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3화 나는 구홍이다!
"도망가자!"
자허노인 등은 순식간에 전송 부적, 전송 도대 등을 사용하여 세 번째 층으로 도망쳤다.
"보답천하!"
진남은 발끝을 차고 번개처럼 날아올랐다.
커다란 평원에 엄청난 폭풍이 불어 살기와 금제들을 부쉈다.
"한마천신 대인, 이제 편히 쉬셔도 되겠습니다. 저자가 곧 용현령을 죽일 겁니다."
혈안지신은 관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하더니 날아갔다.
잠시 뒤, 관이 살짝 흔들리더니 아래의 여덟 개 금색 촛불이 더 활활 타올랐다.
관은 그 불빛 속으로 사라졌다.
한마선묘는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금색 불에 타오르기 시작했다.
커다란 한마전장에도 금이 가더니 사방으로 빠르게 퍼졌다.
소원이 이루어졌으니 한마천신의 집념도 바람을 따라 날아가고 그는 편히 잠들 수 있었다.
* * *
한마선묘의 세 번째 층.
"저기 봐봐. 자허노인 일행이야!"
"저들이 쫓기고 있어!"
"구, 구홍?"
무인들은 기운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진남이 스무여 명의 인신 강자들을 쫓아오는 것을 보자 충격을 받았다.
'구홍은 대제 경지 아니었어?'
'고작 며칠 사이에 인신들을 죽이려고 쫓아다니다니?'
"일도천황!"
진남의 목소리가 떨어지자 인신 강자의 뒤로 천황의 기운이 용솟음치더니 절세의 칼로 변해 내리쳤다.
"크악!"
허공에 커다란 틈이 벌어지고 두 인신 강자는 비명을 지르며 육신이 부서져 수많은 빛으로 변했다.
빛은 세 번째 층을 환하게 비추었다.
펑-!
앞에서 날아가던 자허노인 등은 세 번째 층의 벽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뚫고 선묘 밖으로 날아갔다.
진남의 모습도 사라졌다.
세 번째 층은 침묵이 흘렀다.
잠시 뒤, 한 인신 강자가 반응했다.
"우리도 따라가보자!"
그의 말에 무인들은 정신이 번쩍 들어서 빛으로 변해 한마선묘를 나갔다.
쿵-! 쿵-! 쿵-!
광할한 전장에서 붕멸의 빛이 연신 펼쳐졌다.
금이 갔던 허공은 산산이 부서졌다.
진남은 무적의 패자 같았다.
그가 한번 공격할 때마다 인신 강자 한 명이 피를 흘리며 죽었다.
몇천 리 거리를 두고 구경하던 무인들도 가슴이 떨리고 소름이 돋았다.
마치 강한 타격을 입은 것 같았다.
"피 값은 피로 갚아야지. 이제 너희 차례이다!"
진남은 자허노인, 혼검인신, 무귀노인을 바라보았다.
"허극선부(虛極仙符)……."
자허노인 등은 얼음 구멍에 빠진 것처럼 온 몸이 덜덜 떨렸다.
그들은 마지막 수단을 사용하려고 했다.
"구홍, 무엄하다. 감히 이렇게 많은 우리 무인들을 죽이다니!"
그때, 태고의 커다란 종이 울리는 것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마전장을 사이에 두고 진남과 무인들은 세 개의 강한 기운이 화가 잔뜩 나서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삼대 세력의 장로이자 지신 경지의 거물들이 드디어 도착했다.
"살았다!"
자허노인 등은 기뻤다.
그들은 죽다 살아난 안도감이 들었다.
그들은 인신 경지 강자가 된 이후 처음으로 이런 느낌을 받았다.
"그렇습니까?"
진남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붕멸의지는 붕멸신룡으로 변해 사방에서 포효했다.
"구홍, 너……."
자허노인 등은 표정이 굳었다.
그들은 삼대 장로가 왔는데도 구홍이 공격을 계속할 줄 몰랐다.
"구홍, 죽으려고 작정했구나!"
삼대 세력의 장로들은 그 모습에 시선이 차갑게 변했다.
방대한 빛이 펼쳐지더니 엄청난 공격으로 변해 한마전장으로 날아갔다.
그들은 아예 전장을 박살 내려고 했다.
"하하하, 삼대 세력의 장로들이 연합해서 후배 하나를 공격하다니, 부끄럽지도 않느냐?"
