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5화 기회를 주러 왔다
"성해는 돌 궁전에서 몇만 년을 보냈고 덕분에 돌 궁전의 전의는 영성을 가졌어. 그럼 나도 여기에서 폐관 수련을 해야겠다."
진남은 차분하게 결정을 내렸다.
"전신의 혼!"
돌 궁전의 깊은 곳에 들어간 진남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전신의 혼을 드러내고 주변의 방대한 전의를 끊임없이 몸으로 흡수했다.
* * *
칠요검령과 전족의 여러 강자들의 담화가 시작되었다.
여드레 후, 그들의 담화가 끝났다.
여러 영약 등을 제공하는 것 외에 신격쟁탈전이 시작되면 고려무신이 일부 사람들을 거느리고 전족을 지키고, 모든 대제 거물들은 신격쟁탈전에 참여해 최선을 다해 진남을 지지하기로 했다.
또, 진남이 신격을 연화하고 도겁을 하게 되면 전연무신, 전황무신 등 무신들이 전족의 모든 지보를 사용하여 도움을 주기로 했다.
물론, 죽을 것 같은 상황이면 전족의 강자들은 빠지기로 했다.
목숨을 걸고 싸울 필요까지는 없었다.
진남은 무신이 되면 전족이 다른 일곱 종족을 제압하고 여덟 종족들의 우두머리가 되게 도와줘야 했다.
칠요검령은 전족들에게 원래의 계획을 말해주고 시룡멸도주선창이라는 존재도 알려주었다.
다만, 비월여제에 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칠요검령은 이번 계획에 참여한 전족의 강자들에게 비월여제가 남긴 오래된 맹세를 하게 했다.
오래된 맹세는 계획에 관해 한 글자라도 발설하는 자에게 엄청난 벌을 내리고 힘이 스스로 사라지게 하는 효력이 있었다.
"칠요 도우, 진남 맹주께서 시간이 있으시면 우리 종족의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주면 안 되겠소?"
전연무신은 떠보듯이 물었다.
많은 강자들은 마음이 흔들렸다.
진남의 경지와 천부를 그들은 모두 겪어보았다.
전족의 청년들이 진남에게 가르침을 받으면 느끼는 것도 많을 것 같았다.
그리고 청년들에겐 이것 또한 커다란 기연이었다.
"좋소. 나중에 말해보겠소."
칠요검령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 진남은 폐관 수련을 하는 외에 가끔 전패왕, 전소선 등 전족의 천재들에게 가르침을 주기도 했다.
진남은 가르치는 것에 능하지 않았지만 무예 재능과 사극지경에 대한 이해를 천재들에게 알려주었다.
천재들은 그 속에서 큰 배움을 얻고 경지를 돌파하기도 했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이 년이 지났다.
이 년 동안 진남은 창람대륙에 나타나지 않았다.
중주와 반신지국의 분위기는 점점 뜨거워졌다.
중주의 백산십지(百山十地)에서도 오래된 유적들이 나타나 후계자를 선택했다.
후계자들엔 증제한 지 몇천 년이 되는 실력이 강한 오래된 대제들도 있었고, 증제한 지 몇백 년 되는 천재 무제들도 있었다.
무조 경지의 무인은 한 명도 없었다.
또, 남천신지, 무도종, 요지성지, 요신금지, 유실약원, 고난삼림, 구자고해 등 금지와 유혼족, 염족, 명족 등 고족들의 오래된 존재들이 깨어나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들의 제자들과 종족 사람들은 오래된 금지에 부지런히 모습을 드러냈다.
심지어 모습을 감추었던 천기족 사람들도 나타났다.
소운절, 만봉혼, 여칠마 등 명성이 자자한 천재 무제들도 여러 번 나타났다.
그들은 이미 실력이 대제 경지 팔 단계에 도달했고 대제 경지 정상급 거물들과 싸울 수 있을 정도의 무예 실력을 갖추어 모두가 놀랐다.
그중 가장 놀라운 것은 당청산이었다.
그는 칼 한 자루를 들고 무도규칙을 초월한 장사도와 여러 번 싸워 무승부를 냈다.
수많은 무인들은 당청산이 창람대륙의 무도규칙을 초월한 다섯 번째 천재일 거라고 짐작했다.
성경천, 소청응은 이 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마치 사라진 것 같았다.
사람들은 이 둘이 죽어라 폐관 수련을 하며 신격쟁탈전을 준비한다고 생각했다.
