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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864화 (864/1,498)

864화 구천으로

"진남은 새로운 시대를 열었소. 우리는 진남에게 신세를 진 거요. 게다가 우리는 그에게 아무런 보답도 할 수 없으니 오늘을 진묘원년의 첫 번째 날로 정합시다."

오래된 존재가 입을 열었다.

무인들은 경지가 아무리 강해도 죽는 날이 있었다.

대부분의 무인들은 세력을 키우거나 제자를 받아 무예를 가르치거나 또는 만고에 이름을 남겼다.

천지에 무엇이든 남기려고 했다.

창람대륙에는 연명(年名)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

그러니 오늘부터 진남의 성과 묘묘 공주의 이름을 따서 연명을 정하는 것은 의미가 대단했다.

진남의 사적은 어느 날엔가 결국 역사에 묻힐 것이다.

그러나 연명은 계속 남아있고 쉽게 대체 되지 않을 것이다.

"오늘부터…… 진묘원년 첫 번째 날이란 말이지?"

이 말은 창람대륙의 구석구석에 전해졌다.

많은 무인들은 오늘에 대해 새로운 정의를 내렸다.

강벽난을 언급하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그녀의 이름으로 연명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니 다른 방식으로 기념했다.

강자들은 이월 십사 일을 남난절(南蘭節)로 정하고 모든 세력들은 살육을 금지하고 어떤 무인이든 이날 반려자가 되면 어느 곳에 있든지 축복해주기로 했다.

일부 사람들은 이를 반대했다.

그들은 칠월 칠 일을 남난절로 정하자고 했다.

결국 마지막엔 칠월 이십구 일이 남난절로 결정되었다.

물론 이것들은 나중에 벌어진 일이었다.

* * *

"이제 한번 가볼 때도 되었구나."

진남은 허공에 들어섰다.

봉신 후 그는 아버지를 뵌 적이 없었다.

진남이 칠요비선검에 들어서자 신념이 전해졌다.

그는 신념에 마음이 끌렸다.

동시에 수많은 강자들의 시선도 끌렸다.

진묘원년이 탄생하자마자 남극지에서 비승을 한 자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다름 아닌 정상 거물 무연각이었다.

"진남, 나중에 구천에서 인연이 되면 또 만나자!"

무연각은 비승뇌겁을 불러 성공적으로 도겁을 하고 창람대륙에서 사라졌다.

그의 행동은 창람대륙에서 비승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진남은 서둘러 구천에 오르지 않고 진천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구천에서 하루는 창람대륙에서 한 달이었다.

진남은 이번에 떠나면 영원한 이별은 아니지만 돌아올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

"진남, 창람대륙의 일은 이제 전부 해결되었다."

어느 날 비월여제의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그의 손목에 흐릿한 붉은 끈이 나타났다.

붉은 끈은 미약한 빛을 반짝거렸다.

삼생겁이 끝났지만 '금생'을 대표하는 붉은 끈은 웬일인지 사라지지 않았다.

"이제 위험한 상황에 부딪히면 붉은 끈을 통해 나에게 알려주거라. 어떤 위험도 해결할 수 있게 도와주마."

비월여제의 목소리는 한결같이 차가웠고 엄청난 패기가 느껴졌다.

구천선역에서 그녀는 경지를 조금도 제압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진남은 사양하지 않고 대답했다.

삼생겁은 이미 끝났지만 큰 전쟁을 거쳐 그는 비월여제와 벗이 된 것 같았다.

"기록에 의하면 창람대륙은 차하계에 속한다. 차하계에는 수많은 대륙과 세계가 있다고 하더구나. 마침 네 녀석이 할 일이 없어 보이니 나를 데리고 차하계 구경을 하는 게 어떠냐?"

진천이 진남에게 말했다.

진남은 거절할 리 없었다.

그는 소리 없이 창람대륙을 떠났다.

그들 부자는 화원대륙(火元大陸), 능소대륙(??大陸) 에 가서 다채로운 풍경을 구경했다.

그동안 진남과 친한 거물들이 하나둘 작별 인사를 하고 구천으로 올라갔다.

진남은 궁양, 당청산, 사마공 등에게도 신념을 전했다.

궁양은 구천에 관심이 없고 구자고해를 물려받을 생각이었다.

사마공과 용호는 구천이라고 하자 고개를 저었다.

