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0화 전부 장악했습니다
"구홍……."
아홉 그림자는 구홍을 보자 두 눈에 빛이 다시 돌았다.
"스승과 동문들?"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육신은 그에게 완전히 연화되었지만, 마음속에 복잡한 감정이 떠올랐다.
"구홍, 고민할 시간을 주겠다. 그 후에도 옥패를 내놓지 않으면 이들을 한 명씩 죽이겠다."
자허노인은 차갑게 웃으며 소매를 휘둘렀다.
"그전에 큰 선물을 주마. 죽여라!"
그러자 항명립, 강정산, 양백룡이 손가락을 튕겼다.
빛이 날아가 앞에 있는 두 명의 중년 사내와 아름다운 여인의 가슴을 뚫고 지났다.
"아악!"
세 개의 처량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한명립 등은 그들을 바로 죽이지 않고 특이한 신술로 생명을 조금씩 빼앗았다.
가슴을 칼로 베는 듯한 고통에 죽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진남은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의 머릿속에 기억 조각들이 떠올랐다.
한 중년 사내는 그에게 으쓱대며 자랑하는 중이었고, 다른 중년 사내는 차가운 표정으로 그를 혼냈다.
꽃이 활짝 핀 산골짜기에 긴 치마를 입은 여인이 서서 옅은 미소를 지었다.
진남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 기억들은 낯설었지만 진실했다.
마치 진남이 겪었던 일 같았다.
진남은 고통스럽고 화가 났다.
그는 차가운 살기를 풍겼다.
"시간이 얼마 없다!"
자허노인 등은 그 모습을 보자 확신이 섰다.
구홍이 무정한 사람이라면 이 방법은 의미가 없었다.
"구홍, 우리를 신경 쓰지 말거라. 옥패를 내놓으면 안 된다……."
여섯 무인 중 검 같은 흰 눈썹을 가진 노인은 진남에게 신념을 전했다.
말투는 단호했다.
"구홍 사제……."
다른 다섯 무인들은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그들을 풀어주거라. 옥패를 주겠다."
진남은 흰 눈썹 노인의 신념을 무시하고 바로 입을 열었다.
육신의 기억과 고통, 분노는 그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저들은 결국 진남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이 육신에 들어온 것도 인연이라 진남은 육신의 스승과 동문들이 죽는 것을 지켜볼 수 없었다.
한마선묘의 전승은 이 일이 끝나고 다른 방법을 찾거나 혹은 다른 전승을 찾으면 되었다.
"하하하!"
자허노인 등은 그 말을 듣고 귀청이 찢어질 듯 크게 웃었다.
잠시 뒤, 그는 웃음을 거두고 조롱하듯 물었다.
"미안한데 방금 그 말을 제대로 못 들었다.
"죽어라!"
한명립, 강정산, 양백룡은 차갑게 웃으며 빛을 세 무인의 몸에 주입했다.
비참한 비명이 다시 커다란 평원에 울려 퍼졌다.
'구홍이 삼대 세력과 옥패를 쟁탈한 것 자체가 예의 없는 행동이다. 우리가 쉽게 풀어줄 수 있겠느냐?'
그들은 눈앞에서 중요한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분을 구홍에게 느끼게 하려고 했다.
"너희들……."
진남은 안색이 변했다.
기억 조각들이 다시 떠오르고 슬픔과 분노가 다시 번졌다.
"너희들이라? 그게 무슨 뜻이냐? 설마……."
자허노인은 말했다.
"옥패를 내놓기 싫다는 거냐?"
말이 끝나자 한명립은 바로 눈치를 챘다.
그의 손가락에서 빛이 다시 번쩍였다.
비참한 비명은 진남의 마음속에 울려 퍼졌다.
"빨리 옥패를 내놓거라. 아니면 네 스승과 사숙들은 쉽게 죽지도 못한다."
자허노인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일곱 명을 죽여 구홍에게 세 번 고통을 안겨줬으면 충분했다.
너무 궁지로 몰면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옥패를 얻고 전승을 얻으면 구홍을 잡아 와서 괴롭힐 생각이었다.
"좋다!"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그는 온몸에서 엄청난 살기를 풍겼다.
"이 일이 끝나면 삼대 세력을 쫓아가 일일이 따지겠다!"
