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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815화 (815/1,498)

815화 다시 창람대륙

"후."

진남은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작은 일이었지만 해결하고 나니 그는 왠지 기분이 묘했다.

세상 사람들은 인연 때문에 살고 인연 때문에 죽었다.

"네가 사극이라는 소식이 이미 다른 작은 세상에도 전해졌다. 구천선역 안의 오래된 장로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이때 구리거울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너희 둘은 사무계(肆無界)로 가거라. 그곳에 내가 전에 남긴 전승이 있다. 거기서 폐관하거라."

"여제 대인께서 남기신 전승?"

혈안지신은 눈을 반짝거리고 호흡이 가빠졌다.

'만약 여제 대인이 남긴 전승 안에서 폐관 수련하면 지금의 경지를 돌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수명도 몇십 년 길어질 수 있을 것이다.'

"고맙습니다."

진남은 공수하고 말했다.

"혈안 선배님, 갑시다."

둘은 바로 사라졌다.

혈안지신은 진남을 데리고 호운계를 날아 나와 허공을 지났다.

그 사이 진남은 여러 작은 세상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졌다.

한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가려면 우선 '계도(界圖)'를 얻어 그 세상의 위치를 알아야 했다.

다음 경지가 인신지경(人神之境)에 도달하거나 인신지보(人神至寶)가 있어야만 허공을 지날 수 있었다.

허공은 드넓고 위험이 많았다.

경지가 어느 정도 높지 않으면 죽을 게 뻔했다.

닷새 후 진남 등은 사무계에 도달하여 비월여제가 남긴 전승지에 들어가 폐관하고 경지를 공고히 했다.

다른 작은 세상에서 일어난 폭풍 그리고 한 오래된 장로가 인신 강자 몇 명을 파견하여 호운계를 조사한 일을 그들은 전혀 몰랐다.

* * *

시간이 흘러 사십오 일이 지났다.

호수 위에 앉아있던 진남은 두 눈을 천천히 떴다.

기운이 매우 심오했다.

그동안의 수련을 통해 그는 그 경지의 조건을 더 깊이 느끼고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미 팔십 일이 지났다. 이제 창람대륙으로 돌아갈 때가 된 것 같다."

진남은 중얼거리더니 옆에 있는 혈안지신과 이야기를 나누고는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수련을 시작했다.

잠시 후, 그의 이마에 시커먼 부문이 나타났다.

이 부문은 고사지부(古邪之符)였다.

부문을 움직이면 그의 영혼은 사악한 길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

"원혼지법(元魂之法), 음신탈각(陰神脫殼)!"

진남이 오래된 법결을 움직이자 그의 영혼의 몸이 다시 날아 나왔다.

전과 달리 지금 그의 영혼의 몸은 청금색 빛에 싸여 있었다.

빛은 매우 옅었지만 엄청난 압박감을 주었다.

"묘법무극(妙法無極), 부적 움직여라!"

진남은 오래 관찰하지 않고 낮게 소리쳤다.

시커먼 부적에서 흑광이 뿜어져 나와 그의 영혼을 감싸고 사라졌다.

그가 차지했던 몸은 생기를 잃었다.

"용현령은 아마 모르겠지. 진남이 구천에 올라가면 너의 악몽이 시작될 거다."

이 광경을 본 혈안지신은 중얼거리더니 마음을 가라앉히고 전승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진남의 강한 모습에 감화되었다.

그는 진남이 진급한 후 자신의 경지도 높아져 진남을 도와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혈안지신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진남이 차지했던 몸은 영혼이 없어지면 완전히 부서지고 사라졌어야 했다.

그러나 몸에서 희미한 인신의 빛이 반짝거렸다.

뿐만 아니라 몸의 깊은 곳에서 매우 옅은 생기가 퍼지고 있었다.

"너는 그가 도문을 느낀 첫 번째 몸이다. 이것도 너의 조화이니 내가 너를 도와주겠다."

오래된 수피 화권이 허공에 천천히 나타나더니 그 몸에 기묘한 빛을 주입했다.

이 빛은 세상에 흩어졌던 구홍의 혼이었다.

웅-!

몸이 살짝 떨렸다.

희미한 혼력의 움직임이 깊은 곳에서 전해왔다.

진남의 영혼이 날아 나온 후 체내의 대단한 신격의 청금색 부문도 사라졌다.

