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4화 정심문
"함부로 생각하지 마시오. 그자의 영혼을 연화한다 해도 느끼지 못할 수 있소. 사극지경의 천재라면 분명 구천선역 안의 천재 중 한 명일 거요. 배경이 대단해 우리는 감당할 수 없소!"
순선궁 장로가 호통쳤다.
"그럼 그자가 도망가게 내버려 둔단 말이오?"
무검파 장로는 내키지 않았다.
구홍은 그가 가장 아끼는 제자를 죽였다.
"당연히 안 되오. 우리는 감당할 수 없소. 그러나 구천선역에 저자를 이길 사람이 없다는 건 아니오. 우리 지금 바로 구홍의 소식을……."
순선궁 장로는 두 장로에게 신념을 전했다.
"창람대륙?"
"설마 다른 작은 세계?"
"우두커니 있지 말고 어서 이곳의 소식을 통령루(通靈樓)에 팝시다."
많은 무인들은 정신을 차린 후 '창람대륙'과 '구홍'이 무엇인지 추측하면서 이곳에서 발생한 일을 전송했다.
잠시 뒤, 커다란 세상에 엄청난 폭풍이 휘몰아쳤다.
많은 다른 세력과 오래된 강자들은 구홍이란 이름을 정확히 기억했다.
* * *
시간이 흘러 반 시진 후.
두 개의 드넓은 신광이 반짝거리더니 진남과 혈안지신이 허공에 나타났다.
"너의 몸은 빼앗은 거냐? 그럼 너의 진짜 신분은 무엇이냐?"
혈안지신은 나타나자 참지 못하고 물었다.
"선배님, 정말 죄송합니다. 일부러 선배님을 속인 건 아닙니다. 이 몸의 주인이 죽은 후 제가 몸을 차지했습니다. 저는 창람대륙에서 온 진남입니다."
진남은 미안해했다.
"상관없다. 그저 궁금했을 뿐이다."
혈안지신은 손을 젓더니 사방을 둘러보며 말했다.
"몇백 년이 지나니 전송신진의 위력도 예전보다 많이 약해졌구나. 우리를 호운계(皓雲界) 밖으로 내보내지 못했다. 우리는 빨리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 아니면 삼대 세력의 사람들이 쫓아올 것이다."
"호운계요? 여기는 구천이 아닙니까?"
혈안지신의 말에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여기는 구천이 맞다."
혈안지신은 문득 뭔가 생각난 듯 뒤로 몇 걸음 물러서더니 놀라서 물었다.
"설마 네가 살던 그 창람대륙은 무신이 가장 높은 존재이고 무신을 초월하면 비승할 수 있는 세상이냐?"
"맞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에 혈안지신은 놀라움이 더 짙어졌다.
그는 진남이 얼마나 대단한지 봤다.
그러나 진남이 이 정도로 대단할 줄 몰랐다.
'그런 세상에서 사극지경을 장악하다니. 비월여제 대인도 하지 못했을 정도다.'
"진남, 네가 모르는 것이 있다. 세상은 대상계(大上界)와 차하계(次下界)로 나뉜다. 네가 있는 창람대륙 같은 곳은 차하계에 속하고, 차하계에선 경지가 충분해야만 비승할 수 있다."
혈안지신은 길게 숨을 들이쉬었다.
"대상계에는 구천선역 그리고 여러 가지 작은 세상들이 있다. 보통은 구천이라고 부르지. 작은 세상은 대개 경지가 낮고 진급할 희망이 없고 선근이 없거나 또 자신의 문파를 세우려는 무인들이 존재한다. 선인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구천선역에는 인선, 지선, 천선 등급의 엄청난 거물들이 존재한다. 대상계의 핵심이다."
혈안지신은 설명했다.
"그렇군요."
진남은 살짝 놀랐다.
그는 줄곧 창람대륙의 위는 '구천'이라는 드넓은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보니 세상은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컸다.
"선배님, 그럼 호운계에서 구천선역으로 갈 수 있습니까?"
진남은 물었다.
만약 가능하다면 그는 구천선역에 가 보고 싶었다.
"물론이다. 지금 바로 호운계를 떠나 홍신계(紅神界), 공륜계(空輪界)로 가자. 도선지선(渡仙之船)을 타면 구천선역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거다. 두 달 정도 걸린다."
혈안지신은 말했다.
"두 달이요?"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럼 됐습니다. 오십일 후면 저의 영혼은 창람대륙에 다시 돌아가게 됩니다."
