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800화 (800/1,498)

799화 사람들과의 정

"오늘 너희들에게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느끼게 해 줄게."

천도무신은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차가운 살기를 뿜었다.

바닷물이 굼틀거렸다.

무신 강자라도 경지를 낮추면 동주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걸 안 후 그는 바로 동주로 왔다.

그는 다른 목적은 없었다.

오로지 사람을 죽이기 위해 온 것이었다.

"살아도 죽는 것보다 못하다고? 어디 동주에서 네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자."

위기의 순간에 하늘에서 담담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끝없는 제광을 뿜는 형상이 허공에서 걸어 나와 사방을 흔들었다.

마치 신이 내려온 것 같았다.

"진남이다!"

"진남이 나타났어!"

"저것이 만고제일제의 자태인가?"

끝없는 바다의 다른 편을 지키고 있던 여러 세력의 무인들은 놀라 감탄했다.

대제들도 마찬가지였다.

진남은 만고제일제가 된 후 나타난 적 없었다.

그들은 진남을 처음 봤다.

"진…… 남?"

분천황제, 혈익봉황, 진국현무 등 무인들은 하늘 위의 익숙한 형상을 보자 넋이 나갔다.

그들도 동주의 전설이 창람대륙 전체를 흔드는 거물이 된 후의 자태를 처음 보았다.

"하하하! 음양노인의 짐작이 맞았군. 그는 네가 돌아올 거라고 했다."

천도무신은 잠시 얼떨떨해하다가 이내 귀청을 찢을 듯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진남, 죽을 준비나 하거라!"

말이 끝나는 순간 그가 손에 끼고 있던 낡은 반지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일곱 개의 형상이 빛에서 솟아올랐다.

일곱 개의 형상은 무신 경지 정상급 강자의 분신이었다.

이번에 두 번째로 동주에 들어온 사람은 그들 세 명뿐만 아니라 열 명이었다.

"무신 강자의 분신 여덟 개, 대제 경지 정상 거물의 분신 두 개라……. 세력이 진짜 방대하구나."

진남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그러나 너희들은 모두 경지가 눌렸다. 그런데 감히 나와 대드느냐?"

슉-!

진남이 손가락을 튕기자 제술이 찬란한 빛으로 변하여 엄청난 속도로 한 대제 거물의 분신의 가슴을 맞혔다.

대제 거물의 분신은 바로 부서졌다.

그도 경지가 눌렸지만 동급에서 누가 그의 상대가 되겠는가.

"죽여라!"

천도무신은 눈을 찌푸리더니 빠르게 반응하고 크게 소리치며 다른 아홉 명과 함께 몸을 날려 신술을 최대로 움직여 진남을 공격했다.

"한 번의 공격도 당하지 못하는군."

진남은 걸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자리에서 사라졌다.

펑-! 펑-! 펑-!

순식간에 방대한 힘이 솟아올랐다.

천도무신 등은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부서져 수많은 기운으로 변하여 바닷물을 따라 사방으로 흘러갔다.

진남은 다시 분천황제 등의 앞에 나타났다.

"전부 다 죽었어?"

끝없는 바다의 다른 편에 있던 무인들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들은 진남이 혼자 백 명의 대제 거물들을 물리친 일을 들은 적 있었다.

그러나 그저 소문일 뿐 직접 보진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 여덟 명의 무신의 분신과 두 대제 정상의 분신이 진남 앞에서 잠깐도 버티지 못하다니?

"진짜 경지가 대단하구나!"

분천황제 등은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선배님들, 도우들. 저 때문에 수고가 많으십니다."

진남은 표정이 엄숙해졌다.

그는 분천황제 등을 향해 공수하고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들은 경지가 무조나 무성 정도밖에 안 되었다.

그러나 그들이 동주를 위해 한 모든 건 매우 큰 정이었다.

"녀석, 우리와 예를 차리……."

진남의 행동에 분천황제 등은 어색하던 감정이 사라지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변이 일어났다.

윙-!

매우 방대한 압력감이 하늘에서 솟아올랐다.

커다란 해면은 끓는 것처럼 출렁거렸다.

남천문의 형상이 바다 끝에 나타났다.

"진남!"

그뿐만 아니라 제방, 신방 그리고 다른 여러 세력의 주인들과 음양노인, 제이 제사, 제삼 신사 등의 형상도 나타났다.

