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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860화 (860/1,498)

860화 전신의 몸

"끝, 끝났어?"

대제와 무신 강자들은 조심스럽게 무제의 빛과 신의 빛을 거두며 고개를 들고 앞을 살폈다. 그들은 여전히 불안했다.

진남의 공격은 너무 강했다.

충돌로 생긴 기운만으로 그들은 끔찍한 재난을 겪은 것 같았다.

"진남이 이런 수단을 준비했을 줄 몰랐어. 전에 그와 정면으로 싸우지 않길 잘했다."

육천신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들어 상황을 살폈다.

앞에 벌어진 장면을 보자 그들은 모든 것을 잊고 경악했다.

영혼마저 두려움에 몸서리쳤다.

그들의 시선이 닿는 범위에서 열 개 신산의 소세계들만 겨우 멸망을 피했다.

나머지 대지와 하늘은 적막이 흐르는 혼돈으로 변했다.

혼돈에는 영기가 없었다.

천지규칙, 무도규칙 등도 존재하지 않았다.

진남이 휘두른 창은 이곳을 창람대륙에서 잠깐 동안 없앴다.

게다가 더욱 경악스러운 장면이 있었다.

남천문은 남극지에 있으면서 만 년 동안 창람법인을 진압하고 수많은 강자와 거물들에게 악몽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진남의 공격에 남천문은 깊고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구멍 입구는 만여 장이나 되었고 속은 시커멓고 끝이 보이지 않았다.

오래되고 웅장하며 패기 넘치던 남천문은 이제 테두리만이 남았다.

커다란 틀이 되어버린 남천문은 낡고 처량했다.

위엄이나 기세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제길, 예상이 빗나갔어. 남천문에 자아공간이 또 있을 줄이야. 저 공간은 한 촌 씩 없앨 때마다 힘도 좀 더 강해져야 해."

먼 곳에 잠복해 있던 단천대제는 표정이 우울해졌다.

이번 공격으로 남천문은 팔 할이나 파괴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았다.

"진남! 이런 살초를 준비했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나를 없애려면 그리 쉽지 않을 거다!"

남천문의 영은 화가 잔뜩 나서 고함을 질렀다.

"상처만 회복되면 오늘 목숨 걸고 너와 끝까지 싸우마!"

수많은 파란빛이 펼쳐졌다.

본원지기들이 구멍의 깊은 곳에서 올라왔다.

"또 회복할 수 있다고? 창으로 한 공격이 실패한 거야?"

무연각 등 거물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들은 십 년 동안 준비하면서 수많은 심혈을 기울였다.

만약 창으로도 남천문을 없애지 못한다면 진남의 경지가 아무리 강해도 결국 남천문을 죽일 수 없었다.

"허허, 너를 전부 없애지 않은 것만으로 고맙게 생각해야지.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단천대제는 차갑게 웃었다.

"어, 어찌 된 일이지?"

남천문의 영은 놀라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이번에는 전과 전혀 달랐다.

남천문의 영은 부서진 곳이 회복되지 못하는 것을 발견했다.

"남천문, 애를 쓰지 마십시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죽음을 면하기 어려울 겁니다!"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진남은 단천도를 들고 한 걸음씩 다가갔다.

창으로 공격을 하느라 진남은 많은 힘을 사용했다.

그러나 남은 힘만으로도 남천문을 없애기는 충분했다.

"진남, 나는 남천문이다! 구천선역에서 왔고 커다란 선연(仙緣)과 엮였다!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으니 이제 너와 목숨 걸고 싸우겠다!"

남천문의 영은 발악을 하며 육대선의를 수많은 천지규칙과 무도규칙에 융합시켰다.

그것들은 시커멓고 큰 손으로 변해 진남을 잡으려고 날아갔다.

남천문의 영은 영지가 생겨난 이래 오늘처럼 낭패를 보기는 처음이었다.

물론, 남천문의 영은 발악을 하더라도 아무렇게나 공격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남은 힘으로 진남을 다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때문에, 진남을 남천문의 깊은 곳으로 끌어가려고 했다.

깊은 곳에는 엄청난 것들이 잠들어 있었다.

그것들은 진남을 쉽게 죽일 수 있었다.

"주인, 계획에 변동이 생겼다. 남천문을 팔 할이나 파괴했으니 충분하다. 저 시커먼 손을 부수지 말고 너를 남천문의 깊은 곳으로 끌고 가게 하거라. 나는 그곳에서 기다리겠다."

