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0화 반드시 패배한다
'이 싸움은 끔찍하다!'
멀리 물러난 수만 명의 무인들은 심신이 떨렸다.
많은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헛숨을 들이켰다.
비록 이번 대전에 참가한 무인들은 이만 명도 안 되지만, 그중에는 오래된 존재들과 무신, 대제들이 많았다.
창람대륙의 정상급 거물들 중 칠 할은 이곳에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들이 평범한 사람의 몸이 되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몇만 리 처지가 순식간에 박살이 났을 것이다.
"남천문, 나와 함께 비월여제를 막읍시다!"
"신방, 제방! 무연각과 원도천산의 주인을 막으시오!"
"천도, 칠대무신 그리고 음양노인과 다른 무인들. 자네들이 인솔하여……."
육천신은 비술을 움직이며 전음했다.
남천문, 신방, 제방 등 거물들은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무서운 속도로 무인들을 지나쳐 그들의 상대에게 날아갔다.
비록 지금은 그들이 우세하지만 반천맹도 강대해져서 예전 같지 않으니 만만히 볼 수 없었다.
"진남, 만고제일제라면서? 지금 어찌하여 움츠러든 거북이처럼 반천맹의 무리들 뒤에 숨어있느냐? 배짱이 있다면 지금 당장 나와 싸우자!"
무인들 중 요신금지 주인 등 거물들은 진남을 노려보며 도발했다.
이번 싸움에서 그들은 진남을 공격하기로 했다.
싸움이 금방 시작되고 반천맹이 그들을 막았기에 짧은 시간에 봉쇄를 돌파할 수 없었다.
"요신. 이런 꼼수까지 부리다니, 부끄럽지도 않느냐?"
전연무신 등 거물들은 일제히 냉소를 지었다.
"싸우자고요? 그럼 소원을 이뤄드리겠습니다."
진남의 왼쪽 눈에서 청금색 불길이 솟구쳤다.
그는 전장으로 날아갔다.
"맹주?"
전연무신 등 거물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진남이 공격했어?"
다른 무인들도 생각하지 못했다.
'싸움이 막 시작되었는데 진남이 전장에 뛰어든다는 것은 호랑이 굴에 스스로 찾아가는 꼴이 아닌가?'
경지가 평범한 사람으로 제압되었기에 진남의 만고제일제의 우세도 그리 뚜렷하지 않았다.
몇십 명은 죽일 수 있지만 몇백은 절대 불가능했다.
"꼼수면 어떠하냐? 진남은 미끼를 물었잖느냐? 도우들, 나와 함께 공격합시다!"
요신금지의 주인 등 거물들은 놀라고 기뻤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그물로 변해 진남을 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기쁨은 완전히 사라졌다.
쿵-!
진남에게서 놀라운 기세가 폭발했다.
엄청난 싸움에서도 눈에 띄었다.
그는 멈추지 않고 빛처럼 날아갔다.
오른팔이 부서지며 대제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 단천도로 변해 도기를 날렸다.
비명이 연거푸 울렸다.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또 한 명의 무인은 칼에 맞아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무, 무왕 경지?"
무인들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진남은 어떻게 무왕 경지지? 설마 일부 천지규칙의 속박을 벗어난 거야?'
"고작 너희 둘이 나를 막으려 하느냐."
싸늘한 비월여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는 온몸의 기세를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
그녀의 기세는 점점 치솟아 오르고 공중에 수많은 얼음과 눈이 흩날렸다.
'또 무왕 경지?'
수많은 무인들은 몹시 놀랐다.
"요신, 싸웁시다. 대체 어떤 경지인지 한번 봅시다."
진남이 다시 공격했다.
그는 단천도와 하나가 된 것처럼 도광으로 변해 날아왔다.
"헉……!"
요신금지의 주인 등 거물들은 안색이 변했다.
특히 요신금지 주인은 온몸이 얼음에 빠진 것처럼 떨렸다.
단독으로 싸운다면 동급들 중에서 진남의 상대가 될 자는 없었다.
한데 진남은 무왕 경지였다.
그들보다 두 개 경지나 더 높았다.
'대체 어떻게 싸운단 말인가?'
"역시 비월여제답소. 미리 손을 썼구먼. 그러나 여제의 내세도 대단한 힘을 가졌소. 그녀도 당신들을 상대할 비장의 수를 남겨뒀소."
