에 빛이 스쳤다.
그는 여제를 제외하고 사극지경에 도달한 천재는 처음 보았다.
"설마 소붕왕(小鵬王)이라 불리는 만소(萬?)야?"
지신 강자 한 명이 새된 소리를 지르며 경악했다.
그의 말에 대부분의 무인들이 모두 반응했다.
그들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금시붕왕은 선왕이고 구천선역에서 유명한 패자였다.
그들 앞에 나타난 만소는 그 금시붕왕의 아들이었다.
만소는 젊은 나이에 지신 경지를 돌파했고 전설 같은 사극지경을 장악했으며 구천선역의 개세천재 중 한 명이었다.
개세천재가 나타난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 정도로 놀랄 일은 아니었다.
만소의 신분에 시간 낭비를 하면서 승선 영패를 쟁탈하러 온 게 놀라웠다.
"만소, 너……."
다섯 명의 천재들은 모두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사극지경이라는 단어만으로 그들의 기세가 절반은 꺾였다.
"손 쓸 엄두가 나지 않으면 패배를 인정하거라."
만소는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듯 무표정으로 말했다.
"패배를 인정하라고?"
다섯 천재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들도 패자 세력의 천재들이었다.
사람들이 지켜보는데 패배를 인정하는 것은 너무 창피했다.
"연합하여 버티기만 해도 진 게 아니다. 하압!"
십삼 번은 고함을 지르며 법인을 만들었다.
신마의 그림자가 공중에 다시 떠올랐다.
"좋다!"
다른 네 사람의 눈에도 단호함이 드러났다.
그들은 손을 들어 최강 선술을 사용했다.
싸움에서 쌍방은 경지를 똑같이 유지해야 했다.
보통 상황에서 다섯이 아니라 열이 달려들어도 개세천재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 시간을 끌어 버티면 이긴 거나 마찬가지였다.
"내 앞에서 시간을 끌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
만소는 다섯 무인을 내려다보며 냉랭하게 말했다.
많은 위험이 몰려들어도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한 선술이 그의 몸에 부딪히려고 할 때 그는 빠르게 움직였다.
쿵-!
눈부신 금빛이 도장에서 펼쳐지고 금빛 깃털이 어디선가 날아와 사방을 휩쓸었다.
깃털들은 무상신도(無上神刀)처럼 선술들을 하나하나 부쉈다.
깃털들은 무형 중에 엄청난 대진을 만들어 다섯을 안에 몰아넣었다.
"같이 위쪽을 공격하자!"
다섯 천재들 중 한 사람이 눈에서 수많은 현광을 뿜더니 대진의 비밀을 알아차렸다.
다른 넷은 빠르게 공격했다.
여러 선술들이 허공을 넘어갔다.
주변의 인신 경지, 지신 경지 강자들은 숨죽이고 이를 지켜봤다.
그들은 싸움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강한 압력을 느꼈다.
"깨진다!"
동술 천재는 기뻐했다.
그러나 곧 기쁨이 사라지고 표정이 굳었다.
수많은 깃털들이 흩어져서 만소의 뒤로 날아가더니 서른여 장이 되는 금색 날개로 변했다.
쿵-!
날개가 펄럭이며 몇백 개의 폭풍을 일으켰다.
폭풍들은 한데 겹쳐 다섯 무인들을 휘감았다.
폭풍은 멸망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다섯 무인의 선술과 지신지기들은 모두 박살이 났다.
"크아악!"
다섯 천재들은 막지 못하고 육신에 중상을 입었다.
그들은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