쿵-!

순식간에 천지가 시커메졌다.

수많은 뇌정, 폭풍, 눈이 끊임없이 용솟음쳐 사방을 휩쓸었다.

마치 세계말이 온 것 같았다.

"여러 거물들이 모두 왔다!"

여러 세력의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분천황제 등은 모두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들은 이런 엄청난 광경을 처음 봤다.

"진남!"

남천문의 소리가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너는 지금 온 세상 사람들의 적이다. 살길이 없다. 그러니 어서 우리에게 굴복하거라. 그러면 너를 창람 제일의 개세무쌍으로 임명해줄 수 있다."

그들은 여러 세력과 연합하여 며칠을 쫓았지만 진남의 그림자도 찾지 못했다.

한데 지금 진남이 나타났으니 어찌 오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고 이 며칠간의 천지를 뒤엎는 살기를 본 후 진남은 생각이 바뀌었을 수도 있었다.

"내가 나타났을 뿐인데 이렇게 애써 모든 의지를 이곳에 강림할 필요 있느냐?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말거라. 나를 굴복시키려면 쉽다. 너희들의 본체를 드러내 여기서 나와 싸우자."

진남은 오른팔을 부숴 차가운 빛을 뿜는 단천도로 변화시키며 말했다.

"한 명, 열 명, 백 명이라도 좋다!"

"너……."

남천문 등 거물들은 말문이 막혔다.

'본체를 드러내 동주에서 진남과 싸우라고?'

예전에 무조 경지일 때 진남은 이미 무적이었다.

지금 만고제일제가 되어 무도 경지가 상상할 수 없는 정도에 도달했다.

동급에는 그의 상대가 될 만한 사람이 없었다.

백 명이 아니라 천 명을 파견해도 그들은 죽으라고 보내는 것이었다.

"진남은 칼 한 자루를 들고 혼자 서 있다. 그런데 여러 거물들이 찍소리도 내지 못하다니!"

여러 세력의 대제, 무인들은 모두 마음이 흔들렸다.

그들은 이런 패기 있는 형상을 처음 봤다.

"남천문, 제방, 신방 그리고 구천에서 온 자들. 본체를 드러내 동주의 천지원시규칙을 부수지 못할 거면 제대로 듣거라."

여기까지 말한 진남은 손을 젓더니 단천도를 바닥에 꽂았다.

칼에서 차가운 빛이 뿜어져 나왔다.

"닷새 안에 이 칼을 넘는 자는 죽는다!"

그의 말이 끝나자 단천도는 웅웅 떨며 엄청난 도의를 뿜어 사방의 허공에 주입했다.

"선배님들, 도우 여러분, 이곳에 오래 머무를 필요 없습니다. 우리는 돌아갑시다."

진남은 몸을 돌려 분천황제 등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는 보이지 않는 힘을 뿜어 분천황제 등을 데리고 하늘로 들어갔다.

공원도는 텅 비고 아무도 없었다.

칼 한 자루만이 조용히 서 있었다.

* * *

반 시진 후 분천고국, 황성.

"진남 선배님께서 오셨다!"

"봐, 저분이 진남 선배님이다!"

"만고제일제다. 진남 선배님은 만고제일제야! 어서 가보자."

진남이 황성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돼 성안의 모든 무인들은 유광으로 변해 앞으로 날아갔다.

그 장면은 무척이나 성대했다.

진남은 이미 오래전에 동주의 전설이 되었다.

게다가 이제 그는 대륙을 흔드는 만고제일제가 되었다.

대제 중 일 위라니, 얼마나 대단한가?

"녀석, 보기 좋다."

분천황제는 감탄했다.

"오늘 밤 황궁에서 연회를 열겠다. 이미 너의 아버지를 모셔오라고 사람을 보냈다. 그러니 절대 빠지지 말거라."

"선배님의 분부를 따르겠습니다."

진남은 공수하고 웃었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 밤이 되었다.

반신지국, 중주는 여전히 살기가 엄청났지만 동주의 분천고국은 초롱을 달고 오색 끈으로 장식하고 전에 없는 성대한 연회를 열었다.

이번 연회는 진천, 철삼 등 진씨 가문의 사람들 외에 선노, 소경설, 소냉, 초운, 황룡 등 진남의 옛 친구들 그리고 현재 동주의 천재, 강자들이 전부 왔다.