무신이나 무제 그리고 무조와 무성들까지 진남의 소식을 주목하며 신격쟁탈전을 기다렸다.
그들은 준비된 죽음의 판에서 절세의 그림자가 역습할 수 있을지 아니면 죽음을 맞이할지 궁금했다.
* * *
시간이 흘러 이 개월 뒤.
반신지국의 북쪽에는 광활한 흑토가 있었다.
이 땅에서는 생명력이 강한 수목이나 화초들도 자라지 못했다.
물 한 방울 없고 바람 한 점 없는 넓고 적막한 곳이었다.
이 땅의 주변에 가끔 무인들의 그림자가 나타나서 서성거리거나 오랫동안 머물곤 했다.
무인들은 여러 세력에서 정보를 수집하라고 보낸 자들이었다.
흑토는 명성이 자자한 신운지(神隕地)였다.
소문에 의하면 이곳에서 무신들이 연거푸 죽었고 천지도 간섭하지 못한다고 했다.
신격쟁탈전은 이곳에서 진행되었다.
"방금 매우 위험했습니다. 남천신지의 무신이 특별한 눈을 가지고 있어서 하마터면 제 신분을 들킬 뻔했습니다."
신원지 변두리에 있던 긴 두루마기를 입은 평범한 외모의 청년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조심해야 한다. 그들에게 잡히면 죽기보다 못할 것이다."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무인이 그를 혼내고 이어서 말했다.
"이번 기회는 어렵게 얻었다. 절대 망치면 안 된다!"
다른 세력과 달리 반천맹에서 정보를 수집하러 나온 무인들은 엄격한 선발을 거치고 여러 심사들을 통과한 자들이었다.
그들은 정보 수집 임무를 완수하면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공법전승을 얻을 수도 있었다.
"음, 이번에 성공하면 돌아가서 회전팔령단(回戰八靈丹)을 얻을 수 있고 무적 무조가 될 수 있……."
평범한 청년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는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끝없이 시커먼 땅에 오래된 신의 빛이 예고도 없이 번쩍이는 것을 보았다.
"이건……?"
평범한 청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왜 그러느냐?"
다른 무인도 고개를 돌리고 오래된 신의 빛을 확인하더니 몸을 흠칫 떨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그는 다급하게 말했다.
"얼른, 얼른 전주께 소식을 전하거라!"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세력의 무인들도 그 모습을 보자 충격을 받고 신념을 전했다.
신원지에서 연이어 태곳적 신의 빛들이 구름까지 높이 솟구치더니 이상으로 변했다.
그중 대제의 죽음도 있었다.
신과 마가 싸우고 천지를 놀라게 했다.
마치 엄청난 싸움이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는 것 같았다.
여러 세력의 무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이 모든 것을 자신들의 세력에 전했다.
* * *
반 시진 후, 칠요비선검, 반천맹.
"내 명령을 전하거라. 신격쟁탈전이 곧 시작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모두 세 시진 내에 반천맹에 모이라고 하거라!"
용제는 명령을 내리며 동시에 영패에 대고 신념을 전했다.
* * *
잠시 후, 중주의 한 기이한 허공.
단천대제, 무연각 청년, 원도천산의 주인은 눈을 감고 평온하게 앉아 있었다.
그들의 주변에 엄청난 허공금염(虛空金炎)이 맴돌았다.
십 리 밖에는 온몸이 시커멓고 수많은 용 무늬가 새겨진 절세의 신의 빛을 뿜는 것이 얌전히 떠 있었다.
그것의 빛은 다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것을 뚫고 모든 대도를 부술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단천대제 등은 눈을 번쩍 떴다.
그들은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양손으로 오래된 법인을 만들었다.
주변을 맴돌던 마지막 허공금염은 현묘하게 그 엄청난 것의 몸속에 주입되었다.
쿵-!
하늘을 찌를 것 같은 기세가 번지고 사방의 무도규칙, 천지규칙은 산산이 부서졌다.
* * *
전족의 깊은 곳에서 폐관 수련하던 진남은 몸을 흠칫 떨었다.
그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진남은 마치 의념으로 엄청난 것을 머나먼 허공에서 불러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시룡멸도주선창이 드디어 완성되었다.
원래 일 년이면 창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진남과 소충이 가져온 용시가 너무 많아 단천대제는 다른 제련 방법을 선택했고, 때마침 신격쟁탈전이 시작될 때 완성했다.
