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8화 넌 내 거야
"비늘은 제거해야겠지?"
진남은 고민하더니 나뭇가지를 칼처럼 사용하여 비늘을 제거했다.
진남은 물고기들의 냄새가 별로 좋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꽃잎을 가져왔다.
그는 힘을 사용하여 꽃잎을 정수로 만들어 위에 뿌렸다.
"맛을 조절해야 하는데……. 에잇, 먼저 굽고 보자."
진남은 너무 배고파서 그런 것들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는 바로 불을 피우고 나무로 틀을 만들어 생선 세 마리를 위에 올렸다.
불꽃이 일고 물고기가 익으며 좋은 냄새를 풍겼다.
진남은 한참 굽다가 다른 쪽을 바라보았다.
비월여제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이었다.
그녀는 풀밭에서 걸어 다녔다.
그녀가 밟은 곳에 자금색의 무늬가 떠올랐다.
다만, 무늬들은 어둡고 빛을 잃었다.
그녀도 상처를 입은 뒤 힘이 빠져 진법을 움직일 수 없는 게 분명했다.
진남은 시선을 거두고 계속 물고기를 구웠다.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로 상대를 무시했다.
커다란 산골짜기에 불이 타오르는 소리만 들렸다.
시간은 흐르고 좋은 냄새는 점점 짙어져 사방으로 퍼졌다.
산골짜기의 요수들도 몰래 고개를 내밀었다.
생선들은 익으며 기름이 떨어져 치직치직 소리를 냈다.
그리고 빛깔도 하얀색에서 노랗게 변했다.
요수들은 저도 몰래 침을 꿀꺽 삼켰다.
청년이 풍기는 위험한 기운이 아니었다면 그것들은 마구 달려들었을 것이다.
"내가 이쪽에 재능이 있나 봐."
진남은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그는 당장이라도 생선을 먹고 싶었다.
진남은 생선을 먹으려다 말고 주저하며 물었다.
"구리거울, 와서 먹으십시오. 우리는 지금 평범한 사람의 몸이고 또 중상을 입……."
"필요 없다."
구리거울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그녀는 수행을 시작해서부터 지금까지 음식을 먹은 적이 없었다.
구천 선역에서 패자인 그녀를 위해 연회를 열어 좋은 음식들을 차려줘도 그녀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런데 고작 구운 생선을 먹을 리가 없었다.
그녀는 이런 것들이 시간 낭비로 느껴졌다.
그녀도 지금 평범한 사람의 몸이라 배고픔을 느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그녀의 의지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그는 그녀를 상관하지 않고 한입 물었다.
생선은 야들야들하고 느끼하지도 않았다.
입에 들어가는 순간 스르륵 녹는 것처럼 너무 맛있었다.
진남은 만족감을 잔뜩 느끼고 다시 한입 먹었다.
그렇게 진남은 생선 두 마리를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그는 배고픔이 사라지자 힘을 얻었다.
"평범한 음식이 이렇게 맛있을 줄 몰랐어."
진남은 감탄했다.
그는 졸음이 밀려와 바닥에 누워 잠이 들었다.
비월여제는 청색 두루마기를 날리며 계속 걸어 다녔다.
잠시 뒤, 커다란 초원에 자금색 무늬들이 빼곡하게 나타나 오래된 진법을 이루었다.
진법은 드디어 본 모습을 드러냈다.
비월여제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상처를 입어 힘이 모자라 대진을 움직일 수 없었다.
평범한 사람의 몸이라 영기를 흡수할 수도 없고 영약을 연화할 수도 없어 스스로 낫기를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상처가 다 나으려면 한 달이 필요했다.
"한 달은 너무 길어. 닷새 안에 진법을 움직여야 하는데……."
비월여제는 산골짜기를 둘러보았다.
그녀는 천재지보의 힘을 빌려 다른 수단을 펼칠 수 있는지 고민했다.
이때, 그녀의 눈에 불에 익은 생선이 보였다.
어떤 선결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 선결은 지선이 만들었는데 여러 선수들을 먹어 그것들의 선의와 선력을 흡수하는 것이었다.
