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1화 십령선체(十靈仙體)
쿵-! 쿵-! 쿵-!
수림들에서 영광이 솟구쳤다.
마치 몇백 개의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주변의 몇천 리 하늘을 영광으로 물들였다.
놀라운 기운을 지닌 나무와 화초를 제외하고 제이대륙의 진법, 병기, 이보 등이 변신했다.
그중에 열세 개의 이보는 사람 모습으로 변한 후 무왕 경지 정상급이 되었다.
"만물의 영은 나를 왕으로 섬겨라."
소리가 울려 퍼지자 무인들은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구리거울의 내세는 검은 옷을 입고 희미한 모습으로 먼 곳에서부터 다가왔다.
수림에 있던 열세 개의 무왕 경지 정상급 이보와 영광이 반짝이는 사람 모습을 한 영광들이 부름을 받은 것처럼 일제히 그녀의 뒤에 모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엄청난 군단으로 변했다.
삼천여 마리에 육박했던 선천 경지의 요수들은 이것들에 비하면 빛을 잃었다.
'모든 천재지보들이 생령으로 변한 거야?'
무인들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했다.
제이대륙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경지를 제압당한 지금뿐만이 아니라 창람대륙에 있을 때도 그들은 이런 신비한 수단은 본 적이 없었다.
"죽여라."
구리거울의 내세는 여전히 무덤덤한 말투로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떨어지자 수많은 생령들이 일제히 하늘을 우러러보며 몸을 솟구쳤다.
그중에서도 경지가 높은 생령들은 선천 경지의 요수들을 타고 무적의 기사처럼 모든 것을 부술 기세로 달려들었다.
이들의 목표는 엄청 뚜렷했다.
그것들은 반천맹의 무인들을 한 명 한 명씩 목표로 했다.
"……!"
반천맹 무들은 순식간에 얼굴빛이 하얗게 질려 몸서리를 쳤다.
거물들도 마음속에는 한기가 무수히 피어올랐다.
'남천문에 맞서는 것만으로도 벅찬 판에 저것들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까?'
'반천맹은 끝났다!'
무인들은 머릿속에서 그 생각을 떠올렸다.
엄청난 실력을 가진 생령들의 공격을 받으면 반천맹의 실력으로 잠시 버틸 수 있는 것도 기적이었다.
"반천맹이 무너지면 진남은 무왕 경지라 해도 거대한 세력에 묻혀 도겁을 할 수 없다."
살신금지를 비롯한 세력의 거물들은 상황을 분석하고 눈빛이 어두워졌다.
'비월여제의 도움이 있어도 진남은 육천신과 남천문의 마수를 뚫을 수 없을까?'
"진남 도우, 우리가 도와줄게!"
바로 이때, 커다란 목소리가 들렸다.
진남과 수많은 무인들은 저도 몰래 고개를 돌렸다.
진남은 깜짝 놀랐다.
소리를 지른 사람은 뜻밖에도 동주에서 온 진국현무였다.
진국현무의 곁에는 분천황제, 혈익봉황, 주벽화, 그리고 분천고국의 무인들이 있었다.
이들 역시 제종과 신과의 이상 현상에 이끌려 왔다가 도착하자마자 싸움을 목격했다.
"동주의 하찮은 것들이? 허허. 배짱이 크구나. 비록 지금은 모두 경지가 제압되어 평범한 사람이 되어 너희들도 참전할 자격이 있다지만 고작 몇천 명 되는 무인들로……."
천도무신은 대놓고 조롱했다.
진남이 스스로 제위에 오를 때 그는 진남이 모습을 드러내게 하려고 무인들을 끌고 가 동주를 피바다로 만들었다.
그때 진남이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면 분천황제 등은 그의 손에 죽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분천황제는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동주 무인들, 진남은 우리의 유일한 전설이고 예전에 동주를 지켜줬다. 게다가 동주 사람인 우리가 영광스럽게 이 싸움에 참가할 수 있게 해주었으니 최선을 다해 진남을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
분천황제의 말에 분천고국의 사람들 뒤에 있던 동주 무인들은 마음이 흔들렸다.
대부분 사람들은 가슴속에서 뜨거운 피가 솟구치며 눈빛이 단호하게 변했다.
"진남 선배님,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림자들이 연이어 앞으로 날아왔다.
분천고국의 몇천 명 되는 무리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 금세 몇만 명이 되었으며 계속해서 늘었다.
