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804화 (804/1,498)

803화 선근(仙根)

반신지국, 유실약원 깊은 곳.

"진남이 중상을 입었고, 도올봉혼정이 박혔다고?"

오래된 도대 위에 피부가 하얗고 예쁘게 생긴 여인이 보이지 않는 위압을 뿜으며 눈을 떴다.

여인의 목소리는 차갑고 살기가 넘쳤다.

"공주님, 진남 공자는 상처를 입었지만 드러낸 힘으로 여러 세력의 무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녹색 치마를 입은 여인은 흥분되어 말했다.

"그럼, 누가 마음에 든 사람인데."

묘묘 공주는 주먹을 휘두르더니 정색하고 말했다.

"너 가서 당목 영감에게 전하거라. 내일 그를 만나러 간다고."

"공주님!"

녹색 치마를 입은 여인은 깜짝 놀라 물었다.

"진짜 그곳으로 가시렵니까? 전에 그렇게 많은 선배님들이 안에서 죽었습니다. 아무도 성공하지 못하셨습니다."

"그러면 어때서? 그들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나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건 아니다."

묘묘 공주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또 진남은 만고제일제가 되어 나와 멀리 떨어졌다. 내가 더 강해지지 않으면 봉신 싸움에서 어떻게 그를 도와주겠느냐?"

녹색 치마를 입은 여인은 어이가 없었다.

'고작 그것 때문에 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그곳에 간다고?'

* * *

그 시각, 중주, 고사심연(古邪深淵).

진남은 오래된 도장 위에 서 있었다.

그의 앞쪽, 멀지 않은 곳에 허름한 절이 있었다.

전에 그의 전신의 왼쪽 눈은 이 절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동술을 쓸 필요 없이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다가가 절의 문을 여니 안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기이한 고화는 여전히 먹처럼 시커멨다.

웅-!

진남이 움직이기도 전에 시커먼 고화가 떨리더니 먹 같은 어둠이 사방으로 물러가고 신비한 큰 길이 나타났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은 허공의 깊은 곳까지 뻗어있었다.

"고맙습니다."

진남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영혼이 그림 안으로 날아들어가 큰길에 올라섰다.

전에 그는 제위에 오르고 신이 되어 남천문을 부숴야만 구천으로 가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그의 목표를 위해 그는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다.

그의 형상이 큰길에서 사라졌을 때 청색 빛이 절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수피가 떠오르더니 신비한 고화가 나타났다.

진남이 있었다면 이 수피와 고화가 그가 원도천산에서 본 것과 똑같다는 걸 발견했을 것이다.

"고사, 나를 도와주시오.

함부로 그를 전송하지 마시오. 그에게 알맞은 곳을 선택해주시오. 많은 강자와 천재들이 있어야 하오. 또 그를 위해 그에게 맞는 육신을 준비……."

부드러운 목소리가 천천히 울려 퍼졌다.

* * *

끝없고 시커먼 사악한 길.

진남은 선광을 반짝이며 빠른 속도로 돌계단을 날아 지났다.

지금 그는 영혼의 몸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 기이한 공간에서도 그는 장악한 제술들을 여전히 움직일 수 있었다.

그는 전혀 힘을 소모하지 않고 연거푸 움직일 수 있었다.

"응?"

진남의 눈에 기이함이 드러났다.

그는 속도가 빨라졌다.

점점 높이 올라갈수록, 계단을 넘을 때마다 시공이 변한다는 걸 발견했다.

'사악한 길은 비범하구나……. 이렇기 때문에 창람대륙에서 구천으로 올라갈 수 있겠어.'

진남은 속으로 감탄했다.

문득 자신이 줄곧 잊고 있던 문제가 생각났다.

'남천문이 창람대륙의 규칙을 눌렀다. 그런데 이 사악한 길은 어떻게 구천으로 날아 올라갈 수 있지? 혹시 사악한 길의 존재를 남천문 그것들은 모르나?

……아니면 왜 사악한 길이 존재하게 내버려 뒀을까?'

"창람대륙의 비밀은 무연각 선배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간단하지 않은 것 같구나."

진남은 중얼거리더니 길게 생각하지 않고 무아의 상태에 들어갔다.

이런 문제는 지금 당장은 답안을 알 수 없었다.