제법 시끌벅적했다.

'무도의 길은 길고도 험하다. 나중에 남천문을 완전히 부수고 진정으로 구천에 올라가면 다시 돌아올 기회가 점점 적을 것이다. 그러니 이곳의 사람들과의 정을 더욱 소중히 여겨야겠다.'

진천의 아래에 앉아 익숙한 얼굴들을 보던 진남은 마음속에 뭔가를 느꼈다.

그는 대제의 힘을 거두고 술이나 마시고 고기나 맛있게 먹으려 했다.

연회가 진행될수록 분위기는 점점 더 뜨거워졌다.

진남은 취하지는 않았지만 영주를 여러 잔 마시자 취기가 올라왔다.

취기 덕분에 별로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는 진남도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들과 지난 일, 무도, 기이하고 흥미로운 일들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 * *

다음 날 새벽.

분천황제, 혈익봉황 등 강자들이 술에 취해 곯아떨어져서야 연회가 끝났다.

"이번에는 상황이 특별하여 뭐라 하지 않겠다. 그러나 다음번에는 자신이 비범하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술을 강요하지 말거라."

진천과 진남은 나란히 황성의 거리를 거닐었다.

술에 취한 몇백 명을 생각하자 진천은 참지 못하고 훈계했다.

"……다음에는 절대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진남은 헛기침을 하며 화제를 돌렸다.

"크흠, 저 아이들은 아버지가 받아들인 양아들입니까?"

"그래. 저 아이들은 모두 고아다. 지난번에 경설이 나와 함께 서주에서 돌아다닐 때 한 무인이 자신의 무력만 믿고……."

진천은 바로 흥이 돋아 서주에서 있었던 일을 낱낱이 이야기했다.

진남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들었다.

"아버지……."

진남은 점점 더 하얘지는 진천의 귀밑머리를 보며 감정이 북받쳤다.

"됐다. 그만하거라. 돌아올 때마다 이러는구나."

진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천은 그의 말을 잘랐다.

진천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는 잘하고 있다."

그는 아들이 훌륭한 인물이 되기를 바랐다.

그의 아들은 이미 창람대륙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가 되었다.

아버지로서 그는 매우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그런데……."

진천은 화제를 돌려 엄숙한 표정으로 물었다.

"너 언제 묘묘와 도려가 될 거냐? 언제 나에게 손주를 안겨줄 거냐?"

"그, 그게……."

진남은 말문이 막혔다.

'왜 갑자기 이 말을 하는 거지?'

"자꾸 시간을 끌지 말거라. 묘묘를 놓치면 너 후회할 거다."

진천은 머리가 아팠다.

진남은 다 좋은데 감정표현이 서툴렀다.

"네. 알겠습니다."

영주를 많이 마신 탓인지 진남은 얼굴이 상기되었다.

진천의 말에 그는 연황전장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날 이미 이루어지지 않았나? ……공주는 또 어떻게 생각할까?'

"가자, 나에게 중주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주거라."

진남의 모습을 본 진천은 빙그레 웃더니 진남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진남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동주에 있는 동안 진남은 진천과 같이 시간을 보낸 외에 많은 시간을 들여 동주의 강자들과 천재들을 가르치고 전승을 남겼다.

네 번째 날이 되어서야 진남은 진씨 가문의 사람들과 지인들을 칠요비선검 안으로 데려왔다.

분천황제 등은 진남의 요청을 거절했다.

진남은 긴말하지 않고 공수하고 작별했다.

* * *

"천지원시규칙, 만약 나의 말을 들을 수 있다면 나를 도와줄 수 있느냐? 반신지국의 놈들이 동주의 무인들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게 할 수 있겠느냐?"

동주 하역, 청룡성지 안.

진남은 황폐한 산 위에 서서 하늘을 보며 포권했다.

사방은 조용하고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한참 후에야 큰바람이 불어왔다.

색상이 다른 꽃잎들이 바람에 흩날려 보는 사람은 기분이 좋아졌다.

"고맙다."

진남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천지원시규칙이 도와주고 또 그가 며칠 동안 심혈을 기울여 판을 짰기에 제방 등이 본체를 드러내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사람이 온다 해도 죽는 길뿐일 것이었다.

"이제 사형 그들을 만나러 갈 때가 되었다."

진남은 중얼거리더니 몸을 날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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