진남은 삼대 세력에게 화가 났다.
"고작 네놈 따위가?"
자허노인은 그를 무시했다.
구홍은 예전과 달리 실력이 강해졌지만 그들과 비교하면 천지 차이였다.
인신 강자들이 아니라 무신 강자를 보내도 구홍을 쉽게 죽일 수 있었다.
그러나 진남이 옥패를 건네려고 하자 이변이 일어났다.
검 같은 흰 눈썹을 가진 노인과 다른 무인의 몸에서 빛이 펼쳐지고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들의 기운은 마치 큰 타격을 받은 것처럼 붕괴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살하려 했다.
"이놈들이 감히……."
자허노인 등은 그 모습을 보자 안색이 변했다.
놀라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옥패를 아직 손에 넣지 못했는데 자살을 해버린다면 구홍을 위협할 수 없었다.
"이런……."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구홍의 스승과 사숙이 이런 선택을 할 줄 몰랐다.
"삼대 세력은 황당하고 우습다. 이런 비겁한 수단으로 내 제자를 상대하다니! 스승인 내가 너희들 뜻대로 되게 둘 것 같으냐?"
검 같은 흰 눈썹을 가진 노인은 순간 강한 기세를 뿜었다.
그의 두 눈에는 단호함과 의연함이 떠올랐다.
"그래!"
다른 무인도 마찬가지였다.
"좋다, 좋아, 아주 좋다!"
자허노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웃음을 터뜨렸다.
"고작 대제 경지와 무조 정상급이 이렇게 기개가 있다니……."
"구홍, 슬퍼하지도 말고 속상해하지도 말거라. 너는 계속 빛을 내거라. 스승과 사숙 그리고 정심문의 장로와 제자들은 너를 지지한다!"
검 같은 흰 눈썹을 가진 노인은 자허를 무시하고 자애로운 눈빛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큰 눈이 내리던 날 밤 가냘픈 몸에 안색이 창백하지만 눈빛이 맑은 구홍을 만난 순간부터 그는 구홍을 제자로 대했다.
이제 구홍은 기연을 만나 미래가 밝을 것이었다.
검 같은 흰 눈썹을 가진 노인은 그거면 만족했다.
펑-!
두 개의 커다란 폭발음이 들리고 두 사람은 산산조각이 나서 영광으로 변해 흩어졌다.
진남은 커다란 평원이 조용하게 느껴졌다.
그는 구홍이 아니었다.
그러나 검 같은 흰 눈썹을 가진 노인이 보낸 눈빛은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렸다.
이 세계에서 흰 눈썹 노인과 사숙이라는 자의 경지는 별 게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은 위대했다.
죽더라도 제자의 짐이 되지 않으려고 했다.
한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이었다.
"……두 선배님과 일곱 도우, 제가 당신들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이 감정을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걱정 마십시오. 구홍이라는 이름이 삼대 세력의 악몽이 되게 하겠습니다."
진남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두 눈에 예리한 빛이 드러났다.
진남은 돌아서서 손가락을 튕겼다.
자금색 영패가 청동 기둥에 날아갔다.
순식간에 빛들이 떨어져 그의 몸을 감싸더니 평원에서 사라졌다.
검 같은 흰 눈썹을 가진 노인 등이 목숨을 버리고 쟁취한 기회를 진남은 낭비할 수 없었다.
"안 돼!"
자허노인 등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마선묘의 가장 깊은 곳에 들어가면 끝이었다.
"장로……."
자허노인은 마음이 급해지고 화도 사라졌다.
그는 조심스럽게 신념을 전했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그가 일부러 구홍을 괴롭혔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일이 이 지경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었다.
"자허, 인신이라는 놈이 이렇게 일 처리를 하느냐? 얼른 지보를 사용해 청동 기둥을 열고 전승을 빼앗거라. 전승을 못 가져오면 처벌을 받을 각오를 하거라!"
위엄 있는 호통이 그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한마선묘의 전승은 예전과 달랐다.
그래서 그들은 종문의 지보를 가져왔다.
그들은 구홍을 선명노인이 보낸 미끼라고 생각했다.
선명노인이 천신 정상급 강자의 전승을 얻는다면 그들에게는 큰 재앙이었다.
"알겠습니다."
