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7화 주제 파악을 해라
"남천문, 신방, 제방은 각각 세력을 이끌고 세 방향에서 이 붉은 점이 있는 곳을 포위하시오."
육천신은 제이대륙에 서서 세 장의 용피(龍皮) 지도를 남천문, 신방, 제방의 의지가 변한 자에게 넘겼다.
지도는 비월의 내세가 그들에게 준 것이었다.
붉은 점을 표시한 곳은 제이대륙에서 진남이 뇌겁을 불러올 도대가 있는 곳이었다.
계획대로 그들은 미리 도대에 도착하여 매복한 후 진남 등을 습격하려고 했다.
"명심하시오. 진남을 발견하거나 반천맹의 사람들을 발견하면 바로 전음해야 하오. 먼저 공격하며 절대 안 되오."
육천신은 신신당부했다.
"좋소."
남천문 등은 고개를 끄덕이고 남천신지, 요신금지, 무도종 등 세력의 무인들을 거느리고 멀리 있는 수림으로 날아갔다.
* * *
같은 시각.
"전연, 천기, 원도, 여제 대인의 추측에 따르면 그들은 도대에 부근에 숨어 맹주를 공격할 거요. 우리는 무인들을 데리고 도대 부근의 다섯 산골짜기로 가서 기다립시다. 절대 여제 대인의 명령이 없으면 절대 공격하면 안 되오."
무연각 청년은 지도를 전연, 천기 등에게 넘겼다.
그는 모든 무인들을 둘러보았다.
"맹주를 도와 봉신하고 남천문을 부수자!"
무연각 청년이 외치자 다른 무인들도 따라 외쳤다.
잠시 후, 그들은 홍수처럼 사방으로 날아갔다.
* * *
위에서 굽어보면 제이대륙의 수많은 무인들이 사방에서 앞으로 날아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래된 존재나 여러 세력이나 혹은 평범한 무인들까지 전부 똑같았다.
물론, 대부분의 무인들은 천재지보를 보고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어떻게든 가져가려고 머리를 쥐어짰다.
일부 무인들은 기연을 무시하고 대륙의 가운데로 몰려들었다.
"하하하! 나와 진남이 동일한 전장에 오는 날도 있구나."
어떤 수림에서 통쾌한 웃음이 울려 퍼졌다.
목소리의 주인은 동주 분천고국의 혈익봉황이었다.
"동주의 무인들에게 이번 기회는 엄청 귀하다. 우리는 흩어지지 말고 기연을 위해 싸우지도 말아야 한다."
분천황제는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 * *
시간은 조금씩 흘러 곧 닷새가 지났다.
닷새 동안 진남과 비월여제는 몇만 리를 날아갔다.
가끔 요수의 매복이 있었지만 그리 많지 않았다.
그들은 쉽게 요수를 해결하고 비교적 순조롭게 날아갔다.
"나를 따라오너라."
커다란 산에 도착하자 비월여제는 속도를 늦추었다.
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신비했다.
마치 엄청 무서운 살진을 피하는 것 같았다.
웅-!
진남은 위험하기 그지없는 기운을 느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의 식해 속에 있던 금인, 홍사가 다시 흔들렸다.
"큰일이다. 내세에게 들켰어……!"
진남은 외쳤다.
"드디어 찾았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몇십 리 밖에서 흐릿한 형상이 떠올랐다.
형상은 두 사람에게 주먹을 날렸다.
쿵-!
수많은 권법의 힘이 마치 커다란 폭풍처럼 밀려왔다.
땅바닥에 떨어진 나뭇잎과 먼지들이 그 힘에 말려 눈앞을 어지러이 했다.
평범한 사람이 된 구리거울의 내세였지만 힘이 엄청 강했다.
"붕멸전도!"
진남은 의지를 움직이고 손을 칼처럼 사용하여 베었다.
보이지 않는 도의가 내세의 힘을 박살 냈다.
진남의 경지가 최고일 때 사용하던 최강 공격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최강 공격도 상대방은 아무렇게나 휘두른 주먹처럼 피할 뿐이었다.
"하늘은 눈이고 땅은 얼음이다. 중생은 술법을 위하여……."
비월여제는 몸을 돌렸다.
바닥에서 얼음 수정이 떠오르고 하늘에서 눈꽃이 흩날렸다.
엄청난 살기가 나무들 사이에서 만들어졌다.
모습도 없고 실체도 없었다.
"만물은 선경으로 변하라."
구리거울의 내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팔을 휘둘렀다.
수많은 부문이 모여 빛이 되었다.