바로 그때 육천신이 정신을 차렸다.
그는 놀라기는커녕 입가에는 웃음이 번졌다.
슉-!
이변이 일어났다.
하늘 높이 솟은 나무 위에 아무도 얻지 못한 세 개의 신과와 나머지 세 개의 제종은 마치 어떤 부름을 받은 듯 진남에게 날아갔다.
"응?"
진남은 흠칫 떨었다.
"죽으……려고!"
하늘을 찌를 듯한 그 큰 나무는 엄청난 분노를 터뜨렸다.
수많은 나뭇가지들이 살아난 것처럼 무서운 칼날이 되어 허공을 넘어 진남에게 날아왔다.
무왕 경지의 무인을 죽이기 충분했다.
"신과와 제종이 사라지면 커다란 나무가 공격을 한다니?"
적지 않은 무인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특히 사마공과 용호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그들은 쌍방이 싸우는 틈에 모든 신과와 제종을 훔쳐 가려고 했다.
"구리거울, 이게 내세의 목적입니까?"
진남은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 없었다.
오히려 의아했다.
'내세가 큰 힘을 들여 제종과 신과를 만들어낸 것이 고작 큰 나무가 화를 내서 나를 공격하려고 한 거라고?'
큰 나무는 강하지만 무종 일 단계의 힘만 발휘할 수 있었다.
진남의 실력으로 큰 나무를 망가뜨리는 게 어렵지 않았다.
"내세의 목적은 그렇게 쉽지 않다. 마지막이 되어야 알 수 있다. 그렇지만 당장은 제종과 신과가 너에게 날아왔으니 전부 거두거라."
비월여제는 차갑게 말했다.
"이것들을 거두라고요?"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뇌겁을 불러오면 무신이 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제종과 신과는 그에게 아무런 작용도 하지 못했다.
"네가 도대에 올라 뇌겁을 불러올 때 이것들을 사용하여 묘묘 공주를 무신이 되게 하고 사망수정이 다시 살아나게 할 수 있다."
비월여제는 말했다.
"다시 살아나게 한다고?"
진남은 마음이 흔들렸다.
그의 머릿속에 흰색 짧은 머리에 지혜가 있고 웃는 모습이 아름답던 여인이 떠올랐다.
"드디어…… 다시 만날 수 있겠구나."
진남은 주먹을 꽉 쥐었다.
왼쪽 눈에서 불꽃이 더 강렬하게 타올랐다.
육천신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나 이번에 그는 멀리 있는 몇만 무인들을 바라보았다.
"도우 여러분, 이 나무는 오직 진남만 공격할 거요. 즉, 진남의 손에서 제종과 신과를 빼앗아도 안전하게 떠날 수 있소."
그는 한마디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제종의 신과는 빼앗는 사람의 것이요. 누구든지 감히 다시 빼앗는다면 우리와 적이 될 것이니 안심하시오."
남천문, 신방, 제방의 의지도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너희들……."
무연각, 원도천산의 주인 등 거물들은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이 말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잘 알고 있었다.
'빼앗는 사람의 것이라고?'
수만 명의 무인님은 이 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거물급도 예외는 아니었다.
비록 지금 반천맹에 두 명의 무왕이 있지만, 진남은 커다란 나무에게 제압을 당했기에 남천문이 우세였다.
그들이 지금 공격하면 진남에서 제종과 신과를 빼앗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게다가 그들은 빼앗기만 하면 되고 끝까지 진남과 싸울 필요는 없었다.
"진남 맹주, 세 개의 신과와 제종 중 절반만 내놓아도 우리는 결코 당신과 적이 되지 않을 것이오."
몇 명의 거물들이 나서서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은 진남을 공격하고 싶지 않았다.
진남은 유일하게 그들에게 희망을 준 사람이었다.
"내게 쓸모가 있어서 하나도 내놓을 수 없소."
진남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몇만 명의 무인이 나를 공격하면 어떠한가? 동급들 사이에서 나는 모두를 이길 수 있다. 하물며 지금 나는 무왕이고 이 사람들은 쉬체 경지나 되는 평범한 사람들 아닌가?'
"진남 도우, 네가 내주기만 하면 우리도 당장 그만두겠다. 하지만 그전까진 어쩔 수 없겠구나!"
몇 명의 거물들이 이를 악물고 달려들었다.
