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9화 급박한 상황
"시간이 촉박하여 긴말하지 않겠소. 우리는 용시를 갖고 가 남천문을 부술 무기를 만들어야 하오."
소충은 정색하고 말했다.
"남천문을 부술 무기?"
위엄 있는 형상은 깜짝 놀라더니 말했다.
"저것들이 도움이 된다면 전부 가져가시오."
"전부 가져가라고? 그럼 자네는……?"
소충은 또 한 번 어리둥절했다.
용총이 강한 건 여기 잠들어있는 용시와 연관이 있었다.
"자신의 몸이 남천문을 부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면 저것들은 구천에서도 기뻐할 거요."
위엄 있는 형상은 문득 뭔가 생각난 듯 목소리가 떨렸다.
"그러나 저것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오. 요신이 여기에 수단을 써 나를 연화하려 했소. 시간이 좀 지나면 그가 발견할 수 있소."
"뭐요?"
소충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의 두 눈에 살기가 드러났다.
그는 요신이 이 정도로 염치없을 줄은 몰랐다.
요족의 족훈에는 어떤 상황에도 용총에 손을 써서는 안 되고 용총의 지위는 요신금지의 주인과 같다는 규칙이 있었다.
"진남, 용호 어서 용시를 챙기거라. 강한 것들로 고르거라."
소충은 길게 숨을 들이쉬더니 화를 참으며 말했다.
"네. 선배님, 고맙습니다."
이를 본 진남과 용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날아올라 커다란 용시들을 주머니에 넣었다.
이번에는 살기와 금제들이 모두 사라졌다.
용시들은 뭔가 느낀 듯 전혀 반항하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씩 흘렀다.
용혼지석을 쟁취하던 요수들과 요신금지의 거물들은 모두 아무도 이 상황을 발견하지 못했다.
진남과 용호는 가장 먼저 스물세 개의 무신 용시를 주머니에 넣고 다음으로 제시들을 주머니에 넣었다.
용총의 기운은 시체들이 사라지면서 약해졌다.
다만 진남 등과 용총의 영이 발견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드넓은 땅 깊은 곳에 현묘한 법인이 빛을 뿜기 시작했다.
요신법인이었다.
그것은 소리 없이 용총의 힘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다.
요신법인은 뭔가 느낀 듯 멈추었다.
법인에 감추었던 무늬가 조금씩 환해졌다.
* * *
진남 등이 용시를 거두기 시작하고 마흔다섯 개가 되었을 때 모든 무늬가 전부 환해졌다.
보이지 않는 힘이 순식간에 퍼져 나와 허공 통로를 넘어 요신금지의 깊은 곳에 날아 들어갔다.
"금룡무신은 요즘 반천맹의 사람들과 접촉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요신대인, 우리 그것을 이용하여……."
진해무신의 목소리가 대전에 울려 퍼졌다.
그가 이번에 온 건 다른 용건이 있어서였다.
"그래?"
요신금지의 주인은 눈살을 찌푸리고 신념을 훑어봤다.
"뭐? 중룡지문 깊은 곳에 있던 무신 경지의 용시와 대제 경지의 용시들이 전부 사라졌다고?"
요신금지의 주인은 안색이 확 변했다.
용총 깊은 곳의 용시는 용총의 영이라도 망가뜨리거나 밖으로 내보낼 수 없었다.
유일한 가능성은 누군가 용시를 훔쳐갔다는 것이었다.
"용총 깊은 곳에 있는 무인들에게 명령을 전하거라! 지금 바로 용총의 동쪽으로 가 중룡지문을 찾은 후 안으로 들어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하도록 하거라."
요신금지의 주인은 크게 소리치며 신념을 전했다.
커다란 요신금지 안의 무신 강자, 대제 거물들은 깜짝 놀랐다.
많은 신념들이 용총 안에 있는 요수들의 영패에 나타났다.
* * *
같은 시각, 끝없는 허공 속 절세빙영(?世氷影)의 몸.
쿵-!
엄청난 기운이 절세빙영의 몸에서 뿜어져 나와 끝없는 허공을 부쉈다.
절세빙영은 충격을 맞은 것처럼 입가에 피가 흘러나왔다.
"비월여제 대인!"
"대인……."
절세빙영의 뒤에 있던 선광을 뿜는 엄청난 형상들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들은 자신들이 본 걸 믿을 수 없었다.
'비월여제 대인이 상처를 입다니?'
'도대체 누가 대인을 해친 거지?'
"놀랄 필요 없다. 계속 앞으로 가자."
