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8화 상행천소선역으로
"육씨 가문의 내문제자 한 명 때문에 우리를 모두 쫓아내느냐? 내가 내리지 않겠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진남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는 원래 육씨 가문에 호감이 없었다.
다른 곳에서 멋대로 구는 건 상관없었지만 그의 앞에서는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설령 육씨 가문의 진전제자라고 해도 물러설 수 없었다.
"이놈이……."
무인은 일제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 청년이 감히 육씨 가문의 내문제자와 부딪히다니!'
'반보 천신이 지켜준다고 멋대로 해도 되는 줄 알아? 이제 어떻게 수습하는지 두고 보자!'
조금 전 진남과 작은 갈등이 있었던 인신 경지 청년은 속으로 냉소를 터뜨렸다.
"내리지 않겠다고? 육씨 가문의 내문제자에게 죄를 지으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너는 아느냐?"
장로는 눈을 가늘게 떴다.
장로는 진남의 옆에 반보 천신이 서 있는 걸 보니 평범하지 않는 내력을 가졌을 거라고 판단했다.
아니었다면 이미 공격을 했을 것이다.
"두 장로(杜長老), 도선지선을 한 척 얻어오라고 했는데 아직이요?"
진남이 입을 열기도 전에 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 멀리, 청색 두루마기 차림의 비범한 청년이 몇몇 구계종(九溪宗) 장로와 제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는 양미간에 오만한 기색이 가득했다.
진남은 고개를 들어 살펴보더니 어안이 벙벙했다.
'응? 저 녀석, 창람대륙에 와서 육천신 대신 나를 공격하던 육천극 아니야? 저 녀석이 왜 죽지 않고 여기에 온 거지?'
"육 도련님, 죄송합니다. 제가 도련님의 성함을 밝힌 후에도 이자가 떠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장로는 진남을 힐끗 보더니 입가에 조롱하는 미소를 지었다.
진남이 어떤 신분이라 할지라도 육천극에 비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무인들과 같이 도선지선을 타러 왔을 리 없었다.
아무리 겸손하다고 해도 신분을 그렇게까지 낮출 리가 없었다.
"뭐? 누가 그렇게 대담한 게냐? 감히 육씨 가문을 안중에 두지 않다니!"
육천극은 화가 났다.
창람대륙에서 그는 이미 매우 처참하게 진압당했다.
그런데 구천에서 도선지선을 타려고 하는데도 안하무인인 사람이 있다니?
그는 앞으로 나와 진남을 확인하자 눈동자가 움찔했다.
'저놈은 오늘 죽지 않더라도 아마 많이 혼날 거다!'
다른 무인들은 이 광경을 보고 속으로 탄식했다.
'육씨 가문 내문제자의 미움을 샀어. 넌 오늘 끝장이야!'
인신 경지 청년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냉소가 끊이지 않았다.
"진, 진 도련님, 어떻게 여기에 계십니까?"
드디어 반응한 육천극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간신히 웃음을 자아내며 바들바들 떨었다.
진남의 경지만으로 그는 겁을 먹었다.
구천선역으로 돌아온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수소문해 여제의 신분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오천 년 전의 제일선(第一仙)이었다.
비록 육씨 가문에 두 명의 패자가 있다 하더라도 비월여제는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
"진…… 진 도련님?"
구계종의 장로들과 다른 무인들, 그리고 인신 경지의 청년과 혈안지신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믿을 수가 없었다.
'육씨 가문의 내문제자가 청년을 진 도련님이라고 불렀어! 대체 저 청년은 대체 얼마나 대단한 신분이야?'
특히 후자는 더욱 놀랐다.
'이자는 대상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육씨 가문의 내문제자가 왜 저렇게 두려워하는 거지?'
"그때 네가 도망갔으니 오늘 죽이겠다."
진남은 표정이 차갑게 변해서 살기를 드러냈다.
옛날 육천극 등은 그를 죽이려 했을 뿐만 아니라 공주를 노렸다.
그가 때마침 도착하지 않았다면 공주는 아마 그들의 마수에 맞았을 것이다.
이제 와서 다시 만났으니 그가 육천극을 가만 놔둘 수 있겠는가?
