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1화 무신으로 승급
"뭐라고?"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은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분명 대제 정상급의 경지인지 어찌 제력이 무신 경지 삼 단계와 맞먹는 경지로 변했지? ……게다가 이자는 사극지경까지 장악하다니.'
그는 이전에 작은 세계들에도 가 보고 구천선역에도 가 본 적이 있었다.
많은 선인과 절세의 천재들을 봤지만, 사극지경은 고사하고 삼극지경의 사람들조차도 많지 않았다.
좀 과장을 하자면 수많은 무인들에게 있어 사극지경은 허무맹랑한 전설과 같았다.
그들은 소문만 들었을 뿐 실제로 도달하거나 직접 본 적은 없었다.
"……이 녀석. 대제 정상급의 경지로 사극지경을 장악하다니. 네 천성은 구천선역의 무인들과 비교해도 전혀 약하지 않구나."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은 정신을 차렸고 말투는 격앙돼 있었다.
"선배님, 칭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 전승을 얻을 자격이 됩니까?"
진남은 교만하거나 조급해하지 않고 공수하고 물었다.
"하하하, 네가 자격이 안 된다면 이 세상에 누가 자격이 되겠느냐?"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은 그 말을 듣고 크게 웃었다.
그는 뭔가 떠오른 듯 표정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
"다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전승을 네게 줄 수 있지만, 인신이 되면 용현령(龍玄令)을 죽이겠다고 선마도서(仙魔道誓)를 해야 한다."
한마대인이 선인이 되는 것에 실패한 후 전승을 남긴 것은 그저 의발을 물려주기 위함만이 아니었다.
진남이 입을 열기도 전에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이 계속 말을 이었다.
"물론 널 푸대접하지는 않을 거다. 한마천신 대인이 만든 한마 병과선술 외에도 팔촉신지가 있다."
말이 끝나자마자 아무것도 없던 석지에서 눈부신 빛이 빛났고 고동색의 신액이 놀라운 속도로 밑에서부터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석지 양옆 여덟 개의 금색 촛불이 자연발화하며 주위를 비추자 보이지 않는 위압이 뿜어져 나왔다.
진남은 경이로운 표정을 지었다.
신액들에 있는 순수의 힘은 매우 강했다.
"이 팔촉신지는 한마천신 대인이 승선에 실패한 뒤 스스로 터득한 순선(純仙)의지와 신력으로 만들어졌다. 네가 이 신지를 얻어 인신경지를 돌파한다면 미리 순선의지를 깨닫게 될 것이니 이로움이 많을 것이다."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은 여기까지 말하고 잠시 멈추더니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네가 싫어하지 않는다면 나, 혈안지신(血眼地神)이 죽기 전에 최선을 다해 널 도울 것이다."
그는 두 눈에 붉은빛은 깊어졌고 몸에서는 강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인신이 아니라 사극 중 이극을 장악한 지신 사 단계 경지의 강자였다.
구천선역의 어디에 가든 그는 거물급 인사였다.
"용현령? 그렇다면 가르쳐주십시오. 어떻게 선마도세를 해야 하는지."
진남은 그 말을 들었지만,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한마천신조차 죽이지 못한 원수인 용현령이 매우 강한 존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마전승이 그에게 너무나도 중요했다.
그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요구에 응해야 했다.
그러나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구리거울의 차가운 목소리가 대전에서 울려 퍼졌다.
"용현령을 죽이겠다고 약속할 순 있지만 선마도세는 하지 않겠다."
진남 뒤에 있던 전신은 다섯 번째 주선이었다.
게다가 몸에는 도문이 나타났다.
그 속에 연루된 금기는 너무 강했다.
선마도세를 했다가는 원고금기에게 들킬 수도 있었다.
진짜로 들키면 세상이 멸망할 정도의 재앙이었다.
"어르신, 저는 당신들을 믿습니다. 그러나 중대한 사안이라 선마도세를 하지 않는다면 이변이 없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혈안지신은 냉소를 지었다.
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에도 그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이 정도 절세의 천재라면 큰 기연을 만난 게 틀림없었다.
