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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827화 (827/1,498)

827화 결국 나타나지 않다

시간은 조금씩 흘렀다.

처음에는 몇십 명만 도착했다.

반주 향이 타는 시간이 지나자 엄청난 빛들이 하늘을 가르며 도장에 내려와 매우 강한 기운을 풍겼다.

그들 중 일부는 반신지국의 유명한 대제거물들이거나 백산십지 같은 금지의 후계자들이었다.

쿵-!

시간이 더 흘렀고, 커다란 허공이 징조도 없이 찢어지며 신의 빛을 뿜는 무신지기들이 기세등등하게 날아와 사방을 흔들었다.

요지성지, 무도종, 요신금지 등 세력들이었다.

"장사도와 소청응이다!"

"소운절, 만봉혼, 강공주 등도 왔어!"

"지난번보다 경지가 더 강해진 것 같아!"

"뇌족에 있는 얼굴에 흉터가 가득한 노인을 봐봐. 저자는 삼천 년 전의 뇌절대제(雷?大帝)잖아!"

"염족, 명족, 해족의 몇몇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들도 사천 년 전 제전에 참가한 거물들이야……."

무인들은 고개를 들고 바라보았다.

그들은 무신지기의 가장 앞에 선 자들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저도 몰래 감탄했다.

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세력마다 두세 명의 무신 강자들이 직접 호위했다.

심지어 족장이나 장로들도 왔다.

그러나 그들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번 싸움은 대제 경지와 무조 경지들만 참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천재 무제방의 서열 오십 위 안에 든 자들은 전부 제일 도장으로 들어가거라."

이때, 신사가 입을 열었다.

장사도, 소청응 등 천재 무제들은 바로 날아갔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

시간은 계속 흘러 유실약원, 전족, 살신금지도 전부 도착했다.

그중 전족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청산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금사봉포(金絲鳳袍)를 입고 검은 머리카락을 올린 피부가 눈처럼 하얀 절세의 형상에 사람들은 시선이 쏠렸다.

십 년 동안 그녀는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었다.

많은 사람들은 그녀를 거의 잊고 있었다.

이번에 나타난 그녀는 매우 놀라웠다.

기운은 마치 천고의 여황 같았다.

"남천신지가 왔어!"

이때,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고 천재 무제와 대제 거물들 그리고 무조 경지 무인들까지 놀라서 고개를 들고 쳐다보았다.

여러 세력의 장로, 족장, 무신 경지 강자들도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먼 곳의 하늘이 바다처럼 짙은 파란색으로 변하고 길이가 몇만 장이 되는 오래된 신선(神船)이 태고의 고래처럼 천천히 헤엄쳐왔다.

다른 세력과 달리 신선의 뱃머리는 천재 무제들이 없고 다른 대제 경지들도 없었다.

그곳에는 오로지 스무 개의 기운이 강한 그림자들만이 있었다.

"스무 명의 무신 강자들?"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스무 명의 무신 강자들은 보통 무신이 아니었다.

천도무신, 칠대 무신 그리고 열두 명은 무신 경지 팔, 구 단계의 존재들이었다.

"엄청난 세력이다!"

여러 수단을 사용해 신운지의 모든 것을 살피던 오래된 존재들도 헛숨을 들이켰다.

"내리거라!"

이때, 차갑고 위엄 있는 목소리가 허공 깊은 곳에서 울려 퍼졌다.

도장의 위쪽에서 짙은 파란빛이 펼쳐졌다. 방대한 천하처럼 도장에 쏟아졌다.

웅-!

도장들은 진동하더니 파란빛과 하나가 되어 금빛과 파란빛이 감도는 도장으로 변했다.

도장은 신비한 신위를 갖추었다.

"남천의 힘을 도장에 결합시켰군. 진남이 아무리 무도규칙을 초월하고 어떤 변신을 한다고 해도 도장에 들어서는 순간 알아차리고 죽일 수 있겠어."

무예에 깊은 조예를 가진 오래된 거물은 표정이 흔들렸다.

"진을 치고 땅을 봉인하며 법인을 펼쳐라!"

차갑고 위엄 있는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천도무신 등 강자들은 대답을 하고 몸에서 엄청난 신의 빛을 뿜으며 신운지의 상공으로 날아갔다.

"남천신제경(南天神帝鏡)!"

스무 명의 강자들은 함께 외치며 법인을 만들었다.

