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7화 도선지선(渡仙之船)
"승선 싸움이란 무엇입니까? 설마 선연 같은 것을 얻어야 진정한 선인이 될 수 있습니까?"
진남은 궁금한 것을 물었다.
"아닙니다. 승선하는 일은 자신의 노력에 달렸습니다. 하지만 대인께서도 더 높은 경지를 돌파하려면 성대한 장면이 필요한 것은 아시겠지요?"
진남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증제하고 봉신하는 것은 모두 성대한 장면을 거쳤다.
이것 또한 일종의 법칙이었다.
"천신에서 승선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대한 장면이 있어야 선인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승선할 수 없습니다.
승선 싸움이란 승선 영패를 들고 '선고'라는 금지나 전장 등에 가서 기연을 얻고 천재들과 싸워야 승선할 수 있습니다. 몇 년을 거쳐 규칙을 알아냈는데, 이십 년에서 사십 년 정도에 몇 개 혹은 몇십 개의 선고 금지나 전장이 열립니다."
낙신교의 교주는 두 눈에 선망을 드러냈다.
예전에 선고의 전장이 열렸을 때 그는 멀리서 구경했다.
전장의 기운 등이 아직도 그를 꿈꾸게 했다.
승선하지 못하더라도 그 속에 들어갈 수 있고 기연을 얻을 수 있다면 그는 경지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선고라는 게 무엇입니까?"
진남은 갈수록 더 궁금해졌다.
"선고란 천지에서 태어난 것입니다. 큰 조화를 일으킬 수 있고 몇만 년의 누적을 거쳐 엄청난 전승이 있는 금지와 전장이 가득합니다. 게다가 천신 경지 이상은 안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아 참, 보통 승선할 때 한 가지 암묵적인 규칙이 있습니다. 승선에 실패하거나 죽으면 자신의 전승을 그곳에 남겨야 합니다."
"그렇군요."
진남은 감탄했다.
그는 승선이라는 것에 이렇게 많은 것들이 들어있을 줄 몰랐다.
승선 영패와 선고, 그리고 전승이 그곳에 남겨졌기에 사람들은 승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진정으로 번영하는 무도였다.
"승선할 때 얼마나 많은 천재가 찾아올지 모르겠군."
진남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의 눈에서 금빛이 반짝거렸다.
"대인, 구천선역과 주변의 소세계에 대해서도 잘 모를 텐데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
낙신교 교주는 아주 자세하고 구천선역의 주변에 있는 삼천여 개의 소세계를 설명했다.
그중 몇 개의 명성이 자자한 소세계에는 천신 강자들이 있거나 인선 강자들이 있었다.
"고맙습니다."
진남이 일어서며 말했다.
"교주, 계도 한 장만 주십시오. 저는 백 대 소세계를 돌아보고 구천선역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백대 소세계는 혈안지신이 말했던 홍신계 공륜계 등이었다.
이 소세계엔 도선지선(渡仙之船)이 있었다.
소세계에서 구천선역으로 가려면 인선 경지도 억지로 허공을 넘어갈 수 없었다.
죽지 않으려면 배를 타야 했다.
"좋습니다. 계도를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낙신교의 교주는 얼른 대답했다.
그리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대인, 공륜계에 가셔서 어려운 일에 부딪히면 이 영패를 사용하십시오."
대화를 통해 낙신교 교주는 눈앞의 이 사람이 오만함이 없고 온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큰 대가를 치르더라도 인연을 맺을만한 사람이었다.
장로의 죽음도 결국은 그들 잘못이었다.
"감사합니다."
진남은 사양하지 않았다.
잠시 후, 한 장로가 지도를 들고 왔다.
진남은 힐끗 살폈다.
운진계는 백 대 소세계 중 홍신계, 공륜계까지 거리가 가까웠다.
"교주,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진남은 공수했다.
그는 낙신부를 조금 챙겨 허공을 찢고 세계 장벽을 지났다.
소세계들 사이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혈안지신은 인신 경지 이상의 경지는 건너다닐 수 있다고 했다.
"승선 싸움에 승선 영패가 필요하다면 구리거울에게 달라고 해야겠어."
진남은 끝없는 어둠을 바라보며 사색하다가 손목에 달린 빨간 끈에 신념을 전했다.