전장의 주위에 서주, 북주, 남주의 무인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동주는 전혀 달랐다.
거의 모든 무인들이 진남의 성장을 직접 지켜봤다.
진남은 문도산을 멸망시키고 성천가 등을 죽였으며 무도규칙을 초월하고 남천신지를 휩쓸었다.
마지막에는 원도천산에서 스스로 제위에 올랐다.
진남의 모든 사적을 그들은 똑똑히 기억했다.
이들 중 적지 않은 사람이 이를 악물고 무예를 연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진남의 영향 때문이었다.
그들의 진정한 경지는 낮았다.
무성 경지, 무존 경지 심지어 무종 경지도 있었으며, 진남과 연결고리나 감정도 없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힘을 다하려고 했다.
'동주의 빛, 동주의 전설, 계속해서 창람대륙에서 빛나게 해야 해!'
"죽여라!"
분천황제, 혈익봉황 등이 먼저 나서자 다른 동주 무인들은 기운을 드러내며 뒤따라 반천맹의 여러 무인들 속으로 모여들었다.
반천맹은 순식간에 커졌다.
구리거울의 내세, 전생, 남천문 등이 이끄는 세력을 능가하지는 못했지만 더 이상 작아 보이지 않았다.
"……."
자리에 있던 모든 무인들이 완전히 넋이 나갔다.
진남이 이처럼 엄청난 호소력을 갖췄으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너희들……."
진남조차도 완전히 얼떨떨했다.
그는 이 대륙에 이렇게 많은 무인들이 있는지 몰랐고, 중요한 때에 기꺼이 나서서 그를 지지할 줄은 더욱 몰랐다.
"하찮은 것들이 정말 겁이 없구나. 제 죽을 줄도 모르는 놈들 같으니!"
천도무신은 이마에 핏줄이 솟구쳤다.
무신 경지의 힘을 한시라도 빨리 회복하여 이들을 전부 죽이고 싶었다.
"하찮은 것들이다. 걱정하지 말거라. 반천맹은 멸망할 것이다. 남천문은……."
육천신은 이내 반응했다.
그는 전음을 하고 다음 계획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구리거울의 내세가 펼친 수단과 비슷한 무형의 기운이 빠른 속도로 전장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리고 계속 번졌다.
"응?"
구리거울의 내세는 무언가를 깨닫고 고개를 돌려 보았다.
슉-!
아득히 먼 곳의 숲속에서 눈부신 영광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전쟁터 위로 날아왔다.
영광은 순식간에 퍼져 수많은 금빛 무늬가 되었고 거대한 진법으로 뒤섞였다.
무인들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
이내 진법이 움직이더니 묘묘 공주가 그 속에서 나타났다.
금빛 긴 치마를 입은 그녀는 피부가 희고 몽환적인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수많은 선기를 띠고 있어 선자와 같았다.
"묘묘 공주?"
대부분의 무인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설마 십령선체(十靈仙體)야?"
구리거울의 내세는 뭔가를 깨닫고 놀란 표정으로 비월여제를 바라봤다.
"이 대륙에서 선령족을 찾았어?"
비월여제는 눈보라를 흩날리며 내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영자유혼(靈者有魂),혼위무형(魂?無形),십지현래(十之玄來),만혼개명(萬魂皆命)."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묘묘 공주는 두 손으로 신비한 법인을 만들었다.
그녀의 등 뒤에서는 영광이 눈부시게 빛나더니 그림자로 뭉쳤다.
바로 진정한 만령의 왕이었다.
어흥-!
구리거울의 내세가 깨운 수많은 천지의 영물들은 일제히 포효했다.
그것들의 두 눈에 특별한 부문이 나타났다.
"만물화영선경(萬物化靈仙經)."
구리거울의 내세가 법인을 만들었다.
네 개의 신비한 빛이 무왕 경지의 천지 영물 체내로 들어갔다.
그녀는 이제 다른 영물들은 지킬 수 없었다.
"명을 듣거라, 진남에게 적의가 있는 자는 모두 용서하지 않겠다."
만령의 왕이 된 듯한 묘묘 공주는 말했다.
그녀는 보이지 않는 위엄을 갖추고 있었다.
"죽어라!"
수많은 천지의 영물들은 자신들이 앉아 있는 요수들을 때려죽였다.
그리고 사방의 남천신지 등 세력들에게 공격을 가했다.
"무슨 일이야? 묘묘 공주가 천지의 영물들을 다루다니?"
무인들은 충격적인 표정들을 지었다.
