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7화 사형, 오랜만입니다
"나쁜 녀석! 이렇게 중요한 장소에서 방탕한 짓을 하다니! 내가 요신금지를 다시 장악하면 호되게 혼내줘야겠다."
이 광경을 본 소충은 매우 분노했다.
용신의 혼인 그것도 몇천 년이나 이런 대우를 받지 못했다.
그런데 고작 요조 경지가 양쪽에 소녀들을 끌어안고 있으니 어찌 화가 나지 않을까?
"여러분, 이번에는 내가 규칙을 설명하겠다."
이때, 우렁찬 소리가 들리더니 신광을 반짝이는 기세가 비범한 중년 사내가 큰 산의 산꼭대기에서 걸어왔다.
"역룡대인(瀝龍大人)을 뵙습니다!"
몇천 명의 요조들과 궁전 위의 대제들도 공손하게 인사했다.
"예를 차리지 않아도 된다."
역룡무신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이번 용총 후계자 선발은 우리 요신금지의 규칙대로 우선 요신대인, 진해대인(震海大人), 금룡대인께서 아홉 명의 요자(妖子)들을 지명하신다. 그들은 입총지령(入塚之令)이 없이 바로 들어간다. 이들 아홉 요자들은 또 두세 명의 요제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요신금지에서는 어떤 공법, 보물, 후계자의 자리 등을 쟁취할 때 공평하지 않았다.
혈통만 충분하면 큰 우세를 차지할 수 있었다.
요신금지에서 혈통이 어느 정도 높아지면 요자로 책봉될 수 있었다.
소운절은 요자 서열 일 위였다.
"우리 태고자금전룡족이 지금의 요신금지의 삼대 요신의 자리 중 하나밖에 차지하지 못하고 아홉 명의 요자 중에 태고자금전룡이 한 명도 없을 줄 몰랐다."
소충의 얼굴에 스스로에 대한 원망이 드러났다.
태고자금전룡족은 이미 몰락했다.
만약 지금의 금룡대인이 지난번에 용제, 구미요제를 배신하여 요신금지에서 힘이 일 할 정도밖에 남지 않았고, 다른 요수족의 천재를 흡수해야만 강해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소충은 마음이 더 씁쓸했을 것이다.
"역룡대인, 저는 불복합니다!"
이때, 우렁찬 목소리가 요수들 중에서 울려 퍼졌다.
모든 이들의 눈길이 그에게 쏠렸다.
소리친 사람은 요조의 요수였다.
"그래? 네가 불복하는 이유를 말해보거라."
역룡무신은 눈을 찌푸렸다.
차가운 빛이 스쳤다.
요족에는 가장 중요한 금기사항이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대들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저희들은 규칙에는 이의가 없습니다. 소운수(肖雲水) 대인, 해회령(解回靈) 대인, 오성력(烏成力) 대인이 입총지령이 없이 들어갈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요조는 두려움을 참으며 당당하게 말했다.
궁전 안에 있던 두 명의 남자와 한 여인은 칭찬하듯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용호는 고작 요조 경지이고 아직 제위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소운수 대인처럼 이런 대우를 받는 겁니까?"
그의 말에 많은 요조들이 분개했다.
"맞습니다! 용호는 이런 기연을 얻을 자격이 없습니다."
"맞습니다! 그는 요자들 중에서 혈통이 고작 이십 위입니다!"
"그리고 용호는 자주 구미족과 화령족을 조롱했다고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도장에 울려 퍼졌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용호에게 불만이 있었던 게 분명했다.
"그게……."
역룡무신은 어안이 벙벙했다.
"크흠, 역룡무신 대인, 저들이 저에게 불복하니 제가 한마디 하겠습니다."
용호는 조금도 놀라지 않고 헛기침을 하더니 분노하여 자신을 바라보는 눈길 속에서 일어섰다.
"흥! 네가 어떻게 하나 보자."
소운수, 해회령, 오성력은 동시에 콧방귀를 뀌었다.
요신금지에서 용호는 금룡대인이 자신을 보호해준다는 걸 믿고 그것들과 맞섰다.
그들은 진작부터 용호를 혼내주고 싶었다.
"사제……."
용호의 뒤에 있던 세 요제 거물은 이 광경을 보자 막으려 했다.