"나는 일이 있다. 이 법인을 들고 상행천소선역(上行天小仙域)으로 오너라."
여제가 차갑게 말했다.
붉은 끈 위로 신비한 빛이 번져나가며 특별한 흔적을 남겼다.
"패자의 기운을 주면 되는 거 아니야? 왜 굳이 오라고 하는 거야?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는 지금 다른 일이 없었다.
그래서 구리거울에게 다녀와도 무방할 것 같았다.
"아직 이틀이 더 걸리니 선술을 제대로 느껴보자."
진남은 금방 집중했다.
선술은 바로 그가 지난번에 구천에 넋을 잃었을 때 얻은 한마병과선술(旱魔兵戈仙術)이었다.
예전에 승선할 뻔한 존재였던 한마천신(旱魔天神)이 만든 선술인데, 위력이 무척 강하고 진남의 경지에 적합했다.
진남에겐 전신칠식이 있다.
하지만 전신칠식이 아무리 강해도 그의 경지가 올라가야 차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이틀이 지났다.
그는 한마병과선술을 익혔고, 공륜계 부근에 도착했다.
"공륜계에는 다섯 세력이 있고 세력마다 도선지선이 있다고 했지? 음…… 나는 구계종(九溪宗)으로 가야겠다."
진남은 계도를 살피더니 공륜계로 들어갔다.
구계종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고개를 들면 거대한 성이 솟아 있었고 웅장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무인들은 빛이 되어 들락날락하며 시끌벅적했다.
불꽃 같은 하늘 위에 아홉 개의 시냇물이 마치 용처럼 길게 드리워져 방대한 선의를 뿜었다.
"운진계가 공륜계에 비교도 되지 않는구나. 천신 경지의 강자만도 셋이나 있다. 지신 경지의 강자는 더욱……."
진남은 금빛 눈을 반짝이며 구계종의 이런저런 상황을 살폈다.
"선배님, 도선지선을 타러 오셨지요? 어느 소선역으로 가실 겁니까?"
그가 성에 도착하자 곧 구계종 제자 한 사람이 웃으며 맞이했다.
"상행천소선역으로 가려고 한다."
진남은 말했다.
구천선역은 서른세 개의 소선역으로 나뉘었고 도선지선마다 가는 소선역이 달랐다.
"상행천에 가시는 거군요. 마침 도선지선에 마지막 자리가 남았습니다."
말을 마친 제자는 진남을 데리고 성으로 향했다.
"이것이 도선지선?"
잠시 후, 진남의 눈에 빛이 스쳤다.
성은 방원 십만 리가 되는 거대한 도장이었다.
도장 위에 높이 칠백여 장, 길이 삼천 장이나 되는 거대한 배 한 척이 조용히 떠서 선광을 드리우고 있었다.
거대한 배의 가장 깊은 곳에는 갖가지 선도대진들이 있고 빛들이 신비로운 부적을 그려냈다.
"선배님, 모르시겠지, 이 도선지선은 지존지기의 조각들로 만들어져 그 기운이 허공의 모든 것을 진압할 수 있습니다."
제자는 길을 안내하면서 당당하고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천선 경지에 이르고 사극지경을 돌파하면 패주라고 하는데, 경지가 더 높아지고 도경을 장악하면 구천지존이라 불린다고?'
진남은 이미 도경을 이루었고 원만 경지를 이루는데 얼마 남지 않았다.
"선배님, 이 도선의 배를 타시는 데 납부 비용이……."
제자는 걸음을 멈추었다.
진남이 고개를 들어보니 배에는 이미 서른여 명의 무인들이 있었는데, 그중 아홉 명은 모두 지신 경지의 강자였고 한 명은 지신 경지 정상급이었다.
"잠깐!"
이때, 호통이 울려 퍼졌다.
인신 경지 정상급을 가진 자가 다가와 진남을 보더니 말했다.
"나를 먼저 오르게 해줘. 너에게 신세를 진 셈 치겠다."
도선지선이 떠난 뒤 다음 배를 기다리려면 적어도 사흘, 늦어도 닷새는 걸렸다.
그래서 그는 앞에 있는 자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미안한데, 나도 볼 일이 있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응?"
청년의 눈동자는 차가워졌다.
