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6화 한 시진 후 시작한다
팔대 고족 중 해족.
해족들은 금령(禁靈)의 바다에 있었다.
이 바다는 역대 강자들의 손을 거쳐 다른 종족의 무인들이 들어오면 경지를 제압당하고 해족의 사람들은 힘을 받을 수 있게 만들어졌다.
"선배님들, 신격쟁탈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장로님들께서 나서도 됩니다."
금령해의 가장 깊은 곳에서 파란색 머리카락에 엄청난 기세를 가진 노인이 짙은 붉은색 산 앞으로 다가가 공수하고 말했다.
"그래."
여러 개의 나이 든 목소리가 산의 깊은 곳에서 울려 퍼졌다.
이어 끝없는 신의 빛이 하늘로 솟구치고 바다를 흔들었다.
신의 빛은 하나로 모이더니 파란색의 엄청나게 큰 검으로 변해 산의 입구에 떨어졌다.
끼익-.
하지만 폭발음은 들리지 않고 오히려 녹이 슨 대문이 열렸다.
어둠 속에서 봉인이 풀렸다.
파란색 머리카락의 노인은 산의 깊은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넓디넓은 대전이 있었고 빛들이 가득했다.
길이가 이십여 장이 되고 차가운 기운을 풍기는 얼음 관이 떠올랐다.
얼음 관에는 무인들이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강한 기운을 풍겼다.
이것은 대제 거물의 기운이었다.
일부는 대제 경지 정상급이었다 소수는 대제 경지 구 단계였다.
"만년의 얼음 뼛골이 고대의 신으로 결합되니 음양의 결합은 이제 풀리거라……!"
나이 든 목소리는 다시 한번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얼음 관들은 흔들리며 녹기 시작했다.
무인들의 눈꺼풀도 파르르 떨렸다.
그들은 곧 눈을 번쩍 뜰 것 같았다.
기이한 장면은 해족뿐만 아니라 다른 칠대 고족들에서도 벌어졌다.
남천신지의 삼대세력, 요신금지, 유실약원 등도 마찬가지였다.
얼음 관은 상고의 얼음 뼛골과 다른 천재지보에 오래된 비술을 엮어 만들어졌다.
그것은 무인의 몸속에 남은 생기와 경지를 전부 봉인하고 대량의 천재지보로 힘을 제공하여 오천 년 동안 보관할 수 있었다.
즉, 수명이 삼십 년 남은 대제 거물을 얼음 관에 봉인하면 오천 년 뒤 얼음 관을 열었을 때도 여전히 수명이 삼십 년 남아있고 경지도 줄어들지 않았다.
여러 세력들은 얼음 관을 만들어 수명이 얼마 남지 않고 봉신에 실패한 대제 거물들을 봉인했다가 신격쟁탈전이 열리면 다시 꺼냈다.
신방과 제방이 연합하여 무도규칙을 변경한 후 제명쟁탈전과 신격쟁탈전은 백 년 좌우에 한 번씩 열렸다.
때문에, 여러 세력에는 대제와 무신 강자들이 많지 않았다.
이런 방법까지 사용하지 않으면 세력의 세가 대폭 줄어들었다.
물론, 이런 방법은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대제 경지 팔 단계 이상은 되어야 얼음 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세 장로들에게 전한다. 이제 시작하거라!"
여러 세력들은 잠들어 있는 대제들을 깨우고 최강의 지보들도 움직였다.
각 세력의 사람들과 제자들은 하늘 높이 솟구치는 강한 기세를 느낄 수 있었다.
보통의 신격쟁탈전은 이 정도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신격쟁탈전은 대륙의 판도를 바꿀 수 있었다.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 신격쟁탈전에 참가할 준비를 했다.
* * *
남천신지의 신비한 금지.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곧, 두 노인이 나타났다.
그들은 신방의 영과 제방의 영의 의지였다.
"응?"
신방의 영과 제방의 영은 두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앞에 이만 칠천여 장이 되는 오래된 신산 같은 커다란 제단이 보였다.
그 아래에 가득 새겨진 고대의 무늬는 영광이 반짝거렸다.
마치 활짝 핀 구천의 선화 같았다.
앞에 펼쳐진 장면은 대단했다.
"팔만 무인들의 피로 제사를 지냈소? 설마 그때 규칙을 바꾸고 중주의 무인들을 남천신지에 불러들인 이유가……."