생선은 비록 쉬체 경지 삼 단계의 요수지만 영기를 가지고 있었다.
이 선결을 사용하여 그것의 영기를 흡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영기가 있으면 그녀의 상처도 빨리 아물 수 있었다.
비월여제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한참 뒤, 그녀는 깊은 잠에 빠진 진남을 확인하고 무표정하게 다가갔다.
생선은 일부분이 탔지만 여전히 좋은 냄새를 진하게 풍겼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선결을 움직이며 작게 한입 먹었다.
생선을 먹는 순간 그녀의 차가운 눈망울이 살짝 흔들렸다.
'이 맛은…… 꽤나 괜찮구나.'
"영기를 흡수하기 위해서야."
그녀는 혼잣말을 하며 불 앞에서 구운 생선을 먹었다.
주르륵-
이를 보던 요수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장면을 구천 선역에 있는 패자들이 알면 아무리 단단한 도심을 가진 자들이라 해도 충격을 받을 것이었다.
몽롱한 가운데 진남은 무언가 느끼고 눈을 떴다.
그는 얼음조각 같은 아름다운 여인이 구운 생선을 먹는 모습을 보자 깜짝 놀랐다.
"필요 없다면서요? 그런데 왜 생선을 먹는 겁니까?"
진남은 화가 나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그는 이제 알아차렸다.
구리거울은 자존심만 세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았다.
비월여제는 몸이 굳었다.
'깊이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깨어났어?'
"네가 오해했다."
그녀는 바로 무표정하게 말했다.
"요수를 먹어 영기를 회복하는 선결을 사용하려는 것이다. 상처를 빨리 회복하는 선결이다. 너에게 전해주마."
말을 마친 그녀는 손가락을 튕겼다.
빛이 진남의 머릿속에 주입되었다.
"이상한 공법이군."
진남은 두 눈에 이상한 빛을 드러냈다.
진남은 비월여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비월여제는 유혹적인 생선을 한번 보고 다시 선결에 깊이 빠진 진남을 보며 잠깐 생각했다.
그녀는 이내 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다.
* * *
다음 날 아침.
제이대륙은 시끌벅적했다.
비월여제는 산골짜기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무언가 기다리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진남은 천천히 눈을 떴다.
하룻밤의 깨우침을 통해 그는 '정식선결(鼎食仙訣)'을 전부 장악했다.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했다."
비월여제는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해다.
"구운 생선을 열 마리 가져오너라."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내가 생선을 구워주기를 기다린 거야?'
"며칠 후면 육천신 일행이 도대가 있는 곳에 도착할 거다. 그리고 그곳을 망가뜨리겠지."
비월여제는 진남의 생각을 읽은 듯이 말했다.
"만일의 경우를 위해서 진법을 빨리 움직여야 해. 아니면 모든 게 끝이다."
진남은 그 말을 듣자 표정이 무거워졌다.
구리거울의 내세는 수단이 대단했다.
진짜로 도대를 망가뜨릴 수도 있었다.
"그럼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그런데 왜 당신은 생선을 안 굽습니까?"
진남은 생선을 잡으려고 하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나를 오랫동안 기다린 건 시간 낭비가 아니야?'
"해봤는데 안 돼."
비월여제는 무표정으로 말했다.
"안 된다고요?"
진남은 어안이 벙벙해서 고개를 돌렸다.
불무더기가 있고 위에는 커다란 '검은 숯'이 있었다.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저게 구운 거야?'
"허허, 위대한 비월여제께서 생선도 못 굽다니……. 이건 좀……. 알겠습니다.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 일은 절대로 밖에 누설하지 않겠습니다."
진남은 엄청난 살기를 느끼고 바로 화제를 돌렸다.
이번 일을 계기로 진남은 비월여제에게 좋은 감정이 생겼다.
그녀는 차갑기만 한 얼음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으로 느껴졌다.
불은 다시 타오르고 좋은 냄새가 풍겼다.
주변의 요수들은 다시 한번 사정없이 고문을 당했다.
그들의 식성은 상식적이지 않았다.
무려 하루에 여덟 번이나 먹었다.