자허노인은 땀을 닦으며 혼검인신과 무귀노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명립, 너희들은 대진을 치고 수호령을 막아라. 너희들은 우리와 함께 지보를 움직이자."
명령을 내리고 잠시 뒤 세 개의 눈부신 빛이 평원에서 반짝였다.
강한 힘이 절세의 신검처럼 청동 기둥을 내리쳤다.
* * *
그 시각.
진남은 변화를 거쳐 한 대전에 떨어졌다.
"저들이 청동 기둥을 공격하는 거야?"
진남은 땅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대전을 바라보았다.
이곳의 금제는 천신 경지 정상급의 강자가 생전에 쳐 놓은 것이었다.
그러나 몇백 년의 시간이 흘러 약해졌고 또 삼대 세력이 수단을 잘 준비해서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진남은 빨리 전승을 얻고 무신 경지를 돌파하여 그 경지의 문턱에라도 닿아야 했다.
대전은 방원 천 장이었고, 벽에는 커다란 그림들이 새겨져서 빛을 반짝였다.
한마천신의 사적들을 기록한 것 같았다.
대전의 중앙에는 세 장 길의 석지(石池)가 있었다.
석지 주변에는 여덟 개의 채 타지 않은 금색 촛불이 있었다.
석지 위에는 부문이 가득한 백옥 관이 있었는데 선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속의 현묘함은 알아볼 수 없지만 진남은 팔촉석지와 백옥 관이 신비하게 느껴졌다.
"허허, 대제 경지 정상급인 녀석이 가장 먼저 이곳에 오다니, 재미있구나."
문득 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전의 구석에서 검은 두루마기를 입고 두 눈에 붉은빛을 뿜는 곱사등이 노인이 나타났다.
"선배님은……?"
진남은 흠칫해서 포권하고 물었다.
그는 곱사등 노인이 나타나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상대방은 적어도 인신 경지는 되는 것 같았다.
"한마대인에게 이곳을 지키겠다고 약속한 곧 죽을 사람이다."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은 진남에게 말했다.
"너는 나이도 어린데 대단한 능력이 있구나. 내 너를 난감하게 하지 않겠다. 너는 한마전승을 가질 수 없으니 그만 가거라."
한마전승을 얻으려면 가장 깊은 곳에 오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었다.
"선배님, 저는 전승을 얻으려고 이곳에 왔습니다. 그런데 이유 없이 가라고 하다니요?"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최선을 다해야 했다.
"성격도 강하고 개성이 있다. 그러나 어리석구나!"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은 진남의 말에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자격이 없다면 너는 중상을 입게 될 것이다!
첫째, 한마전승을 얻으려면 반드시 두 개의 한마자금 영패와 다섯 개의 한마홍옥 영패가 있어야 한다!
규칙대로라면 이곳에 온 천재들끼리 쟁탈전을 벌여야 하는데 너는 지금 혼자라서……."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은 천재들을 좋아했다.
그러나 주제 파악을 못 하는 천재는 싫어했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진남은 손가락을 튕겨 모든 옥패들을 꺼냈다.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은 두 눈에 놀라운 빛이 스쳤다.
"다 네 손에 있었어? 삼대 세력의 사람들은 다 죽었느냐?"
몇백 년 동안 그가 본 가장 강한 무신 천재도 두 개의 자금 영패와 여덟 개의 홍옥 영패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고작 대제 경지 정상급인 자가 이렇게 많이 가지고 있을 줄이야.
"재미있어, 너무 재미있다. 그래서 못 간다고 했군."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이내 반응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두 번째이다. 아마 이게 가장 어렵겠지. 비록 선근을 가지고 있어서 자격이 있지만, 사극지경의 삼극은 장악해야 한다."
이 세계에서 삼극을 장악한 사람들은 손에 꼽을 지경이었다.
모두 인신 경지 이상의 강자들이었다.
그러니 고작 대제 경지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쿵-!
그의 말이 끝나자 진남은 강한 기운을 드러냈다.
기운은 점점 늘어나 커다란 대전을 청금색으로 물들였다.
"선배님, 저는 제력이 한 번 변신해서 무신 삼 단계 정도는 됩니다."
진남은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사극지경을 전부 장악했습니다."
그의 짧은 한마디가 우레처럼 대전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