신방의 영과 제방의 영은 헛숨을 들이켰다.
"두 분, 오랜만이오."
이때, 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흰색 두루마기를 입고 머리에 금관을 쓰고 얼굴에 고대의 무늬가 가득한 중년 사내가 멀리서 다가왔다.
그는 강한 기운을 전혀 감추지 않았다.
"창람천신(蒼嵐天神)!"
신방의 영과 제방의 영은 표정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들은 창람천신도 남천문만큼이나 경계했다.
"원래는 백만 무인의 피로 제사를 지내 자네들을 상대하려고 계획했소. 그런데 창람대륙 같은 협소한 땅에 그런 천재가 나타날 줄은 몰랐소. 정말 아쉽소."
중년 사내는 길게 탄식했다.
"백만 무인의 피로 제사를 지내려고 했다니?"
신방의 영은 안색이 변해서 냉소를 지었다.
"허허, 역시 창람천신답소. 수단이 대단하오."
"다른 말은 하지 않겠소. 구 년 동안 우리는 제단의 모든 것들을 준비했소. 이제 마지막 한 걸음만 더하면 과천(跨天)의 진을 운행하고 구천의 육씨 가문의 인재를 창람대륙으로 불러올 수 있소."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남천문의 영이 말했다.
"이번에 자네 둘의 도움이 필요하오. 자네들은 모든 천기를 차단하기만 하면 되오. 나머지는 나와 육천신(陸天神)에게 맡기시오."
"문제없소."
신방의 영과 제방의 영은 고민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혈살사방(血煞四方), 천지법변(天地法變), 명명창규(冥冥蒼規)……."
남천문의 영은 바로 손을 썼다.
끝없는 파란색 빛이 거대한 천하처럼 오래된 제단에 들어갔다.
"천지혼돈(天地混沌)!"
신방의 영과 제방의 영은 순식간에 엄청난 규칙의 힘을 사용했다.
"선안! 열려라!"
육천신은 호통을 쳤다.
그에게서 선광이 번쩍이더니 오래된 선안으로 변했다.
그의 몸속에서 선근과 혈통의 힘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두 손을 모아 오래된 선인을 만들었다.
구천의 천재들을 창람대륙으로 부르는 일은 하늘을 거스르는 일이었다.
그들이 구 년 동안 준비한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쿵-!
잠시 후, 엄청난 폭발음이 들리고 오래된 제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끝없는 빛이 사방을 낮처럼 밝게 비추었다.
* * *
팔대 고족 중 하나인 전족의 깊은 곳.
이 년 남짓한 시간 동안 돌 궁전의 전의와 사방의 전의는 전부 진남에게 흡수되었다.
이제부터 이곳은 금지에 속하지 않았다.
우르릉-!
엄청난 기운이 솟구쳤다.
돌 궁전은 그 기운에 흔들리더니 벽면에 용 모양의 금이 쩍쩍 생겼다.
진남은 눈을 천천히 떴다.
이 년 남짓한 시간 동안 진남은 전의를 흡수하고 전신의 혼을 통해 열 개의 전신의 힘으로 만들었다.
열 개의 전신의 힘은 구천에서 흡수한 전신의 힘과 비교할 수 없었지만, 위력이 강하고 현묘했다.
전신의 힘은 그의 제력에 녹아들어 변화를 일으켰다.
게다가 성해가 변한 갑옷까지 더해져 진남은 무신 경지 육 단계의 강자도 이길 수 있었다.
"선배님들, 출관했습니다. 지금은 어떤 상황입니까?"
진남은 영패를 들고 신념을 전했다.
"진남, 반천맹의 무인들이 전부 모였다. 칠요 선배님은 이미 계획을 세웠고 전족의 강자들도 준비를 마쳤다."
용제의 목소리가 먼저 울려 퍼졌다.
"신운지의 이상으로 보면 내일 오 시 좌우에 신격쟁탈전이 시작될 것 같구나."
"내일 오 시요?"
진남은 눈빛이 점차 날카롭게 변했다.
그의 몸에서 엄청난 전의가 풍겼다.
그는 구천에서 경지를 돌파해 무신 경지가 되고 인신 강자 한 명을 죽였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사람의 육신으로 이뤄낸 일이었다.
창람대륙에서 무신이 되어야 진짜 무신이었다.
이번 봉신 싸움은 의미가 남달랐다.
"지금 가겠습니다."
