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0화 신격쟁탈전의 진행
"어떤 의미에서 보면 그렇습니다."
신격은 설명했다.
"대인께서 잘 모르시는 게 있습니다. 창람대륙의 근원의 힘이 흩어지면 본원신력도 생기지 않습니다. 즉, 신방과 제방이 나타난 뒤로 우리의 본원제력과 본원신력은 그들의 근원의 힘이 변한 것입니다."
진남은 다시 한번 놀랐다.
그는 신방과 제방이 신격쟁탈전과 제명쟁탈전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남천문과 비교가 안 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신방과 제방이 가진 근원의 힘은 한계가 있었다.
그들이 만든 제명과 신격이 많아질수록 그들의 힘도 점점 약해졌다.
게다가 그들은 무도규칙을 개변시켰지만 모든 무인들이 증제하고 봉신해야 하기에 부단히 제명과 신격을 만들어내야 했다.
증제와 봉신은 규칙의 근본이기 때문이었다.
신방과 제방은 근원의 힘의 일부분이었다.
그러니 규칙을 완전히 개변시킬 수는 없었다.
"너희들이 천지를 완전히 못 알아보게 개변시켰지만 받은 타격도 크겠구나. 역시 인과응보라는 말이 맞구나."
진남은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우리 본원신력이 존재하는 의미는 우수한 대제 경지를 봉신하려는 데 있습니다."
신격은 계속 말을 이었다.
그것은 비통한 말투로 말했다.
"그러나 신방과 제방이 무도규칙을 개변한 뒤로 우리는 그들의 규칙에 따라 무인들이 쟁탈해가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이런 규칙에 따라 신격들은 무신이 되기에 부족한 무인들에게 빼앗겨 억지로 그들의 몸속으로 들어가고 무신 강자를 만들었다.
본원신력은 원래 영지가 없었다.
진정한 수련을 거친 무인들이 고난을 물리치고 그 경지를 느껴야 몸속에 신력이 생기고 무신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규칙으로 바뀐 뒤 신격들은 영지를 가지게 되고 괴롭힘과 고통을 제대로 느꼈다.
구대 제명이 진남에게 본원제력을 준 일을 제방에게 알리지 않은 것도 이런 괴롭힘과 고통을 받기 싫어서였다.
그리고 이 세상에 진정한 대제가 나타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진남 대인, 대도의 빛을 저것들에게 주입해 주십시오. 그럼 저것들이 신격으로 되어도 속박을 받지 않고 스스로 우수한 대제 경지의 사람들을 선택하여 무신 경지에 이를 수 있게 도울 겁니다."
신격은 설명을 마치고 간절한 눈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다른 열네 개의 신격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진남이 거절할까 봐 불안했다.
"그렇구나. 그럼 내가 도와주지."
진남은 망설이지도 않고 대답했다.
그는 문득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근데 내 청금 부…… 아니, 대도의 초기형태가 그런 것까지 할 수 있다고?"
신격들이 속박을 받지 않게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신방과 제방이 개변한 무도규칙을 벗어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네, 대도의 초기형태의 빛은 저들이 영지를 가지게 합니다. 영지를 가지고 신격이 되면 일부분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신격의 목소리는 기쁨이 가득했다.
그것은 생각나는 게 있어서 얼른 덧붙였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곳의 모든 것들은 신방의 영은 볼 수 없습니다."
"좋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청금색 부문을 움직였다.
청금빛이 커다란 금색 수정을 지나 다른 수정에 들어가 본원신력들을 환하게 비추었다.
본원신력들은 흔들리더니 깊은 곳에 힘이 있는 것처럼 신비한 변화가 생겼다.
"진남 대인, 또 작은 부탁이 있습니다. 신격쟁탈전에서 우리들 중 한 신격이나 혹은 많은 신격을 얻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대인을 도와……."
신격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것이 이 말을 하는 것은 진남이 그들을 도왔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런 시대에서 스스로 제위에 오르고 대도의 초기형태를 장악한 사람들을 그들은 기꺼이 무신으로 만들고 싶었다.
다만, 신격쟁탈전이 시작되어 신격들은 규칙대로 진행해야 했다.
그게 아니었다면 그들은 바로 진남의 몸속에 녹아들었을 것이다.
