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3화 진정한 창람의 시대
쿵-!
혼돈이 굳고 규칙은 조용했다.
남천문은 또 무너져 이제 일 할도 남지 않았다.
만공절살은 시룡멸도주선창처럼 근원의 힘을 사용해도 회복할 수 없게 했다.
"전신의 금동!"
진남의 두 눈은 청금색 빛을 뿜었다.
엄청난 동력은 남천문을 뚫고 남천문의 영이 된 육천신을 노려보았다.
"진, 진남……. 너 뭐 하자는 거냐? 나는 육씨 가문의 내문제자다. 나를 죽이면 육씨 가문에서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다……. 남천문도 선연과 엮여있다."
육천신은 두려워하며 말했다.
"나를 놔주면 모, 모든 것을 다 너에게 주겠다……."
어떤 사람들은 경지가 높을수록 기개도 높았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경지가 강하지만 기개가 전혀 없었다.
육천신은 두 번째 경우였다.
그는 기개는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다.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늦었습니다."
진남은 차가운 표정으로 단천도를 들고 무상도의를 모았다.
이때, 수많은 이상들이 창람대륙의 여러 곳에서 펼쳐졌다.
창람대륙의 무인들은 이상을 느끼고 남쪽을 바라보았다.
보이지 않는 압력에 그들은 숨이 막혔다.
슉-!
도의가 폭발하여 육천신을 베었다.
시공간마저 느려진 것 같았다.
남천문은 신방과 달리 창람대륙의 무도규칙을 바꿨을 뿐만 아니라 창람법인을 진압했다.
만 년 동안 비월여제를 제외한 다른 강자들은 다른 강자 거물들의 발길을 모두 막았다.
남천문의 생과 사, 멸망과 존재 여부야말로 시대를 초월한 것이었다.
위기의 순간에 강한 힘이 남천문에서 예고없이 폭발해 보이지 않는 장막을 이루었다.
장막은 도기를 막았다.
"응?"
비월여제는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쿵-!
남천문에 수많은 선인의 빛이 폭발해 하늘로 솟구쳤다.
마치 시공통로가 열리고 강한 위압이 통로를 지나 창람대륙에 강림한 것 같았다.
"저게 뭐지……?"
강자와 거물들은 표정이 확 바뀌었다.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들은 창람대륙의 하늘에서 패자가 그들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영혼마저 떨렸다.
"남천문이 엮여 있다던 선연이 설마……."
육천신은 이내 반응하고 기쁜 표정을 지었다.
"차하계 하찮은 것들아, 잘 들어라. 남천문은 내 본명지보(本命之寶)이다. 감히 남천문을 다치게 한다면 구족을 멸하고 세계를 멸망시킬 것이다. 남천문의 상처를 너희들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회복시켜야 한다."
우레 같은 목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목소리는 무상대도처럼 글자마다 힘이 있었다.
모든 생령들이 감히 거역하지 못했다.
"썩 꺼져라!"
진남은 그의 쓸데없는 말을 듣지 않고 단천도에 힘을 모았다.
절세의 도광이 날아갔다.
그는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어떤 경지인지 상관없었다.
진남은 남천문이 피로 진 빚은 반드시 피로 갚아야 한다는 것만 알았다.
"너……!"
우레 같은 목소리에 분노가 가득했다.
그의 본체는 이 상황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차하계의 하찮은 인간이 나에게 꺼지라고 하다니!'
그러나 그는 아무리 분노해도 시공간을 뛰어넘어 자신의 진정한 힘을 사용할 수 없었다.
진남의 힘은 그에 비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진남이 날린 절세의 도광은 그가 내린 선인의 빛 등을 전부 없앴다.
"남천문, 육천신 죽어라!"
진남은 붉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기운이 하늘 높이 솟구쳤다.
마발검신이 남겨준 두 개의 선천검태가 몸에서 빠져나와 단천도에 융합되었다.
쿵-!
칼 같기도 하고 검 같기도 한 살초는 만고의 절살(?殺)이 되었다.
무인들은 영원히 잊지 못할 장면을 목격했다.
볼품없어진 남천문과 그 속에 있던 육천신은 산산조각이 났다.
"끄아아악!"
비명이 창람대륙에 울려 퍼졌다.
끝없는 파란색 빛무리가 몇백만 리를 휩쓸었다.