빛은 용처럼 사방의 고목, 화초, 돌에 날아들었다.
쿵-!
놀라운 장면이 벌어졌다.
고목, 화초, 돌들은 사람 그림자로 변하고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그것들은 몸에 선천 경지의 기운이 퍼졌는데, 그 수가 몇백이나 되었다.
진남과 비월여제는 포위되어버렸다.
"응?"
진남은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그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고 몸이 긴장했다.
이런 살국은 구리거울의 전생이 만든 살국보다 몇십 배는 더 강했다.
"진남, 나를 따라오너라."
비월여제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
그녀가 움직이자 청색 두루마기가 스륵스륵 소리를 냈다.
"도선대진(屠仙大陣)!"
구리거울의 내세는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몇백 명의 선천 기운을 풍기는 생령은 엄청난 살기를 뿜더니 진법을 만들었다.
진법이 진남과 비월여제를 덮쳤다.
그녀는 평범한 것들을 생령으로 만들 수 있고 또 생령들이 자신의 명령에 따르게 할 수 있었다.
"옥상진궁검선지결(玉上?穹劍仙之訣)!"
비월여제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검신으로 변해 손가락을 튕겼다.
수많은 검기들이 쏟아져 나와 사방으로 날아갔다.
이것은 그녀가 전생에 사용하던 십 대 살초 중 하나였다.
"보답천하, 과천일격!"
진남은 연속 두 개의 공법을 사용했다.
그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주먹을 연속 날렸다.
주먹들은 겹쳐 힘을 폭발했는데, 이는 마치 연속해서 이는 파도 같았다.
펑-! 펑-! 펑-!
폭발음이 연신 울려 퍼졌다.
몇백 선천 경지의 생령으로 이루어진 대진은 두 사람의 공격에 제압이 되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몸에 상처가 생겼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망설이지 않고 머뭇거리지도 않았으며 물러서지도 않았다.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비월, 네가 대진을 움직이려 하는 걸 내가 모를 줄 아느냐?"
구리거울의 내세가 입을 열었다.
선천 경지의 생령들은 갑자기 모습을 바꾸었다.
도선대진은 세 번째로 변화했다.
웅-!
허공에서 여덟 개의 금빛 대창이 실체를 갖추고 떠올랐다.
창들은 모든 것을 찌를 것 같은 기운을 풍겼다.
여덟 개의 창은 여덟 개의 무형 진안을 조준했다.
그것들이 날아오면 비월여제가 만든 무형의 대진은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알면 또 어떠하냐?"
비월여제는 걸음을 멈추었다.
허공에 날리던 눈과 바닥의 얼음이 모두 부서져 수많은 파란빛으로 변했다.
파란빛은 팔 장 높이의 선광법상으로 변했다.
뼈를 에는 듯한 차가운 바람이 사방에서 불었다.
법상은 허공을 응시하더니 주먹을 날렸다.
펑-!
큰 소리에 땅이 흔들리고 먼 곳의 요수들은 깜짝 놀랐다.
비월 여제의 입가에 피가 흘렀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녀의 발아래 금빛 문양이 반짝이며 눈 깜짝할 사이에 거대한 산에 빼곡히 들어찼다.
진법이 이미 움직였다.
"늦었다."
구리거울의 내세가 무덤덤하게 말하자 허공에서 수백 개의 무시무시한 창의가 터졌다.
창의는 엄청난 속도로 뚝뚝 떨어져 금빛 무늬를 산산조각 냈다.
도선대진은 백 중의 창의를 가졌다.
방금은 팔 중만 사용했다.
비월의 진법을 모두 끌어내기 위함이었다.
이제 남은 것을 전부 사용하여 진법을 허무로 만들고 기회를 주지 않으려 했다.
슉-!
그러나 남은 금빛 무늬는 허공으로 날아올라 완전히 새로운 대진을 이루었다.
"가자."
비월여제가 발끝을 차고 날아서 진법 속으로 들어갔다.
진남은 그녀의 뒤를 바싹 따라갔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그녀는 두 개의 진을 만들었다.
허공의 대진은 아까의 진법보다 훨씬 강해서 망가뜨리려면 쉽지 않았다.
금빛 대진은 빠르게 움직이고 방대한 힘은 허공에 스며들었다.
"좋은 수단이다. 내 한 수에 넘어간 줄 알았더니 너도 한 수가 있었구나. 다만 네가 방심했다."
구리거울의 내세가 감탄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녀의 말투가 날카롭게 변했다.
"만물은 영으로 변해라. 영천일격(靈天一擊)!