이때, 이변이 벌어졌다.
쿵-!
위쪽 끝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본원의 기운을 풍기는 거대한 사슬이 놀라운 속도로 날아왔다.
사슬은 금색 수정을 뚫고 열두 개의 신격을 단단히 잡았다.
"아악!"
열두 개의 신격은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신방의 영……. 너, 너 강제로 규칙을 바꾸고 이번 신격쟁탈전에 세 개의 신격만 내리려고 하다니!"
신격은 화가 나서 고함을 질렀다.
매번 신격쟁탈전에는 일곱 개에서 열여덟 개의 신격을 내리게 된다.
신격은 설마 신방의 영이 중대한 대가를 치르면서 이런 일을 벌일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세 개의 신격만 내린다고?"
진남은 시선이 차갑게 변했다.
신방의 영이 규칙을 바꾼 것은 진남 때문이었다.
그는 스스로 제위에 오른 뒤 청금색 부문까지 장악하였다.
때문에, 진남은 무신이 되려면 여섯 개의 신격이 필요했다.
세 개의 신격은 반보 무신밖에 될 수 없었다.
"이 사슬들을 대도의 초기형태나 단천도로 부술 수 있느냐?"
진남은 숨을 내쉬며 빠르게 물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이 쇠사슬은 근원의 힘이 변한 것입니다. 우리를 상대하는 것이라 부술 수 없습니다. 대인은 아직 대도의 초기형태만 장악했으니 거기서 뿜어지는 대도의 빛으로 우리를 도와주기에는 부족합니다……."
신격은 고개를 흔들었다.
"진남이 부족하면 내 것까지 합하면 되겠느냐?"
이때, 비월여제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설마 청금색 부문을 장악했습니까?"
진남은 눈을 반짝거렸다.
"이 목소리는 설마……. 팔천 년 전의 비월여제 대인입니까?"
신격의 목소리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들은 영지가 생기면 창람대륙의 절세의 경지가 있거나 기적을 만든 무인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충분한 대도의 빛만 있으면 가능한 게냐?"
비열여제의 말투는 여전히 차가웠다.
"네, 충분한 대도의 빛이 있으면 우리가 신격으로 변했어도 다른 본원신력들과 마찬가지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고 규칙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신격은 바로 대답했다.
"진남, 시작하자."
비월여제는 차갑게 한마디 했다.
"알겠습니다."
진남은 심신을 가라앉혀 청금색 부문을 움직였다.
대도의 빛이 흘러나와 열두 개의 신격을 비추었다.
촤르륵-!
잠시 뒤, 그의 식해에 있던 구리거울에서 눈부신 자금빛이 뿜어졌다.
커다란 수정은 자금빛으로 물들었다.
진남의 빛과 비교하면 반딧불과 달빛 차이였다.
둘은 큰 차이가 났다.
'이렇게 강한 빛이라니? 대도의 초기형태를 얼마나 이해했기에 이 경지에 이른 거지? 그런데 이상하다. 지난번에는 왜 이런 부문을 모른다고 했을까?'
진남은 의아했다.
"여제 대인과 진남 대인 고맙습니다!"
열두 개의 신격은 기뻐서 아픔도 잊었다.
그들은 비월여제가 이렇게도 강한 대도의 빛을 사용할 줄 몰랐다.
이제 신격들은 충분히 규칙의 속박을 벗어날 수 있었다.
웅-!
열두 개 신격의 영지들은 가라앉아서 대도의 빛을 느꼈다.
그들의 몸 깊은 곳에서부터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구리거울, 분명 청금색 부문의 내력을 알면서 왜……."
진남은 바로 질문했다.
"저들의 변화를 잘 살펴보거라. 사소한 것도 놓치면 안 된다. 이건 너에게 기회이다."
비월여제는 그의 말을 끊었다.
할 말을 마친 구리거울은 잠잠해졌다.
그녀는 태도가 아주 명확했다.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구리거울이 말하기 싫어하면 그도 강요할 수 없었다.
그는 계속 궁금해하지 않고 신격들의 변화를 자세히 살폈다.
무언가 수확이 있을 수도 있었다.
슉-!
이때, 금색 수정의 꼭대기에서 물결 같은 파문이 일고 장면들이 펼쳐졌다.