"육씨 가문의 제자를 죽이려 하다니?"
구계종의 장로와 그 자리에 있던 무인들 그리고 인신 경지의 청년은 충격을 받았다.
아무리 대단한 신분이라도 육씨 가문의 내문 죽이는 건 작은 일이 아니었다.
육씨 가문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감히 이런 행동을 한다면 이유는 하나였다.
신분이 육씨 가문을 무시해도 되는 정도라는 것이었다.
"지, 진 도련님, 용서해 주십시오!"
육천극은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온몸이 얼음같이 차가워졌다.
그는 조금도 저항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저 진남의 화를 풀기 위해 사정을 했다.
"붕멸지권!"
하지만 진남은 사정을 봐주지 않고 바로 공격했다.
무수한 검은 빛이 주먹 끝에 모여 엄청난 기세로 날아갔다.
사방의 허공이 흔들렸다.
"지……지신 경지?"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
'젊은데 지신 경지에 이르렀다니.'
청년은 내력이 비범할 뿐만 아니라 재능도 대단했다.
"선조의 부적, 경계를 넘어오라!"
육천극은 안색이 변했다.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최강 살초를 사용했다.
그는 빛으로 변해 하늘로 솟구쳤다.
육씨 가문의 내문제자들은 여러 가지 목숨을 지킬 수 있는 물건들을 가지고 다녔다.
창람대륙에 갔을 때 대제 경지로 제압을 했을 때와 달리 그는 수단들을 최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과천일격!"
진남은 몸을 움직여 하늘 높은 곳으로 날아올랐다.
그는 광대한 선인의 빛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방대한 도의가 사방을 휩쓸었다.
"으아아악!"
비명이 모두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엄청난 선인의 빛의 멈추지 않고 빠르게 날아올랐다.
그리고 곧 공륜계를 벗어났다.
진남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방금 그 부적이 좀 이상했어. 역시 대세력의 제자들은 상대하기 쉽지 않구나."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숨을 가다듬었다.
육천극이 죽을지 살지 진남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작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었다.
"무엄하다. 누가 감히 구계종에서 싸움을 하느냐?"
호통이 허공 속에서 세차게 울려 퍼졌다.
성들에서 강한 기운이 감돌더니 점차 폭발했다.
그 속에는 천신의 기운도 있었다.
구계종에는 싸우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었다.
"진남!"
혈안지신은 표정이 굳었다.
그는 수단을 써서 진남을 데리고 갈 준비를 하였다.
"지, 진남 대인. 화를 내지 마십시오. 우리 구계종은 절대 대인을 공격하지 않을 겁니다. 제가 지금 당장 종주에게 알리겠습니다."
전에 왔던 장로는 반응하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얼른 신념을 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렬하게 폭발하던 기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잠잠해졌다.
창람대륙이나 공륜계, 구천선역에도 수많은 규칙들이 존재했다.
그러나 자신이 강대하다면 무시할 수도 있었다.
"미안하다. 방금 원수를 만나서 구계종의 규칙을 깜박했다."
진남은 미안한 기색을 얼굴에 드러내었다.
그는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이었다.
상대방이 함부로 해야 상대를 했다.
"괜찮습니다. 별거 아닙니다. 진남 대인, 상행천소선역에 가시겠습니까? 대인께서 가신다면 당장 사람을 시켜 배를 운행하게 하겠습니다."
장로는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그럼 부탁하마."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도선지선으로 돌아왔다.
다른 무인들도 서로 쳐다보다가 진남에게 동의를 얻은 후 배로 돌아왔다.
구계종의 제자 몇 명이 와서 비법을 사용하자 큰 배가 허공으로 날아갔다.
다만, 진남이 알지 못하는 것이 있었다.
그가 떠난 후에 구계종의 장로와 제자들 그리고 인신 경지 청년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진남이라는 무인님은 정말 무서웠다.
만약 그들이 전에 그의 미움을 샀으면 오늘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이들은 육천극만큼 강한 배경이 없었다.
* * *
시간은 흘러 어느덧 반 시진이 지났다.