구리거울의 내세는 법인을 만들었다.
몇백 선천 경지의 생령은 고개를 젖히고 포효를 하더니 몸이 산산조각 났다.
그러더니 수많은 빛으로 변해 한곳에 모였다.
높이가 몇십 장이 되는 영광보탑이 떠올라 기운을 풍기며 사방을 휩쓸었다.
"죽여라."
허공은 굳은 것 같았다.
영광보탑이 윙윙 울리며 눈부시게 빛났다.
광채는 마치 거대한 산처럼 놀라운 속도로 두 사람을 향해 힘차게 부딪혔다.
"조심……!"
진남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위기일발의 순간에 그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과천일격을 펼치며 비월여제 앞으로 날아왔다.
그는 최선을 다해 주먹을 날렸다.
쿵-!
엄청난 힘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진남의 현재 몸은 이런 힘 앞에서 한없이 작게만 느껴졌다.
아주 쉽게 부서질 것만 같았다.
그의 몸이 부서지려는 순간, 구리거울과 금인 그리고 홍사가 눈부시게 빛나며 그를 겹겹이 감쌌다.
슉-!
동시에 진법이 움직였다.
진남과 비월여제는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도겁하려는 자는 삼성지기가 지켜주기에 전생은 그를 죽일 수 있지만 나는 죽일 수 없다."
구리거울의 내세는 중얼거렸다.
그녀는 평온한 허공을 보며 미소를 짓고 뒤쪽으로 향했다.
모든 것은 이제 시작이었다.
* * *
같은 시각, 한 산골짜기.
커다란 금색 진법이 예고도 없이 퍼지고 주변의 산과 맑은 강이 모두 금빛으로 물들었다.
이어 두 형상이 나타났다.
삼생지기의 보호를 받았지만 진남은 여전히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그는 가슴에 피가 흐르고 있었는데, 경맥이 몇십 개나 끊어졌다.
슉-!
보이지 않는 힘이 허공에 나타나 진남을 바닥으로 데려왔다.
엄청난 고통이 밀려와 진남은 저도 몰래 피를 왈칵 토했다.
"진남……."
비월여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걱정 마십시오. 나는 괜찮……."
진남은 고통을 참으며 바닥에서 일어서 고개를 저었다.
"주제 파악을 하거라. 너는 나를 도와 도겁을 하고 나는 너를 도와 봉신을 하면 된다. 나는 아직 네가 구해줘야 할 정도가 아니다."
비월여제는 멀지 않은 곳에 서서 진남을 싸늘하게 쳐다봤다.
그녀는 자신이 미리 남겨놓은 진법을 찾아 걸음을 옮겼다.
"콜록콜록……."
진남은 기침을 마구 하더니 얼굴이 검게 변했다.
구리거울은 구천 선역의 엄청난 존재이고 성격이 차가워 인정이 없었다.
진남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진남은 그녀를 위해 살초를 막지 않았는가?
'고맙다는 말은 못 할 망정 나를 원망하다니?'
"됐다, 굳이 따지지 말자."
진남은 심호흡을 하며 미간을 문질렀다.
중요한 문제는 상처를 회복하는 일이었다.
진남은 지금 평범한 사람의 몸이라 무혼을 움직여 영기를 흡수할 수 없었다.
천지영약도 연화할 수 없었다.
꼬르륵-
진남은 다시 한번 배고픔을 느꼈다.
지난번보다 훨씬 강렬했다.
며칠 동안 그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수많은 싸움을 했다.
또, 지금은 중상을 입어 체력 소모가 컸다.
"먼저 먹을 것부터 얻어오자."
진남은 결정을 내리고 상처를 대충 처리한 후 나뭇가지를 찾아 들고 강가로 갔다.
강은 길지 않았다.
바닥이 다 보였다.
강 위에 나뭇가지와 꽃잎이 떠다니고 향기로운 냄새를 풍겼다.
진남은 기운을 거두고 소리 없이 다가갔다.
그는 강에서 헤엄치는 수계 요수들을 보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슉-!
진남은 빠르게 공격했다.
마치 요수의 왕처럼 손에 든 나뭇가지를 빠르게 강에 꽂았다.
촤락-!
요수들은 놀라서 이리저리 도망을 가며 물보라가 일었다.
강물에 피가 번졌다.
진남은 손을 뻗어 반 장 길이에 비늘이 옥같이 투명하고 눈알은 진주 같은 물고기 세 마리를 꺼냈다.
"이거면 충분할 거야."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주변의 나뭇가지를 주워 와 한데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