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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846화 (846/1,498)

846화 삼생공법

펑-!

커다란 소리와 함께 수많은 진기들이 사방을 휩쓸었다.

고목들은 진기에 맞아 부서졌다.

나무 부스러기들이 하늘 가득 날렸다.

구리거울의 전쟁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반면, 진남의 주변을 에워싼 여덟 마리의 요수들이 미처 도망가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났다.

"진남, 서쪽으로 가!"

비월여제는 진남에게 전음했다.

진남은 돌아서서 바로 날아갔다.

이때, 방대한 요수들의 그림자가 몇 리 밖에서 연이어 나타났다.

"함정에 빠졌어!"

구리거울의 전생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그녀는 진남을 막으려고 하다가 무언가 알아차렸다.

그녀는 몸이 굳어서 고개를 들었다.

"부숴라!"

비월여제는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다.

천지에 가득한 차갑고 스산한 기운이 모여 빛으로 변했다.

빛은 무황의 검처럼 날아왔다.

"몽광지간(夢光之間), 만법허무(萬法虛無)!"

구리거울의 전생이 손을 썼다.

빛이 하늘로 솟구쳤다.

우르릉-! 쾅-!

땅에 틈이 생기고 엄청난 기운이 사방으로 용솟음쳤다.

떼지어 달려들던 선천경지의 요수들은 겁에 질려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것들은 구리거울의 전생의 명령을 듣기는 하지만 스스로 영지가 있고 본능의 영향을 받았다.

비월여제는 차갑게 쳐다보고 더 공격하지 않았다.

그녀는 얼음 빛으로 변해 앞으로 날아갔다.

"쫓아가!"

구리거울의 전생은 크게 호통쳤다.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법왕의 목소리처럼 요수들의 마음속 두려움을 사라지게 했다.

대지는 또 흔들렸다.

요수들이 홍수처럼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앞에서 날아가던 진남은 뒤를 돌아보고 표정이 무거워졌다.

그와 구리거울이 기선을 빼앗았지만 그들의 속도는 제한이 있었다.

이대로 쫓기다가 몸을 숨길 곳을 찾지 못하면 잡힐 게 뻔했다.

'이제 어떻게 상황을 역전시키지?'

"진남, 앞에 있는 큰 구덩이에 뛰어들어."

잠시 후, 비월여제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응?"

진남은 얼떨떨했다.

그러나 앞에 몇십 장이 되는 커다란 구덩이가 나타나자 진남은 깊이 생각할 새도 없이 뛰어들었다.

펑-!

진남이 뛰어내리자 구덩이 바닥이 벌어지고 그는 아래로 빠르게 떨어졌다.

비월여제도 따라왔다.

그녀가 구덩이에 들어서자 주변의 땅은 생명이 있는 것처럼 구덩이에 모여들었다.

얼마 안 지나 구덩이가 막혔다.

"나의 내세는 꽤 수단이 좋구나. 미리 이런 계획을 했을 줄이야."

구리거울의 전생은 두 눈에 이상한 빛이 돌았다.

그녀는 외쳤다.

"온 힘을 다해 이곳을 부수거라!"

선천 경지의 요수들은 달려들어 발로 바닥을 힘껏 내리쳤다.

* * *

구덩이의 아래쪽.

진남은 연신 자세를 바꾸며 아래로 떨어지는 힘을 전부 벗어나 안전하게 바닥에 닿았다.

"구덩이의 아래쪽이 어떻게 산골짜기지?"

진남은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피더니 깜짝 놀랐다.

"쓸데없는 고민으로 시간 낭비하지 마라. 위쪽은 길어봤자 반 주 향이 탈 시간밖에 못 버틴다.

비월여제는 긴 두루마기를 휘날리며 소리 없이 바닥에 내렸다.

그녀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그녀는 진남에게 한마디라도 더 설명하는 것 낭비라고 생각했다.

"이곳은 도대와 적어도 몇십만 리는 떨어져 있다. 거기까지 가는 동안 선천 경지의 요수들이 모두 쫓아오면 우리는 막을 수 없다. 그리고 창람대륙의 무인들도 이제 모여들 거다."

진남은 성격이 좋은 사람이었지만 그녀의 태도에 기분이 상했다.

그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비월 대인, 감히 질문합니다. 이제 어떻게 가면 됩니까?"

비월여제는 가느다란 눈살을 찌푸리더니 걸음을 멈추었다.