배후에 몇 명의 대단한 강자들이 가르침을 주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선마도세는 양보할 수 없었다.
"내가 장담하겠다."
구리거울의 목소리가 커다란 전당에서 울려 퍼졌다.
"하하,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혈안지신은 그 말을 듣고 크게 웃으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어르신은 누구십니까? 어떻게 장담하시려고요? 용현령은 구천선역의 인선(人仙) 거물입니다. 그리고 인선 정상급이라 지선 경지에 곧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자는 고작 대제 경지 정상급입니다. 이자가 인신이 되면 용현령의 경지는 아마 지선(地仙) 경지를 돌파할 것입니다. 어르신께서 같은 지선이라고 해도……."
혈안지신이 보기에 그 차가운 목소리의 주인은 아무리 강해도 지선 강자일 뿐이었다.
지선 강자라도 해도 선마도세를 하지 못하게 할 수는 없었다.
"내가 한마디만 하겠다."
구리거울은 상대방의 말을 끊었다.
그녀는 알 수 없는 위세를 뿜었다. 커다란 대전을 약간 흔들었다.
"오천 년 전 여제가 나타났고 세상에 다시는 제일선(第一仙)이 없었다."
고작 지신은 그녀 스스로 도호를 직접 밝히게 할 자격이 없었다.
"오천 년 전 여제가 나타났고 세상에 다시는 제일선이 없었다고요?"
혈안지신의 눈이 약간 움츠러들었다.
"혹시 당신……."
혈안지신은 무언가 떠오른 듯 세 걸음 뒤로 물러섰고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저, 전설 속의 비월여제입니까?"
그가 한마천신을 따라 구천선역에 갔을 때 강자에게서 이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이 말은 오천 년 전 구천선역을 뒤흔든 전설의 싸움을 의미하고 있었다.
한마천신은 생전에 흥미진진하게 그 싸움을 이야기하며 비월여제에 존경하고 탄복했다.
"구리거울의 내력이 이렇게 크다고?"
진남은 그 광경을 보자 마음이 약간 흔들렸다.
그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세상에 더 이상 제일선이 없다'라는 말을 아무나 내뱉을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더구나 오천 년 전의 구리거울이 그리 대단했다면 오천 년 후의 그녀는 어떤 경지에 이르렀을까?'
"비월여제께서 보증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거니와 선마도제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혈안지신은 정신을 차린 뒤 전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그는 비월여제의 목소리가 맞는지 더 이상 확인하지 않았다.
구천에서 누가 감히 그 도호를 사칭하겠는가?
"이건 한마신령(旱魔神令)이다. 이것을 연화하면 전승은 모두 네 것이 된다."
혈안지신은 진남을 바라보며 빛이 감도는 낡은 영패를 건넸다.
그는 아직까지도 속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대제 경지에 사극지경을 장악하고 뒤에는 비월여제가 있다. 이자는 언제가 구천에서 찬란한 빛을 펼칠 거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제혈을 튕겨 연화를 시작했다.
"선배님, 저는 먼저 경지를 돌파하려고 합니다."
시간이 흐르고 진남은 입을 열었다.
영패의 한마병과선술은 그의 천부적인 재능으로 완전히 장악하려면 시간이 걸렸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그 경지의 문턱에 닿는 것이었다.
"그래. 내가 널 지켜주마."
혈안지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님,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진남은 사양하지 않았다. 그는 공수하고 몸을 날려 팔촉신지에 들어갔다.
신지에는 이미 신액이 가득했고 여덟 개의 금색 촛불이 빛나면서 알 수 없는 강한 느낌을 주었다.
"팔촉신지는 방대한 순수의 힘을 갖고 있어. 먼저 체내의 청금색 부문을 안정시켜 모두 흡수하고 단숨에 돌파하는 게 낫겠다."
진남은 중얼거렸다. 그는 바로 정신을 집중하고 전력으로 흡수했다.
촤륵-!
그는 강한 흡입력으로 방대한 순수의 힘을 체내에 흡수했다.
그의 몸에서는 이내 은은한 빛이 반짝였다.
"이자의 제력은 보통이 아니구나. 이번에 돌파하면 어떤 지경에 도달할지 모르겠다."