"너 창람대륙으로 다시 돌아갈 거냐?"
혈안지신은 잠깐 당황했다.
그러나 더 묻지 않고 말했다.
"앞으로의 일은 너 스스로 결정하거라. 그러나 우리는 지금 반드시 이곳을 떠나야 한다."
"좋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혈안지신과 함께 멀리 날아갔다.
날아가는 동안 진남은 호운계에 대해 점점 더 많이 알게 됐다.
그는 마음이 많이 흔들렸다.
삼대 세력의 장로들이 지신 경지에 도달했고 한명립 등은 젊지만 이미 무신 경지 육 단계에 도달했다.
그러나 이 세상의 다른 곳의 많은 무인들은 여전히 무조 경지나 무성 경지였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무존 경지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전에 칠요검령이 말한 것처럼 구천이라 해도 어디나 무신이 있는 것이 아니고 선인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응?"
진남은 문득 흠칫하더니 걸음을 멈추고 먼 곳을 바라봤다.
"왜?"
혈안지신은 진남이 보는 곳을 바라봤다.
몇만 리 떨어진 곳에 있는 커다란 산에서 여러 개의 무조의 빛과 몇 개의 대제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곳에서 한 무리의 무조 경지 무인들과 몇 명의 대제들이 싸우고 있었다.
"저곳엔 정심문이라는 세력이 있다. 보아하니 다른 세력들이 정심문을 공격한 것 같다."
혈안지신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곳에서 발생한 일을 진남에게 알려줬다.
"정심문이요?"
진남은 방금 마음속에 다른 느낌이 든 이유를 깨달았다.
정심문은 바로 그가 들어온 육신의 주인이 속한 세력이었다.
검 같은 흰 눈썹을 가진 노인이 바로 문주였다.
"가봅시다."
진남은 발끝을 차더니 앞으로 날아갔다.
* * *
그 시각, 정심문에서는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수많은 제술의 빛이 사방에서 반짝거렸다.
"간이 부었군! 정심문 문주와 장로들이 삼대 세력에게 잡혀갔소. 그런데 감히 정심문을 도와주다니!"
정심문을 공격한 무인들 중 한 대제 경지 정상의 거물은 표정이 차가웠다.
그는 정심문을 장악하기가 매우 쉬울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가장 어려운 곳이 될 줄 몰랐다.
"정심문 문주께서는 우리들이 제위에 오르기 전에 우리를 많이 돌봐주셨소. 우황문 여러분 내 면목을 봐서 정심문을 봐주면 안 되겠소?"
몸집이 큰 대제 경지 정상의 무인 세 명이 정심문의 많은 제자들 앞에서 중후한 소리로 말했다.
"면목을 봐서 봐달라고? 허, 자네들이 뭔데?"
우황문(羽皇門)의 대제 경지 정상의 무인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인정과 의리를 중히 여기다니 삼악무신(三嶽武神) 대인더러 자네들과 얘기하라고 하겠소."
"삼악무신?"
세 대제들은 안색이 변했다.
정심문을 공격하기 위해 무신 강자까지 올 줄은 몰랐다.
"어쨌든 저들이 정심문을 파괴하게 할 순 없소!"
세 대제는 빠르게 반응하고 입술을 깨물더니 다시 제술을 펼쳤다.
"다들 지금 바로 이곳을 떠나시오. 난 오늘 더는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소."
이때,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진남과 혈안지신이 나타났다.
정심문으로 오면서 그들은 여기서 벌어진 상황을 모두 알아보았다.
"누구냐!"
우황문의 그 대제 경지 정상의 강자는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
하지만 진남 등의 기운이 평범한 걸 확인한 후 그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용기가 있군. 자네들은 이 호운계에서 우리 우황문이 어떤 존재인지 모르……."
우황문의 장로는 인신 강자였다.
"셋 셀 동안 썩 꺼지시오."
진남은 무표정했다.
"셋 셀 동안에 꺼지라고?"
사람들은 모두 황당해했다.
그들은 느닷없이 나타난 두 무인이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다.
"하하하, 우리보고 꺼지라고? 누가 이토록 건방진지 보자!"
귀청을 찢는 웃음소리가 허공에서 울려 퍼졌다.
몸집이 산처럼 큰 형상이 나타났다.
신위가 꿈틀거렸다.
"삼악대인을 뵙습니다!"
우황문의 무인들은 기뻐하며 공수했다.