그러나 지금 매우 희미한 청색 빛이 천천히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강자가 있었다면 이 전승지의 방원 몇백 리 밖의 천지대도가 꿈틀거리기 시작한 걸 발견했을 것이다.

슉-!

잠깐 후 육신은 꼭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떴다.

눈 깊은 곳은 아득했다.

"진남, 고맙다."

육신은 대뜸 분노하더니 한참 후에야 평온을 되찾고 허공을 향해 낮은 소리로 말했다.

* * *

그 시각, 창람대륙.

지난번 싸움이 있은 후 진남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여러 세력은 진남이 틀림없이 폐관하여 요양 중일 거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 세력이 연합하여 쫓는 강도가 점점 약해졌다.

칠 년 동안 진남을 쫓으면서 남천문, 신방, 제방 등 거물들이 반신지국과 중주에 짠 판이 점점 완벽해졌다.

진남이 나타나면 그들은 바로 그를 죽일 수 있었다.

무엇 때문인지 대륙의 많은 오래된 전승도 칠 년 사이에 하나둘 열리기 시작했다.

많은 무인들이 떼를 지어 모여들었다.

남천문, 신방, 제방이 여러 번 나서 막으려 했지만 막지 못했다.

창람대륙의 무도는 점차 번영했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 느낌이 들었다.

칠 년 사이에 당청산과 궁양은 살신금지와 구자고해의 진정한 후계자가 되어 맹랑야 등을 죽이고 명성이 자자한 천재 무제가 되었다.

지난번에 원도천산에서 진남에게 격파된 무도규칙을 초월한 천재인 성경천, 장사도, 소청응은 한동안 의기소침하더니 다시 무도를 충격하기 시작했다.

경지도 점차 올라갔다.

여러 고족의 소족장들은 잇달아 폐관했다.

매번 출관할 때마다 실력이 많이 강해지고 급을 초월하여 싸웠다.

이 모든 건 진남이 성공적으로 제위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 * *

같은 시각, 칠요비선검 안.

슉 하는 소리와 함께 단천대제의 형상이 멀리서 날아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칠요검령, 무연각과 원도천산의 주인, 소충 등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더니 보제옥혼수를 바라보았다.

칠 년의 시간을 통해 진남의 육신은 완전히 원 상태를 회복하고 칠 년 전보다 훨씬 강해져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거친 기세를 느낄 수 있었다.

"선배님들 진남이 돌아왔습니까?"

용제와 구미요제가 멀리서 날아오며 물었다.

"좀 더 기다려야 한다."

칠요검령은 말투가 부드러웠다.

용제, 구미요제는 경지가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약했다.

그러나 칠 년 동안 반천맹이 점차 커지고 천재들이 연달아 나온 것은 그들의 공로였다.

"자식, 시간을 잘못 기억하지 말아야 할 텐데……."

소충은 안절부절못했다.

며칠 후면 용총이 열리고 후계자 선발을 진행하게 된다.

만약 진남이 이때 돌아오지 않으면 완전히 선발을 놓치게 되고 더는 기회가 없을 것이었다.

"후."

칠요검령 등은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안색이 어두워졌다.

칠 년 동안 시룡멸도주선창을 만드는데 필요한 다른 물건들은 다 찾았다.

이제 용시만 찾으면 되었다.

그들은 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했다.

이젠 진남에게 달렸다.

만약 진남이 자신의 경지를 초월하고 지금 돌아온다면 그들의 계획은 반은 성공한 셈이었다.

'만약 구천에서 그가 성공하지 못하거나 혹은 시간이 지체되거나 심지어 안 좋은 일이라도 당했다면…….'

휙-!

그때, 오래된 흑광이 엄청난 속도로 보제옥혼수 안의 진남에게 주입되었다.

매우 강한 파동이 순식간에 퍼졌다.

사악한 길이 그의 영혼을 몸 안에 주입했다.

"설마……"

칠요검령 등은 벌떡 일어나 앞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화르륵-!

진남에게서 만고제일제의 엄청난 기세가 순식간에 폭발하여 사방의 허공을 흔들고 커다란 폭풍을 일으켰다.

보제옥혼수도 보이지 않는 흡인력을 뿜은 것처럼 방대하고 깨끗한 힘이 끊임없이 진남의 체내에 들어왔다.