이때, 진남의 머릿속에 오랜만에 전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응?"

진남은 멈칫했다.

그는 빠르게 결정을 하고 신념을 전했다.

"구리거울, 전신이 남천문에 있습니다. 그를 만나러 갈 테니 저들을 막아주십시오."

진남은 빛으로 변해 앞으로 날아갔다.

다른 사람들은 시커멓고 큰 손이 너무 강해 진남의 빛을 남천문의 깊은 곳으로 끌고 간다고 생각했다.

"전신이 남천문 안에 있었어?"

비월여제의 차가운 두 눈이 살짝 흔들렸다.

"남천신지의 사람들은 명령을 듣거라. 진남은 이미 죽었다. 이제부터 힘을 합쳐 반천맹의 도둑놈들을 전부 죽이자!"

남천문의 영은 다시 고함을 질렀다.

진남을 죽인 것만으로 화가 풀리지 않았다.

"진남이 죽었어?"

무연각 등 거물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방금 벌어진 장면은 너무 빨라 그들은 미처 손을 쓰지 못했다.

"진남이 죽었다. 도둑놈들을 죽이자!"

남천신지에 모인 강자와 거물들은 그 말을 듣자 흥분했다.

진남이 죽었으니 남은 반천맹의 사람들은 두렵지 않았다.

"하하, 이런 결말일 줄 몰랐다!"

육천신은 고개를 젖히고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두 손을 모아 법인을 만들었다.

혈광들이 혼돈 속에서 당돌하게 펼쳐졌다.

그는 음침하게 변한 두 눈으로 남천문의 깊은 곳을 노려보았다.

진남이 죽었기에 그들은 대전에서 이길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기회는 쉽게 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계획을 바꾸고 더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육천신, 자네……."

남천문의 영은 그의 계획을 눈치챘다.

"만 년 동안 자네에게 남천문을 장악하는 법을 알려주고 여러 선술들을 가르쳤소. 그리고 신방과 제방과 어떻게 쟁탈을 해야 하는지도 가르쳤지. 이제는 자네가 나에게 보답할 때가 왔소!"

육천신은 망설이지 않고 마지막 법인을 만들었다.

그는 수많은 혈광으로 변해 남천문의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수많은 혈진이 허공에 연거푸 나타나서 얼마 남지 않은 남천문을 뒤덮었다.

어둠 속에서 수많은 선마(仙魔)들이 나타나 주문을 외웠다.

마치 만고의 법사(法事, 불법을 널리 알리거나 수행하는 일)를 진행하는 것 같았다.

진남과 달리 육천신은 남천문의 자아공간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남천문의 영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는 만 년 동안 남천문의 영을 삼킬 많은 준비들을 했다.

남천문의 영은 남천문과 구천선역이 어떻게 엮여있는지를 잘 몰랐다.

그러나 육천신은 모든 비밀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남천문을 장악하면 남천문의 힘을 발휘하여 선연을 얻을 수 있었다.

계획이 성공하면 그는 비월여제의 경지에 이르러 구천선역의 패자가 될 가능성이 컸다.

"크아아악!"

잠시 후, 남천문의 영은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남아있는 고대 문의 기운은 끊임없이 변하고 교체되는 것 같았다.

"만 년 동안 우리와 겨루더니 결국 저런 결말을 맞이하는군."

신방은 연민이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그는 기분이 좋았다.

진남이 죽어 가장 큰 위협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반천맹의 사람들은 그가 굳이 상대하지 않아도 되었다.

"재미있구나."

비월여제의 두 눈에 빛이 흘렀다.

남천문과 연관된 것들을 그녀는 조금 알고 있었다.

'주선 오 위가 남천문에 남긴 계략은 의도된 것일까? 아닐까?'

슉-!

잠시 후, 남천문의 영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남천문에서 뿜어져 나오던 파란빛은 어느새 보라색으로 변해 눈부시게 빛이 났다.

남천문의 기운은 아까보다 훨씬 강해졌다.

"만 년이다, 만 년 동안 기다려 드디어 남천문을 손에 넣었어!"

육천신의 흥분된 목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마지막에 그는 무언가 떠올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찮은 것들이 감히 나를 공격했으니 오늘 죽기보다 못한 게 무엇인지 보여주마!"

비월여제와 진남이 있었다면 그는 조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진남은 이미 죽었고 그는 남천문의 자아공간을 칠 할이나 장악했다.

그는 남천문의 영보다 더 많은 공간을 장악했다.