사마공은 도신이 되고 싶을 뿐이지 도선(盜仙)이 될 생각은 없었다.

그들의 솔직한 마음은 구천에 가서 까닥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기에 차하계에서 자유롭게 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당청산은 무신 경지를 돌파하려고 폐관 수련을 시작했다.

그는 혈혈단신으로 흑도 하나를 들고 다채로운 이 세계를 구경하고 싶었다.

그 외에도 친한 천기견들이나 해골 소홍 그리고 현월, 오창천 등도 결정을 내렸다.

진남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사람마다 자신의 인생이 있었다.

스스로 다채로운 인생을 살면 그걸로 충분했다.

언젠가 시공간을 사이에 두고 떨어진다고 해도 그들의 우정은 사라지지 않고 영원할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신격쟁탈전 전장의 깊숙한 곳에 숨어 죽은 척한 덕분에 목숨을 부지한 육씨 가문의 내문제자 육천극이었다.

전장이 박살이 나자 그는 모든 것을 알아차리고 전전긍긍 신분을 숨기고 살았다.

그는 다시 수련을 하며 구천에 비승할 준비를 했다.

"수정을 위해 거처를 마련해야 해."

진남은 생각을 거두었다.

수정의 크기 때문에 계속 가지고 다닌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

저장주머니에 넣어두면 영기가 부족해서 안 되었다.

진남이 만든 자아공간에 넣어두어야 했다.

"응?"

진남은 표정이 굳었다.

그의 식해에서 신비한 무주궁도가 신비한 빛을 뿜었다.

"설마……."

진남은 깜짝 놀라서 신력을 주입했다.

웅-!

엄청난 힘이 무형의 손으로 변해 수정을 잡고 그림의 깊은 곳에 끌어당겼다.

무주궁도 속에 소세계가 있었다.

진남은 수정이 그림에 들어가자 강벽난이나 공주의 기운이 모두 무형의 힘을 받는 것을 발견했다.

"기회가 될 때 무주궁도에 대해서도 알아봐야겠어."

진남은 혼잣말을 했다.

수피화권이 먼저 물어볼 정도면 무주궁도는 엄청 강한 경지에 이른 게 분명했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 여러 번의 춘하추동이 지났다.

창람대륙의 무도는 전에 없이 빛났는데 강자와 거물들이 연거푸 탄생했다.

진남과 진천도 차하계의 절반을 이미 다녔다.

"이 녀석아, 계속 나와 함께 돌아다닐 셈이냐? 내가 죽는 날까지?"

진천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버지……."

진남은 입을 열려고 하자 진천이 그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너도 알다시피 누구나 자신의 인생이 있다. 나는 네 아버지이지만 우리의 인생은 서로 다르다."

여기까지 말한 진천은 퉁명스럽게 말을 이었다.

"몇 해 동안 너와 함께 대륙을 여행하면서 매번 대충대충 지나쳐서 자세히 감상하지도 못했다. 나는 좀 더 자세히 감상할 테니 너는 구천에 오르거라."

마지막 말을 들은 진남은 오랜만에 몸속 전혈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며칠 뒤, 진남은 진천 앞에 무릎을 꿇었다.

쿵-! 쿵-! 쿵-!

소리 나게 세 번 절을 한 그는 말했다.

"아버지, 안녕히 계십시오."

진천은 흐뭇한 눈빛으로 지켜봤다.

하늘을 떠받칠 수 있을 만큼 성장한 진남은 의연하게 떠나 창람대륙으로 돌아갔다.

그는 이제 비승할 준비를 시작했다.

진천의 말처럼 진남은 구천에 오르려 했다.

천하에 무인들은 많았다.

그가 전신의 혼을 얻고 전신의 육신을 얻었으며 전신에게 주인으로 인정받은 것은 우연이건 필연이건 행운이었다.

때문에, 진남은 다른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무도의 길을 걸으려고 했다.

예전에 창람대륙에서 사람들은 만고제일제가 신화 속에만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진남은 이루었다.

그뿐만 아니라 마지막에는 만고제일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구천에 가도 마찬가지였다.

진남은 수많은 천재를 이기고 무신을 초월하고 승선이 되어야 공주를 부활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패자들을 이기고 무적이 될 수 있었다.

그의 생각은 너무 크고 맹랑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젊고 전혈도 식지 않았다.

모든 것을 시도하고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해야 했다.

아니면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이었다.