그들은 이렇게 빨리 모든 이들이 용호에 대해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너희들에게 말해줄게. 나는 혈통이 요자들 중에서 서열 이 위다. 충분하다!"
세 거물은 행동이 늦었다.
용호의 말은 놀라웠다.
그의 몸에서 드넓은 천룡의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그는 무조 경지밖에 안 되었지만 요수들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소운수 등 요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천룡 혈통이 깨어났나?"
요수들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것들은 별로 수련을 한 것 같지 않은 용호가 이 정도일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끝내는 말했구나……."
세 명의 거물은 말문이 막혔다.
일이 끝난 후 그것들은 금룡 스승에게 호되게 혼날 게 뻔했다.
"그러니 너희들은 억울해도 참거라. 아니면 나는 돌아가며 너희들의 여인을 건드릴 테니."
용호는 천천히 말했다.
"저, 저 뻔뻔한 놈!"
요수들은 안색이 변하여 욕했다.
그러나 그것들은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용호는 이런 혈통이면 지위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용호의 성격으로 보아 말한 건 반드시 행동에 옮겼다.
"너희들이 나와 싸우겠다고?"
용호는 귀찮은 듯 두 손을 뻗어 소녀들을 다시 품에 안았다.
"예전보다 더 뻔뻔스러워졌습니다. 돌아가며 다른 사람의 여인을 취하려 하다니."
이때, 그의 머릿속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응? 누구야?"
용호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마에 '천(川)'자가 희미하게 드러났다.
'내가 혈통도 드러냈는데 누가 이따위로 말하는 거지?'
"진남입니다. 용호산맥의."
그 소리가 용호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진남? 용호산맥?"
용호는 눈을 찌푸렸다.
몸도 조금 떨리기 시작했다.
요신금지에서 그의 스승인 금룡요신도 그가 용호산맥에서 왔다는 걸 몰랐다.
용호산맥은 그것의 가장 깊은 비밀이었다.
두 명밖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
'묘묘 공주는 이미 폐관하여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그럼…….'
"헉!"
용호는 저도 모르게 감탄하더니 기쁨이 드러났다.
'그 자식이 요신금지로 왔나?'
그것은 문득 뭔가 생각난 듯 표정이 굳었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기뻐하지? 나는 전에 그를 찔렀다. 하마터면 내 손으로 그를 죽일 뻔했다.'
"사형, 오랜만입니다."
짧디짧은 한마디에 진남이 하고 싶은 모든 말이 담겨 있었다.
그들은 형제였다.
"진남……."
용호는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는 자신이 상상하던 것이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
"다들 이미 들었으니 용호에 대해 더 말할 것 없다. 누구든지 더 말하면 내가 가만있지 않겠다."
허공의 역룡무신은 반응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도장을 둘러봤다.
"이번 규칙을 계속 말하겠다."
역룡무신은 말했다.
"아홉 명의 요자 외에 모두들 입총지령을 얻어야 한다. 도합 삼백예순여섯 개다. 입총지령을 얻은 후 용총에 들어가 후계자 선발에 참가하게 된다.
용총 안에선 사흘의 시간이 있다. 사흘 동안 용혼지석(龍魂之石)을 가장 많이 얻는 세 명이 겨루고, 이긴 자가 후계자가 된다."
역룡무신은 멈칫하더니 말했다.
"만약 후계자가 되지 못하면 입총지령으로 용혼지석을 연화하여 수련할 수 있다."
겨룸은 원래 불공평한 것이었다.
아무나 쉽게 얻게 할 리 없었다.
"이번에도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생사를 따지지 않는다. 그럼 지금부터 쟁탈을 시작하겠다!"
역룡무신이 아무런 징조도 없이 손가락을 튕기자 삼백예순여섯 개의 요기가 방대한 영패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휙-!
그의 말이 끝나자 강한 기운이 도장에서 폭발했다.
반응이 빠른 요수들은 가장 먼저 고술을 드러냈다.
"용총에 들어간 후 다시 이야기를 나눕시다."
진남은 신념을 전하고는 날아갔다.
요수들이 매우 많았다.
다른 사람들의 주의를 끌지 않기 위해 강한 경지를 드러내지 않고 입총지령을 얻으려면 그는 수단을 써야 했다.