남천문 속의 공간은 인간세계로 통하는 유일한 길이 끊기고 어둠 속에 빠져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열 개 신산의 소세계와 남천신지의 무인들은 힘을 얻지 못하자 무너지고 흩어지며 기운이 떨어졌다.
* * *
창람대륙이 변하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무형의 천지규칙, 무도규칙이 흩어져 사라졌다.
무인들의 육체는 세차게 흔들렸다.
천(天), 지(地), 현(玄), 황(黃) 사대 품급의 무혼이 그들의 몸속에서 사라졌다.
"무혼이 사라졌어. 설마…… 진남이 남천문을 부순 거야?"
대륙의 무인들은 눈이 휘둥그레지고 심신에 충격을 받았다.
변화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창람대륙의 하늘은 맑은 물에 씻은 듯 투명해졌다.
무인들은 아무런 변화도 보지 못했지만, 천지와 하늘, 산하와 수림 심지어 불어오는 미풍까지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 * *
진남 등이 있는 남극지.
티 없이 맑은 흰 빛이 모든 혼돈을 비추었다.
빛들은 부름을 받은 것처럼 앞에 모여들더니 마지막에는 만 리나 되는 법인으로 변해 신비한 기운을 뿜었다.
법인이 탄생하는 순간 무신 경지 정상급의 거물들은 마음속에 보이지 않는 족쇄가 풀어지고 감화를 받았다.
차하계의 모든 육지 또는 세계에 이런 법인이 나타났다.
이것은 비승법인(飛升法印)이라 불렸다.
비승법인은 대도에서 잉태된 것이었다.
법인이 존재하는 한 무신 경지의 강자들은 비승지겁(飛升之劫)을 불러올 수 있었다.
또, 도겁을 하면 바로 비승을 하고 대상계에 오를 수 있었다.
"제방, 고민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스스로 모든 것을 폐하겠습니까? 아니면 제 칼에 망혼이 되겠습니까?"
진남은 제자리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 나는 스스로 모든 것, 모든 것을 폐하겠다."
제방의 영은 눈앞에 벌어진 장면에 겁을 먹었다.
그는 뼛속 깊이 두려움을 느끼고 망설임 없이 결정을 내렸다.
그는 매우 후회되었다.
'내가 이 대전에서 어부지리를 얻으려고 했다니? 어부지리는커녕 두 세력 사이에 꼈을 때 모든 희망을 진남에게 걸고 그를 도왔어야 하는 건데!'
제방의 영은 몸을 감싸고 있던 빛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창람대륙에서 만 년 동안 지속된 어두운 날들이 오늘 드디어 끝이 났다.
창람대륙의 무인들은 이제부터 족쇄를 벗어나 자신의 힘으로 증제를 하고 봉신을 해야 했다.
심지어 더 넓은 대상계를 만날 수 있었다.
"우리가…… 이겼어?"
무연각 등 무인들은 눈앞에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었다.
잠시 후, 그들은 환호를 질렀다.
무신 경지나 경지가 낮은 무인들이나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다.
너무 기뻐서 얼굴이 눈물범벅이 된 자도 있었다.
무도의 길은 여전히 참혹하고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증제나 봉신을 하고 강자가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부터 그들은 누군가의 장단에 놀아나지 않고 공평하게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세계가 깨끗해졌다.
찬란한 노을이 천지를 물들였다.
고금 소리, 피리 소리 등이 듣기 좋은 곡조가 되어 사람들 귓가에 울려 퍼졌다.
수많은 본원의 빛이 허공에 펼쳐지더니 진남과 남천신지에 대항한 무인들에게 내려앉았다.
천지원시규칙이 제방, 신방, 남천문이 죽은 뒤 남은 근원의 힘을 본체로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너는 불멸의 업적을 달성했다. 이제부터 너의 이름은 만고에 전해질 것이다. 기분이 어떻느냐?"
비월여제는 모든 것을 지켜보며 처음으로 차가운 표정이 아닌 평온한 표정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진남의 기운은 처음처럼 회복이 되었다.
그는 말없이 고개를 들고 멀리 있는 칠요비선검을 바라보았다.
그는 검에 있는 수정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수정은 무언가 느꼈는지 흰빛과 검은빛을 동시에 뿜었다.
그녀들은 진남을 뿌듯하게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하나뿐입니다."
시선을 거둔 진남은 천지원시규칙에게 신념을 전했다.