묘묘 공주는 유실약원의 공주로, 최근 신격도 얻었지만, 아직 진정한 무신이 되지 못했다.
'대체 어떻게 이토록 불가사의한 힘을 갖게 되었지?'
"어떻게 된 거야?"
천도무신, 요신 금지의 주인 등 거물들의 안색이 크게 달라졌다.
그들은 눈에 띄지도 않던 자가 싸움에서 이 정도까지 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동주 세력이 돕고 공주가 영을 조종한다. 이제 반천맹이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했어."
살신금지 등 세력의 거물들은 가슴이 철렁했다.
일부 사람들은 기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진남은 쉽게 무신 뇌겁을 불러올 수 있었다.
"반천맹 도우들, 뭘 하고 있느냐? 어서 남천신지를 타파하자!"
무연각 청년 등은 하늘을 쳐다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반천맹의 무인들은 즉각 반응했고 사기가 들끓었다.
그에 비해 남천신지 등 세력의 무인들은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고 무의식적으로 후퇴했다.
이런 반천맹이라면 그들은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다.
"육천신, 남천문, 신방, 제방. 너희들은 하늘로 날아올라 전생과 함께 진남을 막거라."
구리거울 내세의 말투는 여전히 담담했다.
"알겠소."
육천신 등 사대 거물은 내세의 지배를 받고 있는 네 무왕 경지 생령 체내에 들어갔다.
그들의 기세가 치솟더니 허공으로 날아들었다.
"마침 잘 왔구나. 먼저 너희들의 의지를 꺾고 봉신한 뒤 너희들을 죽이겠다."
진남의 전의가 올라갔고 칼로 하늘을 찔렀다.
쾅-! 쾅-! 쾅-!
대전은 다시 촉발하여 폭발음이 계속 천둥처럼 대지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무인들은 연이어 목숨을 잃고 전장에 피를 뿌렸다.
육천신에게 선동당한 무인들은 두려워하며 전장을 급히 물러났다.
남천신지 등의 세력은 더욱 약해졌다.
"일도천황."
진남은 수많은 천황의 기운을 날렸다.
나뭇가지는 모두 부서져 커다란 나무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남천법인."
남천문의 의지는 손을 들어 무서운 법인을 만들더니 내리쳤다.
육천신과 신방은 양쪽에서 엄청난 살수를 펼치며 협공해왔다.
그 살수는 무종경의 정상급이라도 무너뜨릴 수 있었다.
"꺼져!"
진남은 무서운 도기로 삼대 거물의 살수를 날려버렸다.
남은 기운마저도 그들을 더욱 놀라게 했다.
"과천일격."
진남은 멈추지 않고 허공을 뛰어넘어 구리거울 전생 앞에 강림했다.
붕멸의지와 전신의지는 모여 최강일격으로 변해 날아갔다.
"천지멸법검경(天地?法??)."
구리거울의 전생은 기세가 극에 달했고 모든 힘이 모여 무상지검으로 변했다.
쾅-!
무서운 기운이 뿜어져 나오며 허공이 흔들렸다.
단천도의 도광이 무상검의를 찢으며 구리거울 전생의 몸을 베었다.
"진남……. 고맙다."
구리거울 전생은 고통을 전혀 느끼지 않았고 오히려 해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생전에도 구천 선역의 패자였지만 죽은 뒤에는 삼생겁에 묶여 자신의 내세를 죽여야 했다.
그녀는 사실 이런 것을 원하지 않았다.
펑-!
그녀는 아주 빠르게 빛으로 변했다.
진남 체내의 금인도 틈이 생기며 갈라졌다.
"공주, 수정. 함께 도대에 서거라."
진남은 신념을 전한 뒤 하늘 깊숙한 무법 도대로 날아갔다.
이제는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진남, 꿈도 꾸지 말거라!"
큰 외침과 함께 제방이 놀라운 속도로 진남의 앞에까지 이르렀다.
"진남, 난 항상 널 도와주고 있다. 조심하거라. 내세와 육천신, 남천문이 비밀리에 큰 판을 짜놓았다."
동시에, 제방은 자애로운 미소를 띠고 진남의 머릿속에 신념을 전했다.
그것은 진남이 실패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것은 진남이 진정으로 봉신하여 나중에는 육천신, 남천문, 신방과 싸우면 득을 보려고 했다.
"권법……."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그 순간, 진남의 주먹이 제방의 가슴을 공격했다.
비명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