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2화 진정한 목표
"진남을 데리고 빨리 동쪽으로 날아가시오!"
이 광경을 본 음양노인은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신념을 전했다.
그는 음양술을 장악했기에 보이지 않는 천기를 꿰뚫어 볼 수 있었다.
때문에 그는 진남 같은 대단한 인재들이 쉽게 갇혀있지 않을 거란 걸 잘 알았다.
중요한 때일수록 더 조심해야 했다.
조금도 방심해서는 안 되었다.
"좋소!"
세 무신은 빠르게 반응하고 바로 다시 공격하려 했다.
"죽어라!"
위기일발의 순간에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엄청난 검광이 구천에서 온 것처럼 끝없는 허공을 뚫고 세 명의 무신을 내리쳤다.
"물러서시오!"
세 무신은 안색이 확 변했다.
그들은 강한 신술을 움직여 멀리 날아갔다.
이 검광의 위력은 무신 경지 팔 단계의 강자의 공격과 비슷했다.
그들은 감당할 수 없었다.
슉-!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대단한 검광은 커다란 선검으로 변하여 진남의 형상을 안에 수납했다.
"갑시다!"
원도천산의 주인과 무연각은 몸을 날려 두 개의 빛으로 변하여 검 안으로 들어갔다.
"저들을 막으시오!"
먼 곳의 음양노인은 안색을 굳히고 소리쳤다.
이미 시간이 꽤 지났다.
조금만 더 시간을 더 끌면 남천문, 제방, 신방의 힘이 완전히 도착할 수 있었다.
그때면 그들은 이길 수 있었다.
"무신의 의지, 태워라!"
하늘 위의 홍야무신, 심결무신은 우레처럼 소리쳤다.
그들은 자신의 신의를 태워 남천신부 등을 최고의 경지로 움직이려 했다.
최고의 경지로 끌어올리면 남천신막과 신제지역(神帝之域)을 열 수 있었다.
칼이 아무리 위력이 대단하다 해도 잠깐 사이에는 깰 수 없었다.
"잘 있거라!"
이때, 칠요검령의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휙 하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검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세 번째 순간이동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홍야무신 등은 믿을 수 없었다.
마발이 반천할 때 사라지는 술수를 이미 두 번이나 썼었다.
그런데 지금 세 번째로 쓸 수 있다고?
"검의 위력이 이 정도일 줄 몰랐다. 그러니 너희들은 나를 얕잡아봤어."
음양노인의 눈에 흑백의 빛이 드러났다.
슉-!
그의 등뒤에 천기의 기운을 뿜는 길이가 백 장 되는 거북이의 형상, 수많은 기이한 무늬가 난 고화, 흑색, 흰색, 회색 세 가지 색의 바둑알이 가득한 커다란 바둑판, 끊어지거나 썩은 대나무 꼬챙이 등이 떠올랐다.
음양노인의 몸에서 희미한 화염이 일더니 두 손에 현묘한 법인이 만들어졌다.
추연지기(推演之器)들이 동시에 움직이며 눈부신 빛을 뿜었다.
수많은 장면이 솟아올라 끊임없이 변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장면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이 세 곳 중 어디에 나타날까?'
그는 진작에 준비하고 있었다.
그가 좀 전에 추리한 열 몇 곳은 진남 등이 나타나려는 곳이기도 하지만 진남 등이 위기를 모면하고 성공적으로 도망친 후 갈 곳이기도 했다.
그렇게 범위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렇기에 다시 한번 추리하여 세 곳 중에 한 곳을 선택하면 되었다.
고작 삼 할 정도의 확신밖에 없었지만, 그는 진남 등이 운소산맥에 올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음양노인은 마지막에 나타난 세 장면을 보며 전혀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운소산맥을 선택하겠다! 여덟 도우들 빨리 운소산맥으로 가시오. 그들은 거기에 나타날 거요."
"좋소!"
운소산맥에서 가까이 있던 여덟 명의 무신 강자들 그리고 용제원 부근에 내리려던 남천문, 신방, 제방은 드넓은 허공을 찢고 엄청난 속도로 쫓아갔다.
연신비에 나타난 장면을 보자 무인들은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 * *
같은 시각, 중주의 백산 중 운소산맥의 하늘.
화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칠요비선검이 나타났다.