"삼악무신?"
정심문을 도와주던 세 대제와 무인들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무신이 왔으니 우리는 끝났다!'
"예를 차릴 필요 없다."
삼악무신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뒷짐을 쥐고 높은 곳에서 진남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희 둘이 이렇게 건방지게 구는 걸 보니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구나. 어서 이름을 말하……."
쿵-!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남의 두 눈에서 청금색 화염이 피어올랐다.
삼악무신은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처럼 비명을 질렀다.
"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삼악무신은 몸이 부서졌다.
"삼악무신……?"
모든 대제들과 무인들은 눈에 짙은 놀라움이 드러났다.
'삼악무신이다! 한데 움직이지도 않고 상대를 죽이다니? 대체 경지가 얼마가 강하길래?'
"어디서 온 무인이냐? 간이 부었구나. 감히 삼악을 죽이다니!"
외침이 허공에서 울려 퍼졌다.
삼악무신은 우황문에서 천부가 높았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죽었으니 그는 매우 화가 났다.
"죽일 만했으니 죽였지. 우황문에 전하시오. 누구든지 감히 정심문을 공격하려 하면 구황과 원수가 되는 거요."
진남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구홍 사숙?"
정심문의 제자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정심문의 제일 천재를 기억하고 있었다.
"구홍? 네가 바로 정심문의 그 천재냐? 흥! 네가 어떤 전승을 얻었고 어떤 기연을 만났든 오늘은 반드시 죽어야……."
목소리에는 차가운 살기가 드러났다.
"됐다. 그만 입 다물거라."
이때, 분노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이건……?"
그 목소리에 우황문의 사람들은 모두 당황했다.
목소리는 매우 익숙했다.
우황문의 문주, 인신 경지의 강자였다.
"구홍 도우, 우리 문파의 사람들이 견식이 없어 노여움을 샀다. 너그러이 이해하거라."
우황문 문주의 목소리는 매우 공손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그는 지금의 구홍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았다.
"문주……."
그 목소리와 우황문의 사람들은 이 상황에 넋을 잃었다.
"다들 어서 꺼져라. 이제부터 절대 정심문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 아니면 모두 죽이겠다."
우황문 문주는 버럭 화를 내며 사람들 머릿속에 신념을 전했다.
"뭐? 전설 속의 사극지경? 자허……"
그 목소리나 우황문의 사람들이나 모두 깜짝 놀랐다.
"구홍 대인, 제가 몰라봤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화가 났던 목소리는 순식간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구홍 대인……."
우황문의 대제 경지 정상의 무인들은 모두 안색이 창백해졌다.
"어……."
정심문의 무인들은 어리둥절했다.
'구홍 사숙은 언제 위세가 이렇게 대단해졌지?'
"꺼져라!"
진남은 차갑게 소리쳤다.
그의 말이 끝나자 우황문의 대제들은 대사면을 받은 것처럼 부랴부랴 도망쳤다.
"구홍 사숙!"
정심문의 무인들은 반응하고 기뻐했다.
좀 전의 상황을 보아 그들의 구홍 사숙은 강자나 거물이 된 게 틀림없었다.
아니면 우황문의 사람들이 그렇게 두려워할 리 없었다.
"도우들. 나에게 벌어진 일들을 너희들은 잘 모를 거다. 지금 설명해주겠다."
진남은 마한전장에서 벌어진 일들을 전부 말해줬다.
정심문은 기뻐하다가 점차 조용해졌다.
이윽고 제자들의 눈에 분노가 드러났다.
그들은 삼대 세력이 이 정도로 염치없을 줄 몰랐다.
"삼대 세력은 공격해올 것이다. 나는 시간이 얼마 없다. 계속 남아서 너희들을 도와줄 수 없다. 때문에 너희들은 이곳을 떠나야 한다."
진남은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
"이 옥간들을 받거라."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수많은 옥간이 떨어졌다.
옥간들에는 제술과 신술 외에 그의 의지가 있었다.
인신 거물을 상대할 수 없지만 무신 경지 오 단계 이하의 존재를 상대하는 건 충분했다.
"사숙,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는 정심문을 잊지 않을 겁니다. 언젠가 우리는 더 강해져 삼대 세력에게 본때를 보여주겠습니다."
정심문의 제자들은 눈빛이 단호했다.
세 대제의 도움으로 사람들은 정심문의 온갖 전승을 챙겨 산봉우리를 떠났다.
세 시진 후 산봉우리에는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