그럴 바에는 시공의 변화를 느끼는 것이 나았다.

시간과 공간의 힘은 무신 강자도 장악할 수 없었다.

지금 그것들이 움직이는 걸 뚜렷이 느낄 수 있었는데, 이 소중한 기회를 낭비할 수 없었다.

설령 두 가지 힘을 장악하지 못하고 심지어 조금도 느끼지 못하더라도 틀림없이 얻는 것이 있을 것이었다.

* * *

시간이 흘러 닷새가 지났다.

창람대륙의 무인들에게 이 닷새는 고작 육십 시진이었다.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다.

그러나 진남에게 이 닷새는 오 년 같았다.

매 시진 그는 최선을 다해 느끼고 날았다.

얼마나 많은 돌계단을 넘었는지도 몰랐다.

사악한 길은 끝이 없는 것처럼 아무리 멀리, 아무리 오래 날아도 영원히 끝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되풀이되었다.

이런 망연함은 매우 무서웠다.

아무리 인내심이 강하고 마음이 범상치 않더라도 닳아 없어지고 마지막에 침식될 수 있었다.

진남이 만고제일제가 되지 않았더라면, 예전의 심리 상태라면 버틸 수 없었을 것이었다.

"저건……."

진남은 뭔가 느끼고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앞쪽 몇백 리 되는 곳에 더는 끝없는 돌계단이 아니라 높이가 몇만 장은 되는 신산을 쌓은 것 같은 제단이 있었다.

제단은 웅장하고 방대했다.

그걸 보니 진남은 자신이 작아지는 것 같았다.

"천도유위(天道有?), 구천장존(九天長存)!"

"진남이 왔다. 혼백의 몸이 사라지지 않고 끝에 도달했다!"

"허락한다. 고사를 움직여 시공의 힘으로 선……."

우레 같은 목소리가 끝없고 시커먼 공간에 울려 퍼졌다.

사악한 길은 웅웅 소리를 내며 떨렸다.

이어 진남이 반응하기도 전에 흰색 빛이 뿜어져 나와 어둠을 환하게 비추더니 그의 몸에 떨어졌다.

진남은 자신의 영혼이 끝없는 심연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끊임없이 아래로 추락하고 그가 아무리 힘을 쓰고 제술을 움직여도 눈을 뜰 수 없고 움직일 수도 없었다.

마지막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졸음이 몰려와 그는 깊이 잠들었다.

* * *

시간은 물처럼 흘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진남은 매우 강한 위기감이 들었다.

그는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과천일격!"

진남은 낮은 소리로 외치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음 순간 우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드넓은 강기가 사방을 휩쓸었다.

"후, 위험했어!"

진남은 한숨을 쉬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좀 전의 공격의 위력을 봤을 때 만약 공격에 맞았다면 영혼이 바로 흩어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응? 여기는 어디지……?"

진남은 빠르게 반응하고 사방을 둘러봤다.

이어, 그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진남의 영혼은 방원 천 리가 되는 커다란 틈의 아래쪽에 있었다.

주위에는 높이가 몇백 장 되는 하늘을 찌르는 나무들과 기화이초들이 우뚝 솟아 서로 다른 선광을 뿜었다.

창람대륙의 나무들과 비교하면 평범한 사람과 선천적인 무인처럼 본질적인 차이가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사방에는 짙은 영기가 가득했다.

심지어 선기도 있었다.

여기서 수련하면 천재지보가 없어도 수련 속도가 매우 빠를 것 같았다.

더 중요한 건 이곳이 진남에게 알 수 없는 상쾌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었다.

그는 물 만난 고기처럼 전에 없이 기분이 좋았다.

그는 구속구를 벗은 것처럼 해방감을 느꼈다.

"여기가 설마 구천인가?"

진남은 숨을 길게 들이쉬었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옅은 선광이 세게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 같았다.

구천은 창람과 달리 진정한 무도세계였다.

이곳은 천지규칙이 변하지 않았고 무도규칙도 변하지 않았다.

진남의 영혼이 이 세상에 오고 새로운 돌파를 한 것이었다.

마치 오랫동안 큰 산을 등에 지고 수련하던 거인이 산을 내려놓고 새로운 단계에 도달하는 것과 같았다.

"진남, 너는 영혼의 몸이다. 구천의 세상에서 오래 버티지 못할 거다."