그러자 높이가 서른 장, 넓이가 여덟 장이 되고 세 가지 오래된 빛을 뿜는 기이한 거울이 나타났다.

촤르륵-!

순식간에 스무 개의 거울이 서로 다른 찬란한 빛을 뿜어 신운지를 전부 덮었다.

서로 다른 세 개의 강력한 힘이 엮여서 오래된 살진들을 만들었다.

살진들은 허공의 곳곳에 자리잡고 별처럼 깜박거렸다.

"이런……."

무인들은 그 장면을 지켜보며 저도 몰래 침을 삼켰다.

그들이 보기에 신운지는 이제 오래된 살역(殺域)으로 변했다.

살진들이 뿜어내는 기운에 그들은 온몸에 한기가 돌고 으스스했다.

"태고 살진을 많이도 쳤구나!"

여러 세력의 장로, 족장, 무신 강자들은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이렇게 많은 살진에 억지로 뛰어든다면 그들의 경지로도 죽을 수 있었다.

"남천문, 신방, 제방 삼대 거물이 연합하여 스무 개의 기이한 고경을 만들었어!"

오래된 존재들이 받은 충격은 더욱 컸다.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태고 살진만 있는 게 아니라, 스무 명의 강자와 변화가 생긴 도장도 있었다.

진남 등이 온다면 남천문, 신방, 제방의 삼대 거물은 오래된 진법을 통해 엄청난 살초들을 사용할 것이다.

"도우들, 당황하지 말거라. 우리가 한 것들은 신격쟁탈전의 진행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

천도무신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마치 일부 사람들에게 들으라는 듯 목소리가 우렁찼다.

"이 모든 것들은 도우들과 상관이 없다. 우리는 도둑놈 같은 진남과 반천맹의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 이것들을 만들었을 뿐이다."

'진남을 죽이겠다니!'

경지가 높은 무인들이나 낮은 무인들이나 남천신지가 이번에 나선 것은 진남을 죽이기 위해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진남을 죽이기 위해 이렇게 대단한 살진을 펼칠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 살진을 헤쳐나가 신격쟁탈전에 참가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오래된 존재들은 알아차리고 탄식했다.

"무연각과 그들이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야지."

직접 나서서 진남 등을 도왔던 오래된 존재들은 가슴을 졸이고 긴장했다.

"진남은 이번에야말로 끝장이야. 죽든가 아니면 감히 신격쟁탈전에 참가하러 못 오든가 둘 중 하나야."

제일 도장에 있던 소운절은 차갑게 웃었다.

원도천산의 일을 겪은 후 그는 진남이 뼈에 사무치도록 밉고 죽이고 싶었다.

"누구를 탓하겠느냐? 진남이 자초한 일이다."

만봉혼, 강공주, 여칠마 등 천재 무제들도 입을 열었다.

소운절은 진남을 죽이고 싶었고 다른 이들은 진남 때문에 신격을 쟁탈하는 데 영향을 받지 않기를 바랐다.

엄청난 실력을 가진 진남이 신격쟁탈전에 참가한다면 그들에게는 재앙이었다.

장사도와 소청응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표정이 굳었다.

그들은 진남에게 패배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구 년 동안 힘들게 수련을 한 것은 진남과 다시 한번 싸우기 위해서였다.

"진남이 자초한 일이라고? 신격쟁탈전이 시작되면 두고 보자. 명성이 자자한 천재 무제들이 대체 어떤 재간이 있는지."

묘묘 공주의 선령 같은 두 눈이 차갑게 변했다.

"나도 한번 보고 싶군."

당청산과 궁양도 살기를 풍겼다.

방금 입을 열었던 천재 무제들은 당천산을 보자 안색이 변하고 저도 몰래 뒷걸음질 쳤다.

"공주……."

소운절 등은 표정이 굳었다.

이런 상황에서 묘묘 공주 등이 진남을 감쌀 줄 몰랐다.

제일 도장의 천재 무제들만 입을 연 게 아니었다.

오래된 존재들과 여러 세력의 무신 강자들 그리고 대제 무인들은 진남에 대해 논했다.

* * *

사람들은 몰랐다.

오래된 신선에 웅장한 궁전이 있었다.

그곳에서 오래된 진법이 움직이더니 여러 형상이 떠올랐다.

"후배 성경천이 명령에 따라 선배님들을 마중하러 왔습니다."