무인과 모든 생령이 평생 기억할 만한 인상 깊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모든 것은 끝이 났다. ……이제 진정한 창람의 시대가 왔다!"
* * *
창람대륙은 전에 없이 들끓었다.
진남은 남은 축하연이나 반천맹을 해체하는 행사 등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유실약원에 왔다.
이번 싸움에 여러 세력들이 모두 참가했지만, 오직 유실약원만은 참가하지 않았다.
"너……. 진짜 공주의 반려자가 되려는 거냐?"
한 궁전에 유실약원의 여러 강자들이 모여 있었다.
우두머리인 당목무신은 처음에는 침묵하더니 진남의 말을 듣고 안색이 살짝 변했다.
"네. 공주의 부모님이 이 세상에 안 계시니 여러 선배님들께서 증인이 되어주십시오."
진남은 정중하게 말했다.
공주가 사라진 순간 그는 자신의 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강벽난에 대한 여러 감정들도 명확해졌다.
창람대륙에서 강자들은 수많은 처첩을 두기도 했다.
그러나 진남은 오직 공주 한 명만을 반려자로 맞이하고 싶었다.
"……우리는 하지 않겠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당목무신은 말했다.
"네 말이 진심이라면 공주가 다시 인간 세상에 나타났을 때 이곳에 오너라. 이 일은 너희 둘이 결정할 일이다."
말을 마친 그는 가볍게 탄식했다.
진남을 미워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진남의 결정에 그도 깨닫는 것이 있었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진남은 공주가 인생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된 건 운명의 장난이었다.
"선배님들, 고맙습니다."
한참 침묵하던 진남은 모든 무신들에게 세 번 인사를 하고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공주가 반드시 다시 인간 세상에 나타나게 할 겁니다."
진남은 궁전을 떠났지만 유실약원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는 공주의 궁전에 가고 그녀가 폐관 수련을 하던 보탑도 갔다.
진남은 묘묘 공주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의 일들을 낱낱이 알아보았다.
진남은 공주의 일들을 들으며 빙그레 웃었다.
공주는 어릴 때부터 무척이나 귀여웠다.
"공주, 나와 함께 구천에 가더라도 이들을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곳을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금지로 만들어 놓을게."
진남은 보이지 않는 진법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비월여제와 무연각 등 거물들에게서 많은 술법과 전승을 얻어 이곳에 남겼다.
* * *
창람대륙은 이제 새로운 변화를 맞이했다.
옛 비밀들이나 전기 이야기들은 제한이 사라지고 구석구석에 전해졌다.
역사를 기록하는 창서도 다시 편집되기 시작했다.
또, 남천신지의 여러 세력들이 무너진 뒤 전족, 천기족, 구자고해 등이 그들의 종지를 관리했다.
용제는 비승을 선택하지 않고 소충이 육신을 찾기를 기다리며 요신금지를 다시 건설했다.
사마공과 용호는 손을 잡고 여러 세력을 번갈아 털며 좋아했다.
비월여제는 잠시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창람대륙에 어떤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천지원시규칙을 엄청난 수단을 사용하여 제약을 가했다.
미래에 또 제방이나 신방 같은 자들이 나타날 것을 우려해서였다.
무연각 등 거물들은 반천맹을 해체한 뒤 이번 대전에서 희생한 무인들의 사적을 창람대륙에 널리 알렸다.
모든 성과 세력들은 처음에는 진남의 조각상을 세웠고, 나중에는 비월여제의 조각상도 만들고 희생된 무인들의 조각상도 만들었다.
제이대륙은 성당(聖堂)으로 만들어졌다.
그들의 조각상과 벌어진 일들은 모두 성당에 있었다.
그 사이에 의외의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무연각 등 거물들은 진남에게 벌어진 일을 외부 사람들에게 함구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결국 소식은 밖으로 전해졌다.
진남에 관한 모든 것들이 폭풍처럼 구석구석을 휩쓸었다.
결국 천하가 진남의 사적을 다 알게 되었다.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은 침묵했다.
그들은 진남이 증제를 할 때 절친한 이성 친구를 잃고 봉신할 때 묘묘 공주를 잃었을 줄은 몰랐다.
창람대륙의 제일이고 만고제일신이라 불리는 사내는 무적의 쾌감보다 오히려 고통을 감내하고 있었다.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얼마나 걸릴지 아무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