비월여제는 차갑게 말했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때, 그녀의 두 눈에 오래된 글자와 부문들이 떠올랐다.
글자와 부문들은 끊임 없이 변하며 이상과 세상을 이루었다.
그녀도 의문이 들었다.
'갑자기 왜 아무 이유도 없이 상처를 입었지? 설마 구천선역 안의 존재들이 공격을 펼쳤나?'
"……알아낼 수 없는 건가?"
비월여제는 끊임없이 변하지만 한데 뭉치지 못하는 부문을 보며 법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웅-
가벼운 울림이 들렸다.
비월여제의 몸 깊은 곳에 있던 오래된 구리거울이 떨리더니 빛이 반짝거리며 장면이 천천히 드러났다.
"이건……."
그녀는 눈빛이 어두워졌다.
잠시 후, 장면이 완전히 나타났다.
장면에는 커다란 산이 있었다.
산꼭대기에는 높이가 십 장 되는 시커멓고 반들반들한 검은색 돌이 있었다.
돌은 아무런 기운이 없었다.
그러나 돌 표면에는 선혈로 쓴 큰 글자가 있었다.
내가 왔다!
장면 속 광경이었지만 차가운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진짜로 존재하는 것 같았다.
* * *
같은 시각, 요신금지 안.
"누군가 용총 안의 용시를 훔쳤다고?"
"도대체 누구야? 누가 이렇게 담이 크지?"
"명령을 듣거라. 모든 금제와 살진을 전부 열어라!"
놀라고 분노한 목소리가 바다와 산 위에서 하늘에서 들려왔다.
방대한 신의 빛과 눈부신 대제의 빛이 반짝거리며 하늘로 솟아올라 사방을 흔들었다.
요수들은 깜짝 놀랐다.
웅-!
잠시 뒤, 요신금지에는 엄청난 장면이 드러났다.
무신강자, 대제 거물들이 제자리로 돌아와 조용하던 금제와 엄청난 살진을 동시에 움직였다.
방원 몇만 리의 모든 것이 순식간에 갇혔다.
요신금지엔 잠에서 깬 흉수가 시뻘건 두 눈을 뜬 것 같았다.
상대방이 무신 강자라도 신력이 속박을 받아 꽁꽁 갇혀 날개가 달려도 도망갈 수 없었다.
창람대륙에 제방과 신방이 나타나기 전에 요신금지는 거물이었다.
이제는 몰락했지만 오랫동안의 축적을 거쳤기에 대단한 저력이 있었다.
"용총의 영이 연락이 없다. 우리 다시 용총지문을 열자."
요신금지의 주인의 차갑고 위엄 있는 목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오래되고 드넓은 신의 빛이 큰 산 깊은 곳에서 다시 뿜어져 나왔다.
진해무신과 금룡무신도 바로 손을 썼다.
"진신고비(?神古碑) 움직여라."
요신금지의 주인은 일심이용하여 신념으로 오래된 존재와 소통하여 그것을 움직였다.
용총 깊은 곳의 용시가 도둑맞은 건 실로 기이했다.
용총의 영의 경지라면 무신 정상의 강자가 와도 훔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그들은 미리 용총의 영을 진압하려 했다.
용총의 영을 한동안 가둬두면 그들은 용총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도둑을 잡고 연화할 수 있을 것이었다.
* * *
그 시각, 용총 안.
소운수, 해회령, 오성력 등 요자들과 많은 요수들은 처음에는 놀랐지만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빛으로 변하여 중룡지문을 찾으러 동쪽으로 날아갔다.
중룡지문 깊은 곳에 있는 진남 일행 중에서 용호가 영패를 훑어보더니 순식간에 묘한 낌새를 느끼고 안색이 확 변했다.
"폭로되었어!"
용호의 말에 진남과 소충은 깜짝 놀랐다.
"폭로되었다고?"
위엄 있는 형상도 놀랐다.
그것은 요신금지의 주인이 적어도 한참은 지나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잠깐의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것들은 어떻게 느꼈지?'
"지금 너희들을 요신금지에서 내보내겠다."
위엄 있는 형상은 빠르게 반응했다.
체내에서 드넓은 기세가 용솟음치더니 땅도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쿵-!
이때,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 퍼지더니 눈부신 칠색의 신의 빛이 땅끝에서 반짝거렸다.
높이가 삼백여 장 되는 작은 산 같고 수많은 고도가 그려진 오래된 신비가 엄청난 속도로 허공을 넘어 위엄 있는 형상을 눌렀다.
펑-!