커다란 폭풍이 휘몰아쳐 아래에 있는 짙은 흰 구름을 전부 날려버렸다.
검 안의 원도천산의 주인, 무연각, 칠요검령은 표정이 매우 어두웠다.
그들은 손으로 오묘한 법인을 만들었다.
지금은 매우 중요한 때였다.
그들은 짧은 시간 내에 모든 걸 완수해야 했다.
아니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진남, 바로 지금이다!"
칠요검령은 문득 크게 소리쳤다.
"보제개화(菩提開花), 육신공존(肉身共存)!"
말이 끝나자 커다란 공간이 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보제옥혼수에 푸른 빛이 반짝거리더니 천여 가지 대도를 키운 것 같은 칠색 꽃이 천천히 피어났다.
"천지가 화로이고 만물은 돌이고 도는 불이다. 돌을 태워 가공하여 영이 생겼다. 영은 돌을 벗어났지만 보이지……."
몸에 피가 가득하고 여섯 그루의 커다란 혼정이 박힌 진남은 뼈에 사무치는 아픔을 참으며 법결(法決)을 읊어 보제옥혼수에 주입했다.
대앵-!
진남의 머릿속에 천종이 울리는 것 같았다.
그의 몸에 선광이 떠올랐다.
도올봉혼정의 위력은 대단하여 진남의 제력을 가뒀다.
그러나 선법은 영혼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이라 아무 영향도 받지 않았다.
"원혼지법(元魂之法), 음신탈각(陰神脫殼)!"
희미한 형상이 진남의 몸에서 떠올랐다.
그의 영혼이었다.
그의 육신은 보제옥혼수와 하나가 되어 표정이 평온하고 호흡도 고르고 생기가 끊이지 않았다.
그의 상처도 천천히 회복되고 있었다.
"선배님들, 칠 년 후에 다시 창람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진남은 세 명에게 포권 공수하더니 미리 준비했던 전송부적을 태웠다.
그의 영혼은 제자리에서 사라져 고사지연에 들어갔다.
"드디어 성공했구나."
원도천산의 주인은 한숨을 쉬었다.
이 모든 건 매우 간단해 보였다.
그러나 그동안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진남이 아무리 강한 천재라 해도 죽음을 면하기 어려웠다.
"놈들이 왔다. 시간이 딱 맞았어."
칠요검령은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봤다.
기세가 약해지지 않고 오히려 강해졌다.
* * *
같은 시각, 남천신지, 연신비 안.
장면이 전해왔다. 모든 무인들은 눈을 찌푸렸다.
"여덟 무신 선배님?"
"저건 방금 사라진 그 검입니까?"
그들은 모두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놀라운 변화가 있을 줄 몰랐다.
운소산맥의 상공은 먹처럼 시커메졌다.
수많은 무도규칙이 모두 부서져 혼란스러워졌다.
수많은 빙설, 광풍, 뇌정이 맹수처럼 사방을 휩쓸어 천지를 흔들었다.
마치 종말의 날이 온 것 같았다.
그저 연신비에 나타난 장면이었지만 무인들은 대단한 위압을 느꼈다.
"남, 남천 대인? 그리고 신방과 제방?"
모든 무인들은 희미하게 떠오른 대단한 문과 두 개의 위엄 있는 형상을 보자 어안이 벙벙했다.
잠시 후, 그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번졌다.
그들은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그러나 그들은 한 가지는 제대로 알았다.
남천문 등의 의지와 여덟 명의 무신 강자가 왔으니 검은 절대 도망갈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싸움은 그들이 이겼다.
"모든 것이 끝났다."
음양노인은 마지막 영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원도, 무연!"
운소산맥 위에 남천문의 차가운 목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셋 셀 동안에 진남을 내놓으면 자네들을 살려주겠소."
쿵-!
사방의 허공은 엄청난 힘이 주입된 것처럼 맑고 투명한 수정으로 변하더니 실체가 드러났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그들은 오기 전에 이미 천지에 규칙의 힘을 주입하여 규칙의 벽을 만들었다.
검이 다시 사라질 수 있다 해도 이 규칙의 벽을 쉬이 지날 수 없었다.
공을 들여 무력으로 억지로 부숴야 했다.