성경천은 앞으로 나가 공수하고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불만과 오만함이 전혀 없었다.

신운지의 사람들이 그 모습을 봤다면 놀랐을 것이다.

성경천은 진남이 이름을 떨치기 전까지 창람대륙의 제일천재였다.

지금도 진남에 버금가는 존재였다.

"고작 대제 경지가 감히 우리 앞에 서 있느냐? 네가 육 장로의 사람이라 오늘 죽이지 않겠다. 다음에는 반드시 한쪽 무릎을 꿇거라!"

오만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커다란 손이 쑥 나타나 성경천의 어깨를 아래로 꾹 눌렀다.

"선배님……."

성경천은 안색이 변했다.

'이들은 구천의 강자들이긴 하지만 나도 명성이 자자하다. 한데, 내가 어찌 한쪽 무릎을 꿇을 수 있어?'

그가 제력을 움직이자 곧 강한 힘이 나타나 제압했다.

그는 몸이 굳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왼쪽 다리는 힘없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이런……."

성경천은 깜짝 놀랐다.

구 년 동안의 수련을 거쳐 그는 이미 대제 경지 팔 단계가 되었다.

그리고 더 깊은 무도 경지에 도달했다.

대제 경지 정상급의 상대를 만나도 죽일 수 있었다.

상대방이 무신의 힘을 사용했다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상대방은 고작 대제의 힘을 사용했을 뿐이었다.

"도우들, 내가 직접 마중하러 가지 않았다고 원망하지 말거라."

이때, 천도무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목소리에는 공손함이 가득했다.

"천도무신입니까?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그는 두 눈에 빛을 반짝이며 신운지의 모든 것을 내려다보더니 하찮은 듯 말했다.

"고작 대제 경지를 상대하는 데 이렇게 큰 힘을 들일 게 있습니까?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대제 이름이 진 무슨 도라고 했던가요? 아이고, 생각이 나질 않네요."

"하하, 삼매(三妹). 진남이라고 이 대륙의 제일천재다."

"제일천재요? 제 공격을 열 번이나 당해낼지 모르겠네요."

형상들은 서로 입을 열었다.

그들은 조롱하는 태도를 전혀 감추지 않았다.

육씨 가문에서 실제 권력을 좀 가진 자가 그들에게 엄청난 이득을 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이런 차하계에 와서 소위 천재 대제라고 불리는 자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이 일이 소문이라도 나면 그들은 다른 종족들에게 비웃음거리가 될 수 있었다.

* * *

같은 시각 신운지.

시간은 절반 넘게 지나가고 얼마 남지 않았다. 진남과 반천맹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진남은 나타날까?"

"나타날 리 없지. 죽으러 오는 거잖아?"

"나도 진남이 올 것 같지 않아. 아무리 멍청해도 죽으러 오지는 않겠지!"

"아이고, 아쉽다. 진남이 봉신할 수 있으면 전에 없었던 엄청난 경지에 이를 수 있을 텐데!"

무인들은 시끌벅적했다.

마음속 깊이 진남이 기적을 만들어내길 바랐던 많은 무인들은 이해를 하면서도 왜인지 실망과 무기력한 느낌이 들었다.

'진남도 못 하는 걸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이제 시간은 거의 다 되었다.

오래된 존재들과 여러 세력의 강자, 대제들은 고개를 저었다.

남천문, 신방, 제방 등 삼대 거물은 표정 변화가 전혀 없었다. 진남이 오던 말던 그들의 계획은 이미 시작되었다.

진남은 오면 죽음뿐이었다.

안 오면 죽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열 셀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한 오래된 존재는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서서 주먹을 꽉 쥐었다.

여러 무인들은 더 입을 열지 않고 모든 것을 뚫어져라 주시했다.

그들은 진남이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대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직접 보고 싶었다.

"이제 둘 셀 시간이 남았다."

진남을 도운 적이 있는 오래된 존재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 모든 것이 이렇게 끝난 걸까?'

천지가 잠잠해졌다.

둘을 셀 시간은 눈 한번 깜박하거나 말 한마디 하거나 행동 하나를 하면 금방 지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왜인지 짧은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드디어 시간이 전부 끝이 났다.

광활한 신운지 땅에 아무런 기운이나 파동이 없었다.

모든 것은 원래와 똑같았다.

진남과 반천맹은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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