지금 상황을 보면 그들은 도대까지 순조롭게 가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또, 그녀가 제이대륙에 몰래 만들어둔 수단들도 제한이 많았다.

"우리는 이제 한배를 탔습니다. 성격이 얼마나 차가운지 모르겠지만 다른 것들은 이제 알려줘야 하지 않습니까?"

그녀가 말이 없자 진남은 표정이 풀어졌다.

"그럴 필요 없다. 시간 낭비일 뿐이야."

비월여제는 진남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말투는 여전히 차가웠다.

진남은 말문이 막혔다.

"나에게 방법이 있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

비월여제의 다음 말에 진남은 정신을 집중했다.

"무슨 방법입니까?"

진남은 궁금함을 드러냈다.

"삼고구배(三叩九拜)하고 나를 스승으로 모셔라."

비월여제는 돌아섰다.

그녀의 파란색 눈에 아무런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녀는 진남에게 말했다.

"내가 너에게 삼생지공을 가르쳐주마. 그럼 너의 전생, 금생, 내세를 부를 수 있다."

진남의 체내에 도문이 생길 때 그녀는 이런 생각을 했다.

사극지경을 장악한 최고의 천재라고 해도, 아무리 대단한 무도천부를 가지고 있어도 적어도 삼백 년을 수련해야 도문이 생겼다.

거기에 반드시 엄청난 기연까지 얻어야 했다.

그녀는 서른 날 만에 도문이 생겼는데 그녀의 전생 덕분이었다.

하지만 진남은 더 대단했다.

무신 경지가 되자마자 도문이 생겼다.

주선 오 위인 전신의 후계자라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유일한 가능성이라면 진남의 전생이 도문을 장악했거나 구천 선역에서 패주급의 존재여야 했다.

전신이 수많은 무인들 중에서 하필 진남을 후계자로 고른 건 그의 전생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

비월여제는 궁금증이 생겼다.

'진남의 전생은 누구일까? 주선 들 중에 존재하는 자일까?'

"스승으로 모시라고요? 그건 안 됩니다."

진남은 고민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

삼생지공의 대단함을 그는 겪어봤다.

그러나 진남은 이번 생에 한 명의 스승만 인정했다.

또, 자신의 삼생을 불러내면 삼생겁을 감당해야 했다.

"스승으로 모시지 않아도 된다. 대신 네가 구천에 올라 신선이 된 후 나를 위해 한 가지 일을 해야 한다."

비월여제는 진남의 대답을 예상한 것 같았다.

"삼생지공을 배우면 삼생의 힘을 받을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되지. 하지만 반드시 삼생을 불러내야 하는 건 아니다."

비월여제는 무언가 생각난 듯 덧붙였다.

그녀는 예전에 금기를 범해서 천지에 그녀와 몇몇 사람들만이 남았다.

"삼생을 불러내지 않아도 된다고?"

진남은 눈을 반짝였다.

그러나 이내 경계하며 물었다.

"제가 이 공법을 배우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마음대로 생각해."

비월여제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쓸데없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 가르쳐주십시오. 나중에 당신을 위해 한 가지 일을 하겠습니다."

진남은 잠깐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지금의 상황은 그들에게 불리했다.

삼생지공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훨씬 좋았다.

공법을 배우는 건 상관없었다.

그중의 금기만 건드리지 않으면 되었다.

"하지만 이곳도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새로운 곳을 찾아……."

진남은 위쪽에 흔들리는 땅을 보고 시간이 얼마 없음을 감지했다.

"시간은 충분하다. 네가 만고 제일 멍청이가 아니라면 말이다."

비월여제는 바로 손을 썼다.

그녀의 몸에서 옛 글자들이 날아다녔다.

마지막에 옛 글자들은 손가락에 모이더니 상고 문자로 변해 진남의 몸속으로 날아들었다.

쿵-!

진남의 머릿속에 번개가 내리친 것 같았다.

옛 글자들이 머릿속에 밀려들더니 상고 경문으로 변해 진남의 영혼 깊숙한 곳에 녹아들었다.

"천지의 중생들은 끊임 없이 윤회하고 대도 위에 군림한다……. 인과는 순환되고 운명은 영원하다. 시작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시작을 위한 것이 아니기도 하다. 끝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끝이기도 하다."