얼마 안 돼 진남의 기세는 폭풍같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기세가……?"

"자신의 경지를 돌파했어!"

"진짜 이 정도로 강해졌구나."

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순식간에 뭔가 깨닫고 얼굴에 놀라움과 기쁨이 드러났다.

진남은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펑-!

이때, 커다란 보제옥혼수가 부서졌다.

보제옥혼수는 녹색 빛으로 변하여 진남의 체내에 주입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커다란 칠요 공간도 살짝 떨리기 시작했다.

사방에 흩어져있던 천지 영기는 용으로 변하여 엄청난 속도로 진남을 향해 흘러갔다.

진남의 체내의 대단한 대제의 힘에 현묘한 청금색 빛이 반짝거리며 천천히 한데 뭉쳤다.

청금색 부문은 도문이었다.

믿을 수 없는 경지였다.

그의 영혼이 체내에 들어오자 다시 뭉친 것이었다.

물론 전과 비하면 이 청금색 빛은 많이 약해졌다.

칠요검령 등은 몸이 굳었다.

진남 체내의 청금색 부문이 다시 뭉치는 순간 그들은 진남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제망이 전보다 더 눈부신 걸 발견했다.

쿵-!

그의 엄청난 기세는 다시 한번 높아졌다.

"어……?"

칠요검령 등은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진남의 경지는 이미 한번 높아져 만고제일제를 초월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체내의 경지가 다시 높아지다니?'

'진남은 이제 어떤 경지에 도달했을까?'

"전신의 혼, 드러나거라!"

진남은 낮게 소리쳤다. 눈부신 붉은 빛이 그의 등 뒤에서 반짝거렸다.

전신의 혼은 다시 천지에 우뚝 섰다.

많은 영기가 다시 그에게 끌렸다.

"구리거울이 말한 것과 같구나. 전신의 혼은 구천에서만 진정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고 천지에서 전신의 힘을 흡수할 수 있구나."

진남은 중얼거렸다.

그는 몸으로 돌아온 후 두 번의 변화를 거쳤다.

그의 제력은 이미 무신 경지 삼 단계와 맞먹었다.

진정한 전력은 무신 경지 오 단계와 싸울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전신의 힘을 흡수하여 제력과 융합하여 다시 한번 변화한다면 그의 경지는 더 대단할 것이었다.

"선배님들……."

진남은 길게 생각하지 않고 천천히 눈을 떴다.

익숙한 얼굴을 보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제가 돌아왔습니다."

팔십 일이 지났지만 진남은 왠지 매우 긴 시간이 지난 느낌이 들었다.

선배들을 다시 만나니 더욱 친근감이 느껴지고 기분이 좋았다.

"녀석, 우리가 너 때문에 얼마나 마음이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 네가 좀만 더 늦게 왔으면 우리는 답답해서 죽었을 것이다."

무연각의 청년은 농담하듯 진남을 꾸짖었다.

"한가하게 인사나 나눌 때가 아니오."

단천대제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진남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어서 말해보거라. 너는 지금 경지가 어느 정도냐?"

그의 말에 사람들은 눈에 호기심을 드러냈다.

"저의 경지가 어느 정도인지 저도 모릅니다. 전에 저의 경지는 사극지경이었습니다. 힘의 극, 의지의 극, 경지의 극, 마음의 극…….

구천에는 무신 위에 인신, 지신, 천신, 인선, 지선, 천선 심지어 더 높은 경지…….

세상은 대상계와 차하계로 나뉩니다……."

진남은 감추지 않고 자신이 아는 걸 모두 말했다.

창람대륙의 무인들은 제위에 오른 후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겠다고 강제로 천지맹세를 하게 된다.

구리거울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직 진남만이 그 규칙의 속박을 받지 않았다.

"구천이 이토록 드넓을 줄 몰랐다."

진남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마음이 흔들렸다.

그들은 전에 많은 비적을 조사하고 많은 추리를 했었다.

자신들이 구천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들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모르고 있었다.

원도천산의 주인과 무연각의 청년의 마음속에도 몇천 년이나 사라졌던 불꽃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들의 구천에 대한 집념은 만 년 전의 감천무신(憾天武神)과 비교가 안 되었다.

그러나 이 세상 영웅들 중 누가 구천에 들어가 큰 뜻을 펼치고 이름을 떨치고 싶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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