차가운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구리거울?"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나는 지금 영혼의 몸이다. 구리거울은 나의 육신 안에 있으면서 어떻게 나에게 전음할 수 있지?'

"이제 열다섯 개 셀 동안의 시간이 남았다."

구리거울 속의 여인은 목소리에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열다섯 개 셀 동안밖에 남지 않았다고?"

진남은 안색이 확 변하더니 사방을 둘러봤다.

틈 아래에는 차가운 살벌한 의지와 피비린내가 나는 기운이 가득했다.

많은 나무와 화초, 강과 호수 옆에는 시체들이 있었다.

그중에는 무조 경지도 있고 대제 거물도 있었다.

심지어 반신의 시체도 두 개 있었다.

많은 시체들은 이미 사지가 다 흩어졌다.

일부만 그나마 온전했다.

게다가 시체 옆의 핏자국으로 보아 그들은 죽은 지 오래되지 않았다.

"응? 이번에는 운이 좋구나."

한 시체를 본 진남의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빛으로 변하여 시체 안에 들어갔다.

쿵-!

옷차림이 남루하고 가슴에 핏자국이 굳어버린 청년의 시체 위로 몽환적인 빛이 펼쳐지더니 강한 생명의 힘이 솟구치며 온몸을 감쌌다.

치명적인 상처도 점차 아물고 차갑게 식었던 제심도 다시 뛰기 시작했다.

생기가 사라졌던 청년의 육신은 진남의 영혼의 힘을 받고 부활했다.

이것은 진정한 탈사가 아니었기에 실제로 부활한 것은 아니었다.

길어봤자 삼 개월 생기를 유지할 수 있었기에 그 사이에 새로운 육신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삼 개월이면 충분했다.

"대제 정상급 경지, 육신은 대제 경지 오 단계이고 나이는 나와 비슷하다. 창람대륙에서는 절세의 천재라 불릴 수 있겠어."

진남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는 신념으로 낯선 육신을 살피고 깜짝 놀랐다.

'임의로 나타난 곳에서 이런 등급의 천재를 만나다니! 구천에는 이와 같은 육신의 주인 정도되는 천재나 더 강한 천재가 얼마나 더 많을까?'

진남은 자신이 이곳에 오고 이 육신을 발견한 것이 사악한 길이 꾸민 일이라는 것을 몰랐다.

구천에는 천재 강자 등이 창람대륙보다 몇 배는 더 많았다.

구천의 선역(仙域)은 창람대륙에 비해 훨씬 크고 무인들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았다.

무인들은 숫자도 많은데다 구천선역의 영기, 선기 등 여러 방면에서 강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니 절세의 천재가 많은 것도 당연지사였다.

웅-!

이때, 육신에서 대제의 힘이 격렬하게 움직였다.

적금색의 빛이 은은하게 떠오르는 것 같았다.

진남의 영혼은 구천에 와서 속박을 벗어나 돌파했다.

그리고 만고제일제가 된 진남의 영혼이 들어가니 새로운 육신도 자연스럽게 돌파했다.

"또 어떤 위험을 만날지 모른다. 이 기회에 경지를 회복하자."

진남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의지로 제력을 흡수했다.

"어? 이게 뭐지?"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육신의 머릿속에서 주먹만 한 크기에 초록빛을 뿜는 '옥석'을 발견했다.

옥석은 생각으로 제력을 흡수하는 능력이 있었다.

진남은 생각만 했을 뿐인데 이상한 '옥석'은 강한 흡입력으로 천지에서 제력을 빨아들였다.

"선근(仙根)이라는 거다."

구리거울은 차갑게 말했다.

"무신 위에는 인신(人神), 지신(地神), 천신(天神) 삼대 경지가 더 있고 그 위에 또 선인(仙人)이 있다. 선인이 되려면 반드시 선근이 필요하지.

선근은 가지고 태어날 수도 있고 후천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선근의 종류와 양은 어마어마하게 많다. 선근도 높고 낮음에 구분이 있는데, 이는 네가 구천에 오르면 알게 될 거다."

구리거울 속 여인은 진남에게 더 말해봤자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선근은 창람대륙의 무혼과 비슷하네?"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창람대륙의 무혼은 남천문의 수작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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