어둠 속에서 엄청난 존재가 허공을 뛰어넘어 중얼거리며 끝없는 신비를 진남에게 전수했다.

짧은 시간 동안 진남은 깨달음을 전부 얻었다.

진남이 무예 재능이 뛰어난 원인도 있지만 비월여제 같은 수준의 사람이 공법을 전수하면 지혜를 불어넣어 깨닫게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게 삼생지공인가?"

진남은 충격을 받았다.

진남이 지금 생각한 게 맞는다면 삼생지공이라고 하는 공법은 전에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무서웠다.

"깊이 생각하지 말고 법인을 만들어라."

비월여제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진남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됐다. 지금은 더 생각하지 말자."

진남은 고개를 흔들고 두 손으로 기이한 법인을 만들었다.

법인은 삼생인(三生印)이었다.

구리거울의 말처럼 삼성인이 만들어지자 전생, 금생, 내세의 힘이 삼생의 힘으로 변했다.

또, 전생과 내세가 장악한 공법을 깨우칠 가능성도 컸다.

심지어 그들의 일부 기억도 얻을 수 있었다.

"네 전생이 누구인지 한번 보자."

비월여제는 새파란 두 눈이 빛으로 변했다.

삼생의 힘을 두 눈에 주입하면 삼생의 눈이 되어 다른 삼생공법을 수련하는 자의 전생을 볼 수 있었다.

경지나 삼생에 대한 이해가 대단하면 삼생공법을 수련하는 자의 전생과 내세를 전부 꿰뚫을 수 있었다.

쿵-!

이때, 엄청난 우레 소리가 울려 퍼졌다.

보이지 않는 힘에 무상세계가 부서진 것 같았다.

"이게 뭐야?"

비월여제도 순간 표정이 굳었다.

펑-!

진남은 머릿속에 혼돈스러웠다.

그가 미처 반응하기 건에 그의 몸은 보이지 않는 공격을 받은 것 같았다.

진남의 입가에서 피가 흘렀다.

방금 생기려고 하던 삼생의 힘이 산산조각이 났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진남은 두 눈에 의혹이 가득 떠올랐다.

'삼생공법을 이해했고 삼생법인도 맞게 만들었다. 그런데 왜 삼생의 힘이 생기지 않는 거지? 대체 어디에 문제가 생겼지?'

진남은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심호흡으로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다시 두 손을 모아 삼생법인을 만들었다.

이때, 기이한 장면이 벌어졌다.

보이지 않는 힘이 어디서 왔는지 진남의 두 손을 눌렀다.

진남이 아무리 힘을 써도 그의 두 손은 합칠 수 없었다.

첫 번째 법인도 만들 수 없었다.

"이상하다. 삼생공법에 대한 이해는 틀림이 없는데……."

진남은 궁금해서 고개를 들고 물었다.

"구리거울,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비월여제는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진남의 두 손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녀는 진남에게 삼생공법을 가르쳤지만 지금 모든 것은 그녀의 상식을 벗어났다.

'삼생의 힘이 사라지고 삼생법인을 만들 수 없다니! ……설마 진남의 지금 생은 커다란 윤회를 거쳐 '시(始)' 상태일까? 혹은…….'

어떤 생각이 떠올라 비월여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럴 리 없다. 이 세상에 삼성공법도 불러올 수 없는 전생은 없다."

비월여제는 혼잣말을 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너는 삼성공법을 연마할 수 없다."

비월여제는 진남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

진남은 커다란 윤회를 거쳐 이미 '시' 상태로 들어갔고 전생이 없는 게 분명했다.

전신이 그를 선택한 것은 우연일 수도 있었다.

진남에게 도문이 빨리 생긴 것도 전신이 미리 수단을 부렸을 가능성도 있었다.

주선 오 위는 그 정도 능력은 있었다.

"알겠습니다."

진남은 이유가 궁금했지만, 구리거울의 태도를 보니 가르쳐줄 것 같지 않아서 어깨를 으쓱했다.

연마를 할 수 없다고 해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

"내가 이 대륙에 미리 산골짜기를 만들고 그 안에 대진을 남겨두었다."

비월여제가 말했다.

"지금 가서 그 대진을 움직이자. 큰 도움이 될 거다."

말을 마친 그녀는 얼음 형상으로 변해 멀리 날아갔다.

그녀는 자신의 계획을 다른 사람에게 먼저 알려주지 않았다.

이번에는 예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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