창의 위력은 삼 개월 이내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지고 최상의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
"너희들은 칠요를 도와 신격쟁탈전에 참가할 수 있게 칠요비선검을 변신시켜라."
비월여제의 차가운 목소리가 허공에서 울려 퍼졌다.
"일이 끝나면 내가 너희들에게 준 공법을 전부 사용하여 천지개벽을 할 준비를 하거라."
"알겠습니다."
단천대제 등의 눈에 선광이 언뜻 스쳤다.
그들은 묘법을 사용하여 사라졌다.
* * *
남천신지, 요지성지, 무도종, 요신금지, 유실약원 등 금지와 유혼족, 명족 등 여러 고족들의 종주들, 금지의 주인, 족장들은 명령을 내렸다.
신격쟁탈전이 시작된다는 소식은 폭풍처럼 여러 곳에서 불어 중주와 반신지국의 여러 곳에 전해졌다.
"신원지에 이변이 일어났어!"
"하하, 신격쟁탈전이 드디어 시작되는구나!"
"이대로라면 이틀 뒤면 신격쟁탈전이 시작되겠어!"
"남천문, 신방, 제방은 많은 신력을 연합하여 무신지에 엄청난 함정을 준비하고 진남과 반천맹 등을 기다리고 있다더군. 우리도 빨리 가 보자!"
강자와 무신들은 더 기다리지 못하고 빛으로 변해 빠르게 먼 곳의 하늘로 사라졌다.
매번의 신격쟁탈전은 풍운성회(風雲盛會)가 열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번처럼 중주, 반신지국의 무인들이 시끌벅적하게 모여든 적은 없었다.
비월여제가 무신으로 등극하던 때에도 이 정도로 성대하지는 않았다.
* * *
같은 시각, 현신공간.
이 년 동안 신격쟁탈전이 가까워질수록 이곳에 현신조각을 얻으러 오는 대제 거물들이 더 많아졌다.
창람대륙을 위한 것인지 이 년 동안 현신공간의 오래된 금지들이 연이어 열리고 엄청난 살육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벌어졌다.
지금껏 열다섯 대제 거물들이 구백아흔아홉 개의 현신조각을 모았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또 시작이구먼……."
태아고성의 곱사등 노인은 얼마 전까지 시끌벅적했으나 지금은 적적해진 넓은 길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했다.
"그래, 또 시작되었다."
이때,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선광들이 아래로 드리우고 절세빙영으로 변했다.
고성 전체가 파르르 떨렸다.
"비월여제? 어떻게 이곳에 나타나신 겁니까?"
태아노인은 깜짝 놀랐다.
"내 본체는 창람대륙에 거의 도착했다. 그러니 기운을 너에게 보내는 것도 무척 쉽지."
비월여제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
"본체가 곧 온다고?"
태아노인은 몸을 흠칫 떨었다.
그의 두 눈에도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는 비월여제의 본체가 창람대륙에 온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이만여 년 전 창람대륙의 본원은 영성을 키워 제방과 신방으로 변했다. 그리고 만 오천 년 전 남천문이 불쑥 나타나 일부분의 근원의 힘을 연화했다. 지금 그것들 남은 근원의 힘을 쟁취하느라 여념이 없다."
비월여제는 태아노인이 놀라든 말든 차가운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그들은 남은 근원의 힘이 창람대륙의 천지원시규칙이며 아직 참된 영을 잉태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왜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거요?"
태아노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엄청난 기세를 드러냈다.
"그들은 천지원시규칙을 제외한 일부분 근원의 힘이 이미 참된 영을 잉태했다는 것을 아직 모른다. 그 영은 아직 그들 셋에 대항할 힘이 없어 몸을 숨기고 있다."
비월여제는 태아노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남천문 등은 너를 의심하기도 했지. 그러나 너는 그들을 성공적으로 속이고 너를 천지원시규칙이 키운 후계자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오랜 시간 동안 너는 그들의 숙청을 당하지 않았던 거야.
그들은 너를 남겨 언젠가 천지원시규칙으로 연화하려 했고 너는 그 틈에 몰래 계획을 세우고 힘을 키웠겠지."
"……!"
태아노인은 눈이 휘둥그레지고 몸이 굳었다.
"내가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물을 필요 없다."
비월여제는 강한 기세를 드러냈다.
태아고성이 그녀의 기세에 균열이 생겼다.
"나는 너에게 모든 것을 뒤집을 기회를 주려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