이때, 멀리서 혈안지신이 귀청이 찢어질 듯 크게 웃었다.
그는 두 손으로 오래된 법인을 만들었다.
쿵-!
그러자 한마전장의 가장 깊은 곳에서 몇백 년 동안 잠들어있던 엄청난 대진이 움직였다.
커다란 전장의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전장은 마치 커다란 선산처럼 아무리 강한 공격에도 끄떡하지 않았다.
한마전장은 한마천신이 살아 있을 때 만든 것이었다.
대진의 위력이 그때보다 못하지만 삼대 지신의 공격을 잠깐 막는 정도는 충분했다.
"아차!"
세 장로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대번에 대진의 오묘함을 깨달았다.
"선부를 움직여라!"
자허노인 등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허극선부(虛極仙符) 등을 빠르게 움직였다.
선광이 뿜어져 나오더니 그들은 사라졌다.
"붕멸전뢰(崩滅戰牢), 천지를 뒤엎어라!"
진남은 미리 예상했던 것처럼 빠르게 공격을 펼쳤다.
드넓은 붕멸의지, 전신의지가 하늘 깊은 곳에서 내려와 대단한 감옥으로 변하여 그들을 가뒀다.
그들이 선부를 움직였지만 지금의 힘으론 기껏해야 부적을 일 할 정도밖에 발휘하지 못했다.
게다가 진남은 그 경계의 문턱에 닿아 체내에 청금색 부문이 생겼다.
그의 무신의 힘은 예사롭지 않았다.
이 정도 선부의 힘을 가두는 건 아무 문제 없었다.
"사, 사형! 살려주십시오!"
자허노인 등은 안색이 창백해지고 마음이 흔들렸다.
"구홍, 이 한마전장은 얼마 버티지 못한다. 잠시 뒤 지신 강자가 너를 도와준다 해도 너는 죽음을 면하기 어려울 거다. 지금 우리에게 굴복하면 목숨을 살려줄 수……."
세 장로의 위엄 있는 목소리가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그들은 멈추지 않고 연거푸 신술을 드러내 전장을 공격했다.
겉으로는 이렇게 말했지만 그들은 결코 구홍을 놔줄 생각이 없었다.
그들이 이렇게 하는 건 시간을 끌기 위해서였다.
"삼대 세력에 굴복하라고?"
진남은 하찮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인생에 '굴복'이란 단어가 없었다.
그들뿐만 아니라 천신 강자가 온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과천일격!"
진남은 제자리에서 사라지더니 상고의 마신처럼 자허노인 등의 앞에 나타났다.
그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대단한 도기가 그들의 몸을 내리쳤다.
"이 칼은 두 선배님을 대신한 거다."
"이 칼은 너희들에게……."
"이 칼은……."
무인들의 놀란 눈빛 속에서 명성이 자자한 자허노인 등은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그들은 피투성이가 되고 궁지에 몰려 풍채가 전부 사라졌다.
전장이 매우 크게 흔들리더니 반짝거리던 빛이 어두워졌다.
이 전장은 더 버틸 수 없었다.
"죽어라!"
진남은 소맷자락을 휘둘러 더 대단한 세 개의 도기로 내리쳤다.
"구홍, 너 감히……!"
세 장로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허노인 등은 끝없는 두려움 속에서 몸이 부서졌다.
"저자가 진짜 공격했어!"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무인들은 헛숨을 들이켰다.
만약 그들이라면 심장이 열 개라도 이런 상황에서 공격을 펼치지 못했을 것이다.
"일식경도(一式驚道), 순원선격(純元仙擊)!"
순선궁의 장로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몸에서 적홍색 뇌정이 솟아오르더니 한데 뭉쳐져 순원선광(純元仙光)이 뿜어져 나왔다.
우르릉-!
전장 위 하늘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세 개의 지신 강자의 엄청난 위압도 거칠고 사나운 파도처럼 전장에 휘몰아쳤다.
"갑시다!"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혈안지신은 다시 선인을 만들었다.
수많은 마두 같은 빛이 부서진 전장의 사방에서 날아와 그와 진남에게 주입되었다.
이것도 한마천신이 설치한 수단 중 하나였다.
그들을 이곳에서 떠나보낼 수 있었다.
"지금 가려고? 어림없다!"
순선궁의 장로, 늠혼교의 장로는 빠르게 손을 썼다.
매우 대단한 신광이 그들의 머리 위에서 반짝거렸다.
"흥! 부숴라!"