"선배님, 죄송한데 구계종에는 규칙이 있습니다. 먼저 온 사람이 먼저 배에 오를 수 있습니다. 선배님, 지금 선석 삼천 개를 내야 배를 타고 가실 수 있습니다."
제자는 얼굴빛이 변하지 않고 한마디 하더니 이내 진남을 바라보았다.
"선석?"
진남이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머리가 아팠다.
그는 급하게 떠나느라고 낙신교 교주에게 구천선역의 거래 물품을 알아보지 못했다.
'이제 어떻게 하지? 영패를 사용할까?'
"허허, 삼천 선석도 못 내놓으면서 도선지선을 타겠다고? 얼른 비키거라!"
인신 경지의 청년을 그 모습을 보자 비웃었다.
"선석이 없으면 시간 낭비하지 말고 저자를 오르게 하거라."
배 위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무인들은 불쾌해서 말했다.
그들은 이미 한참이나 기다렸다.
"선배님, 선석이 없으시면……."
제자는 표정이 굳어서 비키라는 손짓을 했다.
"잠시만 기다려 보거라. 사람을 시켜 가져오라고 하마."
진남은 영패를 들고 신념을 전하려고 했다.
이때, 한 외침이 들렸다.
"그자의 삼천 선석을 내가 지불하겠다!"
강한 기운이 먼 곳에서 밀려왔다.
고개를 돌려 확인하던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혈안지신?'
그는 혈안지신이 나타날 줄은 몰랐다.
전과 다른 점이라면 혈안지신은 몸속에 생기가 왕성하고 신력은 반보 천신 경지에 이르렀다.
"혈안 선배님, 어떻게……."
진남이 의혹을 드러냈다.
"허허, 내가 누군지 잊었느냐? 이틀 전에 네가 한마병과선술을 수련할 때 나는 너의 기운을 감지했다. 그래서 공륜계로 올 줄 알았지."
혈안지신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충격을 받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남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는 지금 진남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아주 무서운 경지에 이르렀음을 눈치챘다.
인신 경지 정도가 아니었다.
'고작 얼마 만인가! 그동안에 진남이 이 정도가 될 수 있었다니!'
"자, 선돌이다."
혈안지신은 손가락을 튕겼다.
그는 도선지선을 보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누가 나를 위해 자리를 내주겠느냐? 이만 선석을 주겠다."
"선배님, 제가 승선시켜 드리겠습니다."
무인 한 명이 희색이 만면하여 입을 열었다.
무려 이만 개나 되는 선석은 적지 않은 재산이었다.
"……."
인신 경지의 청년과 배 위의 무인들은 그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선석을 꺼내지도 못 꺼낸 놈이 반보천신 강자의 관심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잠깐!"
또 외침이 울려 퍼졌다.
모두 고개를 들고 보니 장포를 입고 지신 경지의 기운을 풍기는 백발에 눈썹이 검은 노인이 다가왔다.
"장로를 뵙습니다.
제자는 황급히 인사를 했다.
"도우 여러분, 죄송하오. 돌발 상황으로 이 도선지선은 탈 수 없으니 다음 배를 기다리시오."
장로는 사람들을 힐끗 둘러보더니 무덤덤하게 말했다.
"뭐? 삼천 선석을 내고 꼬박 사흘을 기다렸는데 다음 배를 기다리라는 거요?"
배 위의 무인들 속에서 지신 경지 정상급의 존재는 금세 참지 못하고 이마에 핏줄을 세우고 기세를 드러냈다.
다른 무인들도 싸늘한 눈빛이었다.
"솔직히 말하겠소. 육씨 가문의 내문제자 한 분이 이 배를 탈 거요."
장로의 안색은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육씨 가문의 내문제자?"
지신 경지 정상급의 존재와 다른 무인들 심지어 혈안지신도 표정이 약간 변했다.
육씨 가문은 패자 등급의 강자를 두 명이나 데리고 있는 강한 세력이었다.
구천선역에서도 유명했다.
내문제자의 경지가 그들보다 낮을 수는 있었지만, 신분이나 지위는 그들보다 훨씬 높았다.
"그렇다면……."
무인들은 불쾌했지만, 화를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의 운이 나쁘다고 탓할 수밖에 없었다.
유명한 신분을 가진 존재들도 도선지선을 타러 올 때가 있었다.
이번에 마침 그들이 부딪혔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