펑-! 펑-! 펑-!
시간이 지날수록 폭발음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반 시진 후, 성대하고 혼란스러운 싸움이 끝났다.
마지막 순간에 진남도 요수들이 방심한 틈을 타 '우연히' 입총지령을 얻었다.
"이제 요신대인, 진해대인, 금룡대인을 요청하여 용총지문(龍塚之門)을 열겠다!"
역룡무신이 목소리를 높였다.
쿵-!
큰 산 깊은 곳, 드넓은 바다의 깊은 곳, 그리고 하늘 위 가장 깊은 곳에서 방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세 개의 엄청난 그림자가 빛 속에 희미하게 드러났다.
"요신금지는 큰 산들만 현묘한 것이 아니라 세 개의 작은 세상이 있구나. 그러니 전에 그것들의 기운을 발견하지 못했지."
진남의 왼쪽 눈 깊은 곳에 청금색 빛이 스쳤다.
그는 전신의 왼쪽 눈의 동력은 더욱 대단해졌다.
조금만 파동이 일어도 그는 느끼고 파동을 따라 꿰뚫어 볼 수 있었다.
"열려라!"
세 개의 우레 같은 외침과 함께 세 개의 웅장한 형상이 날아와 한데 모였다.
얼마 안 돼 커다랗고 현묘한 빛의 문을 이루었다.
빛의 문에서 오래된 용위 폭풍이 휘몰아쳤다.
"어서 들어가거라! 후계자 선발이 끝나야만 문이 다시 열린다!"
역룡무신이 소리쳤다.
"가자!"
소운수, 해회령, 오성력 등은 서로 마주 보더니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그것들은 빛으로 변하여 문 안으로 들어갔다.
용호의 혈통은 그들로 하여금 위기를 느끼게 했다.
그것들은 이번에 반드시 용총에서 기회를 찾아 그를 죽이려 했다.
"갑시다!"
진남과 용호는 멀리서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른 요수들과 함께 빛의 문 안으로 들어갔다.
* * *
잠시 후, 진남의 형상이 허공에 나타났다.
짙고 썩은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멀리 사방의 땅은 모두 암홍색이었다.
크고 작은 골짜기가 가득했다.
더 먼 곳에는 몸집이 크고 죽은 듯 싸늘하고 조용하며 비늘이 보도같은 용들이 있었다.
생기가 없지만 여전히 위압을 뿜었다.
"진짜 기이한 곳이구나."
진남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
그는 이 땅의 깊은 곳에 보이지 않는 힘이 움직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런 힘은 현묘하고 비범했다.
천지의 무도규칙보다 약하지 않았다.
"……용총은 점점 더 강해지는구나."
소충의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용총이 강한 건 요족에게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용신이었던 그것은 용총이 강해지는 걸 조금도 바라지 않았다.
"진남, 이번에는 어떻게 요신금지에 왔느냐? 너 대단하구나. 만고제일제가 되다니. 나는 천룡뇌호의 혈통이지만 아직 제위에 오르지 못했다."
이때, 용호가 멀리서 날아왔다.
말투 등이 조금도 구속받지 않은 것이, 본성을 회복한 것이었다.
"어? 이건?"
용호는 진남의 어깨 위에 있는 소충에게 시선이 쏠렸다.
그는 깜짝 놀랐다.
그는 소충에게서 매우 대단한 위압을 느꼈다.
"방금 천룡의 혈통을 각성했구나. 네 자질은 요족 중에서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다.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인사하면 너를 제자로 받아줄 수 있다."
소충은 마음을 가다듬고 팔짱을 끼고 오만했다.
입총지령을 얻을 때 진남이 그에게 용호에 대해 얘기했었다.
"나를 제자로 받아주겠다고? 너 같은 작은 벌레가 나를 제자로 받아들이겠다고?"
용호는 걸음을 멈추고 귀찮다는 듯 말했다.
"작은 벌레?"
소충은 버럭 화를 내며 엄청난 위압을 드러냈다.
"나는 용신의 혼 오궐이다. 고작 요조 경지인 네가 나를 작은 벌레라는 거냐?"
"팔천 년 전의 용신의 혼?"
용호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