혈안지신은 피식 웃었다.
그의 눈에서 오래된 혈광이 뿜어져 나와 매우 강한 두 개의 신술을 바로 가뒀다.
그의 경지로 세 장로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살초를 막는 건 전혀 문제없었다.
잠깐만 버티면 그들은 무사히 떠날 수 있었다.
두 장로는 조금도 실망하지 않고 오히려 콧방귀를 뀌었다.
혈안지신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바로 뭔가 느끼고 안색이 확 변했다.
"아차!"
진남의 앞에 아무 징조 없이 유혼 같은 낡은 검이 나타나더니 그를 내리쳤다.
진남의 지금의 경지로도 피할 수 없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라. 혼검단상(魂劍斷喪). 구홍, 죽어라!"
무검파의 장로는 안색이 차가웠다.
혈안지신을 속이기 위해 그는 이 살초의 위력을 인신 경지 칠 단계와 맞먹는 정도까지 눌렀다.
그러나 이 검은 평범한 검이 아니었다.
신격을 내리치는 검이었다.
신격이 부서지면 '구홍'은 한명립 등처럼 폐인이 될 수 있었다.
"청금지부(?金之符), 전력으로 움직이거라. 붕멸전도, 모든 걸 부숴라!"
위급한 순간에 진남은 길게 소리치며 신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엄청난 붕멸전도를 단호하게 휘둘렀다.
"아무 의미 없다. 나의 검은 형상도 실체도 없다. 어떤 공격도 그것을 다치게 할 수 없다. 네가……"
무검파 장로는 눈에 경멸이 드러났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르릉'하는 소리와 함께 유혼 같은 낡은 검이 산산조각 났다.
"어떻게 된 거지?"
세 장로는 어리둥절했다.
그들은 이 검의 위력을 잘 알았다.
"설마…… 전설 속의 사극지경을 장악했느냐?"
세 장로는 뭔가 생각난 듯 눈에 몇백 년 동안 한 번도 느끼지 못한 두려움이 드러났다.
신격을 내려치는 검은 지신지보(地神至寶)나 강한 선부가 도와주거나, 아니면 전설 속의 사극지경을 장악해야만 부술 수 있었다.
"사…… 사극지경?"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무인들은 머릿속에 쿵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들에게 있어 삼극지경도 이미 바라볼 수 없는 높은 경지였다.
사극지경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너는 구홍이 아니다, 절대 구홍이 아니다! 구홍은 한 달 전에 사극 중 제삼극도 장악하지 못했다! 너…… 너는 도대체 누구냐?"
순선궁의 장로는 뭔가 깨달았다.
"내가 누구냐고?"
진남의 머리 위의 마신(魔神) 같은 빛은 이미 매우 오래된 전송신진(傳送神陣)으로 이루어졌다.
전송의 힘이 꿈틀거렸다.
그의 긴 머리카락은 바람에 흩날렸다.
그의 망막에 검 같은 흰색 눈썹을 가진 노인의 형상이 나타났다.
"어떠한 경우에도 이름을 숨기지 않는다. 나는 창람대륙의…… 구홍이다!"
말이 끝나자 그는 사라졌다.
평소라면 진남은 자신의 본명을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그는 검 같은 흰 눈썹을 가진 노인과 자신이 들어온 몸의 사숙이 자살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또 검 같은 흰 눈썹을 가진 노인이 죽기 전에 그에게 전한 신념이 생각났다.
그들이 그런 결정을 한 건 이 몸의 원주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 몸의 원주인이 전승을 얻어 명성이 자자한 강자가 되기를 바라서였다.
구홍의 죽음은 정해진 것이라 바꿀 수 없었다.
그러나 진남의 말은 구홍이란 이름을 삼대 세력 중에서, 많은 무인들 중에서 우렁차고 우레처럼 귀에 박히게 할 수 있었다.
어떤 면에서 그들의 염원을 이뤄주는 셈이었다.
그는 멀지 않은 장래에 삼대 세력의 사람들이나 많은 무인들이 '구홍'이라는 놀라운 이름을 듣게 될 거라고 믿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지? 어떤 자가 구홍의 육신을 빼앗았다. 그자는 원래 육신이 이미 부서지고 영혼만 남은 것 같구나. 지금 그자를 잡아 영혼을 연화하면……."
늠혼교 장로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그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사극지경이다.
그도 이 경지를 장악하면 앞으로 신선이 되어 세상에 이름 날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