혈안지신은 그 광경을 보고 호기심 어린 눈빛을 드러냈다.
시간이 조금씩 흐르면서 대전의 흔들림이 점점 더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혈안지신은 전혀 개의치 않고 진남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게다가 그의 눈빛은 호기심에서 점차 충격으로 변해갔다.
진남은 끝없는 심연처럼 팔천신지 삼 할의 힘을 흡수했지만, 경지는 아무런 돌파가 없었다.
팔촉신지는 대제 경지 무인이 인신 경지를 돌파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대체 진급하면 경지가 어떻게 될까?"
혈안지신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시간은 계속 흘러 사흘이 지났다.
대전은 여전히 흔들렸다.
커다란 팔촉신지는 진남에게 무려 칠 할이나 흡수되었지만, 진남은 여전히 경지를 돌파하지 못했다.
혈안지신은 속으로 감탄했다.
그는 청금색 부문이 방대한 순수의 힘을 흡수해 겨우겨우 실체를 이룰 줄 생각도 못 했다.
"드디어 진급할 수 있어."
진남은 두 눈을 떴다.
그의 등 뒤에서 엄청난 청색 빛이 번쩍였다.
"전신의 혼, 모든 힘을 다해 흡수하라."
진남의 낮게 외침과 동시에 선근이 온 힘을 다해 움직였다.
남은 신액들은 산산조각이 났고 신룡의 그림자가 되어 진남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그의 기세는 점점 더 강해졌다.
그뿐만 아니라 수정 같은 선광이 여덟 개의 금촉에서 날아올라 전신의 힘과 합쳐져 그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펑-!
보이지 않는 사슬이 깨졌다.
수많은 무도규칙, 힘의 규칙 등은 바다가 되어 진남을 삼켜버렸다.
그의 심신은 그 속에 가라앉아 지난번에 깨달음을 얻을 때와 같았다.
다른 점이라면 진남은 바다 밑에 오래되고 두꺼운 대문이 있다는 것을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
그 대문 뒤쪽은 극경의 위였다.
"무신으로 승급하라!"
진남은 큰소리로 외쳤다.
그의 체내 모든 대제의 힘과 방대한 순수의 힘은 하나가 되어 변신했다.
그 순간 심신은 보이지 않은 손에 떠밀린 듯 놀라운 속도로 해저에 가라앉았다.
이제 대문 중앙을 만질 수 있었다.
"이건……?"
햘안지신의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대전의 흔들림이 멈춘 것을 느꼈다.
그의 숨소리, 심장 소리조차 들을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모든 시공간과 천지의 길도 마찬가지였다.
우르릉-!
대전에 우레가 떨어진 것 같았다.
진남의 몸에서 바다와 같은 신광이 하늘로 치솟았다.
엄청난 신위는 폭풍처럼 대전에서 기승을 부렸다.
진남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오래된 화산처럼 폭발했다.
무신 일 단계!
무신 삼 단계!
무신 육 단계!
진남의 경지는 무신 경지 정상급이 될 때까지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게다가 그 상승 속도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욱 사나워졌다.
대붕처럼 두 날개를 벌려 허공에 솟아올랐다.
그와 동시에 커다란 한마선묘는 엄청난 공격을 받은 듯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네 번째 층에 있는 자허노인 등과 세 번째 층, 두 번째 층에 있는 모든 무인들은 가장 깊은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기운을 또렷이 느꼈다.
"구홍이 한마전승을 얻었다. 빨리 청동 기둥을 부숴야 한다!"
자허노인은 크게 소리쳤다.
다른 인신, 무신 강자들도 깜짝 놀라 대답했다.
거대한 산과 같은 한마선묘 주위 수천 리에 달하는 하늘이 청금색 빛으로 물들었다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어디서부터 왔는지 모를 폭풍, 천둥, 눈 등은 기승을 부렸다.
큰길은 처음에는 흔들리다가 점점 격렬하게 요동쳤다.
"어떻게 된 거야?"
"한마전장에 왜 이토록 횡포한 파동이 일어난 거야?"
"설마 한마천신이 남긴 의지가 깨어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