용총의 영은 오래된 신비의 갑작스런 진압에 반항하지 못하고 큰 소리와 함께 눌려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오래된 신쇄(神鎖, 쇠사슬)가 그것의 몸을 내리감았다.
모든 신력이 봉쇄되고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진신고비?"
소충은 눈을 찌푸렸다.
진신고비는 창람대륙의 지보였다.
예전의 창람의 나무와 실력이 대등하고 천지영물을 진압할 수 있었다.
용총의 영은 천지영물에 속했다.
그것은 경지가 매우 높았지만 잠깐 새에 빠져나올 수는 없었다.
"진신고비는 적어도 나를 팔백 개 셀 동안은 잡아둘 수 있소. 요신금지의 주인 등은 육백 개 셀 동안이면 중룡지문을 열 수 있을 거요. 그러니 자네들은 어서 떠나시오!"
위엄 있는 형상이 소리쳤다.
"육백 개 셀 동안이면 들어올 수 있다고?"
소충은 바로 표정이 어두워졌다.
'용시를 챙겨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떠나려 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폭로되었구나. 이제 요신금지 안의 모든 살기와 금제가 움직이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나가는 건 스스로 죽을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결국 원도천산의 주인 등더러 손을 쓰라고 할 수밖에 없나?'
"시간은 충분합니다. 저에게 금룡지령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빨리 나갈 수 있습니다."
용호는 망설이지 않고 손바닥에 시커멓고 위엄 있는 용이 새겨진 영패를 꺼냈다.
금룡무신은 요신금지에서 '요신' 칭호가 있는 삼대 무신 강자 중 한 명이었다.
그의 영패에는 강한 허금지력(虛禁之力)이 주입되어 있었다.
허금지력을 움직이면 허공 통로가 열리고 몇만 리 밖으로 갈 수 있었다.
이 영패는 금룡무신이 용호에게 목숨을 지킬 때 쓰라고 준 것이었다.
용호의 다른 사형들은 이런 대우를 받지 못했다.
"천룡정혈(天龍精血), 금룡 나타나거라!"
용호는 낮게 소리치며 용 형상의 피를 뿜어 영패에 주입했다.
용 형상의 허금지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얼마 안 돼 한 사람 높이가 되는 허공 통로가 나타났다.
"녀석, 이런 보물이 있는 줄 몰랐다."
소충은 눈을 반짝거렸다.
그것은 한때는 용신이었기에 허금지력을 잘 알았다.
원도천산의 주인 등이 손을 쓸 필요 없이 그들은 무사히 떠나갈 수 있었다.
"갑시다!"
진남은 용호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긴말하지 않고 발끝을 차 허공 통로로 들어가 빠른 속도로 요신금지를 떠나려 했다.
"용호, 뭐 하는 거냐!"
이때, 사나운 외침이 울려 퍼졌다.
중룡지문을 나온 소운수와 세 명의 요제 거물, 서른여 명의 요족 무인이 이 광경을 목격했다.
"금룡지령? 너……?"
소운수 등은 용호가 쥐고 있는 영패를 보자 눈을 찌푸렸다.
그들은 이 영패의 내력과 작용을 잘 알았다.
"에잇, 하필이면 지금 오다니!"
용호는 안색이 어두워져 저도 모르게 투덜거렸다.
이들이 이 광경을 봤으니, 그가 '도둑'들을 도망치게 도와준 일을 요신금지의 주인 등 거물들이 알게 될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종족을 배신했다는 죄명을 쓰게 될 수 있었다.
그의 스승도 그를 보호할 수 없었다.
휙-! 휙-! 휙-!
해회령, 오성력 등 요자들과 요제 거물들, 다른 요수들도 연달아 중룡지문으로 나왔다.
그들 중에는 용호를 애타게 찾던 세 명의 요제 거물도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이들이 나타나자 모두들 표정이 굳었다.
"용호가 금룡지령을 움직여 도둑을 놔주려 한다! 어서 대인들에게 전음하거라."
소운수는 크게 소리치며 신념을 전했다.
"아차!"
허공 통로에 들어갔던 진남은 이 광경을 보자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았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경지가 높다 해도 이를 막을 순 없었다.
* * *
그 시각, 커다란 요신금지 안.
"뭐라고?"
"용호가 감히 금룡지령으로 도둑을 떠나게 도와줬다고?"
영패에 전해온 신념을 확인한 무신강자들과 대제 거물들은 깜짝 놀랐다.
다른 요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용호의 행동은 종족을 배신하는 것이었다.
천인이 공노할 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