캄캄하고 차가운 허공 속에서 거대한 도선지선이 강한 진법으로 움직이며 엄청난 위압을 풍겼다.
방원 몇십 리가 흔들렸다.
공륜계에서 출발하여 상행천소선역에 도착하려면 적어도 나흘이 걸렸다.
"진남, 비월여제 대인의 세력에 들어가려고 가는 게냐?"
혈안지신은 문득 생각나서 물었다.
"아니요, 비월여제더러 패자의 기운으로 승선 영패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더니 오라고 하더라고요."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혈안지신은 이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럴 수 있어. 비월여제 대인은 다른 패자와 달리 십 년에 한 번 승선 영패를 준다. 그래서 수많은 천재와 강자들 심지어 소선역에서도 이를 쟁탈하러 온다."
진남은 말을 듣고 어리둥절했다.
'단지 승선 영패일 뿐인데 그 정도로 해야 하나?'
"잘 모르는구나."
혈안지신은 그의 표정을 보고 즉시 말했다.
"지금 구천선역에서 일부 강자들은 비월여제를 제일패자라고 여긴다. 상행천삼대무상도통의 교주들 즉, 구천지존들조차 직접 나서서 그녀를 부교주로 모시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모두 거절했다. 지금은 궁우태황종(穹宇太荒宗)의 명예 장로일 뿐이다.
진남의 눈에 금빛이 번쩍였다.
구천선역에서 구리거울의 지위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았다.
"그렇다면 스스로 유일한 영패를 쟁취하라는 뜻이네."
진남이 혼잣말을 했다.
그는 기분이 전혀 불쾌하지 않았다.
마침 이번 기회에 상행천의 여러 천재 강자들과 겨뤄볼 수 있었다.
"참, 혈안 선배님. 상행천은 어떤 삼대 무상도통이 있습니까?"
진남은 물었다.
"상행천에 대해 잘 모르는구나. 그럼 대충 설명해주마."
혈안지신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구천선역에는 열세 개의 무상도통이 있다. 그 중 상행천에는 세 개가 있다. 각각 궁우태황종, 삼청고교(三靑古?), 천허조교(天虛祖?)다.
그중 궁우태황종이 가장 강하다. 궁우태황종엔 두 명의 구천지존이 있고 삼청고교와 천허조교는 비교적 약한데, 구천지존이 한 명씩 있다."
혈안지신은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무상도통들마다 문도법이 있다고 하더라."
문도란 구천지존을 성취하는 것이다.
"지금 상행천에는 비월여제 같은 패자가 적어도 마흔아홉이다. 비월여제는 패자들 중에서도 최고이다.
크고 작은 성과 수련 가문들이 너무 많아서 차하계 한 개 대륙의 열 배는 넘는다. 금지, 전쟁, 선산 등도 마찬가지다."
그의 말에 진남의 머릿속에 크고 웅장한 장면이 그려졌다.
상행천 소선역이었다.
구천선역에는 또 다른 서른두 개의 소선역이 있었다.
"이것은 구천선옥(九天仙玉)이다. 구천선역의 패자가 있는 세력은 전부 기록되어 있다."
혈안지신은 진남에게 영패를 전해줬다.
구천선역에서 패자 등급의 세력은 많았다.
구계종 등이 육씨 가문을 아는 것도 이 영패로 정보를 얻은 것이었다.
"상행천에 천재방 비슷한 것이 있습니까?"
진남은 구천 천재들이 가장 신경이 쓰였다.
예전에 창람대륙에는 제방과 신방이 있어서 일부 천재 강자들의 서열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런 건 없다. 보통 사극으로 나누는데 사극을 장악한 사람을 개세천재라고 한다.
아, 그리고 패자가 있는 세력의 진전, 내문, 외문이다. 사람들에게 이름을 날리고 구천에 울려 퍼지려면 수많은 전적이 필요하다.
혈안지신이 말했다.
"오천 년 전 여제가 나타난 이후로 세상에 제일선은 없었다. 구리거울이 그런 평가를 받은 것은 수많은 천재를 이기고 누적된 것이다."
진남은 중얼거렸다.
"내가 볼 때 네 지금 재능으로 무상도통에 가입할 수 있다."
혈안지신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