"응?"
진남은 고개를 들고 살피다가 깜짝 놀랐다.
서른여 개의 장면은 거대한 세력의 종문인 것 같았다.
장사도, 소청응, 소운절 등 천재 무제들 외에도 당청산, 궁양 그리고 여러 대제 경지와 무조 경지들이 있었다.
상황을 보면 그들은 종문의 제자가 되어 어떤 심사에 참가했다.
"여기서 신격쟁탈전의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신격이 설명했다.
"지금은 첫 번째 심사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어떤 종문의 제자가 됩니다. 그중에서 열흘 안에 진전제자가 되면 다음 관문으로 갈 수 있습니다.
진남 대인, 걱정하지 마십시오. 나중에 저희와 함께 전장에 나타나면 됩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익숙한 그림자를 보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묘묘 공주잖아? 구 년이 지났는데 이렇게 큰 변화가 생겼어? 전에 비해 점점 공주 같아지는구나. 더 예뻐지고 분위기도 고상해졌어."
진남은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는 빨리 세 번의 심사가 끝나 공주와 만날 수 있기를 바랐다.
"휴, 먼저 느끼자. 봉신싸움이 끝나면 공주와 만나서 대화를 나눠야겠어."
진남은 혼잣말을 하며 정신을 집중하고 변화를 살폈다.
* * *
시간은 조금씩 흘렀다.
바깥 세계의 오래된 존재들과 무인들은 신운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남천문, 신방, 제방의 거물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창람대륙의 끝없는 허공에서 절세빙영과 엄청난 대군이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었다.
* * *
곧 열흘이 지났다.
신격쟁탈전의 첫 번째 심사가 끝나고 여러 천재 무제들과 여러 대제 거물들은 두 번째 관문에 들어섰다.
두 번째 관문은 첫 번째보다 훨씬 어려웠다.
닷새 동안 대장로가 되고 닷새 후에는 종문의 주인이 되어야 했다.
여러 세력의 주인들은 모두 반신 경지였고 심지어 한둘은 무신 경지 일 단계였다.
"이상하다. 용제 등은 찾았는데 진남은 보이지 않는구나. 어디에 숨었을까?"
신방의 영은 모든 것들을 살피며 의아했다.
그는 전장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신격지는 의심도 하지 않았다.
그는 두 번째 관문에서 종문의 몇십 리 밖에 수많은 회색 기운이 모인 것을 발견했다.
그 기운들은 몽롱한 빙영으로 변하더니 대제 경지 정상급의 기운을 풍겼다.
진남은 열흘 동안 많은 걸 느꼈다
청금색 부문도 더 단단해졌다.
본원신력은 어떤 의미에서 근원의 힘을 얻었다.
구천 선역이나 다른 세계였다면 진남은 그들을 볼 수 없었다.
그들의 변화를 지켜본다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 * *
같은 시각, 창람대륙의 현신공간.
"태아 선배님, 우리는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래, 알겠다."
태아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떠올랐다.
그 대인의 무서움과 그녀가 한 말을 떠올리자 그는 두 눈이 단호하게 빛났다.
그에게는 기회일 수도 있었다.
"그럼, 시작하자."
말이 끝나자 현신공간에 천지개벽의 변화가 일어났다.
세 개의 서로 다른 선(仙)의 빛이 땅의 깊은 곳에서 솟아 하늘의 깊은 곳에 부딪혔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 열흘이 지났다.
신격쟁탈전의 두 번째 관문도 끝났다.
모두 서른일곱 명의 주인이 생겼다.
주인들은 장로, 진전제자, 내문제자 등을 들일 수 있었다.
인수는 서른 명에서 여든 명까지 가능했고 동시에 신격쟁탈전의 세 번째 관문에 데려갈 수 있었다.
주인이 되지 못한 무인들은 도태되고 신격과 인연이 없어졌다.
"진남 대인, 두 번째 관문은 이미 끝났습니다. 진급한 모든 무인들은 세 번째 관문에서 신전의 신력을 흡수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흘 후 신격쟁탈전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신격은 모든 것을 느끼고 말했다.
며칠이 지나니 신격은 언어사용이 평범한 사람과 똑같아졌다.
말투가 더는 어눌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