"구천선역, 내가 왔다!"

진남은 창람대륙에 서서 고개를 들고 끝없는 허공을 바라보며 신력을 전부 움직였다.

수많은 뇌운이 허공에 모였다.

제겁과 신겁과 다른 것은 이 뇌겁은 무인의 경지에 따라 더 강해지거나 하지 않았다.

그것은 커다란 대문 같은 것으로, 부수면 구천에 갈 수 있었다.

쿵-!

진남은 하늘로 날아올라 주먹을 휘둘렀다.

뇌운이 산산조각이 나고 엄청난 힘이 떨어져 진남을 감싸더니 창람대륙에서 사라졌다.

* * *

진남의 눈앞에 벌어진 장면이 모두 바뀌었다.

사방은 끝없는 허공이 아니라 혼돈이었다.

혼돈의 끝에 흰색 도광이 반짝였다.

진남은 도광 속으로 날아들었다.

백옥 빛깔에 수많은 도문이 새겨진 고대의 돌계단이 한층 한층 나타났다.

"이게 과천도제(跨天道梯)인가?"

진남은 두 눈에 묘한 빛이 스쳤다.

그는 돌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그가 계단을 지날 때마다 순수한 힘이 나타나 그의 몸속에 주입되었다.

순수한 힘은 엄청난 도움을 주었다.

그의 이마에 청백색의 부문이 모이더니 마지막에 사라졌다.

비승하는 사람들은 모두 과천도제를 거친다.

이 계단을 거쳐야 빠른 시간에 구천선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계단을 지나는 사람은 커다란 이득을 얻는데, 무인들은 계단을 다 지나면 보통 인신 경지에 도달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청백색의 부문이었다.

비승도부라고 불리는 이 부문은 오직 차하계의 무인들만 가질 수 있었다.

대상계로 비승한 뒤, 무인들은 이 부적을 이용하여 차하계로 돌아갈 수 있었다.

과천도제가 다시 나타나지 않지만, 과정은 훨씬 쉬워지게 된다.

반면, 대상계의 무인들이 차하계로 가려면 어려움이 많았다.

그들은 끝없는 허공을 가로지르고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육천신도 창람대륙에 오려고 많은 고통을 감수했다.

다행히 운이 좋았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죽을 수도 있었다.

대상계 무인들은 무예 실력은 차하계보다 훨씬 높았다.

때문에, 대상계에서 차하계로 쉽게 올 수 있다면 차하계는 이미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전신의 육신과 융합을 해서 내 경지는 지신 경지 이 단계가 되었다. 이 힘은 엄청 순수한데 오늘 마침 더 단단하게 할 수 있겠구나."

진남은 혼잣말을 하며 선근을 움직이고 정신을 집중했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 어느덧 사흘이 지났다.

진남의 몸을 감싼 빛은 어느새 유리색이 되고 신력은 투명하고 맑은 물이 되었다.

진정한 지신 경지였다.

신력을 장악하고 이용하는 것이 새로운 단계에 도달했다.

진남이 천신 경지에 도달하면 신력은 또 변화를 하고 선력으로 변할 수 있었다.

"응?"

진남은 문득 눈을 뜨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과천도제에서 강한 위협을 느꼈다.

쿵-!

그의 생각을 증명하듯 무형의 힘들이 사방에서 모여 흉악한 거수로 변했다.

거수들은 엄청 강했는데, 모두 인신 경지 십 단계였다.

그중 세 마리는 지신 경지였다.

"왜 갑자기 흉수들이 나타났지?"

진남은 두 눈에 금빛을 반짝이며 손을 휘둘러 수많은 도기를 날렸다.

그는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

그가 알기로 과천도제에는 위험이 없었다.

"진남, 그것들을 죽일 필요 없다. 가두기만 하면 된다."

수피화권이 갑자기 나타났다.

그 속에서 청년이 입을 열었다.

"이것은 태고금기가 너를 떠보는 것이다."

"태고금기?"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구천선역에 들어가고 승선하면 태고금기를 알게 된다."

청년은 담담하게 말했다.

"너뿐만 아니라 다른 비승한 사람들도 똑같이 흉수의 공격을 받았다."

청년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여러 장면들이 벌어졌다.

펼쳐진 장면에서 무인들은 과천도제에서 흉수들을 죽이고 있었다.

그들은 흉수들의 상대가 되지 않아서 이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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