그러니 비월여제 혼자의 힘으로 그를 막을 수 없었다.

* * *

남천문의 가장 깊은 곳.

육천신은 알지 못했다.

진남은 죽은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한 걸음씩 앞으로 향했다.

진남은 전신의 눈동자로도 사방을 꿰뚫어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엄청난 것이 얌전히 숨어 있는 것을 기민하게 느꼈다.

엄청난 것은 남천문이 꺼냈던 여러 신물들과 달랐다.

그것이 뿜는 기운만으로 진남은 긴장되었다.

이때, 커다랗고 시뻘건 눈동자가 어둠 속에 나타났다.

그것은 산처럼 큰 발을 진남에게 휘둘렀다.

다른 엄청난 것들도 이 장면을 지켜봤다.

'이 인간족이 특별한 점이 없으면 우리는 바로 달려들어 피를 나눠 마실 거다.'

"안 돼!"

진남은 안색이 변했다.

어둠 속에서 날아오는 살기는 지신을 죽일 만큼 강했다.

지금의 진남은 그것을 막을 수 없었다.

"죽고 싶으냐?"

이때, 차가운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다.

커다랗고 시뻘건 눈동자는 겁을 먹고 발을 거두더니 미친 듯이 뒤로 도망갔다.

진남은 보지 못했다.

어둠 속에서 진남을 노려보던 엄청난 것들은 천적을 만난 것처럼 공포에 질린 얼굴로 바닥에 납작 엎드려 벌벌 떨었다.

촤르륵-!

청색의 불꽃이 멀리에서 활활 타올랐다.

크고 패기가 넘치지만 불완전한 육신이 진남의 앞에 나타났다.

"전신……."

진남은 마음속에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떠올랐다.

전신은 진남이 얻은 가장 큰 기연이었다.

지금까지 성장하고 역천개명을 하고 무도경지를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은 대부분 전신 덕분이었다.

진남이 남천문을 부수겠다고 맹세를 한 것도 전신의 남은 육신을 가져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뒤로 공주와 강벽난 때문에 진남은 남천문을 미워하게 되었다.

"주인, 네가 남천문을 부수고 창람을 뒤엎을 때 만나려고 했다. 그런데 수피화권이 나타나는 바람에 그것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앞당길 수밖에 없었다."

전신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종처럼 크고 여전히 패기가 있었다.

사방의 엄청난 것들은 전신의 말투에 존경이 가득한 것을 제대로 느꼈다.

"전신, 수피화권은 어떤 신분입니까? 그리고 전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수피화권에게 들으니 제 신분은……."

진남은 연거푸 질문했다.

그는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았다.

"주인, 아직은 너에게 모든 것을 알려줄 수 없다. 어떤 일들은 금기로 되어버려서 한 글자라도 내뱉는 순간 차하계나 구천선역에 재앙을 가져올 것이다."

전신은 말을 이었다.

"네가 승선하면 많은 것들을 알게 될 것이다."

전신은 모든 것들을 진남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러나 참을 수밖에 없었다.

"승선?"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수피화권도 진남에게 묘묘 공주를 살리고 싶으면 승선하라고 했다.

"주인, 나는 이미 죽은 사람이지만 역천법을 사용하여 오늘까지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전신의 왼쪽 눈은 진남에게 말했다.

"이제 네가 봉신하고 진정한 무도의 길에 들어섰으니 나도 여한이 없다."

진남은 얌전히 듣고 있었다.

왼쪽 눈과 단천도, 청룡 성주 그리고 전신의 남은 육신은 매번 그에게 진실한 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남은 길은 너와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제 너의 육신에 스며들어 너와 함께 구천을 정복하마.

미래의 너는 수많은 위험과 적을 마주하겠지. 그때마다 명심하거라. 예전의 주선 오 위이자 도호가 전신인 자가 너를 주인으로 인정했다. 구천십지에서 너를 내려다볼 자격이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전신의 남은 육신은 한쪽 무릎을 꿇더니 골격들이 청색 빛으로 변해 진남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창(蒼)도 안 된다."

무상의 패기가 하늘로 솟구쳤다.

전신의 왼쪽 눈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구천선역에 나타나 누군가에게 알려주는 것 같았다.

주변의 엄청난 것들은 비명을 지르고 몸이 부서졌다.

그 순간 남천문을 장악한 육천신은 뼈에 사무친 한기를 느꼈다.

쿵-!

남은 육신은 산산이 부서져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전부 진남의 몸속에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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