"하하하! 남천문, 자네들은 이미 이 모든 걸 장악했다고 생각하오?"
원도천산의 주인의 큰 웃음소리가 검 안에서 들려왔다.
"자네들은 연신비를 통해 이 장면을 보고 있을 것이오. 그럼 말해주겠소.
반격은 이제 시작이오."
휙 하는 소리와 함께 칠요비선검은 규칙의 벽을 지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또 사라졌나?"
음양노인과 여러 무신 강자들은 안색이 변했다.
"남천 대인과 신방, 제방 그리고 여덟 명의 무신 강자들도 그들을 막지 못했나?"
다른 무인들은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남천문, 신방, 제방도 많이 놀랐다.
검은 이미 세 번이나 사라졌다.
이번에는 네 번째로 사라진 것도 모자라 소리 없이 규칙의 벽의 봉쇄를 돌파했다.
"설마……."
남천문, 신방, 제방의 의지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창람대륙에서 아무리 검에 선의가 있다 해도 이렇게 강한 힘이 있을 리 없었다.
유일한 가능성은 강자들이 뒤에서 손을 써 검을 도와주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도 배후에 진남을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음양노인이 두 번이나 그들의 위치를 알아낼 것이고 남천문, 신방, 제방이 올 것이고 규칙의 벽을 만들 거라는걸 마발검신은 미리 파악했었다.
마발검신이 남긴 수가 이 위기들을 풀 수 있었다.
"음양, 나머지는 네가 처리하거라!"
남천문의 의지는 길게 생각하지 않고 신념을 전하고는 신방, 제방의 의지와 함께 사라졌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오래 있는 건 별 의미 없었다.
그것들은 연합하여 천지의 규칙을 바꾸어 나중의 봉신 싸움을 준비해야 했다.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음양노인은 정신을 차리고 눈빛이 복잡해졌다.
"의외다. 너희들이 준비한 수는 나의 예상을 훨씬 초월했다. 이번 계획은 너희들이 이겼다."
그는 진남 등이 이번에 이렇게 큰 수단을 드러낸 것은 여러 세력의 무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열몇 명의 대제 거물, 몇십 명의 무조 경지의 강자를 죽이고 스스로의 힘으로 세 명의 무신 경지 이 단계의 강자들과 대항하고 마지막에 남천문 등 거물들이 나타나자 조용히 떠나갔다.
물론 진남도 중상을 입었다.
그러나 이번 일을 통해 무인들 대부분은 진남 등이 두려울 뿐만 아니라 진남 등의 세력이 약하지 않고 오히려 대단한 능력이 있다는 생각할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면 앞으로 여러 세력의 연합추격은 웃음거리가 될 것이었다.
"내 명령을 전하거라."
음양노인은 한참 생각하더니 다시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그는 남천문 등이나 자신의 생각이 마발검신의 계략에 빠졌다는 걸 느끼지 못했다.
진남이 구천으로 가는 건 매우 쉬웠다.
중상을 입게 해 보내면 되었다.
그러나 혼이 구천에 들어가는 건 대단한 일이었다.
이런 대단한 일을 이루는 과정에 틀림없이 여러 가지 의외의 일들이 발생할 것이었다.
이런 의외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이렇게 큰 판을 짜서 감쪽같이 모두를 속이고 사람들의 주의력을 돌렸다.
이것이야말로 계획의 진정한 목표였다.
시간이 흘러 진남의 혼은 익숙한 심연 속으로 들어갔다.
음양노인 등의 도움으로 온갖 소식이 폭풍처럼 대륙 전체를 휩쓸었다.
"진남이 나타났다. 세 무신의 공격에 맞아 중상을 입었어!"
"소문에 그의 육신이 거의 붕괴됐대!"
"붕괴했을 뿐이겠어? 도올봉혼정에 맞아 제력도 쓸 수 없게 되었어."
"진남은 만고제일제가 되었지만 이대로라면 나중에 신이 되긴 힘들겠어!"
"나중에 신이 되겠다고? 이대로라면 진남 등은 추격을 피하기 힘들 거다. 언젠가 죽을 거다!"
"후, 아쉽다. 그는 이미 미래가 없어……."
무인들 중 일부만 고소해하고 대부분은 아쉬운 듯 고개를 저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이 일을 듣자 마음속의 생각도 접고 용기를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