살신금지 등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무인들이 달려들었다.
멀리서 보면 거센 물줄기가 밀려오는 것 같았다.
반천맹은 이미 불리했는데 또 많은 무인들이 밀려오자 더욱 불리해졌다.
"죽으려고……!"
당청산과 궁양은 그 모습을 보자 바로 강한 기운을 드러내며 진남을 도우려고 했다.
"멈추거라!"
살신금지, 구자고해의 강자들은 안색이 변해서 그 둘을 막았다.
그들은 조금도 나설 수 없었다.
"잘 듣거라. 우리가 저들을 공격하지 않는 것만 해도 도와주는 것이다."
쿵-! 쿵-! 쿵-!
전장은 더욱 공포스럽게 변했다.
비월여제는 혼자서 사방을 휩쓸었다.
강자들이 연신 타격을 입고 얼음조각으로 변했다.
무연각 등은 무인들의 공격에 연신 뒤로 밀렸다.
그러나 그들의 눈엔 두려움이 전혀 없었다.
"여러분, 조금만 더 버텨주십시오. 저는 지금 바로 무법 도대로 가겠습니다."
진남은 신념을 전하고 하늘로 솟아올라 그를 공격하는 큰 나무의 가지를 전부 잘랐다.
그리고 보답천하와 과천일격을 사용했다.
진남은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아래에서 날아오는 검, 창, 칼을 피했다.
그리고 위로 쭉쭉 올라가 도대에 거의 닿았다.
아무리 많은 공격도 이제 의미가 없었다.
그가 도대에 올라 뇌겁을 부르면 싸움은 사라질 것이다.
"절대 도대에 오르게 하지 말거라!"
육천신은 크게 외쳤다.
천도무신, 음양노인 그리고 요신금지의 주인 등은 강한 초식으로 진남을 공격했다.
커다란 나무도 '과일을 도둑질'한 사람을 죽이지 못해서 더욱 분노하며 나뭇가지들로 검진을 만들어 진남을 덮치려 했다.
"진남."
이때, 찬란한 검광이 수림에서 솟아올라 진남을 베려고 했다.
구리거울의 전생이 드디어 도착했다.
그녀의 경지는 진남과 마찬가지로 무왕 경지였다.
"마침 잘 왔다. 세 번 다 끝맺지 못했는데, 오늘은 너를 베고 봉신해야겠다."
진남은 전의가 솟구쳤다.
그의 몸속에서 청금색 부문과 방금 탄생한 불꽃이 전부 움직였다.
진남의 경지는 이미 사극지경을 초월했다.
진남은 구리거울의 전생만 죽이면 무법 도대에 오를 수 있었다.
"네 경지가 나보다 강하다는 것을 인정하겠다. 같은 등급이면 나는 네 상대가 못 되겠지. 그러나 오늘 너와 비월은 반드시 패배한다."
구리거울의 전생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응?"
진남과 비월여제는 거의 동시에 무언가 느끼고 멀리 수림을 바라보았다.
쿠와아아-!
귀를 찢을듯한 포효가 하늘을 찔렀다.
거대한 요수들이 미친 듯이 달려오는 바람에 대지가 흔들렸다.
수많은 고목들이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왜 이렇게 많은 요수들이 있지?"
"요수들은 모두 선천경지야!"
무인들은 저도 몰래 바라보더니 안색이 변했다.
심지어 얼굴이 하얗게 질린 사람들도 있었다.
이번에는 지난번과 달랐다.
몇백 마리가 아니라 삼천 마리는 되는 요수 대군이었다.
그러나 진남과 비월은 선천 경지의 요수들을 무시하고 수림의 깊은 곳을 바라보았다.
선천 경지의 요수들이 아무리 많이 와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진짜 무서운 살초는 수림의 깊숙한 곳에 있었다.
쿵-!
마치 두 사람의 예감을 증명하듯 수림의 깊숙한 곳에서 눈부신 영광이 하늘로 솟구쳤다.
진남은 엄청난 기운을 가진 천재지보가 연거푸 사람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목격했다.
구리거울의 내세가 사용했던 만물이 영으로 변하는 수법이었다.
"큰일이군!"
진남은 안색이 살짝 변했다.
전신의 왼쪽 눈을 통해 엄청난 힘이 바람처럼 대지를 휩쓰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수림 깊숙한 곳의 영물들의 변화는 단지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