잠시 후, 신념을 전달한 진남은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는 전족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칠요비선검으로 날아갔다.
* * *
금지 중 하나인 유실약원의 전승지.
신의 빛들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와 하늘 높이 솟은 오래된 유리 거탑에 내리더니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당목무신 등 유실약원의 최고 강자들이었다.
강자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대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들은 불안한 마음이 살짝 들었다.
묘묘 공주는 저곳에 들어간 뒤로 소식이 없었다.
그들은 공주가 전승을 얻었는지 아니면 목숨을 잃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신격쟁탈전이 곧 열리는데 묘묘 공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늦는다면 전승을 얻었다고 해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었다.
묘묘 공주는 다른 천재 무제들과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녀는 무조 경지에서 바로 무신 경지로 돌파하려고 했다.
이번 신격쟁탈전을 놓치면 또 몇백 년을 기다려야 했다.
그럼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당목 족장, 우리가 준비한 것을 열려면 꽤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 열지 않으면 봉신싸움에서 사용하지 못할 수도……."
늙은 무신 한 명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어 적막을 깼다.
"그럼 지금 엽시다."
당목무신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무신 강자들은 깜짝 놀랐다.
지금 열었는데 묘묘 공주가 제때 나타나지 못하거나 죽은 상태라면 유실약원은 큰 손해를 입을 수 있었다.
"오, 괜찮군. 영감탱이들이 언제 천기술을 배웠어? 내가 오늘 출관하는 것까지 알다니."
이때,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대한 탑의 대문이 열리고 아름다운 형상이 나타났다.
그녀는 아무런 기세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엄청난 위엄을 풍겼다.
"공주마마, 출관하셨습니까? 삼령선체(三靈仙體)? 아닌데, 이건……."
무신 강자들은 그녀를 보자 기뻐했다.
그러나 곧 무언가 발견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칠령선체(七靈仙體)?"
* * *
다음 날 아침.
반신지국과 중주는 분위기가 뜨거워졌다.
많은 무인들은 신운지에 가지 못하지만 신격쟁탈전을 주목했다.
"방금 들은 소식인데 혈족, 염족, 뇌족의 사람들이 출발했대."
"남천신지까지 하면 일곱 개의 세력이 이미 행동을 시작했어."
"지금까지 반천맹의 소식은 없군. 설마 미리 와서 잠복하고 있는 걸까?"
"내가 보기에 진남은 안 갈 가능성이 커. 이런 상황에서 신격쟁탈전에 참가하는 건 죽으러 가는 거지."
"죽으러 간다고? 허허, 왜 죽을 거라고 생각해?"
소식들이 계속 들려오고 무인들은 커다란 폭풍이 거세차게 몰아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들의 관심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남이었다.
하찮게 생각하는 자도 있고 비웃는 자도 있었지만 많은 무인들은 마음속에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었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 요신금지, 고난삼림, 명족, 해족 등 세력들도 신운지로 향했다.
유실약원과 전족은 가장 마지막에 움직였다.
한 차례의 전쟁과 한 차례의 싸움이 성대한 모임으로 변질되었다.
오 시가 되고 신운지에 펼쳐진 오래된 이상이 빠르게 흩어지더니, 몇만 마리의 금룡과 불 봉황으로 변해 사방으로 날아갔다.
광활한 땅이 흔들리고 기이한 검은빛들이 깊은 곳에서 솟아 하늘로 날아갔다.
검은빛은 여러 개의 성대한 검은색 도장으로 변해 빛을 뿜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만 개의 도장이 생겼다.
도장들은 겹쳐있는 산들 같기도 했고 성불도장 같기도 했다.
슉-! 슉-! 슉-!
하늘의 끝에서 신의 빛들이 떨어지고 변화하더니, 백금색 두루마기를 입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기운을 가진 사람인 듯 아닌 듯한 형상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여러 신사(神使)들이었다.
"신방 무인들은 대제 경지이든 무조 경지이든 한 시진 안에 신운지에 도착해야 한다. 시간을 넘긴 자는 기권하는 걸로 간주하겠다."
위엄 있는 목소리가 사람들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천둥 같은 소리에 강자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 시진밖에 안 남았어?"
일찍 신운지 주변에 모여든 무인들은 눈을 반짝이며 기대에 부풀었다.
일부 작은 세력들은 이 기회에 도박판을 벌이고 무인들을 끌어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