"다른 요수들도 먹어보자."
요수들은 남자의 시선이 자신들에게 향하자 절망했다.
백호 세 마리가 진남에게 잡혀 맛있는 음식으로 변했다.
여제는 한입 먹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호랑이 고기는 별 효과가 없다."
호랑이 고기는 너무 맛이 없었다.
구운 생선과 비교도 되지 않았다.
"효과가 없다고?"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방금 호랑이 고기를 먹고 많은 영기를 흡수했다. 근데 왜 효과가 없다는 걸까?'
"너와 나는 경지가 다르니 요구도 다를 수밖에 없다."
비월여제는 무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그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다시 강으로 가서 물고기를 잡아 왔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 이내 사흘이 지났다.
사흘 동안, 강의 물고기들은 전부 그들에게 잡혔다.
둘은 많은 영기를 흡수하고 상처도 대부분 회복했다.
"나는 대진을 움직일 테니 너는 받을 준비를 하거라."
비월여제는 금빛 대진으로 날아가 두 손으로 신비한 법인을 만들었다.
"뭘 받으라는 거야?"
진남이 말을 마치자 허공에 수많은 금빛 무늬로 이루어진 대진이 다시 모였다.
그러자 엄청나게 아름다운 형상과 짙은 사망지의를 풍기는 검은색 수정이 떠올랐다.
"공주? 사망수정?"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설마 비월여제가 이들을 이곳으로 데려온 거야?'
"진남, 진짜 여기 있었구나. 수정이 나를 속이지 않았어……!"
묘묘 공주의 아름다운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다.
제명쟁탈전에서 강벽난이 진남을 구하려고 스스로 사망수정이 된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허공에 들어가 자신의 생명 근원의 힘을 수정에 주입했다.
그녀와 강벽난은 덕분에 어떤 연계가 생겼다.
물론, 묘묘 공주는 이 일을 진남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비월여제?"
묘묘 공주는 이내 비월여제를 발견했다.
비월여제의 얼굴을 확인한 그녀는 여제의 미모에 깜짝 놀랐다.
여제의 미모와 기질은 완벽했다.
꼬투리 잡을 데가 없었다.
묘묘 공주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여제를 경계했다.
그는 진남이 비월여제의 삼생겁을 도겁해 줄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비월여제는 높은 경지에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묘묘 공주는 비월여제가 자신에게서 진남을 빼앗으려고 하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묘묘 공주는 강렬한 위기감이 들었다.
그녀는 안부 인사를 전할 새도 없이 표정을 굳히고 전음했다.
"진남, 너는 내 거야. 내 것이어야만 해. 다른 사람에게 홀리면 안 돼. 알았지?"
진남은 그녀의 진지한 말과 엄숙한 표정을 보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도 공주는 이렇게 막무가내였다.
지금도 공주는 막무가내지만 진남은 예전과 다른 기분이 들었다.
"공주마마의 명령을 소인은 당연히……."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너희들, 이 진법의 가운데로 오너라."
이때, 비월여제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의 발아래 있던 빛을 잃은 자금색 무늬 대진은 어느새 찬란하게 빛이 나며 신비한 기운을 풍겼다.
산골짜기 전체가 진동했다.
"진법이 움직이면 너희들의 경지는 두 시진 동안 제이대륙의 규칙의 제압을 받지 않게 되고 무왕 경지 정도가 된다."
비월여제가 말했다.
내세의 수단이 대단한 만큼 그녀의 수단도 대단했다.
"무왕 경지에 도달한다고?"
진남은 두 눈에 빛이 돌았다.
무왕 경지에 도달하면 그는 전신의 왼쪽 눈과 단천도 등을 전부 사용할 수 있었다.
"공주, 우리 저기로 가자."
진남은 묘묘 공주와 함께 진법으로 들어갔다.
쿵-!
진법이 움직이고 무상의 힘이 솟구쳐 올랐다.
무상의 힘은 용처럼 셋의 몸으로 들어갔다.
멀리 있던 사망 수정은 가볍게 떨렸다.
수정의 깊숙한 곳에서 아름다운 눈이 모든 것을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